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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 두 친구 - 한국전쟁 71주년 기획소설 ㅣ 생각학교 클클문고
정명섭 지음 / 생각학교 / 2021년 7월
평점 :
“ 사회주의든 뭐든 결국 사람을 잘 살게 만들려는 거잖아.
근데 그것 때문에 서로 멱살잡이에 주먹질을 해.
그걸로도 부족하면 이제 총질을 하고 칼을 휘두르겠지. 안 그래? ”
한국 전쟁이 일어나기 몇 년 전, 격동의 대전환점을 코앞에 둔 우리나라의 모습은 어땠을까? 물론 사회나 역사 과목을 통해 당시 사회상을 배웠긴 하지만 주인공 희준과 주섭이 겪은 실생활에 반영된 당시의 혼란스럽고도 불안한 한국 사회가 무척이나 생생하게 다가왔던 책 [ 1948, 두 친구 ]. 사회가 겪는 거대한 변화와 역사의 흐름이 어떤 식으로 개인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지도 눈에 확 들어왔다.
이 책의 저자 정명섭 작가는 [ 좀비 설록 ], [ 저수지의 아이들 ] 그리고 [ 무덤 속의 죽음 ] 등으로 유명한 장르 소설가이신데, 추리나 호러 쪽으로 강세를 보이는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한국의 역사에 대한 지식도 많은 작가인 줄은 몰랐다. [ 유품정리사 ] 나 [ 상해 임시정부 ] 같은 작품도 프로필에 보이는데, 역사와 장르에 동시에 관심을 가지고 계셔서인지 역사와 추리, 역사와 호러가 결합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듯하다.
책의 줄거리로 들어가자면, 주인공 희준은 아직 프로에 좀 못 미치는 실력을 가진 스키 선수이다. 고향은 청진이고 그때 스키를 배운 후 속도감에 매료되었는데, 광복이 되고 38선이 생기면서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나 남한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스키 대회에서 우연히 주섭이라는 친구를 만나게 된 희준. 주섭이가 일본에서 살다가 해방 이후에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걸 알고 난 뒤, 둘 다 이방인이라는 공통점 때문인지 급속도로 친해진다.
함께 스키 대회도 참여하고 스키 동호회도 참여하는 등, 스키를 주제로 급속도로 친해진 희준과 주섭.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그들은 조금씩 의견 대립을 보이기 시작한다. 이승만이 이끄는 남한 정부가 단독 선거를 강행하려는 것을 반대하는 시위대가 출몰하고, 시위를 보다가 논쟁하게 되는 둘. 북한에서 살다가 내려온 희준은 공산당이라는 단어에 치를 떨고, 반면 주섭은 남한 정부가 단독으로 선거를 강행하는 배후에는 미국이 있고 결국 서구 열강에 의해서 나라가 반 토막이 되는 사실에 분노한다.
이념의 대립만 없다면 정말 둘도 없는 친구인데, 역사의 급격한 흐름은 점점 더 넓어져서 둘 사이에 놓인 시냇가는 점점 넓어져서 종래는 건너기 힘들 만큼 넓은 강이 되어버린다. 미국과 소련이라는 서구 열강에 의해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한국 사회. 그런 불안한 사회는 주섭과 희준이 사랑하는 누군가를 앗아가고 결국 그들은 완벽하게 남과 북의 편에 서게 된다. 하나는 북으로 나머지 하나는 육군 사관 학교에 입학하게 되면서 결국 이야기는 6.25 전쟁 참여라는 수순을 밟는 듯 하는데.....
스키라는 운동을 통해 만난 인연이었고 순수하게 서로를 지지하는 우정이었다. 그러나 혼란한 사회는 순수한 우정이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정도로 희준과 주섭을 극한으로 밀어붙인다. 사진이나 기록물로 남아있는 밋밋한 역사는 희준과 주섭의 우정과 갈등이라는 이야기를 통해서 생생하게 살아난다. 혼란의 소용돌이에서 사람들의 인생이 이렇게 파괴되고 결국 남과 북이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었겠구나 하고 생각하니 정말 마음이 아프다.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고, 연령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재미있게 다가올 역사 책이 아닐까? 하여 추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