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저편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김세화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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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10년 전에는 실종된 세 어린이를 발견하지 못했을까?

김이삼 과장의 질문은 내가 가진 의문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았다.

어제부터 나를 혼란스럽게 한 의문이기도 하다.

지금 그 의문은 하나의 명제로 명료하게 정리됐다.

왜, 어제, 그 소나무 아래에서, 실종된 세 아이의 유골이 발견됐을까? ”

10년 전 동네 뒷산인 용무산에 놀러갔던 3명의 아이, 소영과 인영 그리고 동구는 실종된 채, 영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당시 수십만 명의 경찰 인력이 동원되었고 사건 조사에 범죄 프로파일러와 심령술사까지 동원되었으나 아이들은 조금의 흔적조차 남기지 않았고 실종 사건은 사람들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영구 미해결 사건으로 남는 듯 했다.

그런데 10년 후 어느날, 산에 올랐던 등산객들에 의해 그들의 유골이 발견된다. 수십만 명의 인력이 동원되어 뒤졌던 바로 그 뒷산, 용무산 숲 속 한 웅덩이에서 말이다. 확실한 건 국과수 감식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지만 두개골과 같이 발견된 옷가지 등으로 미루어 보아 실종된 아이들이 확실하다. 경찰은 길을 잃은 아이들이 배고픔과 추위로 인해 사망했을 것이라 잠정 결론을 내지만, 동네 지리를 훤히 꿰뚫고 있던 아이들이 길을 잃었다? 그리고 11월이었던 당시의 날씨에 저체온으로 사망?

이건 뭔가 앞뒤가 맞지 않다. 10년 전 당시 경찰과 동행하면서 이 사건을 취재하고 보도했던 김환 기자가 미제로 남을 뻔한 사건 해결에 다시 뛰어든다. 당시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고 무기력한 상태에서 옷을 벗었던 정인철 경찰 과장을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하지만 건강이 좋지 않은 듯한 그는 김환 기자의 요청에 묵묵부답이다. 그러던 중, 사건 당시 실종된 아이들의 가족들을 위해 2천만원이라는 거금을 기부했던 남자 이학진이 누군가에게 피살된 채 발견된다. 과연 그의 죽음과 사건과의 연관관계는?

다소 연식이 있는 독자들은 다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은 한때 온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 대구 개구리 실종 사건 ] 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온 국민이 두 손 모아 아이들의 안전한 귀가를 기도했던 사건이다. 모두의 안타까운 마음만큼 수사도 굉장히 다각도로 이루어졌다는게 기억난다. 헬기가 동원되고 많은 인력들이 산으로 올라가 구석구석 뒤졌고 아이들의 가족은 생계를 포기한 채 전국을 돌아다니며 아이들을 찾았다. 그러나 결국 범인은 잡히지 않았던 그 사건.. 그렇다 바로 그 사건이다.

책의 저자인 김세화 작가는 자신의 페르소나인 김환 기자의 눈과 입 그리고 귀를 통해서 일반인인 우리가 알지 못했던 사건의 진실과 비하인드를 아주 자세하고 현장감있게 묘사하고 있다. 어처구니가 없는 제보부터 ( 폭력 남편에게 시달리던 아주머니의 거짓제보 ) 분노가 치밀어오르는 것까지 ( 누군가가 한센병 환자들이 아이들을 잡아다가 간을 내먹었다고 제보함 ) 이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의 비하인드는 그의 기억 속에 차고도 넘쳤던 듯 하다. 이렇게라도 풀어내어야했던 것을 보면.

실화를 바탕으로 자신의 경험이 양념처럼 곁들여진 채 쓰여진 책 [ 기억의 저편 ]. 주인공 김환은 사건을 다루는 동안 분명 무언가를 들었고 무언가를 봤지만 마치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듯, 이야기 중반까지도 결정적인 단서를 잡지 못한다. 그러나 살인 사건 현장 속

증거물, 유골이 발견된 장소를 찍은 사진과 법의학 교수와 나눈 대화 등등을 통해 사건은 조금씩 그 어둡고 추악한 진실을 드러내는데....

[ 기억의 저편 ] 은 작가의 데뷔작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전문성과 재미가 돋보인다. 김환 기자의 냉철한 수사 과정을 지켜보며 함께 사건을 분석하고 재구성하는 스릴을 느낄 수 있었다. 기자임에도 불구하고 경찰 못지 않은 수사력을 발휘하는 김환 기자의 활약뿐 아니라, 이 책에서는 기자들의 애환도 깨알같이 재미있게 그려진다. 그런 현장감과 작가의 필력이 안겨준 가독성 덕분에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주인공의 추적 끝에, 엄청난 반전과 진실이 드러난다. 아이들을 죽인 범인은 과연 누구고 그 이유는 무엇일까? 너무나 끔찍했고 추악했던 사건의 진실에 경악할 준비가 되었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 속단은 금물, 보여지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작가의 페르소나인 기자 김환

그가 모든 키를 쥐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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