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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의 기억 1
윤이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6월
평점 :
“ 기억을 삭제, 이식하는 남자 한정우.
살인자의 기억을 추적하며 벌어지는 그 날의 비밀...
그들이 이식하였던 기억의 진실은? ”
앗! 기억의 삭제와 저장 혹은 이식이라니.. 내가 좋아하는 영드 [블랙미러]의 핵심 키워드인데...
실체가 없는 기억을 과연 장기 이식하듯 이식할 수 있을까? 트라우마가 되어버린 기억, 즉 불행하고 아팠던 기억 그 한 부분만 깨끗하게 도려낼 수 있는 것일까? SF 드라마 시리즈 [블랙미러] 의 단편들에 나오는 장면을 보면서 갸우뚱했었는데 이젠 본격적으로 기억의 이식과 삭제에 관한 책이 한국에서도 출간되었다! 아주 먼 미래의 일이거나 혹은 아예 불가능한 일일 듯 한 이 소재로 책이 나왔다니, 어떤 내용일지 너무 궁금하여 얼른 책을 펼쳐보았다. 미스터리하면서도 스릴감넘치는 [ 놈의 기억 1 ] 속으로 들어가보자.
주인공 한정우는 매우 성공한 뇌 신경 학자이다. 그는 기억을 삭제하고 타인의 기억을 이식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그리고 관련 논문을 학술지에 발표하여 그야말로 학계의 대스타가 된다. 논문이 사이언스지에 게재가 된 날이 마침 결혼 10주년 기념일이었고, 이 기쁜 소식을 맨 먼저 아내와 함께 나누고 싶었던 한정우는, 백화점을 들러 국내에 딱 3점만 들어왔다고 하는 명품 귀걸이를 결혼 선물로 사서 집으로 달려간다. 그러나 집으로 들어선 순간, 알 수 없는 묘한 분위기를 감지한 그때, 괴한이 내려친 둔기에 의해 뒤통수를 맞고 기절을 하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 머리에 딱 떠올랐던 영화가 있다. [ 더 셀 ] 이라는 제목의 영화인데, 연쇄 살인범이 여성을 수조에 가두어서 천천히
익사시켜 죽인다는 내용이다. 경찰이 살인범을 잡긴 했는데 이놈이 의식을 잃는 바람에 구할 수 있는 마지막 피해자를 잡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던 그때, 경찰들은 마지막 수단으로 여성 심리 치료학자 ( 제니퍼 로페즈 입니다. 완전 섹시하게 나옴 ) 의 도움을 받는다. 그 여성 심리학자는 이 놈의 무의식으로 잠입하여 어린 시절부터 살인을 저지르기까지의 기억을 더듬어가며 사건의 단서를 얻어낸다는 이야기인데, 이 책과 많이 비슷하지는 않지만 타인의 머리를 들여다본다는 부분에서 좀 비슷하지용?
어쨌든 기절했다가 오랜 시간이 흐른 후 깨어난 한정우는 아내가 19층에서 추락사한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의 가정을 망쳐버린 그 놈! 살인자를 찾아내기 위해 동분서주하게 된다. 그런 와중에 그가 알게 된 충격적인 진실. 그것은 바로 행복한 가정 생활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했던 아내가 이혼을 준비하고 있었고 ( 동창생인 한 남자 변호사를 몰래 만나고 있었음 - 양아치 같음 ) 심리 상담 센터를 다니면서 상담 치료를 받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과연 이들 부부 사이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고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셀 수 없이 많이 벌어지는 사건들, 겉으로 봤을 땐 사고사로 보이는 것도 어쩌면 살인 사건일 수 있다. 결정적인 증거가 부족하거나 시체를 아예 찾지 못해서 범인을 특정하지 못하는 사건들도 엄청 많다고 들었다. 그런 경우에 살인을 저지른 자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의도도 이 책이 쓰여진 듯 하다. 최근에 발생한 한 사건도 실족사로 처리 되었지만, 만약 누군가의 기억을 경찰이 이식받을 수 있다면? 충격적인 진실과 함께 사건도 해결되고 좋을 듯 하다.
[ 놈의 기억 ] 은 네이버 크레이티브 선정작이라고 하는데, 그런 만큼 작가의 상상력이 매우 뛰어난 듯 하다. 뻔히 예측되는 줄거리가 아니라서 우선 좋았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진행 구도도 마음에 들었다. 기억을 삭제할 수 밖에 없는, 고통을 안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나 아내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살인범일지 모르는 그 누군가의 기억을 이식받는 한정우의 모습을 보면서 조마조마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이 책 [ 놈의 기억 ] 은 1, 2 권으로 나뉘어져 있어서 제법 두껍긴 하지만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가독성도 높고 정말 재미있다. 추리와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