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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인 - 제시카 소설 데뷔작 ㅣ 샤인
제시카 정 지음, 박지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0월
평점 :
" 케이 팝 스타를 꿈꾸는 소녀가 무대 뒤로 감춰야만 했던
눈부시고도 치열한 삶과 운명적이고도 위태로운 사랑
[샤인]은 한국인이라면 모두 알고 있을 그 아이돌 "소녀 시대" 멤버였던 제시카 정의 데뷔작품이다. 사실 조금 선입견을 가지고 독서를 시작했다. 글솜씨에 대한 기대를 별로 안 했으니까. 아이돌이 노래를 못 부를거라는 선입견으로 그들을 대했던 거나 마찬가지였달까? 하지만 이 작품은 나의 선입견을 없애기에 충분했다. 작가로 첫 데뷔한 작품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훌륭한 필력으로 쓰여진 작품이다. 처음부터 이야기에 쑥 빨려들어갔다.
[샤인]은 한국계 미국인인 10대 소녀 레이철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릴 때부터 K팝을 너무나 사랑하고 언젠가는 K팝을 부르는 가수가 되길 꿈꿨던 그녀... 우연히 거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의해 길거리 캐스팅이 되고 부모님의 반대와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의 꿈, 아이돌 가수로 데뷔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엄청난 경쟁과 훈련에 접어들게 된다.
이 소설은 아이돌이 되고자하는 연습생들에게 잔인할 정도의 훈련을 시키고 수준에 맞지 않으면 가혹하게 잘라버리는 K팝 산업의 그 비인간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 세계에서 "노력한다"는 것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수준이 아니다. 외모에서부터 (혹독한 체중조절) 춤과 노래 (거의 24시간 훈련하는 아이들) 그리고 미디어 인터뷰 (냉정한 평가가 이어짐) 에 이르기까지 거의 자신의 생활은 없고 마치 기계처럼 훈련되어지는 10대들을 보게 되었다. 그 세계 속에 있다가 나온 작가의 글이라서 그런지 실제로 그럴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솔직히 정말 ... 끔찍하지 않나? 싶었다.
연습생끼리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서로 간의 질투나 질시 그리고 괴롭힘 등에 초점을 맞춘 점이 흥미로웠다. 주인공 레이첼이 제시카 정의 실제 모습을 많이 대변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부하들을 끌고 다니면서 레이첼을 집요하게 괴롭히는 "미나"라는 인물이 도대체 누구일까? 궁금했다. 물론 소설이라 극적 긴장감을 부여해야했기에 그렇게 비열하고 저급한 인물을 일부러 만들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미나"에 의해서 주도되는 왕따, 괴롭힘이 과연 그냥 가상의 상황일까? "미나" 가 상징하는 것들 - 가십 지어내기, 왕따, 괴롭힘 등등 - 이 K팝 산업에 널리 퍼져있을 수도 있겠다 싶다. 살벌한 경쟁과 괴롭힘 등등 K팝 산업의 어두운 이면을 엿보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아이돌 스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레이첼의 끈질한 노력과 의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긍정적인 소설이다. 무대에서 빛나는 그 순간을 위해 현재의 어려움을 참아내고 이겨내는 강인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회사에서 매번 벌어지는 살벌한 경쟁과 테스트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며 본인의 열정을 증명해내는 모습에 진짜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신데렐라처럼, 흙 속에 묻혀있던 진주처럼, 주목받지 못했던 레이첼은 조금씩 그 진가를 인정받으며 드러나기 시작한다. 제목 그대로 "Shine" - 별처럼 빛나게 되는 레이첼.
그냥 아이돌이 되고자 하는 모습이나 K팝 산업에만 초점 맞추었다면 등장인물이 조금 밋밋했을 수도 있다. 이 책 [샤인] 은 레이첼이 얼마나 친구들과 가족들을 소중히 여기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레이첼의 꿈을 이루어주고자 미국에서의 생활을 포기하고 함께 와준 가족들의 레이첼에 대한 깊은 사랑이 보기 좋았다. 레이첼을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무리가 그녀를 힘들게 하지만 그녀 뒤에는 든든하게 지원하는 가족이 있다. 여동생 레아를 너무나 아끼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제시카 정의 동생의 얼굴이 둥실 떠오르며 가수 활동 내내 서로의 든든한 지원군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퍼스타인 제이슨과의 달콤 살벌한 연애 (아이돌의 연애는 금지였다) 도 흥미로웠긴 하지만 어쨌건 이 책은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꿈을 이루는 한 소녀의 성장기라고 할 수 있겠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재미있게 읽었던 [샤인]. 작가의 필력이 좋았고 적당한 긴장감과 사건들을 동반한 이야기 구도도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도 계속 도전하는 작가 제시카 정을 계속 볼 수 있긴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