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플레이 트리플 6
조우리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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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주 씨는 보기보다 순진한 구석이 있네. 글이 아주 착해.

정의 같은 걸 믿나 봐요? 좋지, 젊을 때는. 하지만 프로가 되려면 좀 약아야 하는 거 알죠?

지연 씨랑 같이 작업하면서 그런 걸 좀 배워요. 지연 씨가 알려줄 게 많겠어, 안 그래 "

이 책 [ 팀 플레이 ] 를 읽다가 젊은 날 내 직장 생활이 떠올라서 피식 헛웃음이 나왔다. 대학 졸업 후 잠시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취업한 학원 생활은 쭉 이어져서 나의 경력이 되어버렸다. 그건 그렇고, 당시 학원 생활이 재미있었냐고 누가 묻는다면 " 그렇다 " 라고, 또 힘들었냐고 묻는다고 또 " 정말 그랬다 " 라고 답할 수 있다. 그런데 왜 그랬는지 생각해보면, 일 보다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젊었던 시절, 힘든 강사 생활을 그나마 버틸 수 있게 도와준 사람들이 바로 비슷한 나이대의 강사 친구들이었다.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과 그렇게 붙어다닐 수 있었다니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행운아였던 것 같다. 이름보다는 박쌤, 최쌤이라고 부르면서 수업 마치고 놀러다니며 ( 밤 12시 가까운 시간에 ㅎ ) 학원 생활의 피로를 풀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를 힘들게 만들었던 것도 직장 동료였다. 내가 맡은 반의 학생들을 몰래 꼬셔간 (?) 약삭빠른 강사들이나 젊고 능력있는 강사들을 시기 질투해서 걸핏하면 화를 내던 이상한 성격의 강사까지.... 일일이 열거하자면 정말 끝도 없을 것 같다.

조우리 작가의 단편집 [ 팀 플레이 ] 에는 이런 천태만상 사회 생활 이야기가 펼쳐진다. 첫번째 단편 [ 언니의 일 ] 에 등장하는 은희는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 자신에게 " 언니 " 라고 부르면서, 친근하게 굴었던 상대방이 바로 " 다정 " 이라는 것을 알고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든다. 회사 다니던 시절, 일을 제대로 못해서 " 오차장 " 에게 번번히 깨지던 " 다정 ". 영국으로 곧 유학 간다는 다정은 가기 전에 함께 일했던 " 세진 " 과도 함께 만나자고 하는데... 글쎄, 모두를 대신해 욕받이가 되었던 다정에게 은희와 세진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었다니... 그러고보니 자신이 다정이를 은근히 뒤에서 많이 챙겨주었음을 기억해낸 은희. 그러나 이야기는 뒤에 놀라운 반전을 품고 있다.

두번째 단편 [ 팀 플레이 ] 에서 주인공 은주는 여러 개의 인터넷신문을 발행하는 한 미디어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그녀의 역할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검색창에 입력하는 몇 가지 단어들에 대해서 매일 신규 기사를 발행하는 것.

즉 ' 업데이트 ' 를 하는 것이다. 기사 업데이트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포털 검색 결과에서 상위에 노출되어야 광고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

그러던 어느날, 대학 친구였던 지연에게서 연락이 온 후 흑역사였던 한 사건이 은주의 마음 속에서 퐁 솟아오른다. 지연은 은주에게 한 예술가의 사망 사건이 담긴 기사를 보낸다. 뉴욕에서 쓸쓸히 사망한 장성수 작가는 지연이 한 지방 대학의 대학원생일때 그녀의 지도 교수를 맡았었고 은주와도 연관 관계가 있는 사람이다. 장성수에게 소개받았을 때, 은주는 자신의 비밀스런 사생활이 담긴 영화 시나리오를 작성 중이었고, 그걸 장성수에게 고스란히 뺏겨 버렸던 것. 그걸 계기로 인연을 끊었던 지연이 다시 연락했다? .... 그녀는 무슨 의도로 은주에게 연락을 한 것일까?

