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왼쪽 너의 오른쪽 수상한 서재 4
하승민 지음 / 황금가지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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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르는 여자였다.

언제 죽었는지, 어떻게 죽었는지,

왜 죽었는지 모르는 여자였다. "

자고 있다가 갑자기 잠을 깼는데 어두컴컴한 산 속에서 구덩이를 파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리고 구덩이를 파고 있는 나의 곁에 시체 한 구가 놓여있다고 상상해보자. 아마도 너무 놀라서 기절초풍할 것이다. 이는 이 책 [ 나의 왼쪽 너의 오른쪽 ] 에 등장하는 여주인공 " 염지아 " 가 겪는 상황이다. 그녀는 소위 말하는 이중 인격 혹은 의학적으로 말해서 해리성 인격 장애를 앓는 여성이다. 지아가 어릴 적에 눈 앞에서 어머니가 군인에게 사살당하는 충격적인 일을 겪고 난 후 그녀는 " 혜수 " 라고 불리는 제 2의 인격을 가지게 되었다. 염지아는 소심하고 겁많은 그냥 평범한 여성이지만, 엄청난 스트레스가 몰려올 경우에, 평소의 염지아는 의식의 바깥으로 밀려나고 " 혜수 " 라는 제 2의 자아가 그녀의 몸을 차지한다.

문제가 있다면, 이 혜수라는 인물이 흔히들 이야기하는 " 싸이코패스 " 라는 것이다. 굉장히 흉폭하고 난폭한 인물, 아니, 오히려 냉정하고 교활한 인물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요양원에서 일하고 있던 염지아가 하루는 다른 요양 보호사와 작은 마찰을 겪게 된다. 별 것 아닌 일이었지만, 일방적으로 공격을 당하던 염지아는 그대로 의식을 놓아버리고 그때 혜수가 출현하여, 상대방의 손바닥을 연필로 뚫어버린다. ( 엄청나지 않습니까? 후덜덜 ) 이로 인해 더 이상 요양원을 다닐 수도 없고, 얼굴을 들고 다닐 수도 없게 된 지아는 어릴 적부터 자신을 돌봐주던 재필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 지아와 혜수의 경계는 그곳에 있었다. 혜수는 은밀한 악, 어둠, 구역질 나는 뒷골목, 선한 사람의 등을 처먹는 일에 거리낌을 느끼지 않는 사기꾼, 목적을 실행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는 범죄자의 영역에 있었다 "

그러던 어느날, 염지아는 자신의 몸을 빌린 혜수가 그동안 재필 아저씨와 성관계를 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뱀 같은 혜수가 이런 식으로 자신의 직장을 잃게 만들고 저런 식으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게 만들자 분노와 염증을 느낀 지아는 아버지에게 약간의 돈을 받고 집을 나온다. 그런데 집을 나오는 길에 자신이 손을 다치게 만들었던 요양 보호사의 남편인 덕호를 만나고 자신을 위협하는 덕호에게 두려움을 느낀 지아는, 일부러 칼로 자해를 하여 혜수를 불러낸다. 찢어질 듯한 웃음 소리와 함께 등장한 혜수, 그와 동시에 아득하게 멀어지는 덕호의 목소리 뒤로 혜수가 만들어낸 환영이 펼쳐진다. 돌아가신 엄마를 만났다가, 개구리같은 복장을 한 군인도 만났다가, 땅으로 꺼졌다가 하늘로 솟기도 하면서 정신을 잃었던 지아는,, 갑자기 깨어난다. 그리곤 자신의 손에 들린 삽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서울에 있던 지아는 어느새 묵진의 조대산에 내려와 있었고 낯선 여자의 시신을 땅에 파묻고 있었는데.......

푹 자고 일어났는데, 살인자가 되어있다라.... 정말 끔찍하지 않을까?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라고 시작되는 노래도 있는데, 이 다중인격이라는 병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도대체 어떤 충격과 공포 그리고 고통이 사람의 인격을 두 갈래로 만들어버리는 것일까? 두 갈래, 세 갈래 혹은 여러 갈래로.... 내가 나답게 살지 못한다는 건 정말 공포 그 자체일 것 같다. 누군가에게 내 몸을 도둑맞는 것이지 않는가? 선한 사람이면 또 몰라... 범죄자의 영역에 속하는 인물이 내 몸을 빌려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있다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이다.

