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우울 강박 스스로 벗어나기 - 한의사가 전하는 몸과 마음을 돌보는 법
지윤채 지음, 석인수 감수 / 호박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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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나이가 들어서 여유가 많이 생겼지만 내가 대학생일 때만 해도 나는 일종의 불안장애에 시달렸던 것 같다. 그 증상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알지 못한채 밀려오는 강박? 혹은 불안? 으로 하루 종일 전전긍긍했던 기억이 난다. 특히 어떤 점에서 그랬냐 하면, 사람들을 만나는게 너무나 공포스러웠었다. 이걸 전문적인 용어로 이야기하면 아마도 대인 공포증이라고 하겠지? 겉으로는 명랑하고 발랄한 척 했지만 과방을 들어가거나 강의실로 들어갈때 사람들의 눈초리가 너무 무서웠던 기억이 난다.

친절했던 학우들과 선배들 덕분에 과 생활을 열심히 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일에 익숙해지면서 대인 공포증이 많이 줄긴했지만 그걸 극복하는 와중에 일종의 식이장애? 도 있었고 ( 참 비정상이었구만 ) 강의를 일부러 빼먹은 적도 있어서 학점도 저학년때는 완전 엉망이었다. 그때 이런 책을 알고 도움을 받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이 책은 여러 가지 정신 건강을 해치는 증상 - 불안 장애, 우울증, 강박증 - 에 대한 소개부터 그러한 질병들을 해결할 수 있는 노력 - 스트레칭, 마사지, 운동, 식단 등등 - 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스트레칭이나 마사지와 같은 것들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했는데, 역시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는 말이 틀린게 아닌가 보다. 다른 책에 비해서 또 좋았던 점은, 체질별로 걸리기 쉬운 질환을 구분해놓은 점이다. 나의 경우, 태음인에 가까운데, 호흡기와 장이 약한 체질이라 ( 장기능이 약하면 불안, 우울, 강박의 원인 ) 불안, 우울, 강박에 잘 걸릴 수 있다니,, ( 정확하다! ) 자신의 체질을 살펴서 어떤 정신 질환에 취약한지 알아볼 수 있을 듯 하다.

또 하나 좋았던 점은, 스트레칭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 그림으로 자세하게 표현이 되어 있는 점이다. 각 부위마다 필요한 스트레칭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하고 한눈에 들어오는 그림으로 묘사하고 있다. 집에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운동이라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매일 하는 습관을 들이면 찾아올랑말랑했던 질환도 금방 달아나버릴 것 같다.

식단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다. 이 책은 정말 알찬 것 같다. 우울증이나 홧병에 좋은 음식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딱 짚어주고 그걸로 만들 수 있는 요리 방법도 알려준다. 책 하나에 정말 다양한 이야기가 실려있는 듯 하다. 나의 경우 상추를 정말 좋아하는데, 상추가 우울할 때 먹으면 기분이 좋아하는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니... 진짜 몰랐던 정보가 이렇게 가득하다. 내일 점심으로 상추쌈을 해 먹어야 될 듯 하다.

낮에 운동을 하고 많이 걸어다님에도 불구하고 잠에 늦게 자는 것이 버릇이 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 한동안 잠이 안와서 고생했었다. 드르렁 코를 골아대는 남편 옆에서 1~2시간 누워 있어야 하는 것도 고역인데다가 요즘은 더위까지 나를 괴롭혀서 새벽 4~5시나 되어야 잠이 들곤 했다. 이러저러한 약물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혹시나 내성이 생길까 고민이었는데 수면을 유도하는 방법도 친절하게 이 책에 나와 있다. 책을 읽고 나니 어떻게 하면 지긋지긋한 불면증을 떠나보낼 수 있을지 방법이 딱 보이는 듯 하다.

심리학책을 읽어보면 사례 중심이거나 좀 쓸데없는 잡지식이 동원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스스로 정신 질환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는 면에서 너무 좋았다. 요즘말로 말하면 가성비가 상당히 높은 서적이라고 할 수 있는 듯 하다. 물론 질환이 심해지게 되면 병원이나 상담 센터를 가서 도움을 받아야 겠지만 혼자서도 이렇게 할 수 있는게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여러 가지 장애로 인해서 불편을 겪는 분들이 읽어본다면

정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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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
B. A. 패리스 지음, 김은경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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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곰곰이 생각하다가

나는 또 다른 거짓말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이 혐오스럽다.

