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 인간에 대한 비공식 보고서
매트 헤이그 지음, 강동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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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구에 왔다

인류의 진보를 저지하기 위해

인생의 의미를 알기 위해

그리고 단 한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

가끔 가족이나 친구가 별나게 행동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그 사람은 외계인인지도 모른다!라고 외치는 듯한 소설 [휴먼. 소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를 쓴 작가 매트 헤이그의 작품인데, 처음부터 굉장히 유머러스한 상황이 펼쳐진다. 이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지구의 생활을 전혀, 하나도 모르는 외계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만드는데 어이없는 상황이 연속으로 펼쳐지기에, 읽다가 폭소하게 되는 상황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똑똑한 지구인들을 말살하러 온 무시무시한 외계인의 미션 속으로 들어가 보자.

수학자인 앤드루 마틴 교수가 인류의 최대 수학 난제였던 리만 가설을 풀어내자, 이 지식이 아직 미성숙한 인류에게는 굉장히 위험하다고 판단한 외계 문명이 그를 제거하기 위해 외계인을 내려보낸다. 그의 임무는 그 수학 가설과 관련이 있는 모든 사람을 제거하는 것. 지구에 도착한 외계인은 인간의 사회생활이나 문화에 대한 기본 지식이 하나도 없기에 발가벗은 채로 거리를 활보한다거나 사람들이 인사로 침을 뱉는다고 생각하고 자신도 침 뱉기로 응수한다.

그런 식으로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충격적인 (?) 행보를 하던 끝에 정신병원에 수용되었다가 결국 가족을 만나게 되는 앤드루 마틴의 가면을 쓴 외계인. 그러나 외계인도 중2 병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싫어하는 듯한 앤드루의 아들 걸리버 앞에서는 쩔쩔 매는 외계인 ...... 그러나 어쨌든 너무 똑똑한 인류를 제거해야 하는 그의 임무는 계속되고, 그는 앤드루의 학문적 경쟁자이자 친구인 다니엘을 심장 발작을 일으켜 죽게 만드는데....

이 외계인이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은 굉장히 냉소적이다. 그에게 미션을 내리는 우주의 목소리도 그렇고 그도 인간을 “폭력과 탐욕으로 정의되는 오만한 종족”이라고 여긴다. 뉴스란 오직 전쟁과 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쇼이고 인간은 자신과 관계되는 일만 듣기를 좋아하는 이기적인 존재라고 생각하는 외계인 ( 남한과 북한 이야기 나옴 ㅋㅋㅋ ) 진실이라고 생각되지만 다소 뼈아프게 다가온 대목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인간의 모순과 허점에도 불구하고 그는 곧 사랑과 유대감, 삶의 기쁨 등과 같은 가치를 발견한다. 말하자면 인간은 어쩔 수 없이 불완전함으로 똘똘 뭉친 존재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너무나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사실을 발견하는 외계인.

이 소설 <휴먼>은 마치 시트콤을 보는 것처럼 가볍고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면서 인간은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든다. 갓 태어난 아기와 같은 외계인이 인간의 관습을 배워나가는 것을 보면서 낯선 시선으로 우리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고 해야 할까? 외계 종족의 눈을 통해 바라본 인간... 다소 별나지만 아름답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상당히 재미있지만 동시에 따뜻하고 깊이 있는 소설 <휴먼>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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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없는 작가
다와다 요코 지음, 최윤영 옮김 / 엘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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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없는 작가는 일본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살아온 이중 언어 작가인 다와다 요코의 작품이다. 여러 편의 단편 에세이가 실린 에세이집인데 추가로 9편이 더해진 개역 증보판이라고 한다. 그녀의 작품은 조금 낯설기도 하고 몽환적인 느낌이 있었다. 첫 번째로 읽은 “유럽이 시작하는 곳”은 열차를 타고 모스크바로 가는 도중에 적은 그녀의 여행기이다.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하기도 하고 어릴 적 어머니가 들려준 이야기를 풀어내기도 하는데, 상당히 독특했다.

기차에서 겪은 에피소드들도 실려있는데, 예를 들어서 러시아를 대표하는 인형 이야기 “마트료시카” 이야기가 소개된다. 다른 독자들도 알겠지만 마트료시카는 인형 속에 인형이 계속 발견되는 구조이다. 그런데 다와다 요코 작가에 따르면 마트료시카가 사실은 19세기 말 일본의 옛 인형들을 본떠서 처음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코케시”라는 나무 인형과 사실 이 나무 인형은 예전 일본의 시골에서 가난 때문에 고통받던 일본 여인들이 아이들을 낳자마자 죽였던 전통으로 이어진다. 이제는 인형을 보면 예사롭게 다가오지 않을 듯.

