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블러디 선데이 - 치열하고 찬란했던 그 날
은상 지음 / 빚은책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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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모든 의사결정을 스스로 한다고 믿고 살고 있지만,

사실 자기가 아니라 디엔에이가 내린 결정에 따라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단 말이야

피 튀기는 살육전이 벌어진 일요일이라...... 보통 여유롭게 보내는 일요일에 무슨 일일까? 표지 속 여학생의 붉은 눈동자와 앙다문 입술이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너무도 생생하고 박진감 넘치는 좀비물이 탄생했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하여 가볍게만 생각했던 나의 예상을 뛰어넘는 문제작이랄까? 영화 [ 부산행 ] 이나 한류 드라마 [ 킹덤 ] 못지 않은 살육전과 혈투가 벌어진다. 한가지 다른 점은, 괴물로 취급되어야 할 좀비들이 사실은 여름 캠프에 참여하러 온 죄없는 아이들이라는 것.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불러온 어마어마한 재앙이 펼쳐지는 소설 속으로 들어가보자.

떄는 바야흐로 1988년의 서울올림픽 열기가 채 식지 않은 1989년 7월의 어느 날이다. 전국 각지에서 1000명의 학생들이 안면도에 있는 한 폐교로 집결되는데,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정치관을 확립시킨다는 명목 아래 한 정치인에 의해 만들어진 여름캠프에 참여한 것. 명목은 그럴싸했지만, 사실 이 캠프를 주최한 그 정치인 ( 국회의장 노영걸 ) 은 다음 대선을 노리고 현 청소년들을 상대로 미리 선거운동을 하려는 불온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 캠프를 통해 자신의 아들인 노충걸을 정치판에 뛰어들게 할 작정이다.

학생 신분에 오토바이를 훔치다 걸려서 여름 캠프에 끌려오게 된 주인공 석영. 낯선 환경 때문에 평소에 좋아하지 않았던 학교 친구 상훈과 어울리게 된다. 그런데 상훈이가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한다. 자신이 들고 온 캡슐약만 있으면 그 누구라도 자신의 말에 복종하게 할 수 있다나?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속으로 비웃었지만 실제로 상훈의 말에 고분고분하게 따르는 그의 조원들을 보고 깜짝 놀라는 석영. 그런데 아이들이 하나같이 좀 이상하다. 눈동자가 붉게 변해있고 발을 질질 끌듯 걷는 아이들... 외국 드라마와 영화에서 본 듯한 이 장면은 도무지 믿을 수 없는 광경인데...

해외에서 한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좀비물이 한국에서도 서서히 인기를 얻어가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인기 몰이를 하고 있는 조선 좀비물 [ 킹덤 ] 이나 기차에서 좀비와 용감하게 맞서 싸우는 사람들을 그려낸 [ 부산행 ], 그리고 웹툰에 이어 시리즈물로 각색된 [ 스위트홈 ] 까지... 코로나가 닥친 집콕의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더욱 더 괴물이 나오는 작품에 집착하고 있는 듯 하다. 평온했던 우리의 일상에 침범하여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든 지독한 바이러스 코로나... 괴물같은 코로나를 없애고 싶다는 욕망이 불러온 현상은 아닐지..

누군가에 의해 발생한 실수는 우연에 우연이 겹쳐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발전하게 되고 이제 아이들을 비롯하여 폐교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사느냐 죽느냐에 기로에 서게 된다. 그런데 만약 좀비가 어딘가에서 갑자기 튀어난 괴물같은 존재라면 나 살고 너 죽자 할 수 있는데, 만약 그들이 한때 우리의 친구였다면?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 혹은 가족이었다면? 좀 더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촛점없는 눈으로 달려드는 그들을 때리거나 죽이기 보다는 ( 치료제가 있다는 가정 하에 ) 기를 쓰고 그들을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이 책 [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 ] 는 무책임하고 무력한 어른들 사이에서 서로를 살려보려는 갸륵한 아이들의 노력이 빛나는 소설이다. 정말 몰입도 최고라서 책장이 빠르게 넘어가는 좀비 학원물 [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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