남편이 일어나면 나는 아무것도 모른 척하며

남편이 마니와 로브에 대해 말하도록 내버려둘 생각이다.

(...) 피눈물을 삼키며 사실을 털어놓으려는 남편에게

이미 다 안다고 말하여 상황을 더 악화시킬 필요가 있을까? "

누군가 내게 이 책의 제목을 다르게 지어보라고 한다면 아마도, “ 소통 불능의 시대 ” 혹은 “ 결혼이란 무엇인가 ” 등등으로 바꿀 것 같다. 저자 B.A. 패리스가 저자라고 해서, 처음에는 소름돋는 스릴러를 생각했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이 책은 띠지에 소개된 것처럼 가족 심리 드라마가 맞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 숨기는 비밀이 결국은 서로를 절망과 아픔으로 몰고 가는 소설 [ 딜레마 ]. 사랑이라는 로맨스에서 결혼이라는 현실 공간으로 옮겨졌을 때 부부가 택할 수 있는 최악의 선택을 그린 소설 속으로 들어가보자.

리비아와 아담은 매우 어린 나이에 사랑에 빠지고 꿈에 그리던 결혼식을 하기에 앞서 아이를 가지게 된다. 리비아는 가족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게 되고 가족이 생기게 된 아담은 새로운 삶에 적응하느라 지치게 된다. 그래서일까? 그는 마치 반항아처럼, 오토바이를 몰고 책임을 회피하며 아이 양육의 책임을 모두 리비아에게 맡겨둔다. 사실 젊은 시절 아담은 너무나 많은 아픔을 리비아에게 줬지만, 나이가 든 현재, 모든 책임을 다하겠다고 결심한다.

이 이야기는 리비아의 40세 생일 파티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녀는 이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있다. 그러나 리비아는 현재 남편에게 털어놓지 못한 비밀 때문에, 그토록 바라던 파티의 즐거움을 다 누리지 못하고 있다. 그들의 사랑스러운 딸, 마니가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일을 저지르고 있는데, 홍콩에서 혼자 공부하고 있는 그녀에게 이 문제를 거론하고 싶지 않은 리비아. 이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그들 가족을 둘러싼 모든 상황과 관계 등등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리비아의 비밀 때문에 놀라는 것도 잠시, 남편인 애덤 또한 아내에게 털어놓지 못한 비밀이 있다는 사실! 그동안 아내에게 잘못한 일을 모두 보상해주고 싶은 그는 리비아가 성대하고 행복한 생일 파티를 맞이하게 해주고 싶다. 만약 이 이야기를 털어놓는다면? 파티는 한순간에 엉망이 되고 리비아는 절망에 빠지고 말 것이다. 이 막다른 골목 같은 상황을 그들은 과연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 수록 긴장감은 더해진다.

이 책 [ 딜레마 ] 는 결혼과 양육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 등등을 매우 현실성 있게 다루고 있다. 이 책은 계속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듯 하다. 어떤 댓가를 치르더라도 부부는 서로에게 솔직해야 되는게 맞는 걸까? 아니면 선의의 거짓말을 동원해서라도 서로 보호하는게 맞는 걸까? 고구마를 천개 먹고 사이다를 마시지 못하는 듯, 답답한 상황....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리비아와 애덤의 생각에 다가가게 되고 그들이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는 게 눈에 보였다.

서로를 너무나 사랑해서, 서로를 지켜주기 위해서 한 거짓말이 오히려 나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게 명백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려고 했던 거짓말이 오히려 더 큰 상처를 일으키는 사태가 발생한다. 서로를 위해 숨겼던 비밀은 점점 더 커지고 이제는 태풍처럼 에너지가 생겨서 가족관계를 파괴할 수 있을 정도에까지 이르게 된다. 결혼 생활을 위해서, 우정을 지키기 위해서, 혹은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서 품고 있던 비밀.... 우리는 언제까지 비밀을 품고 있을 수 있을까?

