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건 아니고 일시정지
이재문 지음 / 오리지널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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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난다면 내 삶이 좀 더 나아질 수 있을까?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사이 어디쯤.... 책 <죽은 건 아니고 일시정지> 는 아직 죽기에는 현생에 미련이 많이 남은, 그렇다고 계속 살아가기엔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각자의 이유로 삶을 포기하게 되었거나 아니면 스스로의 선택으로 포기하려던 그때, 그들 앞으로 유유히 다가온 노란 버스에 타게 된 탑승자들.. 그들이 향하게 된 곳은 과연 어디일까?

주인공 유일해는 29살이라는 꽉 찬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배달 알바를 전전하고 있다. 사실 일해는 음악으로 성공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가지고 있고 그동안 치열하게 자신의 이름을 알리려고 노력을 해왔으나 세상의 벽은 높기만 하다. 아무리 세상의 문을 두드려도 그의 음악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날, 일해는 전 재산과 다름 없는 아주 비싼 고급 기타를 실수로 떨어뜨려서 기타 몸체가 박살이 난다. 수백만원이 되는 수리비를 빌리기 위해서 사촌형 유한해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막상 한해는 돈 자랑만 실컷 한 후 겨우 3만원만 남기고 떠난다. 그 돈으로 치킨을 사먹은 일해는 그만 닭뼈가 목에 걸리면서 정신을 잃게 되는데.....

"남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책 <죽은 건 아니고 일시정지> 가슴을 울리는 감동과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을 일깨우는 통찰력을 동시에 전해주는, 오래된 좋은 친구 같은 책이다. 평생 최선을 다해온 교직이나 학부모의 갑질에 의욕을 잃은 영수, 돌아가신 아버지를 놓지 못하는 중학생 은비, 70 평생 쓸모 없는 삶을 살았다 느끼는 성식과 스스로의 우유부단함에 질릴때로 질린 지혜까지.... 나는 이들의 좌절과 절망 그리고 희망에서 나 스스로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불 같은 성격의 염라 교장과 생각보다 따뜻한 강림 선생이 있는 "환생 학교"에 입학한 이들은 다양한 수업과 훈련을 받게 된다. 합격하여 무사히 졸업하면 현생으로 돌아오거나 환생 후 다른 생을 살 수도 있다. 그러나 불합격한다면? 그 결과는 무시무시한 지옥행.... 그런데 알고 보 니 영수, 은비, 성식 그리고 지혜와 묘한 인연으로 엮어져 있었던 일해는 이들이 합격하도록 성심성의껏 이들을 돕게 되는데...

과연 이들은 환생과 복귀 그리고 지옥행 중 어떤 길을 가게 될 것인가?

상당히 따뜻하고 삶에 대한 통찰을 안겨주는 책 <죽은 건 아니고 일시 정지>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지만 제대로 되는 일 하나 없고

세상이 나에게 차갑게 등을 돌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바로 지금 이 책을 펼쳐봐야 한다. 이 책은 어쩌면 나를 가장 차갑고

못되게 대해온 사람이 어쩌면 바로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을 일깨워주는 이 책을 모두에게 추천한다.

"나사 같은 삶.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흔하디 흔한 존재.

성식은 자신을 그렇게 여겼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눈에 띄지 않는 삶이 꼭 보잘것없는 것은 아니라고.

모두가 태양처럼 빛날 수는 없고, 태양만으로는

우주를 이루지도 못하니까."

-233쪽-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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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사생활 - 이토록 게으르고 생각보다 엉뚱한 프린키피아 6
알베르 무케베르 지음, 이정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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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감각 기관은 세상을 전기 신호로 분해할 뿐, 그 신호를 엮어서 세계라는 결과물을 구성해 내는 것은 바로 뇌다. 문제는 그 세계가 객관적인 진실이라기보다는 우리의 불안을 줄이고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재구성된 것이라는 점. 뇌는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종종 거짓말을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 알베르 무케베르는 프랑스 출신의 임상심리학자인데 주로 불안 장애와 회복탄력성에 초점을 맞춰왔다고 한다. 이 책은 우리 뇌의 작동 방식을 다룬다. 기억이 왜 쉽게 왜곡되는지, 판단은 왜 감정과 욕구에 끌려가는지, 우리는 왜 틀렸음에도 확신에 차 있을 수 있는지를 말하는 책 <뇌의 사생활> 이 책은 낯익은 표현들 – 인지 부조화, 확증 편향, 지식의 환상 – 등을 쓰는데, 이를 통해 스스로의 사고 오류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우리의 습관을 꼬집는다.