추리 소설도 아닌데 이야기의 반전이 정말 놀라웠던 두 편의 단편 [ 언니의 일 ] 과 [ 팀 플레이 ]. 특히 [ 팀 플레이 ] 에서 은주가 한 일은 정말 나의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다. 젊었기에 그리고 순진했기에 눈 뜬 채로 코 베어가는 상황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것. 그러나 매우 영리하고도 교묘한 방식으로 복수를 하고 정의를 실천하는 그녀를 보면서 통쾌하구나! 라는 말을 부르짖을 수 밖에 없었다. 어쩌면 과거에 그녀의 코를 베어간 주인공이 한 말을 그때까지 기억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사회 생활을 하려면 좀 약아야 한다는 것. 힘겹지만 나름의 방식을 통해 정글 같은 직장 생활을 해나가는 모든 여성들에게 바치는 이야기같은 소설집 [ 팀 플레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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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 두 친구 - 한국전쟁 71주년 기획소설 생각학교 클클문고
정명섭 지음 / 생각학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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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주의든 뭐든 결국 사람을 잘 살게 만들려는 거잖아.

근데 그것 때문에 서로 멱살잡이에 주먹질을 해.

그걸로도 부족하면 이제 총질을 하고 칼을 휘두르겠지. 안 그래? ”

한국 전쟁이 일어나기 몇 년 전, 격동의 대전환점을 코앞에 둔 우리나라의 모습은 어땠을까? 물론 사회나 역사 과목을 통해 당시 사회상을 배웠긴 하지만 주인공 희준과 주섭이 겪은 실생활에 반영된 당시의 혼란스럽고도 불안한 한국 사회가 무척이나 생생하게 다가왔던 책 [ 1948, 두 친구 ]. 사회가 겪는 거대한 변화와 역사의 흐름이 어떤 식으로 개인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지도 눈에 확 들어왔다.

이 책의 저자 정명섭 작가는 [ 좀비 설록 ], [ 저수지의 아이들 ] 그리고 [ 무덤 속의 죽음 ] 등으로 유명한 장르 소설가이신데, 추리나 호러 쪽으로 강세를 보이는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한국의 역사에 대한 지식도 많은 작가인 줄은 몰랐다. [ 유품정리사 ] 나 [ 상해 임시정부 ] 같은 작품도 프로필에 보이는데, 역사와 장르에 동시에 관심을 가지고 계셔서인지 역사와 추리, 역사와 호러가 결합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듯하다.

책의 줄거리로 들어가자면, 주인공 희준은 아직 프로에 좀 못 미치는 실력을 가진 스키 선수이다. 고향은 청진이고 그때 스키를 배운 후 속도감에 매료되었는데, 광복이 되고 38선이 생기면서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나 남한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스키 대회에서 우연히 주섭이라는 친구를 만나게 된 희준. 주섭이가 일본에서 살다가 해방 이후에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걸 알고 난 뒤, 둘 다 이방인이라는 공통점 때문인지 급속도로 친해진다.

함께 스키 대회도 참여하고 스키 동호회도 참여하는 등, 스키를 주제로 급속도로 친해진 희준과 주섭.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그들은 조금씩 의견 대립을 보이기 시작한다. 이승만이 이끄는 남한 정부가 단독 선거를 강행하려는 것을 반대하는 시위대가 출몰하고, 시위를 보다가 논쟁하게 되는 둘. 북한에서 살다가 내려온 희준은 공산당이라는 단어에 치를 떨고, 반면 주섭은 남한 정부가 단독으로 선거를 강행하는 배후에는 미국이 있고 결국 서구 열강에 의해서 나라가 반 토막이 되는 사실에 분노한다.

이념의 대립만 없다면 정말 둘도 없는 친구인데, 역사의 급격한 흐름은 점점 더 넓어져서 둘 사이에 놓인 시냇가는 점점 넓어져서 종래는 건너기 힘들 만큼 넓은 강이 되어버린다. 미국과 소련이라는 서구 열강에 의해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한국 사회. 그런 불안한 사회는 주섭과 희준이 사랑하는 누군가를 앗아가고 결국 그들은 완벽하게 남과 북의 편에 서게 된다. 하나는 북으로 나머지 하나는 육군 사관 학교에 입학하게 되면서 결국 이야기는 6.25 전쟁 참여라는 수순을 밟는 듯 하는데.....

