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 - 읽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자기소개서에서 UX 라이팅까지
편성준 지음 / 북바이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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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니즘, 지루한 당신의 글을 살려주는 심폐소생술이 되다!

카피라이터가 알려주는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글쓰기 수업

영어 강사 시절, 나는 수업 시간에 지루해하는 아이들을 위해 그날의 유머를 수집해가곤 했다. 주로 일상의 해프닝을 담은 웹툰에서 가지고 오거나 내가 겪었던 경험을 짤막하게 들려주곤 했는데, 한바탕 웃고 나서 아이들의 집중력이 좋아졌던 걸 생각하면 역시 유머가 가진 흡인력은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이 책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는 글쓰기를 가르쳐주는 책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유머러스한 사람이 되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인 것 같기도 하다. 특히 어떻게 하면 독자들이 열광하는 글을 쓸 수 있는가? 방법은 바로 유머러스한 글을 쓰는 것이다! 에 초점을 맞춘 책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웃기는 건 돈에 쫓기거나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아 괴로워하던 때일수록 페이스북 담벼락의 글에선 유머가 넘친다는 사실이다.” - 41쪽 -


편성준 작가의 주장 하나하나가 주옥같고 공감이 갔는데, 특히 유머 감각이 날카로워지는 환경에 대한 그의 주장에 큰 공감이 갔다. 인간은 가장 비극적인 환경에서 더 날카로운 유머를 이끌어내는 능력이 있다는 것. 예로써, [제5도살장]의 작가 커트 보니것의 끔찍한 경험을 이야기하는 저자. 2차 세계대전에 참가한 보니것은 폭탄이 터지는 아슬아슬한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농담을 날렸다고 한다. 지루하고 힘든 삶을 견뎌내기 위해서는 유머감각이 필수라고 이야기하는 저자.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똑같은 주제라도 재미있는 글에 사람들이 끌리기 마련이다. 세상을 조금 삐딱하게 보고 비틀어 보며 유머를 이끌어내는 저자의 시선이 흥미로웠다.

“ 우리는 바쁘다. 직장에 출근도 해야 하고, 하루 세 끼 밥도 먹어야 하고, 일을 하는 틈틈이 스마트폰을 수십 번 들여다봐야 한다. 다시 말하면 글을 대충 쓸 핑계가 즐비하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무엇이 다른 것일까? 모든 바쁜 일보다 글을 우선시하는 것, 차이는 그것뿐 아니겠는가? ” - 95쪽 -

편성준 작가는 매일매일 글을 쓰는 성실함, 그것이 작가가 되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웨인 왕 감독의 영화 [스모크]에서 매일 아침 똑같은 시간에 거리 사진을 찍던 주인공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작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행위도 거듭하다 보면 결국 의미가 커진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1년 넘게 매일 출근길 담벼락의 담쟁이 사진을 찍은 아내의 예도 바로 그것이다. 극강의 성실함은 드라마틱한 결실을 이루어낸다는 것이다.

“ 그러나 그보다는 ‘잘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그녀의 글을 경직시키고 있는 건 아닐까. (....) 고정 관념 때문이다. 책에 들어갈 글은 뭔가 완성도가 있어야 하고 정확해야 하고 감동적이거나 심오해야 할 것 같은 그 이상한 의무감 말이다 .” - 137쪽 -

다른 어떤 주장보다도 제일 공감이 간 대목이 바로 이 부분이다. 잘 읽히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우선 어깨에 힘을 빼야 한다는 말. 편하게 쓰면 오히려 재미있고 개성 넘치는 글을 쓸 수도 있는데 너무 잘 쓰려고 하다 보니 오히려 망작이 나올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물론 글을 아무렇게나 쓰라는 주장이 아니라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아이디어를 쓰고 나중에 고치고 정리하면 될 일. 정말 큰 공감이 되었다. 이끌리는 대로, 자연스럽게!

글을 한번 써볼까? 하는 생각에 한때 글짓기에 관한 책들을 엄청 모았던 나. 결국 재능이 거의 없음을 알고 포기했지만 정말 다양한 글짓기 책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만큼 흡인력 있고 재미있었던 책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평범한 사람도 글을 쓸 수 있고 심오하거나 대단한 주제가 아니어도 사람들의 공감을 자아낼 수 있는 글이 좋은 글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물론 유머 감각이 필수 조건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그리고 사람들의 평가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결국 아무리 훌륭한 작가라도 그의 작품에 대한 호불호는 어쩔 수 없기 때문. 오랜만에 진짜 너무 재미있고 공감 가는 책을 읽었다. 혹시나 글짓기 책을 찾는 사람이 있다면 꼭 읽어보라고 추천해 주고 싶은 책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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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피부 - 나의 푸른 그림에 대하여
이현아 지음 / 푸른숲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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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안의 고독과 불안에 위로를 건네는 푸른 그림에 관한 이야기 ”


