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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죽일 놈의 바카라
오현지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5월
평점 :
" 이것은 실제인가 소설인가! "
" 2장의 카드를 놓고 벌어지는 돈과 사람의 아슬아슬한 심리 게임 "
이 책 [ 이 죽일 놈의 바카라 ] 를 읽자니 어떤 이미지가 문득 떠올랐다. 도박에 첫 발을 들인 후 돈다발을 어머니께 가져다주시던 아버지와 그 돈다발을 옷장에 쌓아뒀던 어머니. 그랬다, 예전에 세무사로 일하셨던 순진한 우리 아버지가 동네의 조그만 술집에서 벌어지던 도박에 잠시 몸을 담그셨다가 타짜들에게 걸려서 돈, 집 그리고 선산을 모두 날렸다는 이야기.. 사실이다. 어릴 적 사진으로만 남아있는 다소 부유했던 어린 시절. 아버지의 잘못된 선택으로 풍비박산 났던 집안 이야기를 하도 귀가 닳도록 들은 터라 나는 도박은커녕, 그와 비슷한 것 ( 로또나 주식 )에도 손을 대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 나오는 전문적인 용어들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주인공 은지가 필리핀 카지노에서 바카라를 하는 장면을 묘사하는 용어들인데, 예를 들자면 플레이어가 뭔지, 뱅커가 뭔지, 게임의 룰도 잘 모르겠고,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기는 건지 지는 건지 도대체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뭐랄까? 대학에 갓 입학한 경제학도가 4학년들이 듣는 필수과목 수업 시간에 잘못 들어온 기분이랄까? 하여간 뭐 그랬다.
이렇게 전문 용어들 때문에 알쏭달쏭 한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 [ 이 죽일 놈의 바카라 ]는 엄청 재미있고 흡입력이 그야말로 끝장난다. 잘 이해는 안 되지만 그 뭐랄까... 게임 혹은 도박의 고수들만이 알 수 있고 느낄 수 있을 만한 짜릿함과 스릴감 그리고 흥분감이 책 안에 그대로 녹아있다고 할 수 있다. 주인공 은지는 자신에게 복덩이처럼 굴러들어온 존재라 하여 별명을 " 복 "이라고 붙인 남자 친구와 필리핀 원정 도박을 즐기는 여성이다. 자신의 사업체를 운영하는 " 복 " 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마치 게임을 즐기듯 그렇게 카지노에서의 도박을 즐기는 사람이다.
그러나 은지는 " 복 " 과 달리 승부사 기질이 다분한 여성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즐기는 게임이 아니라 끝장을 보는 게임, 일단 돈을 걸면 다 털리든지 아니면 다 따고 나오든지, 중간은 없는 사람이다. 도박을 즐긴다기보다는,, 뭐랄까? 판을 정복하는데 짜릿한 쾌감을 느끼는 사람? 올인해서 다 털리고 개털이 되어도 일단은 승부를 걸고 보는 사람? 그냥 도박하는 게 아니라 게임에 삶을 거는 사람? ,...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사실 중독성 있는 것들 - 마약 등등 - 이 위험하듯이, 이 도박도 은지의 삶에 치명상을 입힌다. 그녀는 남자 친구와 이별을 겪기도 하고 삶과 이별할 뻔하기도 한다. 도박을 끊기 위해서 취업도 하고 공무원 준비도 해보지만 사실 도박을 끊기란 쉽지 않았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로, 손을 자르면 발로 화투장을 잡는다더니 딱 그짝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긴 하지만 ( 무서울 정도의 집중력이나 한번 결심하면 절대로 고집을 꺾지 않는 단호함 등등 ) 평범한 사람이라도 도박이 가져다주는 물질적인 유혹과 스릴에 빠지게 되면 마치 거미줄에 걸린 파리처럼 낭떠러지 같은 삶을 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이 책에서는 도박에 빠져서 삶을 포기한 듯한 사람들의 모습이 많이 나온다. 예를 들면 필리핀 카지노에서 게임을 하는 사람들에게 환전을 해주다가 자기도 모르게 도박 중독에 빠져서 사람들에게 쫓기는 환전상들이나 강원랜드에 가면 거지꼴로 앉아서 남들에게 베팅을 구걸하는 사람들이 많다니... 귀신이나 범죄 이야기보다 이런 이야기들이 더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겪는 주인공 은지, 마치 낭떠러지를 향해 걷는 듯한, 아찔한 삶을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이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내가 만약에 그녀처럼 강한 승부사 기질이 있다면 도박이라는 세계에 빠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언뜻 했다. 작가가 실화를 바탕으로 쓴 글일 거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이렇게 생생한 글이 나올 수가 없으니까.
정말 한번 들면 계속 읽게 되는 엄청난 흡인력을 가진 책 [ 이 죽일 놈의 바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