스키라는 운동을 통해 만난 인연이었고 순수하게 서로를 지지하는 우정이었다. 그러나 혼란한 사회는 순수한 우정이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정도로 희준과 주섭을 극한으로 밀어붙인다. 사진이나 기록물로 남아있는 밋밋한 역사는 희준과 주섭의 우정과 갈등이라는 이야기를 통해서 생생하게 살아난다. 혼란의 소용돌이에서 사람들의 인생이 이렇게 파괴되고 결국 남과 북이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었겠구나 하고 생각하니 정말 마음이 아프다.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고, 연령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재미있게 다가올 역사 책이 아닐까? 하여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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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블러디 선데이 - 치열하고 찬란했던 그 날
은상 지음 / 빚은책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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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모든 의사결정을 스스로 한다고 믿고 살고 있지만,

사실 자기가 아니라 디엔에이가 내린 결정에 따라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단 말이야

피 튀기는 살육전이 벌어진 일요일이라...... 보통 여유롭게 보내는 일요일에 무슨 일일까? 표지 속 여학생의 붉은 눈동자와 앙다문 입술이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너무도 생생하고 박진감 넘치는 좀비물이 탄생했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하여 가볍게만 생각했던 나의 예상을 뛰어넘는 문제작이랄까? 영화 [ 부산행 ] 이나 한류 드라마 [ 킹덤 ] 못지 않은 살육전과 혈투가 벌어진다. 한가지 다른 점은, 괴물로 취급되어야 할 좀비들이 사실은 여름 캠프에 참여하러 온 죄없는 아이들이라는 것.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불러온 어마어마한 재앙이 펼쳐지는 소설 속으로 들어가보자.

떄는 바야흐로 1988년의 서울올림픽 열기가 채 식지 않은 1989년 7월의 어느 날이다. 전국 각지에서 1000명의 학생들이 안면도에 있는 한 폐교로 집결되는데,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정치관을 확립시킨다는 명목 아래 한 정치인에 의해 만들어진 여름캠프에 참여한 것. 명목은 그럴싸했지만, 사실 이 캠프를 주최한 그 정치인 ( 국회의장 노영걸 ) 은 다음 대선을 노리고 현 청소년들을 상대로 미리 선거운동을 하려는 불온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 캠프를 통해 자신의 아들인 노충걸을 정치판에 뛰어들게 할 작정이다.

학생 신분에 오토바이를 훔치다 걸려서 여름 캠프에 끌려오게 된 주인공 석영. 낯선 환경 때문에 평소에 좋아하지 않았던 학교 친구 상훈과 어울리게 된다. 그런데 상훈이가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한다. 자신이 들고 온 캡슐약만 있으면 그 누구라도 자신의 말에 복종하게 할 수 있다나?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속으로 비웃었지만 실제로 상훈의 말에 고분고분하게 따르는 그의 조원들을 보고 깜짝 놀라는 석영. 그런데 아이들이 하나같이 좀 이상하다. 눈동자가 붉게 변해있고 발을 질질 끌듯 걷는 아이들... 외국 드라마와 영화에서 본 듯한 이 장면은 도무지 믿을 수 없는 광경인데...

해외에서 한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좀비물이 한국에서도 서서히 인기를 얻어가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인기 몰이를 하고 있는 조선 좀비물 [ 킹덤 ] 이나 기차에서 좀비와 용감하게 맞서 싸우는 사람들을 그려낸 [ 부산행 ], 그리고 웹툰에 이어 시리즈물로 각색된 [ 스위트홈 ] 까지... 코로나가 닥친 집콕의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더욱 더 괴물이 나오는 작품에 집착하고 있는 듯 하다. 평온했던 우리의 일상에 침범하여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든 지독한 바이러스 코로나... 괴물같은 코로나를 없애고 싶다는 욕망이 불러온 현상은 아닐지..