정신을 차린 후 찾아간 집에서 확인한 결과, 자신이 19년동안 혜수의 정신으로 살았다는 경악할 만한 소식을 듣게 된 염지아. 그동안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 남의 손에 연필로 구멍을 내고도 아무렇지 않은, 살인을 저지르고 아무렇지 않게 구덩이에 파묻은 혜수의 그동안의 행적을 파헤치기 위해서 이제 염지아가 나선다. 이제는 혜수의 그늘에서 벗어날 때다. 굳게 마음 먹은 염지아는 묵진에 내려가게 된다. 마치 무덤처럼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지역 묵진. 한때 번성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더러운 찌꺼기로 가득한 마을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아가 가는 곳마다 나타나는 인물들이 있다. 지아가 묵고 있는 모텔의 층수를 세거나 밑에서 기다렸다가 그녀를 미행하는 인물... 그는 과연 누구이고 왜 염지아를 쫓고 있는 것일까?

지아가 묵진으로 오게 되면서, 몇몇 드러나는 사실들이 이 이야기를 더욱 더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그러나 나머지는 읽는 사람들의 몫! 이야기는 뒤로 갈수록 점점 흥미로워진다. 이 책의 저자 하승민은 신인 작가 답지 않게 필력이 대단히 풍부하고 이야기의 구성도 잘 짜는 듯 하다. 표현력도 풍부하고 뭐라고 할까? 이야기에 완전 몰입하게 하는 힘이 있다. 염지아와 혜수 그리고 나머지 인물들에게 푹 빠져서 읽다보면 책장이 저절로 넘어간다.

지아는 과연 혜수를 없애고 난관을 빠져나올 수 있을까? 꿈 속에서도 등장할 듯한 강력한 존재감이 돋보였던 이야기 [ 나의 왼쪽 너의 오른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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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의 기억 1
윤이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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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삭제, 이식하는 남자 한정우.

살인자의 기억을 추적하며 벌어지는 그 날의 비밀...

그들이 이식하였던 기억의 진실은? ”

앗! 기억의 삭제와 저장 혹은 이식이라니.. 내가 좋아하는 영드 [블랙미러]의 핵심 키워드인데...

실체가 없는 기억을 과연 장기 이식하듯 이식할 수 있을까? 트라우마가 되어버린 기억, 즉 불행하고 아팠던 기억 그 한 부분만 깨끗하게 도려낼 수 있는 것일까? SF 드라마 시리즈 [블랙미러] 의 단편들에 나오는 장면을 보면서 갸우뚱했었는데 이젠 본격적으로 기억의 이식과 삭제에 관한 책이 한국에서도 출간되었다! 아주 먼 미래의 일이거나 혹은 아예 불가능한 일일 듯 한 이 소재로 책이 나왔다니, 어떤 내용일지 너무 궁금하여 얼른 책을 펼쳐보았다. 미스터리하면서도 스릴감넘치는 [ 놈의 기억 1 ] 속으로 들어가보자.

주인공 한정우는 매우 성공한 뇌 신경 학자이다. 그는 기억을 삭제하고 타인의 기억을 이식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그리고 관련 논문을 학술지에 발표하여 그야말로 학계의 대스타가 된다. 논문이 사이언스지에 게재가 된 날이 마침 결혼 10주년 기념일이었고, 이 기쁜 소식을 맨 먼저 아내와 함께 나누고 싶었던 한정우는, 백화점을 들러 국내에 딱 3점만 들어왔다고 하는 명품 귀걸이를 결혼 선물로 사서 집으로 달려간다. 그러나 집으로 들어선 순간, 알 수 없는 묘한 분위기를 감지한 그때, 괴한이 내려친 둔기에 의해 뒤통수를 맞고 기절을 하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 머리에 딱 떠올랐던 영화가 있다. [ 더 셀 ] 이라는 제목의 영화인데, 연쇄 살인범이 여성을 수조에 가두어서 천천히

익사시켜 죽인다는 내용이다. 경찰이 살인범을 잡긴 했는데 이놈이 의식을 잃는 바람에 구할 수 있는 마지막 피해자를 잡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던 그때, 경찰들은 마지막 수단으로 여성 심리 치료학자 ( 제니퍼 로페즈 입니다. 완전 섹시하게 나옴 ) 의 도움을 받는다. 그 여성 심리학자는 이 놈의 무의식으로 잠입하여 어린 시절부터 살인을 저지르기까지의 기억을 더듬어가며 사건의 단서를 얻어낸다는 이야기인데, 이 책과 많이 비슷하지는 않지만 타인의 머리를 들여다본다는 부분에서 좀 비슷하지용?

