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와 톨킨의 판타지 문학클럽 - 더 옥스퍼드 잉클링스
콜린 듀리에즈 지음, 박은영 옮김 / 이답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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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아 연대기》의 C.S. 루이스,

《반지의 제왕》 《호빗》의 톨킨,

영국 판타지 문학을 이끈 거장들은

하나의 문학클럽에서 탄생했다!

옷장을 통해서 다른 세계로 여행하며 말하는 사자와 마녀 등과 조우하는 아이들을 다룬 [ 나니아 연대기 ] 를 쓴 C.S. 루이스와 절대 반지를 두고 인간 아닌 존재들인 호빗, 요정, 괴물들 그리고 신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판타지 대서사를 쓴 J.R.R. 톨킨이 절친이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었습니다. 현실이 아닌 다른 세계와 신의 존재를 비유와 상징을 통해서 인정한다는 점에서 두 작가가 통하는 부분이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이 절친이었다니!!

사실 루이스와 톨킨은 역사를 통틀어 고전 판타지 문학의 양대 산맥이라고 불리는 분들이지요. 책들을 아직 통독하지못하고 영화로만 만나봤기에 작품들의 깊이와 넓이를 감히 헤아릴 수 없어서 안타깝긴 하지만 그래도 이 책 [ 루이스와 톨킨의 판타지 문학 클럽 ] 을 통해서 그들만의 문학적 상상력과 판타지 세상에 대한 세계관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는 알 수 있었어요. 과연 지역과 세대를 뛰어넘어 사랑받아온 20세기 최고의 작품들은 어떤 식으로 구현될 수 있었을까요?

이 책은 두 작품의 시작을 " 잉클링스 " 라는 문학 모임에 두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모임은 루이스와 톨킨의 삶에서 뺴놓을 수 없는 대목이기 때문이죠. 책은 " 잉클링스 " 의 시작과 진행 그리고 끝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매우 자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그만큼 이 모임이 두 작가에게 큰 영향력을 미쳤기 때문이겠죠?

잉클링스는 " 암시 " 라는 뜻을 나타내는데 1930년대 초반 루이스와 그의 형이 뜻이 맞는 친구들을 모아서 만든 문학 모임입니다. 여기서 그들은 함께 집필 중인 작품을 서로 읽고 토론하거나 친목을 다졌다고 합니다. 사실 문학을 하는 친구들의 모임이긴 했지만 다양한 직업 ( 의사, 장교 등등 ) 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다고 해서 또한 흥미로웠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작품을 큰소리로 읽고 의견을 나누었다고 하니, 현재 많은 독서 모임에서 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비록 위대한 판타지 소설의 시작이 이 문학 모임에서 시작되었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작품의 집필은 절친 루이스와 톨킨 사이의 끈끈하고 아름다운 우정과 교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서로가 위대한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도록 지적으로나 영적으로 자극하고 글쓰기에 도움을 주었고 서로 격려를 아끼지 않은 사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서로가 없는 글쓰기 생활은 아마 상상하기 힘들었지 않을까? 싶네요.

특히 흥미로웠던 점이 무신론자였던 루이스가 로마 카톨릭 신자였던 톨킨의 영향을 받아서 기독교적 세계관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기독교적 색깔이 짙은 나니아 연대가라는 작품이 탄생될 수 있었다는 것과 루이스가 톨킨에게 끊임없는 관심과 재촉을 해서 결국 톨킨이 반지의 제왕을 탄생시켰다고 하는 대목이었어요. 그들의 우정같은 경쟁, 경쟁같은 우정이 있었기에 후세의 독자들이 감탄할 만한 작품이 탄생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책에 의하면 주로 루이스와 톨킨은 산책을 하면서 인생과 문학 그리고 신앙 등에 대해 자주 이야기를 나눴고 편지 교환을 통해서 구체적인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그들의 대화 속에서 시간과 공간에 대한 작품을 쓰자는 이야기가 처음 나왔고 그 결과물이 바로 [ 반지의 제왕 ] 과 [ 나니아 연대기 ] 였다고 하네요. 비록 그들의 우정은 중간에 끝이 나버리지만 ( 톨킨이 루이스의 작품을 두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훔쳤다고 비난 ) 그래도 평생에 걸쳐서 서로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경우란 흔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저자 콜린 듀리에즈는 이 책을 통해서 잉클링스 멤버들이 어떻게 친구가 되고 서로의 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그들의 상상력을 어떻게 작품으로 구체화시켰는지 자세히 설명해 줍니다. 그 와중에 루이스와 톨킨 그리고 잉클링스와 관련된 사진들도 많이 나와 있어서 시각적인 즐거움도 전달해줍니다. 무려 40년간의 연구를 토대로 쓰여졌다고 하니, 루이스와 톨킨의 판타지 세계의 태동과 전말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책인 듯 하여 판타지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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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 로드 - 사라진 소녀들
스티나 약손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음서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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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동부 해안에서 노르웨이 국경으로 이어지는 95번 국도, 일명 실버 로드라 불리는 이곳 버스 정류장에서, 3년전 리나라는 한 소녀가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새벽에 버스를 기다리던 그녀는 아무런 목격자없이, 정말 눈깜짝할 새 실종되어버렸다.  그녀의 아버지인 렐레는 밤에도 해가 지지않는 백야가 시작되면 그녀를 찾아 실버로드를 달린다.  숲과 늪지 그리고 버려진 집을 샅샅이 수색하는 렐레.  제대로 된 단서나 목격자가 없어서 미궁에 빠져버린 사건이지만 리나의 생존을 굳게 믿는 렐레는 끈질기게 그녀의 흔적을 찾아헤맨다.