이 책은 개인의 사고 오류만 다루는 게 아니라 이것을 사회적 문제로 확장시킨다. 가짜 뉴스가 확산되는 방식, sns가 만드는 확증의 거품, 결정은 먼저 하고 근거는 나중에 찾는 정치적 선택들... 책에는 이론과 관련된 다양한 사례들이 등장하는데, 예를 들어 브렉시트 국민 투표 직후에 구글에 제일 많이 검색된 문장이 바로 “브렉시트가 무엇인가?”라는 문장이었다고 한다. 우리가 사고의 깊이가 얼마나 없는지, 문제에 대한 이해도가 얼마나 떨어지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이 책은 다양한 실험과 사례 그리고 통계 자료 등을 예로 들면서 우리의 “뇌”가 우리를 어떻게 놀랍도록 속이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우리 자신을 위해서 이긴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내가 옳다고 확신했던 나의 생각이 옳은 게 아니었을 수도 있다니... 한마디로 놀라웠다. 어떻게 보면 일반 독자들에게는 어렵게 다가올 수도 있을 뇌 과학을 다루지만 이 책은 상당히 이해가 쉽게 전달하고 있다.

책 <뇌의 사생활>은 내가 얼마나 쉽게 확신에 도달하고, 얼마나 치열하게 그 확신을 방어해왔는지 돌아보게 해줬다. 아마도 뇌의 편향성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알아채고 우리의 생각에 거리를 두는 순간 조금 덜 휘둘릴 수는 있을 것 같다. “메타 인지”라는 표현을 평소에 많이 듣고 살았는데 바로 이 메타인지를 통해서 편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생각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를 가져다준 똑똑한 책 <뇌의 사생활>을 모두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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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도시 2026 - 소음 속에서 정보를 걸러 내는 해
김시덕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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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도생의 한국 사회...

정보 비대칭의 함정에서 탈출하게 해줄

단 하나의 대한민국 도시 트랜드서

"트랜드서"라는 표현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한국의 도시들을 바라보는 저자만의 관점이 궁금해서 펼쳐본 책 <한국도시 2026> 그런데 이 책은 나에게 있어서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자 알짜배기 정보서의 역할을 해주었다. 그냥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도시들이 아니라 한 국가의 정책과 경제 상황에 따라서 쇠퇴하고 발전하는, 한마디로 살아 숨 쉬는 도시들을 엿본 느낌이다. 지금까지는 아무 생각 없이 한국의 도시들을 바라봤다면 앞으로는 "정책과의 긴밀한 연관성"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 책은 한 국가의 정책, 경제, 정치 그리고 국제적 정세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도시를 이야기한다. 말하자면 이러한 질문에 대답하는 책이라고 하겠다. 예를 들어서 대선이나 지선에서 정치인들이 내세운 공약에 따라 어떤 정책들이 시행되어 왔고, 그러한 정책이 도시의 경관을 어떻게 바꾸어놓았는가? 특정 도시가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 예를 들어 서울의 인구 과밀 현상 ) 우리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 그리고 국제 정세의 흐름이 한 국가의 도시의 흥망성쇠에 어떤 기여를 하는가? 등의 질문에 대한 상당히 흥미로운 대답이 펼쳐진다.

책의 구성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크게 1부와 2부로 나뉘는데, 1부는 인구, 산업, 교통 등의 분야별로 전국적 동향을 살피고 2부는 메가시티와 6대 소권별 사안을 체크하고 있다. 나는 그동안 문학이나 소설에 빠져 살았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현실 정치, 경제, 사회를 다루는 책을 많이 읽지 않았는데, 진짜 상당히 재미있었다. 특히 세계적인 변화의 흐름이 특정 국가의 도시 발전과 쇠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아주 새롭게 다가왔다. 예를 들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 진행되면서 우리나라의 방위 산업이 현재 호황이라는 사실. 그에 따라서 우리나라 동남권의 방위 벨트 산업체는 국내외적 변화에 맞서서 견실하게 버텨내리라는 것.