선의로 했던 작은 거짓말이 얼마나 파괴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 [ 딜레마 ] 를 꼭 읽어봐야 한다. 특히 드라마를 좋아하는 분들께 강추!! 아마 책 속 등장 인물 하나하나에게 개별적으로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 딜레마 ] 는 우리가 느끼는 현실이라는 것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 보인다. 그래서 일까? 영미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낯설지가 않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부모이고 딸이고 형제이고 친구이다. 모두들 단점과 결함을 가진 평범한 인간들일 뿐이다.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도 있고 실수를 할 수도 있다. 어쩌면 이 책 [ 딜레마 ] 는 노력해도 막을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을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랑만으론 해결할 수 없는 결혼 생활이라는 현실의 아이러니를 강렬하게 보여준 책 [ 딜레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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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저편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김세화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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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10년 전에는 실종된 세 어린이를 발견하지 못했을까?

김이삼 과장의 질문은 내가 가진 의문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았다.

어제부터 나를 혼란스럽게 한 의문이기도 하다.

지금 그 의문은 하나의 명제로 명료하게 정리됐다.

왜, 어제, 그 소나무 아래에서, 실종된 세 아이의 유골이 발견됐을까? ”

10년 전 동네 뒷산인 용무산에 놀러갔던 3명의 아이, 소영과 인영 그리고 동구는 실종된 채, 영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당시 수십만 명의 경찰 인력이 동원되었고 사건 조사에 범죄 프로파일러와 심령술사까지 동원되었으나 아이들은 조금의 흔적조차 남기지 않았고 실종 사건은 사람들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영구 미해결 사건으로 남는 듯 했다.

그런데 10년 후 어느날, 산에 올랐던 등산객들에 의해 그들의 유골이 발견된다. 수십만 명의 인력이 동원되어 뒤졌던 바로 그 뒷산, 용무산 숲 속 한 웅덩이에서 말이다. 확실한 건 국과수 감식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지만 두개골과 같이 발견된 옷가지 등으로 미루어 보아 실종된 아이들이 확실하다. 경찰은 길을 잃은 아이들이 배고픔과 추위로 인해 사망했을 것이라 잠정 결론을 내지만, 동네 지리를 훤히 꿰뚫고 있던 아이들이 길을 잃었다? 그리고 11월이었던 당시의 날씨에 저체온으로 사망?

이건 뭔가 앞뒤가 맞지 않다. 10년 전 당시 경찰과 동행하면서 이 사건을 취재하고 보도했던 김환 기자가 미제로 남을 뻔한 사건 해결에 다시 뛰어든다. 당시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고 무기력한 상태에서 옷을 벗었던 정인철 경찰 과장을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하지만 건강이 좋지 않은 듯한 그는 김환 기자의 요청에 묵묵부답이다. 그러던 중, 사건 당시 실종된 아이들의 가족들을 위해 2천만원이라는 거금을 기부했던 남자 이학진이 누군가에게 피살된 채 발견된다. 과연 그의 죽음과 사건과의 연관관계는?

다소 연식이 있는 독자들은 다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은 한때 온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 대구 개구리 실종 사건 ] 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온 국민이 두 손 모아 아이들의 안전한 귀가를 기도했던 사건이다. 모두의 안타까운 마음만큼 수사도 굉장히 다각도로 이루어졌다는게 기억난다. 헬기가 동원되고 많은 인력들이 산으로 올라가 구석구석 뒤졌고 아이들의 가족은 생계를 포기한 채 전국을 돌아다니며 아이들을 찾았다. 그러나 결국 범인은 잡히지 않았던 그 사건.. 그렇다 바로 그 사건이다.

책의 저자인 김세화 작가는 자신의 페르소나인 김환 기자의 눈과 입 그리고 귀를 통해서 일반인인 우리가 알지 못했던 사건의 진실과 비하인드를 아주 자세하고 현장감있게 묘사하고 있다. 어처구니가 없는 제보부터 ( 폭력 남편에게 시달리던 아주머니의 거짓제보 ) 분노가 치밀어오르는 것까지 ( 누군가가 한센병 환자들이 아이들을 잡아다가 간을 내먹었다고 제보함 ) 이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의 비하인드는 그의 기억 속에 차고도 넘쳤던 듯 하다. 이렇게라도 풀어내어야했던 것을 보면.

