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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폿 - 제15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30
이은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12월
평점 :
귀엽고, 사랑스럽고, 감정 표현까지 하는 나만의 반려 식물, 펫폿.…
저 징그러운 덩굴 괴물로 자라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청소년 소설로 분류되지만, <펫폿>은 SF스릴러이자 SF호러에 더 가까운 작품이다.
기존 식물의 유전자를 변형해 만들어진 ‘펫폿’은 반려견이나 반려묘처럼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감정 표현도 풍부해서 아이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끈다. 밥을 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삐지기도 하며, 주인의 관심에 따라 반응하는 이 존재들은 한마디로 ‘완벽한 반려 생명체’ 이다.
하지만 작은 실수 하나로, 이 귀엽던 존재는 통제 불가능한 괴물이 되어 도시를 습격하기 시작하는데....
연기자를 꿈꾸는 학급 친구 주경은 독립 영화 촬영 일종으로 제주도에 가게 된다. 그동안 자신의 펫폿 ‘소룡이’를 식물 덕후인 재윤에게 맡긴다. 문제는 이 소룡이가 펫폿 중에서도 극히 희귀한 크리스털 플라티나 로즈라는 점. 중고 시장에서 백만원에 거래되는 ‘희귀템’을 맡게 된 재윤의 마음은 부담 그 자체이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 홍래와 민하와 함께 아이스링크에 놀러 갔다가 그만 소룡이를 잃어버리고 마는 재윤. 아무리 찾아도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다. 값비싼 희귀템을 잃어버린 충격과 함께 이를 주경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재윤. 결국 그는 스스로 씨앗을 구해서 ‘크플로’를 다시 캐워내겠다는 무모한 선택을 하는데..
이 대목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한때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까지 열광했던 빵 속 캐릭터 스티커 모으기 열풍이다. 희귀 스티커를 하나 얻기 위해서 빵은 버리고 스티커만 챙겼던 기묘한 소비 행태가 있었다. 그런데 <펫폿> 속 아이들도 원하는 펫폿을 얻기 위해서 흔한 펫폿을 마구 버린다.
이 소설은 여러 면에서 아주 흥미진진하다. 무엇보다 캐릭터들의 개성이 뚜렷하다. 동네 노는 삼촌 같은 홍래, ‘덕후란 이런 것이다’를 몸소 증명하는 찐 식물 덕후 재윤,
알고 보면 덕후 만렙인 민하, 결정적인 순간마다 힘이 되어주는 발랄한 주경, 그리고 날카로운 관찰력을 가진 이룬까지... 이들은 실제로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인물처럼 살아 숨 쉰다.
서사의 흐름 또한 설득력이 있다. 하필 식물 덕후인 재윤이 고가의 펫폿을 맡게 된 점과 소룡이를 잃어버린 뒤 직접 크플로를 키우려는 재윤의 선택은 이후 벌어질 사건들을 매우 정교하게 빌드업한다. 모든 사건은 우연처럼 보이지만 필연처럼 이어진다.
그뿐 아니라 <펫폿>은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지만 그 안에 담긴 현실은 꽤 익숙하다. 또래 압력 때문에 친했던 친구를 은근히 밀어내는 아이들의 모습, 시민이 위기에 빠져도 거짓말로 상황을 자기 편으로 돌리는 정치인의 태도는 매우 낯익다.
형식은 SF이지만 이 안에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사회의 모습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그동안 봤던 여러 편의 SF영화들 속 장면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사랑스럽던 존재가 어떻게 끔찍한 공포의 대상으로 변하게 되는지.. 그리고 이 모든 비극은 결국 인간의 욕망과 잘못된 선택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느꼈던 독서시간.
책 <펫폿>은 화려한 영상미와 함께 독자들에게 이렇게 묻고 있는 것 같다.
“과연 우리는 욕망이 불러올 참상을 인지하고 있는가?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질 준비가 되어 있는가?” 라고 말이다.
청소년 소설이지만 마치 헐리우드판 SF영화처럼 다가왔던
소설 <펫폿>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