이런 식으로 “유럽이 시작하는 곳”에서는 신화, 꿈, 전통 그리고 전래 동화 등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반복된다. 여행기라기보다는 그녀의 머릿속 세계를 유영한 느낌. “부적”이라는 큰 제목 안에서 마주친 여러 이야기들도 그녀의 개성을 드러낸다. “엄마말에서 말엄마로” 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물건에 남성, 여성을 구분하는 독일어에 익숙해지려는 노력이 보인다. 특히 만년필을 보고 남성으로 대하려고 노력하는 장면과 스테이플러 심 제거기를 뱀 머리로 인식하는 장면 등은 작가들이 가져야 하는 상상력의 극치가 아닌가 싶기도 했다.

“영혼 없는 작가”라는 글에는 독일어 단어 중 “방”에 대한 작가의 이미지 연상이 이어진다. 전화 방을 떠올리면서 이어지는 일본의 동화 <대나무 공주> 이야기, 그러고 나서 사제 방이나 교도소 방처럼 글을 쓰기 딱 좋은 구조를 가진 방에 대한 작가의 생각으로 이어진다. 방안에 틀어박혀서 글만 쓰는 사람도 몸에 있는 세포 방에서 들려오는 삶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작가의 말. 이 글에서 “영혼은 비행기처럼 빨리 날 수 없다”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계속 마음에 남는 구절이다. 요즘처럼 비행기로 자주 여행하는 시대도 없는데... 너무 많은 영혼들을 흘리고 다니기에 요즘 사람들이 약간 미쳐있는 듯 하나? 싶기도 했다.

이 책은 소설 같기도 하고 에세이 같기도 하다. 일상을 다루지만 신화, 꿈, 전통, 전래 동화 등등 환상적이고 신화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이야기가 계속 등장한다. 그리고 여러 국가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저자는 각 언어가 가진 특징을 관찰하고 거기서 얻은 사유를 풀어낸다. 상당히 신비롭고 몽환적인 느낌을 풍기는 글이다. 예전에 이런 글을 “의식의 흐름”에 따라서 쓴 글이라고 배운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언어라는 게 그냥 소통을 위한 도구쯤으로 여기는 일반인에게 이 책은 “언어가 열어주는 새로운 사유의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고 그녀의 글 자체는 “세계를 다시 보는 눈”을 길러준다. 나의 삶과 언어가 낯선 손님으로 보이게 만드는 독특한 글 <영혼 없는 작가>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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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을 수호하는 악마의 변호사 - 국선전담변호사, 조용한 감시자
손영현.박유영.이경민 지음 / 인북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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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에 대한 갈망이 법을 부를 때

때로는 울컥하고, 때로는 가슴이 철렁이는

‘진짜’ 국선전담 변호사들의 답신

가끔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서 국선변호사의 존재를 보긴 했으나 이 책 <헌법을 수호하는 악마의 변호>를 통해서야 비로소 그들의 진면목을 알게 되었다. 국선 변호사는 일반 변호사를 감당하기 힘든 의뢰인을 위해서 나라에서 지정해 준 변호사들이다. 이들은 법원에서 지정한 사건만을 맡을 수 있고 그다지 높지 않은 건당 보수를 받는다고 한다. 한마디로 사명감 없이는 할 수 없는 직업이다. 이 책에는 총 3인의 국선 변호사들의 글이 실려있는데 3인 3색 각자의 개성이 빛난다.

