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스틱 자개장
박주원 지음 / 그롱시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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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스티븐 킹과 무라카미 하루키를 꿈꾸며 10년째 별 소득 없이 캥거루족으로 살아온 무명작가 박자연. 그러던 어느 날 연락을 끊고 살던 아버지가 췌장암 말기에 언제 깨어날지 모를 혼수상태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버지에게서 사과를 받아내고야 말겠다는 일생의 목표가 무너진 상황... 자연은 “아프더라도 사과하고 아프세요”라고 아버지에게 악다구니를 치지만 끝내 반응이 없는 아버지.

집으로 돌아온 자연은 마치 자신처럼 천덕꾸러기 신세로 느껴지는 집안의 유물, 자개장과 마주하게 되고 그냥 충동적으로 자개장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어두컴컴한 곳에서 아늑함을 느낀 자연은 밀려오는 졸음에 한숨 자게 되고, 깨어난 순간 눈을 의심하게 된다. 알고 보니 자개장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신비한 문이었고, 4월 1일에 들어갔던 그녀는 3월 31일에 자개장 바깥으로 나오게 되는데....

영화 <타임머신>을 정말 재미있게 봤었는데, 그 영화에서는 남자 주인공이 강도에게 살인을 당하는 약혼녀를 살리려고 시간 여행에 뛰어든 거라면 이 책 <판타스틱 자개장>에서는 오직 아버지에게서 사과를 받아내겠다는 일념만으로 중병에 걸린 아버지를 살리려는 주인공의 시간 여행이 이어진다. 그런데 오히려 아버지의 죽음을 더 빨리 앞당기는 등 그 무엇도 그녀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너무나 답답한 상황...

자연의 시간 여행을 어떻게 표현하면 될까? 집요한 의지 덕분에 그녀는 여러 시간대를 오고 가며 정말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된다. 건달들에게 붙들려 장기가 털릴 위험에 처하기도 하고, 심마니가 되어서 몇 백 년 된 산삼을 캐다가 곰을 만나기도 한다. 일본에 있는 한 장수마을에 가서 자연 친화적인삶에 도전하기도 하는데.... 엉망진창, 얼렁뚱땅, 혹은 좌충우돌.. 박자연의 시간 여행은 그야말로 “대환장파티” 에 독자들의 배꼽을 잡는다. 과연 그녀는 바람대로 아버지를 살릴 수 있을까?

스토리가 워낙 기발하고 재미있기에 킥킥거리면서 읽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 한구석이 계속 찡했다. 아버지의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서 시작했긴 했지만 계속된 실패로 과학 기술 분야로까지 손을 뻗는 자연을 보게 되면서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 특유의 “정”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지지고 볶고 미워하면서도 서로 돌보고 아껴주는 한국인들의 가족 사랑! 그 누구에게 물어봐도 가족을 살린다면 무조건 시간 여행을 하겠다고 나설 것이다.

표현에 서투르고 고지식했단 아버지... 한순간의 갈등으로 그런 아버지를 원망하며 거리를 두고 지냈던 주인공 자연. 그러나 신비스러운 자개장을 통해서 아버지의 과거를 들여다보게 되면서 진정으로 그를 이해하게 되는 딸 박자연. 그녀는 시간 여행을 통해서 그동안 멀어져있던 시간만큼 아버지와 더 가까워지게 된다. 이 책은 우리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놓쳐버린 시간들은 아쉽지만 지금부터 잘하면 됩니다”라고. 오늘 부모님께 전화 한 통 더 드리고, 주름진 손을 한 번 더 잡고 싶어지게 만드는 가슴 따뜻해지는 소설 <판타스틱 자개장>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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