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수요일 토요일
페트라 펠리니 지음, 전은경 옮김 / 북파머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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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라 펠리니 작가의 소설 <월요일 수요일 토요일>은 치매라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때로는 섬세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접근한다.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치매 환자를 다루는 소설이 어둡고 비극적인 분위기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지만 이 책은 오히려 따뜻한 느낌으로 희망의 빛을 보여준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40년간 수영장 안전요원이었던 후베르트가 있다. 그는 이제 점점 기억을 잃어가고 있고 세상을 뜬 아내 로잘 리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생각해 보면 암울한 상황이 아닌가 싶지만, 후베르트 곁에는 그를 생각하는 두 사람이 있다. 폴란드에서 온 간병인 에바는 지극한 정성과 존중으로 그를 돌보고 15살의 이웃 소녀 린다는 끊임없이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후베르트를 세심하게 살핀다.

린다는 수영장에서 녹음한 소리를 들려주거나 사진첩을 함께 보는 식으로 후베르트가 세상과의 끈을 놓지 않도록 노력한다. 치매 환자와 소통하는 방법은 단순히 과거를 되짚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즐거움을 만드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있는 소녀.

폭력적이었던 아버지는 집을 나갔고 엄마는 장례사 위르겐과의 연애에 몰두해서 딸을 돌볼 여유가 없다. 마치 버림받은 듯한 외로움을 느끼는 린다는 하루에도 몇 번씩 자살 충동을 느낀다. 그런 린다에게 후베르트는 단순히 이웃에 사는 치매 노인이 아니라 삶을 붙들어주는 끈이다. 후베르트를 돌보는 과정에서 그녀는 스스로를 치유한다. 아직 어리지만 매우 성숙한 자만이 보여주는 깊은 공감과 배려가 독자들로 하여금 감동을 느끼게 해준다.

작가가 실제로 오랫동안 치매 환자를 돌본 경험이 있기 때문인지, 그녀는 간병인이 느낄 수 있는 고단함이나 환자의 소소한 변화를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동시에 그녀의 문체는 굉장히 균형감이 있다. 감정적으로 흐를 수 있는 주제를 다루지만 과하지 않고, 곳곳에 유머가 있어서 무거움을 덜어낸다.

치매라는 것은 정말 무서운 질병이 아닐까? 기억을 잃는다는 것은 어쩌면 삶을 몽땅 빼앗기는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 <월요일 수요일 토요일>은 파괴와 상실을 남길 수 있는 이 치매라는 질병을 둘러싸고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고 오히려 누군가 잃어버린 삶의 의지가 회복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부모의 사랑이 고픈 한 불안한 린다와 조국을 떠난 채 고된 일에 시달리는 한 간병인 에바.. 그리고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후베르트 그러나 이들은 서로 아껴주고 연대하면서 도움이 필요한 친구를 돌봐준다. 책을 읽는 동안 삶이란 것은 결국 서로를 돌보며 쓰러지지 않게 지탱해 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삶의 아픔과 고통 그리고 상처를 다루고 있지만 결국 희망과 연대를 이야기하는 소설 <월요일 수요일 토요일>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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