1장은 <어김없이 아침이 온다>라는 제목의 "손영현 변호사"의 글이다. 이 분의 글을 읽으면서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 우선은 법적으로 보호를 받지 못하고 법의 사각지대에서 괴로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 국선 변호사라서 그런지 유독 그런 케이스가 더 많은 듯했다. 보육원 출신으로 어릴 때부터 거리에서 거친 생활을 하다가 폭력 사건에 휘말린 청년과 발달 장애로 인해 가족에게 버림받고 거리를 떠돌다가 절도 사건을 저지른 사람의 경우는 법적 처벌보다는 사회의 따뜻한 관심이 더 필요한 경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53쪽 "어느 발달장애인의 3일 천하"라는 이야기에서는 절도죄로 수감 중이었던 한 노숙인의 지적 장애를 손영현 변호사가 간파해낸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의 발 빠른 대처 덕분에 그의 형량은 낮아지게 되었고 결국은 발달장애인 지원센터의 지원도 받게 되었다. 조금만 대화를 해봐도 알 수 있을 일인데, 수사기관의 무지가 안타까운 사연이었다. 다소 무게감이 있고 심각한 분위기가 있는 손영현 변호사의 글에 비해 2장 <한낮에 타들어가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박유영 변호사의 글은 재치 있고 시대의 트렌드에 맞는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의 밤을 지배하는 알코올, 그 알코올로 인해서 벌어지는 어처구니없는 사건들과 SNS 상에서 벌어지는 로맨스 스캠 사건들은 그야말로 심각하기보다는 조금 웃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요즘 알코올 중독에 걸리는 연령대가 점점 젊어지고 있다는 사실과 일단 한번 박제가 되면 명예에 심각한 훼손이 오는 디지털 조리돌림과 같은 경우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분류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3장 <담장의 이슬이 마를 때>에 나온 사건들은 조금 마음을 울컥하게 만드는 것들이 많았다.

악질적인 사기꾼들에게 걸려서 털리는 사람들 중에는 특히 어수룩하기 짝이 없는 사회의 약자들이 많은데, "한쪽 눈이 없어도 살 수는 있으니까"에 나오는 수연 씨나 "님아, 그 돈을 보내지 마오"라는 에피소드에 나오는 영미, 영식 씨 등이 바로 그런 케이스들이다. 돈과 일이 절실한 사람들에게 사기를 치는 악질적인 사기 집단들이 영영 이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넓고 현실은 잔인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별것 아닌 일로도 소송에 걸릴 수 있고 ( 남의 운동화 신고 갔다가 소송 당함 ) 알고 보면 더 악질적인 ( 전세 사기, 차량 리스 불법 대출 사건 등 ) 사건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통 우리는 범죄자의 편에 선다는 이유로 변호사들을 많이 욕하곤 하지만 국선 변호사의 입장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단 피의자의 편에 서긴 하지만 국선 변호사들의 경우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 그리고 법의 한계 앞에서 인간이 고통을 받을 때 인간의 편에 선다는 점... 여러모로 정의로운 법조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던 책 <헌법을 수호하는 악마의 변호사> 국선 변호사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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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자개장 - 전대미문의 자개장 타임머신
박주원 지음 / 그롱시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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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스티븐 킹과 무라카미 하루키를 꿈꾸며 10년째 별 소득 없이 캥거루족으로 살아온 무명작가 박자연. 그러던 어느 날 연락을 끊고 살던 아버지가 췌장암 말기에 언제 깨어날지 모를 혼수상태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버지에게서 사과를 받아내고야 말겠다는 일생의 목표가 무너진 상황... 자연은 “아프더라도 사과하고 아프세요”라고 아버지에게 악다구니를 치지만 끝내 반응이 없는 아버지.

집으로 돌아온 자연은 마치 자신처럼 천덕꾸러기 신세로 느껴지는 집안의 유물, 자개장과 마주하게 되고 그냥 충동적으로 자개장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어두컴컴한 곳에서 아늑함을 느낀 자연은 밀려오는 졸음에 한숨 자게 되고, 깨어난 순간 눈을 의심하게 된다. 알고 보니 자개장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신비한 문이었고, 4월 1일에 들어갔던 그녀는 3월 31일에 자개장 바깥으로 나오게 되는데....

영화 <타임머신>을 정말 재미있게 봤었는데, 그 영화에서는 남자 주인공이 강도에게 살인을 당하는 약혼녀를 살리려고 시간 여행에 뛰어든 거라면 이 책 <판타스틱 자개장>에서는 오직 아버지에게서 사과를 받아내겠다는 일념만으로 중병에 걸린 아버지를 살리려는 주인공의 시간 여행이 이어진다. 그런데 오히려 아버지의 죽음을 더 빨리 앞당기는 등 그 무엇도 그녀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너무나 답답한 상황...

자연의 시간 여행을 어떻게 표현하면 될까? 집요한 의지 덕분에 그녀는 여러 시간대를 오고 가며 정말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된다. 건달들에게 붙들려 장기가 털릴 위험에 처하기도 하고, 심마니가 되어서 몇 백 년 된 산삼을 캐다가 곰을 만나기도 한다. 일본에 있는 한 장수마을에 가서 자연 친화적인삶에 도전하기도 하는데.... 엉망진창, 얼렁뚱땅, 혹은 좌충우돌.. 박자연의 시간 여행은 그야말로 “대환장파티” 에 독자들의 배꼽을 잡는다. 과연 그녀는 바람대로 아버지를 살릴 수 있을까?