실화를 바탕으로 자신의 경험이 양념처럼 곁들여진 채 쓰여진 책 [ 기억의 저편 ]. 주인공 김환은 사건을 다루는 동안 분명 무언가를 들었고 무언가를 봤지만 마치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듯, 이야기 중반까지도 결정적인 단서를 잡지 못한다. 그러나 살인 사건 현장 속

증거물, 유골이 발견된 장소를 찍은 사진과 법의학 교수와 나눈 대화 등등을 통해 사건은 조금씩 그 어둡고 추악한 진실을 드러내는데....

[ 기억의 저편 ] 은 작가의 데뷔작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전문성과 재미가 돋보인다. 김환 기자의 냉철한 수사 과정을 지켜보며 함께 사건을 분석하고 재구성하는 스릴을 느낄 수 있었다. 기자임에도 불구하고 경찰 못지 않은 수사력을 발휘하는 김환 기자의 활약뿐 아니라, 이 책에서는 기자들의 애환도 깨알같이 재미있게 그려진다. 그런 현장감과 작가의 필력이 안겨준 가독성 덕분에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주인공의 추적 끝에, 엄청난 반전과 진실이 드러난다. 아이들을 죽인 범인은 과연 누구고 그 이유는 무엇일까? 너무나 끔찍했고 추악했던 사건의 진실에 경악할 준비가 되었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 속단은 금물, 보여지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작가의 페르소나인 기자 김환

그가 모든 키를 쥐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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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기타 사건부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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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수수께끼를 풀고 괴담을 좇아 트러블을 해결하는

기타기타 콤비의 신묘막측 + 경쾌무쌍한 활약극!

어쩌면 이렇게 다정하고 오지랖넓은 주인공이 다 있을까? 그리고 그렇게 넓지 않은 구역, 구 에도시의 후카가와에는 어쩌면 이렇게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많이 발생할까? 아마도 자신이 태어난 고장에 애정이 많은 미야베 미유키 작가가 치밀한 연구 끝에 당시 있었던 여러 가지 사건들을 맛깔난 글솜씨로 잘 뽑아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각 캐릭터의 특징을 잘 잡아내서 적재적소에 잘 배치하였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에도 시리즈의 서막을 영적 능력이 뛰어나고 모험심 가득한 오하쓰라는 아가씨가 열었다면, 이제 에도 시리즈의 2막을, 기타이치라는, 다소 비실하지만 매우 영리한 문고 행상이 열었다. 1막만큼 재미있고 모험가득한 제 2막 [ 기타기타 시리즈 - 기타기타 사건부 ] 로 들어가보자.

제목이 [ 기타기타 사건부 ] 라 해서 무슨 기타와 관계가 있는 줄 알았다면 오산! 그리고 사건부라하여 형사나 탐정이 등장한다고 생각한다면 추가적 오산이다! 주인공은 기타이치라는 10대 후반 혹은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청년인데, 문고상을 운영하던 오캇피키 대장 센키치 밑에서 일을 배우며 문고 행상을 하러 다닌다. 어릴 때부터 마치 아기새처럼 머리숱도 별로 없고 키도 작고 비쩍 마른, 외양은 참 볼품없는 이 청년은, 그러나 마음씨도 너무 따뜻하고 정의감이 넘치며 무엇보다도 매우 영리한 두뇌를 가졌다. 그래서일까? 그는 후카가와 일대에서 발생하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해결에 나선다.

