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와 물거품 안전가옥 쇼-트 8
김청귤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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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그렇게 좋아? ”

“ 응. 내 목숨보다 더. 영원히 사랑할 거야.”

“ 영원은 없어. ”

“ 내가 있다는 거 알려 줄게.”

... 이번에는 절대 마리를 혼자 두지 않을 것이다.

멀어지는 마리의 얼굴을 잡고 키스했다.

“ 사랑해.”

동화같기도 하고 전설같기도 한 소설을 만났다. 무녀 마리는 한 섬에서 어부들을 위해 기원을 한다. 그녀는 만선을 위해, 혹은 어부들의 무사귀환을 위해 굿을 하고 재를 올리고 기도를 한다. 섬 사람들은 그녀에게 감사하기도 하지만, 바라던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 그녀에 대한 원망도 많이 한다.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하는 마리는, 마치 마을에 서 있는 성황당이나 장승과도 같은 존재이다.

일종의 경외와 천대를 동시에 받는 마리는, 그래서 외롭다. 외로움이 사무칠 지경이다. 사람들은 그녀의 본성을 허락하지 않고 무녀의 법도를 따르길 바라면서 억압한다. 그런데 외로웠던 마리의 곁에 다가와준 존재, 그건 바로 바다 속 존재 인어였다. 동화나 전설 속에나 등장하는 인어가 아름다운 색깔의 비늘과 반짝거리는 눈망울을 한 채 마리에게 다가온다.

마리는 인어에게 수아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시간이 날 때마다 그녀와 어울린다. 청명한 미소, 반짝이는 눈망울, 모든 시름을 다 받아줄 것 같은 수아에게 마리는 온 마음을 뺏겨버리고, 그들은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너무 자주 만난 탓일까? 마을 사람들은 무녀 마리가 바다 요괴와 한통 속이 되었다고 하면서 마리를 불에 태워 죽이려 한다. 장대에 묶여 불태워지는 마리를 구하기 위해서 수아가 해변 근처로 다가오고 작살로 수아를 잡으려는 마을 사람들. 마리의 분노가 극에 달하는 순간, 하늘에서 번쩍이는 번개가 마리를 내려치고 그녀는 불을 내뿜는 마녀로 변하고 마는데....


실험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작품을 연달아 쏟아내는 [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 ]. 이번에도 전설 속 인어와 무녀가 등장하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내었다. 바다에 부는 태풍을 잠재우고 만선을 이루어내는 능력을 가진 그들. 그러나 그들은 인간과 너무나 다르기에 인간의 적이 될 수 밖에 없었고 그들의 아름다운 사랑도 결실을 맺기에는 상황이 온전치 않았다.

서양의 동화 [ 인어 공주 이야기 ] 도 정말 안타까움 그 자체였지만, 이 [ 재와 물거품 ] 도 그랬다. 한평생 인간에게 이용되기만 하던 존재들... 순수하고 영원한 사랑을 이룰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여러 번 생을 반복하면서까지 만남을 반복하지만 결국엔 재와 물거품이라는 원소들로 남게된 그들... 하지만 어쩌면 세속적이고 이기적인 인간들에게서 벗어나 원소로써 행복한 삶을 살 수도 있지 않겠나 싶다. 결국엔 우리도 원소로 이루어진 존재이지 않은가? 태풍으로부터 사랑하는 수아를 지키려던, 무녀 마리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 바다님이시여, 무녀로 태어나 무녀로 죽은 마녀가 고합니다. 바다님의 분노는 제가 받을 테니 부디 어리고 어리석인 인어를 굽어살펴 주세요. 만물과 만인을 사랑해야 하는 인어가 한 마녀를 사랑한 걸 용서해 주세요. 하늘님이시여, 당신의 뜻을 이어받았으나 그 뜻을 헤아리지 못한 어리석은 마녀가 고합니다. 인간됨을 버렸으나 사랑을 버리지 못한 불쌍한 마녀의 마지막 소원입니다. 저의 모든 걸 바치오니 인어에게.... 수아에게 인간에 대한 사랑을, 잃어버린 빛을 돌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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