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신은 얼마 안전가옥 쇼-트 13
하승민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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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성 인격 장애를 앓고 있는 한 여성의 분열된 자아가 벌이는 위험천만한 여정을 서늘한 필체로 그려냈던 작품 [나의 왼쪽 너의 오른쪽]의 작가 하승민씨의 신작 [당신의 신은 얼마]를 읽었다. [나의 왼쪽 너의 오른쪽] 이 인간 본성의 어두운 이면을 소름 끼치도록 잘 표현해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 [당신의 신은 얼마]에서도 그는 우리가 쉽게 빠질 수 있는 "유혹"의 검은 그림자를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모든 가치가 사라지고 오직 "돈" 을 믿고 따르는 시대가 이미 와버린 것 같다. " 사람 " 은 사라지고 "숫자" 만 남은 듯한 우리 사회. 이 [당신의 신은 얼마]는 마치 얼마 전 발생했던 코인 광풍과 곧이어 이어진 폭락 사태의 그 이면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소설이다. 모든 것은 철저히 계획되어 있었다. 작전 세력들은 사람들을 우롱했고 결국 한 방으로 부자가 되리라는 꿈은 불타고 남은 재처럼 산산이 흩어지는데.....

통닭집에서 알바를 하며 틈틈이 경제 공부를 하는 정환. 용달차를 모는 아버지는 고작 허름한 주택을 하나 소유하고 있을 뿐이다. 정환은 흙 수저에 불과한 자신이 성공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절도와 주거 침입 등으로 몇 번 감옥에 다녀온 현기라는 친구가 정환에게 500만 원을 주며 코인 투자를 부탁하는데, 하필이면 듣도 보도 못한 레더 코인을 사라고 한다.

한편, 치과의사를 하다 전업 투자자로 변모한 최닥은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일하는 양 이사로부터 귀가 솔깃한 제안을 받는다. 양 이사는 "대한민국에 규제가 없는 도박 시장이 열렸다"라며 코인을 이용하여 돈 좀 벌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낸다. 최닥은 경제부 기자 "박 프로" 와 로펌 변호사 "유변" 과 정보를 주고받으며 작업을 구체화하고, 투자 커뮤니티 대화방에서는 작전 세력들이 슬쩍 슬쩍 유명 스타트업 대표들도 투자한 레더 코인에 대한 정보를 흘리기 시작한다. 모든 것은 준비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현기는 정환에게 박정배라는 남자를 납치해 주면 코인에 투자한 돈의 절반을 주겠다고 한다. 그래봤자 몇 백, 몇 천이라 생각했던 정환은 암호화폐 열풍을 타고 몇 억까지 치솟아 오르는 투자수익률을 본 뒤 고민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사람을 죽이는 것에 거부감을 느꼈던 정환 그러나 자신을 비루하게 만든 사회로 책임을 돌리며 범죄를 합리화하기 시작하는데,,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 죄책감이라. 그다지요.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인걸요. 숫자 뒤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은 보이지 않아요.

숫자에는 표정이 없어요 "

-159쪽-

"저울 한쪽에 박정배를, 그 반대쪽에 독립해서 살만한 집 한 채를 올려 본다. (...) 저울은 계속 오른쪽으로 기운다."

-90쪽-

[나의 신은 얼마]는 아주 속도감 있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하드보일드 장르에 능숙한 작가답게 짧고 굵은 문장으로 시시각각 몰아치는 긴장감을 너무나 잘 표현해 내고 있다. "돈"이라는 신줏단지 앞에서 나락으로 떨어질 위기에 처해있는 한 젊은이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싶었고 한판 거나하게 놀다가 이익을 챙겨가려는 작전 세력에 놀아나는 사람들을 따라다니며 경고를 해주고 싶었다. 스크린 속 올라갔다가 내려가는 숫자 앞에서 울고 웃는 우리들. 현대인의 민낯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진짜 빨려 들어가듯이 읽었다. 현실이 쳐놓은 거대한 덫의 본모습을 보고 온 기분이다. 우리는 얼마나 유혹에 약한가.. 그리고 그 유혹을 이용하는 무리들이 얼마나 많은가... 현대판 거대한 돈 먹고 돈 먹기를 가감 없이 보여준 책 [당신의 신은 얼마]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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