굳이 미술관을 방문하지 않아도 다양한 그림 감상과 가이드의 친절한 설명이 곁들어진 명화 투어가 시작된다. 그림 보는 눈이 거의 없다시피한 나 같은 사람도 그림 속 풍부한 의미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가이드의 역량이 뛰어나다는 것 아닐까? 그림이 계속 말을 거는데도 대답해 줄 수 없었다면  이 책을 읽고 난 후 조금은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명화 투어”의 가이드는 에디터이자 아트 라이터인 이현아 작가이다. 

그녀는 이번 투어의 주제를 각 작품이 품고 있는 색깔 “블루”로 잡았다. 우울, 몽상 그리고 관조라는  단어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신비로운 색깔 “블루”. 이현아 작가는 이 책에서 “블루”의 키워드를 다음과 같은 4가지로 압축한다. 유년 시절, 여름, 우울 그리고 고독. 각 키워드에 어울리는 그림과 관련 일화 그리고 본인의 경험까지 짜임새 있게 배치되어 더욱더 재미있었다.


# 유년 시절

작가가 소개한 여러 일화들 중에서 “H”라는 미스터리한 인물과의 경험이 특히 흥미로웠다. 인터뷰와 인터뷰이로 만나 순식간에 친구가 되고 그렇게 인연을 쌓아가게 된 그들.

그러나 마치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는 듯한, 빼앗긴 유년 시절을 집요하게 돌려받으려고 하는 듯한  “H”와의 관계를 유지하려다 그만 작가는 자기혐오에 빠져버린다. 그들은 그렇게 멀어지게 되고....


작가는 호아킨 소로야 이 바스티다 작가의 작품 [발렌시아 해변의 아이들]을 소개하면서 앞선 일화를 펼쳐놓는다. 햇빛과 바람 그리고 파도라는 순간에 집중하는 다른 아이들와 달리 그림 속 주인공 소년은 말없이 화가를 응시한다.  유년을 함께 재건할 누군가를 내내 기다려 온 것처럼.


“ 유년의 땅은 늘 불안정하다. 그곳이 대체로 타인에 의해 설계되므로.

자신이 설계할 수 없으므로. (...) 나는 H의 땅에서 무엇을 보고 온 걸까?

그 시절의 빈틈을 메워주기는커녕 파도가 치면 사라질 모래성만 쌓다 온 것은 아닐까?”



# 여름

작가는 "블루"가 상징하는 키워드 중 하나로 여름을 꼽는다.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와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수박.. 의외로 여름은 "블루" 와 잘 어울리는 듯하다. 작가는 여름이  새로운 단어를 껴안을 수 있는 몸을 갖게 되는 계절이라고 하고, 그래서 주목할 단어로 "나신"을 꼽는다. 타인의 시선이 부재하는 장소에서 훌훌 벗고 다른 사물이 되어보는 경험을 시도하는 작가. 여름 안에서 나는 네가 되고 너는 나가 된다. 그녀는 화가 우르타도의 1인칭 시점의 작품 [무제]를 통해 어떠한 관계도, 평판도 걸치지 않은 채 오직 "나"라는 존재로 남은 누군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나신으로 고양이를 끌어안으면 나 또한 동물이라는 걸 깨닫고, 

나무로 만든 책장에 기대면 그것이 살아 있음을 느낀다. (...)

나는 고양이가 되고, 나무가 되고, 물이 되고, 복숭아가 된다. 

그렇게 여름은 새로워진다 .”


책을 읽고 나니 "블루"의 의미가 좀 더 확장되는 느낌이다. 지금까지는 차갑다고 느껴졌던 색깔이 오히려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이현아 작가가 가지고 있는 세상, 인간 그리고 그림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책 안에 가득 녹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예전에는 그림이 내게 말을 걸 때면, 의미를 해석하기 힘들어 소통을 피했지만, 이젠 왠지 끌리는 그림 앞에 가서 숨겨뒀던 내밀한 속 이야기까지 다 고백해버릴 것만 같다.

무심하게 지나쳐온 내 안의 "나"를 다시금 들여다보게 해 준 책 [여름의 피부]였다.


