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집
제시카 발란스 지음, 최지운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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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이 집에 다른 사람이 있어 ”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 거대한 물음표를 그리게 되는 책 [타인의 집]. 마치 얽히고설킨 실타래와 마주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어디서 어떤 사건이 터질지 모르는 그 긴장감이란! 1분 1초가 아까운, 그야말로 인생 최고의 축제 같은 나날을 보내야 할 휴가지에서 불길하기 그지없는 집과 더 불길한, 자잘한 사건들을 마주한 주인공 로렌, 그녀가 왜 이렇게 절벽 끝에 선 것처럼 아슬아슬한 순간들을 견뎌야 했을까?


로렌 헨리는 골칫덩어리였던 남자 친구 존과 헤어진다. 더 정확하게는 현실을 마주하려 하지 않는 철부지 작가 지망생 존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쫓아낸 거지만. 우울한 기분을 만회하기 위해 어릴 적부터 가장 친한 친구인 친구 애니아와 애니아를 통해 알게 된 소피아와 함께 스페인으로 여자들만의 여행을 떠나기로 한 그들. 그러나 여행은 처음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공항과 여행지에서 끊임없이 투덜거리는 애니아.. 그리고 인터넷 화면으로 봤을 때 창문으로 멋진 풍경이 내다보였던 민박집이었는데, 알고 보니 그 멋진 풍경은 포스터에 불과했다. 게다가 연쇄 살인의 피해자 여성들의 기괴한 사진이 액자로 만들어져 걸려있고, 잠깐 관광 나갔다가 돌아와보니 아파트의 자물쇠가 부서져있다. 낯선 휴가지... 불안하기 그지없는 상황들... 영화 [호스텔]이 생각나는 이 으스스 한 상황.. 도대체 로렌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작가 제시카 발란스는 아슬아슬하기 그지없는 아찔한 상황을 너무나 잘 그려내고 있다. 물론 여행지에서의 상황이 항상 계획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렌터카의 타이어가 갑자기 도로 위에서 펑크 나기도 하고 여권이나 돈을 현지인들에게 털리기 일쑤다. 그런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해서 웃고 넘어갈 수 있는 대범함을 장착할 수 있어야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는 법. 그러나 로렌과 애니아 그리고 소피아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평범함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좋게 끝나면 " 예상 밖이었던 불편한 민박집"으로 끝날 수 있겠지만 정말 불운하다면 신문 기사 사회면에 실릴 만한 불행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조금씩 조금씩 흘리고 있는 책 [타인의 집]


[타인의 집]은 다소 느리게 진행된다. 그러나 그 느린 속도에도 불구하고 팽팽한 긴장감 유지는 탁월하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이어지는 이야기는, 로렌의 자살한 오빠 루벤의 사연을 드러내며 독자들의 호기심을 증폭시킨다. 뭔가 있는데... 하면서 계속 읽다 보면 충격적인 사건들이 독자들의 뒤통수를 후려치면서 도대체 누굴 믿어야 할지 모를 상황이 펼쳐진다. 사건을 다 파악했고 범인이 누구인지 알겠다... 싶다가도 이야기는 다른 쪽으로 방향을 급선회하면서 독자들에게 반전이라는 놀라움을 선사한다.


역시 스릴러는 끝날 때까지 끝이 아니다!!라고 외치는 듯할 때가 재미있다!! 로렌과 다른 친구들이 기억하는 과거가 조금씩 베일을 벗으며,, 얽혔던 실타래는 조금씩 풀리기 시작한다. 로렌의 삶에 중요한 인물들과 관련된 비밀들이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낯선 휴가지에서 벌어진 미스터리한 사건들.. 독자들의 머릿속에 커다란 물음표를 남기는 사람들과 사건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심리 스릴러를 원한다면 오늘 이 책으로!



