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투 소녀
톰 이스턴 지음, 임현석 옮김 / 북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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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투 소녀는 복싱, 우정, 사랑, 가족관계, 그리고 갈등을 둘러싼 감성적이면서도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이야기다. 주인공 플레르는 자신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복싱을 하고자 하는 자신을 막아섬에도 불구하고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결국 권투를 시작한다. 그리고 점차 그 운동을 좋아하게 된다. 이 책은 청소년 소설 답게,, 성장 소설의 색깔을 많이 띄고 있다. 아직 어리다고 생각하거나 권투가 여자에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려 시작한 운동이 그녀를 성장시키고, 그녀는 마침내 자신의 인생에서 사랑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유일한 문제가 있다면 그녀의 어머니와 남자친구이다. 이상하게도 플레르의 어머니는 그녀가 권투를 한다는 걸 너무 싫어하고 남자 친구는 그녀가 점점 남성적으로 변한다고 생각한다. 그 뿐 아니라 친구들도 그녀가 권투를 시작하면서부터 자신들로부터 멀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플레르는 이러한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만 할까?

사실 [ 권투 소녀 ] 라는 제목에서는 읽어낼 수는 없었지만 이 책은 유머와 풍자가 가득하다. 청소년 도서라서 그런지 언어 스타일은 조금 어린 독자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긴 한다. 하지만 젊은 독자들을 타겟층으로 잡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정말 재미있다!!!! 영국 소설이라서 그런가? 약간 바보스럽기도 하고 괴짜 같은 친구들의 엉뚱한 행동이 웃음을 자아낸다. 킥킥거리면서 읽다보면 어느새 뒷편을 읽고 있다.

" 나 지금 무지 배고프거든. 최근에 운동을 열심히 해서 그런 것 같아." 내가 말했다.

" 운동을 좀 줄이는 게 좋겠어." 그가 말했다.

나는 눈을 깜박이며 그를 쳐다보았다. 운동을 줄이라는 말을 들어본 것은 세상에서 내가 처음일 거다.

" 온몸을 근육으로 만들고 ... 싶은 것은 아니지? "

플레르는 호감가고 재미있는 캐릭터이다. 부모와의 관계도 훌륭하게 잘 가꾸어 나간다. 권투를 시작하고 더 건강해진 그녀는 아버지와 가까워지면서 자전거를 함께 타기도 한다. 그녀는 달리기를 시작하고 자신의 발전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반면, 그녀의 어머니는 권투를 하는 플레르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 ( 남자 친구도 마찬가지 ) 어머니의 격한 반응이 권투가 여성에게 적합한 스포츠가 아니라는 생각을 해서 그런가? 했는데 진짜 이유를 알고 나니 가슴이 찡했다. 어쨌건 플레르 주위에는 그녀가 너무 많이 먹고 근육질이 되어간다고 생각하는 남자친구 조지가 있고 그녀의 새로운 취미를 지지하지 않는 어머니가 있다.

이 책 [ 권투 소녀 ] 에는 플레르 뿐 아니라 친구 블러썸과 핍 콤비가 등장하는데 둘 다 조금 우습꽝스럽게 묘사된다. 블러썸은 언제 어디서나 진지하게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하드 코어적이고 급진적인 페미니스트이고, 갓 태어난 새끼 기린처럼 걷는 핍은 운전대만 잡으면 레이싱 드라이버가 되어버린다. 3살짜리도 핍보다는 운전을 잘 할 거라고 생각하는 플레르. 뭔가 잘 안 어울릴 것 같은 조합이지만 정말 사랑스러운 우정을 보여주는 조합이다. 페미니스트인 블러썸은 여성도 권투 선수가 될 수 있다는 신념아래 플레르를 복싱 클럽에 소개했다. 그러나 블러썸은 여전히 복싱이 너무 가부장적이라고 생각하고 혐오하고 있다. 플레르가 언젠가는 그녀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까?

" 운동을 꼭 여성 혐오적인 스포츠로 할 필요는 없단 얘기야 " 그녀는 나의 가시 돋친 말투를 무시하고 말했다.

" 폭력과 공격성을 미화하잖아. 그리고 그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것을 구경거리로 삼지. 그것도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의 사람들을 이용해서." 블러썸이 말했다.

예전에 남성 위주의 무술을 배운 적이 있다 ( 복싱, 특공 무술 등등 ) 그래서인지, 플레르가 남성 중심 스포츠에 진입하면서 고군분투를 하게 되는 것에 많은 공감을 하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성 차별적인 농담에 둘러싸이게 되고 웃고 싶진 않지만 웃게 되는 이상한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책 속의 플레르가 그랬던 것처럼. 복싱은 아주 조금 ( 약 몇 개월 ) 했었기 때문에 플레르의 발전이 실감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사실 플레르가 짧은 시간내에 그렇게나 많은 것을 ( 근육량이라든가 등등 ) 성취할 수 있었다는 게 놀랍기만 했다. 내가 만약 지금 복싱을 배우러 간다면? 하루종일 헥헥 거리다가 눈물을 흘리며 집으로 돌아올 것 같다.

그러나 어쨌건 간에, 플레르가 권투를 배워가면서 이뤄가는 것들은 놀랍기만 하다. 특히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 거리던 보니타와의 대결은 한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물론 플레르가 승리하는 그림!! 그러면서 우정을 쌓아가는 그림!! 이 책은 청소년들에게 추천할 만한 소설로 손색이 없다. 플레르가 가족이나 남자 친구와의 갈등을 얼마나 잘 극복하는지, 그리고 남자들이 주로 하는 운동을 얼마나 잘 해내는지, 그리고 그런 와중에도 친구들과의 우정을 잘 이어가는 모습을 보면 기특하기만 하다. 독자들에게 밝은 에너지를 선사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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