* 출판사가 제공하는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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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터 - 사라지게 해드립니다 Untold Originals (언톨드 오리지널스)
김중혁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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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사라지게 하고 싶은 물건을 이 세상에서 지워드립니다.
고대 흑마술을 전수받은 전설의 딜리팅 고수가 여러분을 도와드립니다.지금 당장 전화하세요. 딜리팅은 여러분의 권리입니다.


우리가 눈으로 보고 냄새 맡고 만질 수 있는 세상이 전부일까?
이 책 [딜리터:사라지게 해드립니다]는 평행 이론에서 등장하는 다중 우주들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엔 보이지 않는 여분 레이어가 있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마치 포토샵 프로그램처럼 겹치고 겹쳐져 있지만 이 세상엔 눈에는 보이지 않는 공간이 있고 그 공간으로 사물과 사람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딜리터들의 주장이다.


딜리터, 즉 사라지게 하는 사람들. 예전에는 흑마술사로 불리던 이 전문가들은 아주 비밀스러운 방식으로 의뢰를 받아 누군가가 꼴도 보기 싫어하는 물건이나 사람을 저쪽 세상, 눈에 보이진 않으나 분명히 존재하는 그 레이어로 보내버린다. 직접 없애기에는 힘과 노력이 너무들고, 완벽히 없앨 수 없는 상황에서는 딜리터들의 손을 빌리는 방법이 최고이기 때문이다.


주인공 강치우는 소설가이자 강력한 딜리터이다. 그런데 몇 년 전 여자 친구 소하윤이 갑자기 실종되었고 경찰과 사립 탐정은 강치우가 소하윤의 실종에 관련되어 있다고 보고 그의 뒤를 몰래 쫓고 있다. 한편, 강치우와 그의 책을 출간하는 출판사 대표 양자인은 비밀스러운 모종의 계약을 맺고 있다. 그녀가 강치우에게 소개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책을 내고 싶어서 고스트 라이터인 강치우를 만나는 것이지만, 알고 보면 치우가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는데....


실제로 이 딜리터들이 내 주위에도 살고 있다면? 저세상으로 뭘 보내고 싶은지 상상해 본다. 기억하기도 싫은 나의 흑역사.. 남들 머릿속에 남아있는 그 흑역사를 날려버리고 싶을 것 같다. 자다가도 갑자기 생각나는 바람에 이블 킥 하게 되는 그 몹쓸 것들을.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도 손꼽힐 만큼 정말 특이한 소설이다. 곧 A.I 가 이 세상을 정복해버릴 것 같은 이 최첨단 시대에 흑마술이라니...
하지만 과학이 발전한다는 건, 다시 말하면 미스터리로 남아있던 분야가 해결된다는 의미는 아닐까? 공간 이동이나 평행 우주 이론 등등의 단어들이 더 이상 낯설게 들리지 않을 시대가 다가온다.


강치우는 보낼 순 있지만 레이어를 들여다볼 순 없었는데 치우 앞에 우리를 둘러싼 겹겹의 레이어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여인 조이수가 등장하면서 실종된 여자 친구 조하윤을 둘러싼 그 어둡고도 미스터리한 비밀, 그 비밀이 베일을 벗기 시작한다. 여자 친구의 실종 사건을 좇는 치우와 그 치우를 좇는 경찰들과 사립탐정들 그리고 딜리터를 이용하여 검은 야욕을 실현하려는 사람들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매우 스피디하게 펼쳐지는 책 [딜리터:사라지게 해드립니다] 뭔가 독특하면서도 미스터리하고 스릴 넘치는 소설을 찾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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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데이 아르테 미스터리 15
T. M. 로건 지음, 천화영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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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

우리는 과연 그들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완벽해 보이는 겉모습에 가려진 비밀.... 정말 우리는 가까운 사람들을 믿어도 되는 걸까?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서 늘 불안에 떠는 여자의 심리를 너무나 잘 포착해낸 소설 [홀리데이]. 아주 사소한 단서만으로도 여자들은 쉽게 배우자의 불륜을 찾아낼 수 있다고 믿고, 실제로도 그러하다. 그런데 문제는 현실보다 머릿속에서 상상하는 그 불륜의 크기가 10배 혹은 100배 더 크다는 점. 사랑의 크기만큼 커지는 배우자에 대한 의심,, 그 지옥 같은 심리 상태를 저자 T.M. 로건이 너무나 잘 표현한 것 같다. 내가 아마 주인공 케이트였다면 먼저 남편의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이실직고하라고 소리부터 질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던 책 [홀리데이]로 한번 들어가 보자.