어쨌든 기절했다가 오랜 시간이 흐른 후 깨어난 한정우는 아내가 19층에서 추락사한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의 가정을 망쳐버린 그 놈! 살인자를 찾아내기 위해 동분서주하게 된다. 그런 와중에 그가 알게 된 충격적인 진실. 그것은 바로 행복한 가정 생활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했던 아내가 이혼을 준비하고 있었고 ( 동창생인 한 남자 변호사를 몰래 만나고 있었음 - 양아치 같음 ) 심리 상담 센터를 다니면서 상담 치료를 받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과연 이들 부부 사이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고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셀 수 없이 많이 벌어지는 사건들, 겉으로 봤을 땐 사고사로 보이는 것도 어쩌면 살인 사건일 수 있다. 결정적인 증거가 부족하거나 시체를 아예 찾지 못해서 범인을 특정하지 못하는 사건들도 엄청 많다고 들었다. 그런 경우에 살인을 저지른 자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의도도 이 책이 쓰여진 듯 하다. 최근에 발생한 한 사건도 실족사로 처리 되었지만, 만약 누군가의 기억을 경찰이 이식받을 수 있다면? 충격적인 진실과 함께 사건도 해결되고 좋을 듯 하다.

[ 놈의 기억 ] 은 네이버 크레이티브 선정작이라고 하는데, 그런 만큼 작가의 상상력이 매우 뛰어난 듯 하다. 뻔히 예측되는 줄거리가 아니라서 우선 좋았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진행 구도도 마음에 들었다. 기억을 삭제할 수 밖에 없는, 고통을 안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나 아내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살인범일지 모르는 그 누군가의 기억을 이식받는 한정우의 모습을 보면서 조마조마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이 책 [ 놈의 기억 ] 은 1, 2 권으로 나뉘어져 있어서 제법 두껍긴 하지만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가독성도 높고 정말 재미있다. 추리와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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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와 물거품 안전가옥 쇼-트 8
김청귤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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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그렇게 좋아? ”

“ 응. 내 목숨보다 더. 영원히 사랑할 거야.”

“ 영원은 없어. ”

“ 내가 있다는 거 알려 줄게.”

... 이번에는 절대 마리를 혼자 두지 않을 것이다.

멀어지는 마리의 얼굴을 잡고 키스했다.

“ 사랑해.”

동화같기도 하고 전설같기도 한 소설을 만났다. 무녀 마리는 한 섬에서 어부들을 위해 기원을 한다. 그녀는 만선을 위해, 혹은 어부들의 무사귀환을 위해 굿을 하고 재를 올리고 기도를 한다. 섬 사람들은 그녀에게 감사하기도 하지만, 바라던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 그녀에 대한 원망도 많이 한다.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하는 마리는, 마치 마을에 서 있는 성황당이나 장승과도 같은 존재이다.

일종의 경외와 천대를 동시에 받는 마리는, 그래서 외롭다. 외로움이 사무칠 지경이다. 사람들은 그녀의 본성을 허락하지 않고 무녀의 법도를 따르길 바라면서 억압한다. 그런데 외로웠던 마리의 곁에 다가와준 존재, 그건 바로 바다 속 존재 인어였다. 동화나 전설 속에나 등장하는 인어가 아름다운 색깔의 비늘과 반짝거리는 눈망울을 한 채 마리에게 다가온다.