스토리가 워낙 기발하고 재미있기에 킥킥거리면서 읽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 한구석이 계속 찡했다. 아버지의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서 시작했긴 했지만 계속된 실패로 과학 기술 분야로까지 손을 뻗는 자연을 보게 되면서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 특유의 “정”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지지고 볶고 미워하면서도 서로 돌보고 아껴주는 한국인들의 가족 사랑! 그 누구에게 물어봐도 가족을 살린다면 무조건 시간 여행을 하겠다고 나설 것이다.

표현에 서투르고 고지식했단 아버지... 한순간의 갈등으로 그런 아버지를 원망하며 거리를 두고 지냈던 주인공 자연. 그러나 신비스러운 자개장을 통해서 아버지의 과거를 들여다보게 되면서 진정으로 그를 이해하게 되는 딸 박자연. 그녀는 시간 여행을 통해서 그동안 멀어져있던 시간만큼 아버지와 더 가까워지게 된다. 이 책은 우리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놓쳐버린 시간들은 아쉽지만 지금부터 잘하면 됩니다”라고. 오늘 부모님께 전화 한 통 더 드리고, 주름진 손을 한 번 더 잡고 싶어지게 만드는 가슴 따뜻해지는 소설 <판타스틱 자개장>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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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수요일 토요일
페트라 펠리니 지음, 전은경 옮김 / 북파머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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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라 펠리니 작가의 소설 <월요일 수요일 토요일>은 치매라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때로는 섬세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접근한다.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치매 환자를 다루는 소설이 어둡고 비극적인 분위기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지만 이 책은 오히려 따뜻한 느낌으로 희망의 빛을 보여준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40년간 수영장 안전요원이었던 후베르트가 있다. 그는 이제 점점 기억을 잃어가고 있고 세상을 뜬 아내 로잘 리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생각해 보면 암울한 상황이 아닌가 싶지만, 후베르트 곁에는 그를 생각하는 두 사람이 있다. 폴란드에서 온 간병인 에바는 지극한 정성과 존중으로 그를 돌보고 15살의 이웃 소녀 린다는 끊임없이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후베르트를 세심하게 살핀다.

린다는 수영장에서 녹음한 소리를 들려주거나 사진첩을 함께 보는 식으로 후베르트가 세상과의 끈을 놓지 않도록 노력한다. 치매 환자와 소통하는 방법은 단순히 과거를 되짚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즐거움을 만드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있는 소녀.

폭력적이었던 아버지는 집을 나갔고 엄마는 장례사 위르겐과의 연애에 몰두해서 딸을 돌볼 여유가 없다. 마치 버림받은 듯한 외로움을 느끼는 린다는 하루에도 몇 번씩 자살 충동을 느낀다. 그런 린다에게 후베르트는 단순히 이웃에 사는 치매 노인이 아니라 삶을 붙들어주는 끈이다. 후베르트를 돌보는 과정에서 그녀는 스스로를 치유한다. 아직 어리지만 매우 성숙한 자만이 보여주는 깊은 공감과 배려가 독자들로 하여금 감동을 느끼게 해준다.

작가가 실제로 오랫동안 치매 환자를 돌본 경험이 있기 때문인지, 그녀는 간병인이 느낄 수 있는 고단함이나 환자의 소소한 변화를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동시에 그녀의 문체는 굉장히 균형감이 있다. 감정적으로 흐를 수 있는 주제를 다루지만 과하지 않고, 곳곳에 유머가 있어서 무거움을 덜어낸다.

치매라는 것은 정말 무서운 질병이 아닐까? 기억을 잃는다는 것은 어쩌면 삶을 몽땅 빼앗기는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 <월요일 수요일 토요일>은 파괴와 상실을 남길 수 있는 이 치매라는 질병을 둘러싸고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고 오히려 누군가 잃어버린 삶의 의지가 회복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부모의 사랑이 고픈 한 불안한 린다와 조국을 떠난 채 고된 일에 시달리는 한 간병인 에바.. 그리고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후베르트 그러나 이들은 서로 아껴주고 연대하면서 도움이 필요한 친구를 돌봐준다. 책을 읽는 동안 삶이란 것은 결국 서로를 돌보며 쓰러지지 않게 지탱해 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삶의 아픔과 고통 그리고 상처를 다루고 있지만 결국 희망과 연대를 이야기하는 소설 <월요일 수요일 토요일>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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