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주의자 고희망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97
김지숙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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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이름은 희망이지만,

그리 희망으로 가득 찬 삶을 살지는 않았습니다.

여전히 언젠가는 종말이 올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인생을 살다 보면 갑작스러운 비극과 불행을 만난다. 우리는 그때마다 부딪치고 넘어졌다가도 어느새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걷는다. 어른이 되면 어느 정도 그런 상황에 대한 훈련이 되어 있는데 비해 ( 그래도 익숙하진 않음 )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청소년들은

갑작스러운 비극이나 불행에 면역이 되어 있지 않을 수 있다는 게 문제이다. 이 책은 가시처럼 파고드는 불행과 슬픔을 견디기만 하다가 마침내, 극복해 내는 방법을 발견한 한 소녀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녀의 절망은 지구의 종말을 기다렸지만 결국... 희망을 낳았다.

공부도 잘하고 겉으로 보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 소녀 고희망. 사실 그녀는 몇 편의 웹 소설을 올린 작가이기도 하다. 그런데 희망이가 쓰는 소설은 조금 인기가 없다. 어쩌면 인기가 없을 법도 한 게, 그녀의 소설은 끔찍하게도 지구의 종말을 다루고, 그 좋다는 달달한 로맨스 하나 없다. 팬들이 이야기에 조금 익숙해지고 특정 캐릭터에 정이 들 때쯤, 희망이는 죽음이라는 칼날을 들어 등장인물들에게 사정없이 내리친다. 희망이라는 이름과 다르게 그녀는 왜 이렇게 종말과 죽음에 이끌리는 걸까?

희망이는 어렸을 때, 부모님 대신 동생 소망이를 돌보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놀이터에 갔다가 희망이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비극적인 교통사고를 당해 너무 일찍 저세상으로 간 소망이. 그 이후로 부모님은 희망이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린 사람들처럼 행동한다. 엄마는 약을 먹고 밤마다 몰래 울고, 아빠는 국밥처럼 표정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한창 부모님의 관심을 받고 사랑을 받아야 할 나이에 서로 거리를 둔 가족들의 틈바구니에서 희망이는 외로움에 사무친다.

그때부터였을까? 희망이는 외롭고 서러운 마음을 모두 끌어모아서 소설에 들이붓는다. 어쩌면 웹 소설을 쓰는 일은 희망이가 현실을 살아내기 위해 필요한 마지막 동아줄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지구의 종말을 묘사하고 캐릭터들을 모조리 죽이는 이유도 절망스러운 내면을 표출하고 위로받는 나름의 방법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도 제일 힘들었을 때 특히 더 슬프고 비극적인 작품에 끌렸으니까.

가족 중 유일하게 자신에게 관심을 주고 신경을 써줬던 요한 삼촌. 삼촌 덕분에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었던 희망이는 어느 날 가족들 몰래 삼촌이 몰래 비밀을 키워왔다는 사실을 알고 큰 배신감을 느낀다. 더 이상 가족이라는 틀 안에 자신의 자리가 없다고 느끼는 희망.

남몰래 짝사랑해왔던 도하가 다른 여학생과 사귀고 베프인 지수와도 갈등하게 되면서 지수는 소설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종말이 오기를 바라게 되는데....

[종말 주의자 고희망] 은 동생의 죽음 이후로 세상에 대한 별 기대가 없어진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절망으로 가득한 세상 속 희망이가 쓴 소설에서는 사람들이 눈처럼 홀연히 사라진다. 하지만 요한 삼촌의 비밀을 알게 되고, 여러 인물들, 특히 희망 없는 현실에서도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희망이는 어두운 현실 너머에 무지개 같은 밝은 "미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깨닫게 된다. 어쩌면 자신 속에 현실을 바꿀 힘이 있을 수도 사실을 알게 되는 희망이. 그녀는 어느새 훌쩍 큰 것처럼 보인다. 종말을 꿈꾸는 대신 이제 희망을 꿈꾸게 된 그녀. 소설 속 등장인물들을 모조리 죽이던 희망이는 이제 소설에 살짝 수정을 가한다. 희망이는 열린 결말로 소설을 끝낸다.어쩌면 주인공은 지구 종말을 극복하고 씩씩하게 살아나갈지도 모르니까.

" 결국 나는 줄곧 삶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것이다. 죽음이 찾아오기 전까지 계속 살아가야 하는, 삶에 대해서 말이다."



*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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