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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 - 읽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자기소개서에서 UX 라이팅까지
편성준 지음 / 북바이북 / 2022년 7월
평점 :
유머니즘, 지루한 당신의 글을 살려주는 심폐소생술이 되다!
카피라이터가 알려주는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글쓰기 수업
영어 강사 시절, 나는 수업 시간에 지루해하는 아이들을 위해 그날의 유머를 수집해가곤 했다. 주로 일상의 해프닝을 담은 웹툰에서 가지고 오거나 내가 겪었던 경험을 짤막하게 들려주곤 했는데, 한바탕 웃고 나서 아이들의 집중력이 좋아졌던 걸 생각하면 역시 유머가 가진 흡인력은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이 책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는 글쓰기를 가르쳐주는 책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유머러스한 사람이 되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인 것 같기도 하다. 특히 어떻게 하면 독자들이 열광하는 글을 쓸 수 있는가? 방법은 바로 유머러스한 글을 쓰는 것이다! 에 초점을 맞춘 책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웃기는 건 돈에 쫓기거나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아 괴로워하던 때일수록 페이스북 담벼락의 글에선 유머가 넘친다는 사실이다.” - 41쪽 -
편성준 작가의 주장 하나하나가 주옥같고 공감이 갔는데, 특히 유머 감각이 날카로워지는 환경에 대한 그의 주장에 큰 공감이 갔다. 인간은 가장 비극적인 환경에서 더 날카로운 유머를 이끌어내는 능력이 있다는 것. 예로써, [제5도살장]의 작가 커트 보니것의 끔찍한 경험을 이야기하는 저자. 2차 세계대전에 참가한 보니것은 폭탄이 터지는 아슬아슬한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농담을 날렸다고 한다. 지루하고 힘든 삶을 견뎌내기 위해서는 유머감각이 필수라고 이야기하는 저자.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똑같은 주제라도 재미있는 글에 사람들이 끌리기 마련이다. 세상을 조금 삐딱하게 보고 비틀어 보며 유머를 이끌어내는 저자의 시선이 흥미로웠다.
“ 우리는 바쁘다. 직장에 출근도 해야 하고, 하루 세 끼 밥도 먹어야 하고, 일을 하는 틈틈이 스마트폰을 수십 번 들여다봐야 한다. 다시 말하면 글을 대충 쓸 핑계가 즐비하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무엇이 다른 것일까? 모든 바쁜 일보다 글을 우선시하는 것, 차이는 그것뿐 아니겠는가? ” - 95쪽 -
편성준 작가는 매일매일 글을 쓰는 성실함, 그것이 작가가 되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웨인 왕 감독의 영화 [스모크]에서 매일 아침 똑같은 시간에 거리 사진을 찍던 주인공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작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행위도 거듭하다 보면 결국 의미가 커진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1년 넘게 매일 출근길 담벼락의 담쟁이 사진을 찍은 아내의 예도 바로 그것이다. 극강의 성실함은 드라마틱한 결실을 이루어낸다는 것이다.
“ 그러나 그보다는 ‘잘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그녀의 글을 경직시키고 있는 건 아닐까. (....) 고정 관념 때문이다. 책에 들어갈 글은 뭔가 완성도가 있어야 하고 정확해야 하고 감동적이거나 심오해야 할 것 같은 그 이상한 의무감 말이다 .” - 137쪽 -
다른 어떤 주장보다도 제일 공감이 간 대목이 바로 이 부분이다. 잘 읽히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우선 어깨에 힘을 빼야 한다는 말. 편하게 쓰면 오히려 재미있고 개성 넘치는 글을 쓸 수도 있는데 너무 잘 쓰려고 하다 보니 오히려 망작이 나올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물론 글을 아무렇게나 쓰라는 주장이 아니라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아이디어를 쓰고 나중에 고치고 정리하면 될 일. 정말 큰 공감이 되었다. 이끌리는 대로, 자연스럽게!
글을 한번 써볼까? 하는 생각에 한때 글짓기에 관한 책들을 엄청 모았던 나. 결국 재능이 거의 없음을 알고 포기했지만 정말 다양한 글짓기 책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만큼 흡인력 있고 재미있었던 책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평범한 사람도 글을 쓸 수 있고 심오하거나 대단한 주제가 아니어도 사람들의 공감을 자아낼 수 있는 글이 좋은 글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물론 유머 감각이 필수 조건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그리고 사람들의 평가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결국 아무리 훌륭한 작가라도 그의 작품에 대한 호불호는 어쩔 수 없기 때문. 오랜만에 진짜 너무 재미있고 공감 가는 책을 읽었다. 혹시나 글짓기 책을 찾는 사람이 있다면 꼭 읽어보라고 추천해 주고 싶은 책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