마리는 인어에게 수아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시간이 날 때마다 그녀와 어울린다. 청명한 미소, 반짝이는 눈망울, 모든 시름을 다 받아줄 것 같은 수아에게 마리는 온 마음을 뺏겨버리고, 그들은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너무 자주 만난 탓일까? 마을 사람들은 무녀 마리가 바다 요괴와 한통 속이 되었다고 하면서 마리를 불에 태워 죽이려 한다. 장대에 묶여 불태워지는 마리를 구하기 위해서 수아가 해변 근처로 다가오고 작살로 수아를 잡으려는 마을 사람들. 마리의 분노가 극에 달하는 순간, 하늘에서 번쩍이는 번개가 마리를 내려치고 그녀는 불을 내뿜는 마녀로 변하고 마는데....


실험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작품을 연달아 쏟아내는 [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 ]. 이번에도 전설 속 인어와 무녀가 등장하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내었다. 바다에 부는 태풍을 잠재우고 만선을 이루어내는 능력을 가진 그들. 그러나 그들은 인간과 너무나 다르기에 인간의 적이 될 수 밖에 없었고 그들의 아름다운 사랑도 결실을 맺기에는 상황이 온전치 않았다.

서양의 동화 [ 인어 공주 이야기 ] 도 정말 안타까움 그 자체였지만, 이 [ 재와 물거품 ] 도 그랬다. 한평생 인간에게 이용되기만 하던 존재들... 순수하고 영원한 사랑을 이룰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여러 번 생을 반복하면서까지 만남을 반복하지만 결국엔 재와 물거품이라는 원소들로 남게된 그들... 하지만 어쩌면 세속적이고 이기적인 인간들에게서 벗어나 원소로써 행복한 삶을 살 수도 있지 않겠나 싶다. 결국엔 우리도 원소로 이루어진 존재이지 않은가? 태풍으로부터 사랑하는 수아를 지키려던, 무녀 마리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 바다님이시여, 무녀로 태어나 무녀로 죽은 마녀가 고합니다. 바다님의 분노는 제가 받을 테니 부디 어리고 어리석인 인어를 굽어살펴 주세요. 만물과 만인을 사랑해야 하는 인어가 한 마녀를 사랑한 걸 용서해 주세요. 하늘님이시여, 당신의 뜻을 이어받았으나 그 뜻을 헤아리지 못한 어리석은 마녀가 고합니다. 인간됨을 버렸으나 사랑을 버리지 못한 불쌍한 마녀의 마지막 소원입니다. 저의 모든 걸 바치오니 인어에게.... 수아에게 인간에 대한 사랑을, 잃어버린 빛을 돌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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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에디션 제인 에어
구예주 지음, 서유라 옮김, 샬럿 브론테 원작 / 21세기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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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얘기했던 것 같다. 나를 죽이지 않는 고통은 나를 오히려 강하게 만든다고.

정확한 문구는 잘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겪게 되는 불행은 양면이 있는 것 같다.

어릴 떄부터 가난을 경험하면 돈의 가치를 알게 되고, 사랑을 잃게 되면 곁에 누군가가 있다는 소중함을 알게 된다. 그런 면에서 [ 제인 에어 ] 라는 작품 속 주인공 제인 에어는, 나에게 항상 힘이 되어 주었던 것 같다. 어려운 순간마다 제인 에어가 속삭이는 말에 용기를 얻곤 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을 잃고 리드 외숙모의 집에 맡겨진 제인 에어, 그들은 결코 제인에게 친절하지 않았다. 싸늘한 냉기가 가득한 방에 아이를 가두고, 하녀들마저도 그녀를 무시한다.

" 나는 어째서 늘 괴로움을 당하고, 야단맞고, 겁에 질려야 하고, 비난을 받아야 할까?

나는 어째서 늘 미움만 받는 것일까? 어째서 남들 마음에 들려고 노력해도

매번 허사가 되는 것일까?


리드 외숙모와 그녀의 가족들의 모질고 차가운 대우에 시달리다가 기숙학교로 옮기게 된 제인. 그러나 그 이후에도 주관이 너무나 뚜렷한 제인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선생님들에 의해서 핍박 받고 억압받는 제인.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그녀는 당당한 모습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남들을 사랑으로 감싸주려고 노력한다.

" 여러분은 이 아이를 경계해야 해요. 절대로 이 아이처럼 돼서는 안 됩니다.

함께 놀지도 말고 말도 섞지 마세요. 선생님들도 이 아이를 특별히 감시하세요.