* 출판사에서 협찬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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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신은 얼마 안전가옥 쇼-트 13
하승민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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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성 인격 장애를 앓고 있는 한 여성의 분열된 자아가 벌이는 위험천만한 여정을 서늘한 필체로 그려냈던 작품 [나의 왼쪽 너의 오른쪽]의 작가 하승민씨의 신작 [당신의 신은 얼마]를 읽었다. [나의 왼쪽 너의 오른쪽] 이 인간 본성의 어두운 이면을 소름 끼치도록 잘 표현해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 [당신의 신은 얼마]에서도 그는 우리가 쉽게 빠질 수 있는 "유혹"의 검은 그림자를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모든 가치가 사라지고 오직 "돈" 을 믿고 따르는 시대가 이미 와버린 것 같다. " 사람 " 은 사라지고 "숫자" 만 남은 듯한 우리 사회. 이 [당신의 신은 얼마]는 마치 얼마 전 발생했던 코인 광풍과 곧이어 이어진 폭락 사태의 그 이면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소설이다. 모든 것은 철저히 계획되어 있었다. 작전 세력들은 사람들을 우롱했고 결국 한 방으로 부자가 되리라는 꿈은 불타고 남은 재처럼 산산이 흩어지는데.....

통닭집에서 알바를 하며 틈틈이 경제 공부를 하는 정환. 용달차를 모는 아버지는 고작 허름한 주택을 하나 소유하고 있을 뿐이다. 정환은 흙 수저에 불과한 자신이 성공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절도와 주거 침입 등으로 몇 번 감옥에 다녀온 현기라는 친구가 정환에게 500만 원을 주며 코인 투자를 부탁하는데, 하필이면 듣도 보도 못한 레더 코인을 사라고 한다.

한편, 치과의사를 하다 전업 투자자로 변모한 최닥은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일하는 양 이사로부터 귀가 솔깃한 제안을 받는다. 양 이사는 "대한민국에 규제가 없는 도박 시장이 열렸다"라며 코인을 이용하여 돈 좀 벌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낸다. 최닥은 경제부 기자 "박 프로" 와 로펌 변호사 "유변" 과 정보를 주고받으며 작업을 구체화하고, 투자 커뮤니티 대화방에서는 작전 세력들이 슬쩍 슬쩍 유명 스타트업 대표들도 투자한 레더 코인에 대한 정보를 흘리기 시작한다. 모든 것은 준비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현기는 정환에게 박정배라는 남자를 납치해 주면 코인에 투자한 돈의 절반을 주겠다고 한다. 그래봤자 몇 백, 몇 천이라 생각했던 정환은 암호화폐 열풍을 타고 몇 억까지 치솟아 오르는 투자수익률을 본 뒤 고민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사람을 죽이는 것에 거부감을 느꼈던 정환 그러나 자신을 비루하게 만든 사회로 책임을 돌리며 범죄를 합리화하기 시작하는데,,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 죄책감이라. 그다지요.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인걸요. 숫자 뒤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은 보이지 않아요.

숫자에는 표정이 없어요 "

-159쪽-

"저울 한쪽에 박정배를, 그 반대쪽에 독립해서 살만한 집 한 채를 올려 본다. (...) 저울은 계속 오른쪽으로 기운다."

-90쪽-

[나의 신은 얼마]는 아주 속도감 있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하드보일드 장르에 능숙한 작가답게 짧고 굵은 문장으로 시시각각 몰아치는 긴장감을 너무나 잘 표현해 내고 있다. "돈"이라는 신줏단지 앞에서 나락으로 떨어질 위기에 처해있는 한 젊은이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싶었고 한판 거나하게 놀다가 이익을 챙겨가려는 작전 세력에 놀아나는 사람들을 따라다니며 경고를 해주고 싶었다. 스크린 속 올라갔다가 내려가는 숫자 앞에서 울고 웃는 우리들. 현대인의 민낯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진짜 빨려 들어가듯이 읽었다. 현실이 쳐놓은 거대한 덫의 본모습을 보고 온 기분이다. 우리는 얼마나 유혹에 약한가.. 그리고 그 유혹을 이용하는 무리들이 얼마나 많은가... 현대판 거대한 돈 먹고 돈 먹기를 가감 없이 보여준 책 [당신의 신은 얼마]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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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주의자 고희망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97
김지숙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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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이름은 희망이지만,

그리 희망으로 가득 찬 삶을 살지는 않았습니다.

여전히 언젠가는 종말이 올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인생을 살다 보면 갑작스러운 비극과 불행을 만난다. 우리는 그때마다 부딪치고 넘어졌다가도 어느새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걷는다. 어른이 되면 어느 정도 그런 상황에 대한 훈련이 되어 있는데 비해 ( 그래도 익숙하진 않음 )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청소년들은

갑작스러운 비극이나 불행에 면역이 되어 있지 않을 수 있다는 게 문제이다. 이 책은 가시처럼 파고드는 불행과 슬픔을 견디기만 하다가 마침내, 극복해 내는 방법을 발견한 한 소녀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녀의 절망은 지구의 종말을 기다렸지만 결국... 희망을 낳았다.