주인공 케이트와 오래된 친구들인 로언, 제니퍼 그리고 이지는 40살이 된 기념으로 각자의 가족들과 함께 프랑스에 있는 고급 별장으로 휴가를 떠나기로 한다. 하지만 케이트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그 이유는 얼마 전부터 남편 숀이 수상쩍은 행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는 어딘가에 정신이 팔려있고 내내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으며 케이트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듯 행동한다. 그래서 케이트는 숀이 분명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믿고 휴가지에 도착하자마자 그의 핸드폰에 남겨진 메시지를 몰래 확인한다. 거기서 놀라운 내용을 발견하게 되는 케이트. 숀의 불륜 대상은 바로 3명의 친구들 중 한 명이다!!

"당신이 한 말이 계속 생각나.

한마디, 한마디가 진심이었어.

나랑 다시 얘기하자.

K가 뭔가 의심하지는 않고?

K는 전혀 모르고 있어. 하지만 계속 이렇게 갈 수는 없어.

우리, 프랑스에서 결정하는 거야.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보자."

메시지를 읽고 난 이후부터 계속 전전긍긍하게 되는 케이트. 모든 것을 밝히라고 남편을 닦달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모르는 척 남편의 마음이 돌아오길 기다려야 하는 건지 도저히 판단을 내릴 수가 없다. 직업이 범죄과학수사관이라서일까? 불안한 와중에도 숀의 일거수일투족을 더욱더 면밀히 관찰하고 추적하는 케이트. 로언 인가? 아니면 제니퍼인가? 둘도 아니라면 숀과 어린 시절 친구 사이였던 이지인가? 케이트는 도저히 휴가 다운 휴가를 보낼 수가 없다. 남편이 친구들 중 한 명과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증거자료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케이트는 자신이 과거에 친구들에게 저질렀던 잘못을 떠올린다.

의도적이었건 아니었건 간에 친구들에게 저질렀던 크고 작은 잘못 들을 떠올린 케이트.. 그중 한 명은 케이트에게 복수를 감행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이것은 과연 사실일까? 그녀의 망상일까? 그런데 실제로 휴가지에서 생각지도 못한 이상한 일이 계속해서 발생한다. 숀이 잃어버린 결혼반지가 로언의 방에서 발견되고 놀러나갔던 아들 대니얼은 어딘가에서 넘어진 듯 팔과 다리에 상처를 입은 채 별장으로 돌아온다. 제니퍼의 두 아들인 제이크와 이선은 절벽에서 뛰어내리려는 등의 과잉 행동을 하고 딸 루시는 고민이 있는 듯 내내 어두운 얼굴이다. 과연 평화롭고 즐거워야 할 휴가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와우... 시종일관 조용하던 로맨틱 스릴러가 끝나기 5분 전에 호러로 변하는 것 같은 소설이다. 소설 막판에 이르러 생각지도 못한 충격적인 반전이 독자들의 뒤통수를 때린다. 사실 남편을 의심하는 케이트의 광기 어린 집착과 의심 등으로 팽팽한 긴장감이 책 전반에 맴돌기는 하지만 이 책 [홀리데이]는 중반 이후까지도 그다지 큰 사건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구도를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책을 마무리할 때쯤 펼쳐지는 엄청난 반전과 거대한 사건 때문에 나는 그야말로 넋을 잃고 책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책장을 넘기는지 책장이 나를 넘기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역시 몇 권의 큰 히트작을 낸 작가는 다르긴 다르다. 작가가 이리저리 뿌려놓은 떡밥들... 그 복선들은 막판에 이르러 잘 조합된 블록이나 퍼즐처럼 제 자리를 알아서 잘 찾아간다. 잘 짜인 플롯과 큰 반전 이외에 이 책에서 감탄했던 부분은, 분명 작가는 남자인데 배신을 암시하는 남편에 대한 주인공 케이트의 불안한 심리를 정말 찰떡같이 잘 표현했다는 점이다. 결혼한 여자들이 세우는 그 날카로운 촉! 혹은 직감! 과 같은 부분을 어떻게 이렇게 잘 묘사했는지 놀라울 뿐이다. 이 책 [홀리데이]는 진짜 끝까지 읽어야 된다. 이리저리 변죽만 울리는 것 같지만 다 읽고 나면 작가가 왜 그런 부분을 언급했는지 비로소 이해가 갈 것이다. 대반전으로 독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 앙큼한 소설 [홀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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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
리러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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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우리집에 지옥이 세들어 왔다 ”


방이 차고 넘치는 큰 주택의 주인이라고 상상해보자. 경제는 불황이고 거의 폐가가 되기 직전인 쓰러져가는 집에 들어오려는 세입자는 눈씻고 찾아볼 수도 없다. 그럴 때 월세 떼먹고 도망갈 염려없는 다수의 세입자가 들어온다면? 모두가 반길 상황이지 않을까? 그런데, 알고 보니... 세입자들은 원래 지옥행 특급열차를 타고 가야할 죄인들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일까?