이 아이는 거짓말쟁이거든요.!"

어느덧 세월은 흐르고, 기숙학교에서 8년을 지내는 동안 제인 에어는 학생에서 교사가 된다. 학교라는 좁은 환경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제인은 가정 교사 자리를 구하게 되고,

광고를 낸 순간 로체스터 가문에 고용이 되어 아델이라는 꼬마 아가씨를 가르치게 된다.

그러다가 우연히 아델의 아버지인 로체스터씨를 만나게 되는데, 그의 첫 인상이 별로 좋지 않다. 찌푸린 얼굴에 신랄한 말투 그리고 무뚝뚝한 외양에 그다지 잘생기지 않은 로체스터.

" 나는 그와 홀이나 계단, 복도에서 마주치는 게 전부였다. 떄때로 그는 나를 냉정한 눈빛으로 흘깃 쳐다보거나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까딱이며 겨우 아는 척을 한 뒤 오만한 태도로 휙 지나갔다. (...) 하지만 수시로 바뀌는 그의 기분에도 난 아무렇지 않았다. "

하지만 로체스터씨와의 대화를 통해서 그녀는 그의 본성은 순수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놀랍게도 그와의 대화는 즐겁기만 하고 그에게 느끼는 감사한 마음, 즐거운 기억들, 그리고 그의 다정한 선의 때문에라도 점점 그가 보고 싶어진다고 느끼는 순간... 제인 에어는 그와 사랑에 빠진 걸 알게 된다. 뭐라고 할까? 격정적인 사랑은 아니지만 잔잔하게 일렁이는 바다 밑 격렬하게 용트림치는 감정이라고 할까?

로체스터와 제인 에어 사이에는 이렇듯 뜨거운 사랑의 에너지가 흐르고 있었는데....


[ 제인 에어 ] 는 고전 문학이다. 아마도 한번쯤은 읽어봤거나 들어본 내용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읽었을 때 감동이 몰아친다는 것은 아마도 훌륭한 문학 작품이기 때문에 그런게 아닐까 싶다. 그 뿐 아니라, [ 제인 에어 ] 일러스트 에디션은 구예주라는 작가의 힘이 내용에 더해져서 큰 힘을 발휘했다고 생각한다. 상상만으로 그쳤을 장면 장면이 아름다운 일러스트로 되살아나면서 제인 에어의 고난과 로체스터와의 사랑 그리고 끝까지 그녀를 따라붙는 불행을 극복하는 이야기까지... 너무나 생생하고 아름답게 전해지는 책이다. 누군가에게 의미있는 책을 선물하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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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투 소녀
톰 이스턴 지음, 임현석 옮김 / 북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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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투 소녀는 복싱, 우정, 사랑, 가족관계, 그리고 갈등을 둘러싼 감성적이면서도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이야기다. 주인공 플레르는 자신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복싱을 하고자 하는 자신을 막아섬에도 불구하고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결국 권투를 시작한다. 그리고 점차 그 운동을 좋아하게 된다. 이 책은 청소년 소설 답게,, 성장 소설의 색깔을 많이 띄고 있다. 아직 어리다고 생각하거나 권투가 여자에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려 시작한 운동이 그녀를 성장시키고, 그녀는 마침내 자신의 인생에서 사랑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유일한 문제가 있다면 그녀의 어머니와 남자친구이다. 이상하게도 플레르의 어머니는 그녀가 권투를 한다는 걸 너무 싫어하고 남자 친구는 그녀가 점점 남성적으로 변한다고 생각한다. 그 뿐 아니라 친구들도 그녀가 권투를 시작하면서부터 자신들로부터 멀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플레르는 이러한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만 할까?

사실 [ 권투 소녀 ] 라는 제목에서는 읽어낼 수는 없었지만 이 책은 유머와 풍자가 가득하다. 청소년 도서라서 그런지 언어 스타일은 조금 어린 독자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긴 한다. 하지만 젊은 독자들을 타겟층으로 잡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정말 재미있다!!!! 영국 소설이라서 그런가? 약간 바보스럽기도 하고 괴짜 같은 친구들의 엉뚱한 행동이 웃음을 자아낸다. 킥킥거리면서 읽다보면 어느새 뒷편을 읽고 있다.