그리고 저자가 우리나라의 남북한 통일 가능성을 짚어낸 점도 대단히 흥미로웠다. 저자는 "현재는 한반도의 평화 통일을 생각하기에 가장 안 좋은 시기"라는 다소 좋지 못한 소식을 전한다. 현재 신냉전 하의 동북아시아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의 연대가 강화되고 러시아-중국-북한이라는 권위주의 국가들에 맞서는 차원에서 미국은 미국-한국-일본-타이완이라는 동맹국으로 하여금 핵 무장을 해서 반도체 공급망의 안전을 지키는 미래로 나아갈 것이라는 게 저자의 의견이다. 실제로 지금 국제 정세가 이런 방향으로 흐르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왜 어떤 지역에서 기를 쓰고 신공항을 유치하려 하는지, 특정 회사 ( 예를 들어서 삼성전자)의 영업 부진이 도시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구체적으로 끼치는지, 그리고 새롭게 정권을 잡는 정치인들의 성향이 어느 쪽이냐에 따라서 어떤 지역이 어떻게 발전하게 되는지 등등 이 책은 도시가 그저 무기력하게 존재하는 땅덩어리가 아니라 변화하고 발전하고 쇠퇴하고 사멸하는 하나의 생명체로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신문이나 방송 그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 없는 생생한 정보의 바다에서 헤엄치고 나온 느낌이 든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정세와 정책 그리고 부동산 등등 현실 문제에 관심이 많은 분들께 꼭 추천하고 싶은 책 <한국도시 2026>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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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헤매다가
정미진 지음, 김승아 그림 / 엣눈북스(atnoonbooks)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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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녀의 무의식 속으로 들어갑니다

한참을 헤매다가... 마침내 너를 만났어.

의식과 무의식, 비밀과 진실,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드느

SF 미스터리 로맨스 소설 <한참을 헤매다가>


우리의 의식이 닿지 않는 깊은 우물, 무의식

우주와 더불어 인류가 아직 정체를 밝혀내지 못한 영역인 만큼,

무의식은 늘 신비롭고 두려운 세계로 남아 있다.


이 소설은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첫사랑 은수의 무의식 세계로 들어가

그녀를 현실로 되돌리려는 재욱의 고군분투를 그린다.

동시에 자살로 보였던 재욱 어머니의 죽음 뒤에 숨겨진

미스터리한 진실을 집요하게 파헤쳐 들어간다.


재욱은 어린 시절 엄마의 죽음을 겪었다.

자살로 처리된 사건은 10년이 지난 후에도

그의 삶 깊숙이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다행히 병원 원장에게 입양되어 안정된 삶을 살지만

마음 속 공백은 쉽게 채워지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재욱의 학교에 은수가 전학을 온다,

여행 작가인 엄마를 따라 세계 곳곳을 누볐던 은수는

자유롭고 씩씩하며 남학생들보다 무술에 능하다.

서로에게 조금씩 특벽한 감정을 품게 된 두 사람은

여름 방학 때 기차 여행을 약속한다.


하지만 여행 당일, 반려견 호수가 갑자기 아픈 바람에

재욱이 허둥대던 사이, 은수는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낸 것으로

보이는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고 의식 불명 상태에 빠진다.

이후 재욱과 은수의 시간은 멈취지게 되는데....


소설의 서사는 크게 두 방향으로 전개된다.

우선 식물인간이 된 은수를 되살리려는 재욱의 고군분투.

성인이 된 재욱은 뇌공학자가 되어 환자의 무의식에 침투해

자아를 현실로 되돌리는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치매, 조현병, 알코올 중독 등으로

무의식에 갇힌 사람들의 세계가 펼쳐지고

이중에서도 영화 배우를 꿈꾸던 은수의 무의식은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이 장면들은 인간의 의식이 얼마나 정교한 시스템인지

깨닫게 한다.


다른 갈래는, 재욱 엄마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

은수의 무의식에 접근하게 되면서 재욱 스스로

억압해왔던 기억의 문이 열리면서 과거 사건의 퍼즐이

조금씩 맞춰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독자를 놀라게 할

충격적인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데...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영화 <이터널 선샤인>이 떠올랐다.

고통스러운 사랑의 기억을 지우려 하지만

무의식은 끝끝내 그 시도를 거부하는 이야기...


그러나 영화 <이터널 선샤인>이 말랑한 로맨스에 초점을 뒀다면

소설 <한참을 헤매다가>는 무의식 탐험이라는 SF적 주제 위에

로맨스의 따뜻함과 미스터리의 긴장을 동시에 얹은 소설이라는 점!