어릴 적에 엄마와 시장에 갔다가 길을 잃는 바람에 고아가 되어버린 기타이치를, 오캇피키들의 대장인 센키치가 거둬줘서 지금까지 그의 아들처럼 살아온 기타이치. 그러나 여자와 술을 너무나 좋아했던 센키치가 복어국을 먹다가 독에 중독되어 사망해버린 후,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린다. 다행히 신임 사와이 나리와 월셋집들을 관리하는 도마칸의 배려로 도미칸나가야의 한 셋집에서 살수 있게 되었다. 대장이 운영하던 붉은 술 문고는 그가 거느리던 오캇피키들의 가장 큰 형님 만사쿠와 그의 아내인 오타마가 물려받게 되었는데, 남들에게 베풀지 않고 욕심만 가득한 오타마 때문에 기타이치가 언제까지 이 붉은 술 문고의 행상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사망한 대장에게는 지혜로운 아내인 마쓰바가 있었다. 아무도 그녀의 존재를 몰랐지만 대장의 사망을 계기로 그녀의 존재가 드러나는데 그녀는 눈이 멀었지만 그 대신 밝은 귀를 얻었고 대단히 지혜롭고 똑똑한 여인이었다. 마치 기괴하고 특이한 사건을 끌어당기는 듯한 기타이치의 삶에 호롱불과 같은 역할을 해준다. 여러 사건들에 대한 정보를 들려주면 마쓰바가 듣고 이런 저런 조언을 해준다던가하는... 마치 미국 영화 [ 본 콜렉터 ] 에서 사지 마비가 되었지만 여형사에게 이런 저런 조언을 해주어 사건을 해결하게 해주는 프로파일러와 같은 역할이랄까? 아주아주 흥미로운 여인이라고 볼 수 있다.

에도 시리즈의 1막에서와 마찬가지로 후카가와에서는 정말 미스터리한 일이 많이 발생한다. 예를 들자면, 못생긴 얼굴 때문에 원한을 품고 죽은 여인이 가면에 실린다든가, 아니면 쌍륙 ( 일종의 보드게임 ) 게임을 하고 나서 아이들이 사라지는 사건, 높으신 분의 집 별채를 뜯어내었는데 마루 밑에서 정체 모를 유골이 나왔다던지 하는.... 그때마다 기타이치군와 여인 마쓰바는 한쌍의 마음 맞는 콤비로써 훌륭하게 사건을 해결해낸다. 연작 시리즈라 그런지 각 단편들이 떨어져있기 보다는 서로서로 연계되어서 이어지기 때문에 책을 한번 읽기 시작하면 중간에 끊김없이 읽을 수 있다. 역시 사람 사는 것은 엇비슷한 것인지 일본이든 한국이든 현대든 옛날이든 나쁜 짓을 한 놈들은 언젠가는 벌을 받게 되어 있고 선한 사람들은 힘든 와중에도 서로 도와가면 살아간다는 주제의식이 이 2막에서도 잘 녹아있어서 너무나 재미있게 잘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제목이 [ 기타기타 사건부 ] 이기에 왜 기타가 2번 들어가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은데, 책을 읽어보면 알게 된다. 나의 경우 미미여사의 에도 시리즈를 거의 대부분 다 읽었는데 이번 편에 유달리 재미있었던 것 같다. 기타이치를 비롯한 주요 인물들 - 신임 나리, 도마칸, 마쓰바 부인 등등 - 이 참 선하고 이웃을 위해서 팔을 걷어부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 그리고 약간의 코믹한 요소들이 들어간다는 점? 또한 이야기들이 요괴의 장난, 뭐 이런거라기 보다는 당시 사회상을 잘 반영해주는 사정에 의해서 일어난 점이라는 것을 이야기가 잘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정말 기대되는 [ 기타기타 시리즈 ] 의 [ 기타기타 사건부 ],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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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죽일 놈의 바카라
오현지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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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은 실제인가 소설인가! "

" 2장의 카드를 놓고 벌어지는 돈과 사람의 아슬아슬한 심리 게임 "