“ 지옥이 요새 리모델링하느라 죄인들 둘 데가 모자란대서 빈방이랑 남는 공간 빌려주기로 했다. 아까처럼 죄인들 좀 오갈 거야. 함부로 문 열면 험한 꼴 본다 .”


2021년 제 1회 K-스토리 공모전 대상 수상작인 [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를 읽었다. 리모델링으로 방이 모자라 더 이상 죄인을 수용할 수 없는 지옥에 월세를 내준다는 아주 참신하고도 독특한 설정으로 무장한 소설이다. 되도록 내 삶에서 멀리 떨어져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무시무시한 지옥도가 집안에서 펼쳐지는데, 이상하게도 주인공 서주와 할머니는 별 반감없이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인다. 


살아생전 자신이 남긴 음식 쓰레기를 꾸역꾸역 먹는 형벌을 받은 죄인, 달군 철판 위에서 맨발로 춤을 추거나 줄톱 그물이 떨어지는 순간 살보라가 날리고 거기에 대항하겠다고 자신의 뼈로 무기를 만들어 저항하는 죄인들, 생전에 구업을 지었는지 자신의 혓바닥으로 밭을 가는 형벌을 받은 죄인들 등등등 다채로운 벌을 받는 죄인들의 모습이 이방, 저방, 보일러실 가리지 않고 등장한다.


“ 우주가 나 대신 복수해준다니, 좋잖아. 세상 어딘가에는 나를 위한 지옥을 상상하는 사람도 있을까? 어디의 누구일지는 모르겠지만 소용없어요. 내 지옥은 여기 있으니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주인공 서주의 지옥은 그녀가 딛고 선 현실, 바로 여기이다. 함께 사는 할머니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손녀. 다른 가족의 존재는 보이지 않고 그녀가 의지하는 사람은 바로 할머니 뿐이다. 업둥이를 조건없이 키워줄 만큼 따뜻한 사람이긴 하지만 욕쟁이라 불릴 만큼 할머니는 무뚝뚝하고 서주에게 거친 말을 내뱉기 일쑤이다.


예전에는 떵떵거리고 살았을 법한 대저택에 살고 있지만 현재 문은 삐걱거리고 방에는 먼지와 곰팡이가 그득하며 지옥 소속인들 외에는 세입자도 거의 남아있지 않다. 할머니의 두 아들 중 장남은 기둥 뿌리 뽑아서 도망갔다가 교통사고로 죽고 둘째 아들은 그 존재를 잊을 만하면 나타나 얼마 남지도 않은 할머니에게 손을 벌린다. 언제 돌아가셔도 이상하지 않을, 삐걱대는 할머니와 더 삐걱대는 집, 어디에도 기댈 곳 없는 서주는 외롭기만 한데...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녀에게 달콤한 미숫가루를 타주고 버스 정류장까지 배웅해주는 남자가 생겼다? 그는 바로바로바로 지옥의 대장, 악마이다. 끝이 뾰족한 꼬리와 두 개의 앙증맞은 뿔을 가진 그는 분명 악마인데,, 왜 그녀에게 이토록 친절한 걸까? 다른 이의 감정, 그 다채롭고도 변화무쌍한 감정을 즐기고 먹고 사는 듯한 이 악마, 혹시 매일 매일 서주가 경험해야하는 감정의 롤러코스터에 반한 걸까? 어울리지도 않게 달콤하기 그지 없는 악마와 세상의 온갖 걱정을 다 끌어안고 사는 듯한 여주인공 서주의 달콤살벌한 연애 이야기가 시작되려는걸까? 그러나 그는 분명 악마인 것!!! 서주에게 접근하는 그의 의도가 매우 불온해보이기까지한데....

로맨틱 판타지 스릴러라고 부르면 좋을 것 같은 [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 였다. 설정도 독특했지만 여주인공과 할머니의 티키타카가 재미있었고 예상을 훨씬 벗어난, 젠틀하기 그지 없는 악마의 존재가 재미를 더하였다. 지옥은 말그대로 무시무시했으나 그가 타주는 미숫가루와 만들어주는 죽은 엄청나게 맛있고 달콤하였으니.... 뭔가 색다른 소재의 책을 찾는 독자가 있으면 꼭 소개해주고 싶은 책 [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

* 출판사가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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