사랑의 기억, 트라우마, 인간의 무의식

그리고 진실을 향한 집요한 탐색....

여러 장르의 매력을 유기적으로 잘 엮어내어

훨씬 더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 소설 <한참을 헤매다가>

를 모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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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폿 - 제15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30
이은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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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고, 사랑스럽고, 감정 표현까지 하는 나만의 반려 식물, 펫폿.…

저 징그러운 덩굴 괴물로 자라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청소년 소설로 분류되지만, <펫폿>은 SF스릴러이자 SF호러에 더 가까운 작품이다.

기존 식물의 유전자를 변형해 만들어진 ‘펫폿’은 반려견이나 반려묘처럼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감정 표현도 풍부해서 아이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끈다. 밥을 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삐지기도 하며, 주인의 관심에 따라 반응하는 이 존재들은 한마디로 ‘완벽한 반려 생명체’ 이다.


하지만 작은 실수 하나로, 이 귀엽던 존재는 통제 불가능한 괴물이 되어 도시를 습격하기 시작하는데....


연기자를 꿈꾸는 학급 친구 주경은 독립 영화 촬영 일종으로 제주도에 가게 된다. 그동안 자신의 펫폿 ‘소룡이’를 식물 덕후인 재윤에게 맡긴다. 문제는 이 소룡이가 펫폿 중에서도 극히 희귀한 크리스털 플라티나 로즈라는 점. 중고 시장에서 백만원에 거래되는 ‘희귀템’을 맡게 된 재윤의 마음은 부담 그 자체이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 홍래와 민하와 함께 아이스링크에 놀러 갔다가 그만 소룡이를 잃어버리고 마는 재윤. 아무리 찾아도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다. 값비싼 희귀템을 잃어버린 충격과 함께 이를 주경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재윤. 결국 그는 스스로 씨앗을 구해서 ‘크플로’를 다시 캐워내겠다는 무모한 선택을 하는데..


이 대목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한때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까지 열광했던 빵 속 캐릭터 스티커 모으기 열풍이다. 희귀 스티커를 하나 얻기 위해서 빵은 버리고 스티커만 챙겼던 기묘한 소비 행태가 있었다. 그런데 <펫폿> 속 아이들도 원하는 펫폿을 얻기 위해서 흔한 펫폿을 마구 버린다.


이 소설은 여러 면에서 아주 흥미진진하다. 무엇보다 캐릭터들의 개성이 뚜렷하다. 동네 노는 삼촌 같은 홍래, ‘덕후란 이런 것이다’를 몸소 증명하는 찐 식물 덕후 재윤,

알고 보면 덕후 만렙인 민하, 결정적인 순간마다 힘이 되어주는 발랄한 주경, 그리고 날카로운 관찰력을 가진 이룬까지... 이들은 실제로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인물처럼 살아 숨 쉰다.


서사의 흐름 또한 설득력이 있다.  하필 식물 덕후인 재윤이 고가의 펫폿을 맡게 된 점과 소룡이를 잃어버린 뒤 직접 크플로를 키우려는 재윤의 선택은 이후 벌어질 사건들을 매우 정교하게 빌드업한다. 모든 사건은 우연처럼 보이지만 필연처럼 이어진다.


그뿐 아니라 <펫폿>은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지만 그 안에 담긴 현실은 꽤 익숙하다. 또래 압력 때문에 친했던 친구를 은근히 밀어내는 아이들의 모습, 시민이 위기에 빠져도 거짓말로 상황을 자기 편으로 돌리는 정치인의 태도는 매우 낯익다. 

 형식은 SF이지만 이 안에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사회의 모습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그동안 봤던 여러 편의 SF영화들 속 장면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사랑스럽던 존재가 어떻게 끔찍한 공포의 대상으로 변하게 되는지.. 그리고 이 모든 비극은 결국 인간의 욕망과 잘못된 선택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느꼈던 독서시간. 

 책 <펫폿>은 화려한 영상미와 함께 독자들에게 이렇게 묻고 있는 것 같다.


“과연 우리는 욕망이 불러올 참상을 인지하고 있는가?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질 준비가 되어 있는가?” 라고 말이다.

청소년 소설이지만 마치 헐리우드판 SF영화처럼 다가왔던

소설 <펫폿>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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