공부도 잘하고 겉으로 보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 소녀 고희망. 사실 그녀는 몇 편의 웹 소설을 올린 작가이기도 하다. 그런데 희망이가 쓰는 소설은 조금 인기가 없다. 어쩌면 인기가 없을 법도 한 게, 그녀의 소설은 끔찍하게도 지구의 종말을 다루고, 그 좋다는 달달한 로맨스 하나 없다. 팬들이 이야기에 조금 익숙해지고 특정 캐릭터에 정이 들 때쯤, 희망이는 죽음이라는 칼날을 들어 등장인물들에게 사정없이 내리친다. 희망이라는 이름과 다르게 그녀는 왜 이렇게 종말과 죽음에 이끌리는 걸까?

희망이는 어렸을 때, 부모님 대신 동생 소망이를 돌보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놀이터에 갔다가 희망이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비극적인 교통사고를 당해 너무 일찍 저세상으로 간 소망이. 그 이후로 부모님은 희망이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린 사람들처럼 행동한다. 엄마는 약을 먹고 밤마다 몰래 울고, 아빠는 국밥처럼 표정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한창 부모님의 관심을 받고 사랑을 받아야 할 나이에 서로 거리를 둔 가족들의 틈바구니에서 희망이는 외로움에 사무친다.

그때부터였을까? 희망이는 외롭고 서러운 마음을 모두 끌어모아서 소설에 들이붓는다. 어쩌면 웹 소설을 쓰는 일은 희망이가 현실을 살아내기 위해 필요한 마지막 동아줄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지구의 종말을 묘사하고 캐릭터들을 모조리 죽이는 이유도 절망스러운 내면을 표출하고 위로받는 나름의 방법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도 제일 힘들었을 때 특히 더 슬프고 비극적인 작품에 끌렸으니까.

가족 중 유일하게 자신에게 관심을 주고 신경을 써줬던 요한 삼촌. 삼촌 덕분에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었던 희망이는 어느 날 가족들 몰래 삼촌이 몰래 비밀을 키워왔다는 사실을 알고 큰 배신감을 느낀다. 더 이상 가족이라는 틀 안에 자신의 자리가 없다고 느끼는 희망.

남몰래 짝사랑해왔던 도하가 다른 여학생과 사귀고 베프인 지수와도 갈등하게 되면서 지수는 소설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종말이 오기를 바라게 되는데....

[종말 주의자 고희망] 은 동생의 죽음 이후로 세상에 대한 별 기대가 없어진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절망으로 가득한 세상 속 희망이가 쓴 소설에서는 사람들이 눈처럼 홀연히 사라진다. 하지만 요한 삼촌의 비밀을 알게 되고, 여러 인물들, 특히 희망 없는 현실에서도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희망이는 어두운 현실 너머에 무지개 같은 밝은 "미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깨닫게 된다. 어쩌면 자신 속에 현실을 바꿀 힘이 있을 수도 사실을 알게 되는 희망이. 그녀는 어느새 훌쩍 큰 것처럼 보인다. 종말을 꿈꾸는 대신 이제 희망을 꿈꾸게 된 그녀. 소설 속 등장인물들을 모조리 죽이던 희망이는 이제 소설에 살짝 수정을 가한다. 희망이는 열린 결말로 소설을 끝낸다.어쩌면 주인공은 지구 종말을 극복하고 씩씩하게 살아나갈지도 모르니까.

" 결국 나는 줄곧 삶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것이다. 죽음이 찾아오기 전까지 계속 살아가야 하는, 삶에 대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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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트 샤인
제시카 정 지음, 강나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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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스 포레버가 아닌 ‘’진짜‘ 나는 누구일까?”