누군가에 의해 발생한 실수는 우연에 우연이 겹쳐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발전하게 되고 이제 아이들을 비롯하여 폐교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사느냐 죽느냐에 기로에 서게 된다. 그런데 만약 좀비가 어딘가에서 갑자기 튀어난 괴물같은 존재라면 나 살고 너 죽자 할 수 있는데, 만약 그들이 한때 우리의 친구였다면?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 혹은 가족이었다면? 좀 더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촛점없는 눈으로 달려드는 그들을 때리거나 죽이기 보다는 ( 치료제가 있다는 가정 하에 ) 기를 쓰고 그들을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이 책 [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 ] 는 무책임하고 무력한 어른들 사이에서 서로를 살려보려는 갸륵한 아이들의 노력이 빛나는 소설이다. 정말 몰입도 최고라서 책장이 빠르게 넘어가는 좀비 학원물 [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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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즐거운 조울증
기타 모리오.사이토 유카 지음, 박소영 옮김 / 정은문고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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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였던 기타 모리오 ( 원래 이름은 사이토 소키치 ) 와 딸인 사이토 유카 사이에 이루어진 일종의 대담집이다. 일평생 조울증으로 힘들었던 저자 기타와 아버지의 조울증으로 인해 아마도 더 힘들었을 가족 ( 딸 유카, 아내 기미코 ) 이야기인데, 엉뚱하게 그지없는 작가의 여러 에피소드들 덕분인지, 심각하다기 보다는 시종 일관 유쾌하고 재미있게 느껴지는 대담집이다.

아기 유카를 키우던 신혼 시절에는 다소 평온하게 흘러갔나보다. 여행을 즐기고 약간 독특한 유머감각을 갖춘, 괴짜같은 남편 기타 모리오씨에 비해서, 유카의 어머니이자 아내인 기미코는 다행히 현모양처 스타일이라 딸 유카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고 성실히 돌보는 일을 최고로 여기는 사람이었다. 당시에는 저자 기타씨도 약간 무심하긴 했어도 가족들과 여행을 다니며 나름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그러나 제목에도 나와있듯이 기타씨에게 별로 반갑지 않은 손님이 들이닥친다. 그것은 바로 " 조. 울. 증 " 조증과 울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병이 발생한 것이다. 울증일 때는 잠만 자던 기타씨에게 조증이 찾아오면 그는 열정과 에너지로 가득 찬다. 영어, 중국어를 동시에 배우고 난데없이 영화 제작을 하겠다는 결심을 하는 기타씨.

그는 돈이 많이 드는 영화 제작을 위해서 주식 거래를 시작힌다. 하지만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터라 주식 거래가 잘 될리가 없다. 결국엔 돈을 다 잃고 파산하게 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돈을 빌려 홍콩 여행을 떠나는 가족들. (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낙천적이라고 해야할지... 당시 1인당 5만엔이었다고 하니 지금 가격으로는 몇백만원 했을 듯 )

그 뿐 아니라 조증이 올때면 아내인 기미코와 유카를 친정으로 내쫓기도 했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그리고 밥을 먹다가, " 바보야! " 라고 소리를 지른다든가 자신만의 독립 공화국을 세우기도 했다는 기타 모리오씨. 그런 아버지의 정신적 질환으로 인해서 심적 고통을 겪었을 수도 있을 가족들이지만 딸과의 대화는 시종 일관 유쾌하기 짝이 없다. 아마도 딸인 유카가 괴짜같은 아버지 기타 모리오씨의 유머감각을 그대로 물려받아서인듯하다.

" 영화를 만들고 싶어. 영화를 만들려면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니까 오늘부터 주식거래를 할거야 " 라고 하더니 증권사와 주식 거래를 시작했어. "

( 70쪽 기타 모리오가 조증에 걸려 주식 거래 시작 )

" 이 몸은 원대는 대로 살 테니 집에서 나가 " 라고 했어. (...) 기미코도 유카도 집에서 나가! " 라고 말했어. (...) 나와 엄마를 집에서 쫓아내서 나는 외갓집에서 초등학교에 다녀야 했어."

( 72쪽 기타 모리오가 가족을 내쫓는 장면 )

" 초등학교 6학년 때 한번 파산했지? 진짜 파산. 하지만 그때는 다들 돈에 대한 감각이 없어졌는지 아빠가 홍콩으로 여행 가자고 해서 당시 가사도우미였던 나나짱까지 다 같이 돈을 빌려서 홍콩에 갔잖아."