" 나 지금 무지 배고프거든. 최근에 운동을 열심히 해서 그런 것 같아." 내가 말했다.

" 운동을 좀 줄이는 게 좋겠어." 그가 말했다.

나는 눈을 깜박이며 그를 쳐다보았다. 운동을 줄이라는 말을 들어본 것은 세상에서 내가 처음일 거다.

" 온몸을 근육으로 만들고 ... 싶은 것은 아니지? "

플레르는 호감가고 재미있는 캐릭터이다. 부모와의 관계도 훌륭하게 잘 가꾸어 나간다. 권투를 시작하고 더 건강해진 그녀는 아버지와 가까워지면서 자전거를 함께 타기도 한다. 그녀는 달리기를 시작하고 자신의 발전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반면, 그녀의 어머니는 권투를 하는 플레르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 ( 남자 친구도 마찬가지 ) 어머니의 격한 반응이 권투가 여성에게 적합한 스포츠가 아니라는 생각을 해서 그런가? 했는데 진짜 이유를 알고 나니 가슴이 찡했다. 어쨌건 플레르 주위에는 그녀가 너무 많이 먹고 근육질이 되어간다고 생각하는 남자친구 조지가 있고 그녀의 새로운 취미를 지지하지 않는 어머니가 있다.

이 책 [ 권투 소녀 ] 에는 플레르 뿐 아니라 친구 블러썸과 핍 콤비가 등장하는데 둘 다 조금 우습꽝스럽게 묘사된다. 블러썸은 언제 어디서나 진지하게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하드 코어적이고 급진적인 페미니스트이고, 갓 태어난 새끼 기린처럼 걷는 핍은 운전대만 잡으면 레이싱 드라이버가 되어버린다. 3살짜리도 핍보다는 운전을 잘 할 거라고 생각하는 플레르. 뭔가 잘 안 어울릴 것 같은 조합이지만 정말 사랑스러운 우정을 보여주는 조합이다. 페미니스트인 블러썸은 여성도 권투 선수가 될 수 있다는 신념아래 플레르를 복싱 클럽에 소개했다. 그러나 블러썸은 여전히 복싱이 너무 가부장적이라고 생각하고 혐오하고 있다. 플레르가 언젠가는 그녀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까?

" 운동을 꼭 여성 혐오적인 스포츠로 할 필요는 없단 얘기야 " 그녀는 나의 가시 돋친 말투를 무시하고 말했다.

" 폭력과 공격성을 미화하잖아. 그리고 그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것을 구경거리로 삼지. 그것도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의 사람들을 이용해서." 블러썸이 말했다.

예전에 남성 위주의 무술을 배운 적이 있다 ( 복싱, 특공 무술 등등 ) 그래서인지, 플레르가 남성 중심 스포츠에 진입하면서 고군분투를 하게 되는 것에 많은 공감을 하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성 차별적인 농담에 둘러싸이게 되고 웃고 싶진 않지만 웃게 되는 이상한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책 속의 플레르가 그랬던 것처럼. 복싱은 아주 조금 ( 약 몇 개월 ) 했었기 때문에 플레르의 발전이 실감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사실 플레르가 짧은 시간내에 그렇게나 많은 것을 ( 근육량이라든가 등등 ) 성취할 수 있었다는 게 놀랍기만 했다. 내가 만약 지금 복싱을 배우러 간다면? 하루종일 헥헥 거리다가 눈물을 흘리며 집으로 돌아올 것 같다.

그러나 어쨌건 간에, 플레르가 권투를 배워가면서 이뤄가는 것들은 놀랍기만 하다. 특히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 거리던 보니타와의 대결은 한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물론 플레르가 승리하는 그림!! 그러면서 우정을 쌓아가는 그림!! 이 책은 청소년들에게 추천할 만한 소설로 손색이 없다. 플레르가 가족이나 남자 친구와의 갈등을 얼마나 잘 극복하는지, 그리고 남자들이 주로 하는 운동을 얼마나 잘 해내는지, 그리고 그런 와중에도 친구들과의 우정을 잘 이어가는 모습을 보면 기특하기만 하다. 독자들에게 밝은 에너지를 선사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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