얼마 전, 데뷔 15년 만에 완전체로 화려하게 컴백한 소녀시대. 그러나 완전체하고 하기엔 뭔가 부족해 보이는 그녀들. 주요 멤버였던 제시카 정의 부재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나는 아이돌 그룹에 대해서 잘 모르고 따라서 소녀시대의 팬도 아니었던지라 그녀가 어떻게 팀을 떠나게 된 건지 잘 몰랐는데, 이 책 "브라이트" 가 어느 정도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면 그녀가 멤버들 사이의 패권 경쟁, 연예 기획사 그리고 미디어의 희생자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읽은 제시카 정의 책 "샤인" 은 10대 소녀 레이첼이 아이돌 데뷔를 위해서 연습생으로써 고군분투하는 것을 주로 다뤘었다. 결국 그녀는 원하는 바를 손에 넣었고 이 책 "브라이트"는 그 이후를 다루고 있다. 레이첼이 속한 아이돌 그룹 "걸즈 포레버"가 큰 성공을 거두고 전 세계적인 슈퍼스타가 된다. 그런 성공과 인기 덕분일까? 각 멤버들에게는 다양한 길을 탐색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데, 특히 레이첼에게 특히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걸즈 포레버에 속한 몇몇 멤버들은 레이첼이 누리는 행운과 관심이 그녀에게 과분하다고 생각한다.

행운의 여신이 그녀에게 미소를 짓고 있는 걸까? 레이첼은 내내 승승장구한다. 공항에서 입은 옷이 패션 잡지에 실리면서 유명한 패션쇼에 초대를 받게 되고 여동생과 리얼리티 쇼를 함께 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도 받는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꿈꿔온 패션 사업 기회를 제안받기도 하는데... 제목처럼 그녀는 뛰어난 잠재력과 재능을 만천하게 드러낼 기회를 얻는다. 

레이첼이 여러 가지 다양한 일들을 한꺼번에 진행하게 되면서 다른 멤버들 사이에 묘한 분위기가 오고 간다. 그들은 레이첼이 이기적이고 그룹 활동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듯 보였는데,, 혹시 이건 질투? 이 부분에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데, 왜 잠재력을 좀 더 발휘하는 멤버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주지 않았는지... 그들은 몰래 레이첼 뒤에서 음모와 배신의 책략을 꾸미며 어떻게든 레이첼을 내보내려고 하는 듯 보였다. 미디어에서 그렇게 강조했던 자매애는 다 가식이었던 걸까?

전작 "샤인"에서처럼 작가 제시카 정의 필력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났다. 몰입이 잘 되었고 가독성이 높아서 책장이 잘 넘어갔다. 조금 아쉬웠던 부분을 말하자면 우선 글이 온통 레이첼의 시점이라 그녀의 입장에서만 이야기가 드러났다는 것. 다른 멤버들의 활동이나 내면의 심리 등도 조금 드러났더라면 좋을 뻔했다. 그리고 앨릭스와의 러브 라인이 좀.. 지나치게 평온하달까? 물론 지나친 갈등이나 억지스러운 사건 연출을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만나자마자 첫눈에 반하고 긴장감 1도 없는 연애는 좀 밋밋하게 느껴졌다.

이 책 "브라이트"에서도 한국 연예 산업의 어두운 면이 많이 드러난다. 철저히 이익에 바탕을 두고 계산적인 연예 기획사에서부터 팬덤의 광기 어린 활동 예 이르기까지,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하고 반짝이는 연예계의 이면이 당황스러울만치 추악해 보였다. 파파라치들은 혈안이 되어서 가십거리가 될 만한 사진을 찾아 헤매고 미디어는 매의 눈으로 사진들을 낚아챈 뒤 화젯거리로 만든다. 아이돌이 되면 사생활이나 개인적 삶의 추구는 암묵적으로 그리고 극단적으로 제한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반짝반짝 빛나기 위해서 저들이 그동안 포기한 것이 많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수에서 패션 사업가로 그리고 작가까지... 제시카 정이 다양한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하며 본인의 잠재력을 펼치는 것이 참 보기 좋다. 앞으로는 K 팝 분야뿐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추리나 스릴러 장르에까지 손을 좀 뻗었으면 한다. 이왕이면 K 팝을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는 어떨지... 최고의 걸그룹 멤버였던 제시카 정의 앞으로의 행보를 응원한다.