( 84쪽 파산 후 다같이 여행을 떠나는 장면 )

과거를 회상하며 딸과 다정하고 유머스러운 대화를 나누는 기타 모리오 저자. 젊은 시절 갑작스럽게 찾아온 증상 때문에 괴짜같은 행동으로 가족들을 괴롭힌 부채감을 이 대화를 통해 조금은 내려놓는 듯 하다. 딸인 유카는 아버지의 서재에서 어머니 몰래 콜라를 마셨던 추억같은 것도 공유하며 아버지와의 대화를 한껏 즐긴다. 아버지 때문에 딸 유카가 괴로웠을까? 아니면 즐거웠을까? 대답은 직접 책을 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오래된 친구같은 아버지와 딸의 대화가 너무나 흥미롭고 즐거웠던 에세이 [ 아빠는 즐거운 조울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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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페이스
아미티지 트레일 지음, 김한슬기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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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스카페이스 " 에는 유명배우 알파치노가 나와서 주인공 " 토니 과리노 " 를 완벽하게 구현해냅니다. 원작 소설이 영화의 원동력이 되긴 했지만 영화와 내용이 똑같은 것 같지는 않아요. 스카페이스는 미국에서 금주법이 시행되던 당시 미국의 지하세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경찰과 법이 통용되지 않던 무법지대였던 만큼, 야심가들의 거칠고 어두운 야망이 그대로 드러나는 소설입니다.

일단 소설의 도입에서, 주인공 토니 과리노는 젊고 거친 갱스터인데, 아주 악명높은 갱단 지도자인 알 스핀골라의 여자 친구을 짝사랑하게 됩니다. 화려한 클럽에서 일하는 그녀. 빛나는 외모의 그녀를 멀리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가 데이트를 신청하지만 그녀는 이런 식으로 그에게 퇴짜를 놓죠.

" 커다란 차를 돈다발로 채울 능력이 되거든 그때 다시 찾아오렴. 말이라도 섞어줄지 누가 아니?"


토니는 비싼 차를 빌려서 백달러 지폐로 차를 꽁꽁 감싼 다음, 비비안을 만나기 위해 그 다음날 그녀가 일하는 클럽으로 찾아갑니다. 악명높은 갱스터 두목의 여자친구인 그녀를 만나기 위해 말이죠! 물론 이런 소식이 알 스핀골라에게 좋게 들릴리 없습니다. 토니는 알의 똘마니로부터 목숨의 위협과도 같은 협박을 받지만 눈 하나 깜빡 하지 않죠. 다음에 벌어지는 일련의 일들은 그가 어떻게 젊은 나이에 조직을 이끌게 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 토니 과리노는 일종의 " 복수심 " 과 같은 " 아메리칸 드림 " 을 품고 미국으로 온 쿠바 이민자 중 한 사람입니다. 미국 슬럼가의 혹독한 환경에서 자라난 그는, 처음에는 접시닦이나 청소부로 시작하지만 점점 밀주를 만들고 강력 범죄를 저지르는 갱단 조직에 속하게 되고, 점점 조직의 한 부분으로 성장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클럽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인해서 도망치듯 제 1차 세계 대전에 참전하게 됩니다. 전역 후 훈장처럼 얼굴에 흉터를 품고 돌아온 토니. 그러나 그는 이미 사망자로 알려져 있는 상태였죠. 특히나 이미 외모도 변해있는 상태라 그는 새로운 신분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는 이제 어린 나이에 조직을 이끌게 되면서 지하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게 두려운 존재가 되어가는데....


의리와 명예를 중시하는 범죄 세계를 다룬 [ 대부 ] 와 같은 장르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도 즐겨 읽을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전개가 빨라서 책장이 훨훨 잘 넘어갔어요. 대사 하나하나가 얼마나 생생한지, 마치 고전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답니다. 그 유명한 영화 " 스카페이스 " 의 원작 소설이니 당연히 재미는 보장하고 있지만 영화와 소설은 많이 다르다고 하네요. 하지만 금주법이 시행되던 당시 어둡고 잔인하며 냉정했던 갱스터 세계를 그야말로 적나라하게 잘 보여주고 있는 소설인 듯 합니다. 고전 느와르의 세계로 빠져들고 싶다면 오늘은 이 책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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