이 책 [ 이 죽일 놈의 바카라 ] 를 읽자니 어떤 이미지가 문득 떠올랐다. 도박에 첫 발을 들인 후 돈다발을 어머니께 가져다주시던 아버지와 그 돈다발을 옷장에 쌓아뒀던 어머니. 그랬다, 예전에 세무사로 일하셨던 순진한 우리 아버지가 동네의 조그만 술집에서 벌어지던 도박에 잠시 몸을 담그셨다가 타짜들에게 걸려서 돈, 집 그리고 선산을 모두 날렸다는 이야기.. 사실이다. 어릴 적 사진으로만 남아있는 다소 부유했던 어린 시절. 아버지의 잘못된 선택으로 풍비박산 났던 집안 이야기를 하도 귀가 닳도록 들은 터라 나는 도박은커녕, 그와 비슷한 것 ( 로또나 주식 )에도 손을 대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 나오는 전문적인 용어들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주인공 은지가 필리핀 카지노에서 바카라를 하는 장면을 묘사하는 용어들인데, 예를 들자면 플레이어가 뭔지, 뱅커가 뭔지, 게임의 룰도 잘 모르겠고,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기는 건지 지는 건지 도대체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뭐랄까? 대학에 갓 입학한 경제학도가 4학년들이 듣는 필수과목 수업 시간에 잘못 들어온 기분이랄까? 하여간 뭐 그랬다.

이렇게 전문 용어들 때문에 알쏭달쏭 한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 [ 이 죽일 놈의 바카라 ]는 엄청 재미있고 흡입력이 그야말로 끝장난다. 잘 이해는 안 되지만 그 뭐랄까... 게임 혹은 도박의 고수들만이 알 수 있고 느낄 수 있을 만한 짜릿함과 스릴감 그리고 흥분감이 책 안에 그대로 녹아있다고 할 수 있다. 주인공 은지는 자신에게 복덩이처럼 굴러들어온 존재라 하여 별명을 " 복 "이라고 붙인 남자 친구와 필리핀 원정 도박을 즐기는 여성이다. 자신의 사업체를 운영하는 " 복 " 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마치 게임을 즐기듯 그렇게 카지노에서의 도박을 즐기는 사람이다.

그러나 은지는 " 복 " 과 달리 승부사 기질이 다분한 여성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즐기는 게임이 아니라 끝장을 보는 게임, 일단 돈을 걸면 다 털리든지 아니면 다 따고 나오든지, 중간은 없는 사람이다. 도박을 즐긴다기보다는,, 뭐랄까? 판을 정복하는데 짜릿한 쾌감을 느끼는 사람? 올인해서 다 털리고 개털이 되어도 일단은 승부를 걸고 보는 사람? 그냥 도박하는 게 아니라 게임에 삶을 거는 사람? ,...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사실 중독성 있는 것들 - 마약 등등 - 이 위험하듯이, 이 도박도 은지의 삶에 치명상을 입힌다. 그녀는 남자 친구와 이별을 겪기도 하고 삶과 이별할 뻔하기도 한다. 도박을 끊기 위해서 취업도 하고 공무원 준비도 해보지만 사실 도박을 끊기란 쉽지 않았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로, 손을 자르면 발로 화투장을 잡는다더니 딱 그짝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긴 하지만 ( 무서울 정도의 집중력이나 한번 결심하면 절대로 고집을 꺾지 않는 단호함 등등 ) 평범한 사람이라도 도박이 가져다주는 물질적인 유혹과 스릴에 빠지게 되면 마치 거미줄에 걸린 파리처럼 낭떠러지 같은 삶을 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이 책에서는 도박에 빠져서 삶을 포기한 듯한 사람들의 모습이 많이 나온다. 예를 들면 필리핀 카지노에서 게임을 하는 사람들에게 환전을 해주다가 자기도 모르게 도박 중독에 빠져서 사람들에게 쫓기는 환전상들이나 강원랜드에 가면 거지꼴로 앉아서 남들에게 베팅을 구걸하는 사람들이 많다니... 귀신이나 범죄 이야기보다 이런 이야기들이 더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겪는 주인공 은지, 마치 낭떠러지를 향해 걷는 듯한, 아찔한 삶을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이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내가 만약에 그녀처럼 강한 승부사 기질이 있다면 도박이라는 세계에 빠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언뜻 했다. 작가가 실화를 바탕으로 쓴 글일 거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이렇게 생생한 글이 나올 수가 없으니까.

정말 한번 들면 계속 읽게 되는 엄청난 흡인력을 가진 책 [ 이 죽일 놈의 바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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