-
-
달리는 조사관
송시우 지음 / 시공사 / 2015년 10월
평점 :
형사도 탐정도 아닌 " 인권위 조사관들 " 이 벌이는 통쾌한 추적과 조사 이야기!!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예전에 TV에서 봤던 한 프로그램이 생각났다. 돈이 없다는 핑계로 ( 재산이 어마 무시하게 많음에도 불구 ) 지방세를 체납한 고액 상습 체납자들. 그들의 가택을 수색하여 부동산 압류 등을 통해 세금 징수를 위한 노력을 서슴지 않았던 386 기동대!! 그들의 활약이 떠올랐다.
국민의 인권 증진을 위해 설립된 독립기관 " 인권 증진 위원회." 그곳에는 진정인의 인권 보호를 위해 움직이는 공무원 " 인권위 조사관들 " 이 있다. 그들은 경찰도 탐정도 아니라서 공권력을 동원할 수 없다는 제약은 있지만 인권 침해와 차별 행위의 진위 여부를 따지는 준사법 기관이다. 따라서 사건을 다루는 모든 과정은 거의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이 작품의 조사관들은 개성이 뚜렷하다. 매사에 너무 신중한 나머지 우유부단해 보이지만 " 베테랑 "이라고 평가받을 정도로 뛰어난 조사관 한윤서, 남의 일을 내 일처럼 여기며 감정 이입을 잘하는 열혈 아줌마 조사관 이말숙, 약자의 편에 서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채, 독단과 정의 사이를 줄타기하는 조사관 배홍태, 사법고시 출신으로 변호사 특채 사무관으로 인권위에 입사했지만 조사관들 사이에서 그다지 인기가 없는 부지훈...
이 소설은 이렇게 성격과 사고방식 그리고 조사 스타일도 뚜렷이 다른 네 명이 성실함을 무기로 하여 진정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연을 다루고 있다.
“권력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는 집단에서 윗선의 의중을 미루어 짐작하는 동안, 권력은 눈덩이처럼 커져 어이없는 것도 서슴지 않게 되지.
권력을 많이 가진 사람은 권력의 이러한 속성을 잘 알고 있어서
아주 작은 몸짓 하나로도 수백만 수천만을 통제하는 데 유용하게 이용하는 거야.”(p. 42)
현대사회에 들어와서 대중들은 대중매체를 통해 정보 수집과 의견 교환을 많이 하게 되었다.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으로 큰 이슈가 발생하면 이것을 감추기 위해 간혹 연예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내용이 매체를 통해 일제히 쏟아져 나오기도 한다. 사람들은 연예인 관련 내용에 관심을 가지긴 하지만 의심을 하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우리의 시선을 정치와는 다른 쪽으로 돌리려는 건 아닐까?라고... " 민간인 사찰 ", " 연예인 사찰 " 라는 키워드와 관련된 기사 내용이 기억난다.
“변호사가 의뢰인의 이익을 위하여 사실을 다르게 주장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허용되는 일이다. 항소심은 진행 중이다.
인권위가 조사활동 중에 형사사건의 비틀린 진실을 알아챘다고 하여 무엇이 진실인지 증언하고 나서는 것은 곤란했다.
피고인이 무죄라면 모를까 유죄라는 주장은 인권위가 뒷받침해주는 건 본분에도 맞지 않았다.”(p.386)
사건을 조사하다 보니 본인들의 의도와는 다르게 숨겨진 진실이 밝혀지기도 한다. 여러 사건을 조사하는 와중에 국가권력에 대한 분노를 느끼기도 하고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연민을 가지게 되었지만, 사실 그들은 유죄나 무죄라고 판단을 내리거나 범인을 단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사건이 발생하면 그 진술 과정에서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었는지, 진정인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었는지 살펴본 뒤 보고서를 작성하는 쪽으로 일을 마무리 짓는다.
결국 이 소설에서 말하자고하는 부분은 " 인간으로서의 기본 권리가 과연 침해되었는가 아닌가? " 의 문제였다. 선입견에 구애받지 않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사실만을 따지는 조사관들의 성실한 수사가 돋보이는 소설이다. 소설 뿐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그러한 태도 ( 치우치지 않은 태도로 수사에 임하는 모습 ) 가 사회의 안녕을 위협하는 무리로부터 사회를 지킬 수 있다고 본다. 형사 탐정이 등장하는 추리물만 보다가 인권위라는 새로운 조직을 보게되어 신선했다. TV에서도 곧 방영될 동명의 제목을 가진 드라마가 기대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