* 출판사의 협찬을 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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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인 - 제시카 소설 데뷔작 샤인
제시카 정 지음, 박지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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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 팝 스타를 꿈꾸는 소녀가 무대 뒤로 감춰야만 했던

눈부시고도 치열한 삶과 운명적이고도 위태로운 사랑

[샤인]은 한국인이라면 모두 알고 있을 그 아이돌 "소녀 시대" 멤버였던 제시카 정의 데뷔작품이다. 사실 조금 선입견을 가지고 독서를 시작했다. 글솜씨에 대한 기대를 별로 안 했으니까. 아이돌이 노래를 못 부를거라는 선입견으로 그들을 대했던 거나 마찬가지였달까? 하지만 이 작품은 나의 선입견을 없애기에 충분했다. 작가로 첫 데뷔한 작품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훌륭한 필력으로 쓰여진 작품이다. 처음부터 이야기에 쑥 빨려들어갔다.

[샤인]은 한국계 미국인인 10대 소녀 레이철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릴 때부터 K팝을 너무나 사랑하고 언젠가는 K팝을 부르는 가수가 되길 꿈꿨던 그녀... 우연히 거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의해 길거리 캐스팅이 되고 부모님의 반대와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의 꿈, 아이돌 가수로 데뷔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엄청난 경쟁과 훈련에 접어들게 된다.

이 소설은 아이돌이 되고자하는 연습생들에게 잔인할 정도의 훈련을 시키고 수준에 맞지 않으면 가혹하게 잘라버리는 K팝 산업의 그 비인간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 세계에서 "노력한다"는 것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수준이 아니다. 외모에서부터 (혹독한 체중조절) 춤과 노래 (거의 24시간 훈련하는 아이들) 그리고 미디어 인터뷰 (냉정한 평가가 이어짐) 에 이르기까지 거의 자신의 생활은 없고 마치 기계처럼 훈련되어지는 10대들을 보게 되었다. 그 세계 속에 있다가 나온 작가의 글이라서 그런지 실제로 그럴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솔직히 정말 ... 끔찍하지 않나? 싶었다.

연습생끼리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서로 간의 질투나 질시 그리고 괴롭힘 등에 초점을 맞춘 점이 흥미로웠다. 주인공 레이첼이 제시카 정의 실제 모습을 많이 대변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부하들을 끌고 다니면서 레이첼을 집요하게 괴롭히는 "미나"라는 인물이 도대체 누구일까? 궁금했다. 물론 소설이라 극적 긴장감을 부여해야했기에 그렇게 비열하고 저급한 인물을 일부러 만들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미나"에 의해서 주도되는 왕따, 괴롭힘이 과연 그냥 가상의 상황일까? "미나" 가 상징하는 것들 - 가십 지어내기, 왕따, 괴롭힘 등등 - 이 K팝 산업에 널리 퍼져있을 수도 있겠다 싶다. 살벌한 경쟁과 괴롭힘 등등 K팝 산업의 어두운 이면을 엿보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아이돌 스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레이첼의 끈질한 노력과 의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긍정적인 소설이다. 무대에서 빛나는 그 순간을 위해 현재의 어려움을 참아내고 이겨내는 강인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회사에서 매번 벌어지는 살벌한 경쟁과 테스트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며 본인의 열정을 증명해내는 모습에 진짜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신데렐라처럼, 흙 속에 묻혀있던 진주처럼, 주목받지 못했던 레이첼은 조금씩 그 진가를 인정받으며 드러나기 시작한다. 제목 그대로 "Shine" - 별처럼 빛나게 되는 레이첼.

그냥 아이돌이 되고자 하는 모습이나 K팝 산업에만 초점 맞추었다면 등장인물이 조금 밋밋했을 수도 있다. 이 책 [샤인] 은 레이첼이 얼마나 친구들과 가족들을 소중히 여기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레이첼의 꿈을 이루어주고자 미국에서의 생활을 포기하고 함께 와준 가족들의 레이첼에 대한 깊은 사랑이 보기 좋았다. 레이첼을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무리가 그녀를 힘들게 하지만 그녀 뒤에는 든든하게 지원하는 가족이 있다. 여동생 레아를 너무나 아끼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제시카 정의 동생의 얼굴이 둥실 떠오르며 가수 활동 내내 서로의 든든한 지원군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퍼스타인 제이슨과의 달콤 살벌한 연애 (아이돌의 연애는 금지였다) 도 흥미로웠긴 하지만 어쨌건 이 책은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꿈을 이루는 한 소녀의 성장기라고 할 수 있겠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재미있게 읽었던 [샤인]. 작가의 필력이 좋았고 적당한 긴장감과 사건들을 동반한 이야기 구도도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도 계속 도전하는 작가 제시카 정을 계속 볼 수 있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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