한편, 어머니 실리에와 함께 스톡홀름에서 이곳, 글리메르스트레스크라는 작은 동네로 이사온 소녀 메야.  그동안 숱하게 남자와 만남과 이별을 반복해왔던 어머니는 인터넷을 통해서 토르비요른이라는 남자를 만나 정착하려한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는 생각보다 나이도 많았고 허름하기 짝이 없는 낡은 농가에서 살고 있었다.  안락한 가정을 꿈꿨던 소녀 메야는 그가 진정한 아버지가 될 수 없으리라는데 무게를 두고 집을 가출하려는 생각도 해보지만 술과 약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정신적으로 불안한 어머니를 혼자 두고 갈 순 없다.


이 책의 주인공은 단연코 사라진 리나와 그녀를 찾아헤매는 아버지 렐레이지만 카메라는 또 다른 주인공 메야를 비추고 있다. 메야는 대책없이 사는 어머니를 따라 이곳 글리메르스트레스크로 이주했지만 언젠가는 비참하고 궁색한 삶을 탈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전혀 접점이 없는 이 두 주인공의 삶, 그러나 이 소설은 그들의 동떨어진 삶이 만나게 되는 계기를 준비해놓고 있다.  실종된 딸을 찾아헤매는 아버지와 따뜻한 가정을 그리워하는 결손 가정의 소녀..... 그들은 도대체 어떠한 형태로 만나게 될까?


딸을 잃어버린 아버지 렐레의 눈에 비친 남자들은 모두 잠재적 용의자이다.  그렇기에 그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추적을 반복한다.  딸의 남자친구였던 약쟁이 다니엘 비르그의 머리통을 날릴 뻔하고 빈집처럼 보이는 곳을 뒤지다가 집주인에게 위협을 받기도 한다.  한편, 도저히 부모라 할 수 없는 어머니 실리에와 포르노 중독자로 밝혀진 남자 토르비요른을 참을 수 없었던 소녀 메야는 숲 호숫가에서 만난 듬직해 보이는 청년 칼 요한의 집에서 머물기로 한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노동을 시키는, 일종의 사회와 격리된 생활을 하는 칼 요한의 가족들은 일반인의 눈에 약간 이상해보이지만 메야에게는 안정된 가정을 제공해줄 수 있는 가족으로 보인다. 하지만 점점 이상하게 갑갑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는 이 가족,,,, 그들은 어떤 비밀을 품고 있는 걸까?


 이 책 [ 실버로드 - 사라진 소녀들 ] 은 연기처럼 사라져버린 딸을 찾아 헤매는 아버지의 추적기를 그린 스릴러이다. 북유럽 특유의 차가움과 이 작은 마을이 지닌 음산함이 혼합되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고독한 늑대형처럼, 다른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사라진 딸을 스스로 찾아헤매는 한 아버지의 소리없는 절규와 분노가 이야기 속에 가득 울려퍼진다.  소중한 딸을 한순간에 잃어버리고 생사도 알길 없는 아버지 렐레의 삶은 무너져내린지 오래지만 아내 아네테는 리나의 죽음을 기정사실화하는 듯 하다.  다른 남자의 품으로 뛰어들어버렸고 3년째 SNS로 리나의 추도식을 열고 있는데............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납치와 실종을 다룬 범죄 스릴러 [ 실버로드 ].   여름에 해가 지지 않는 북유럽인 스웨덴의 백야를 그리고 있지만 소설 내내 어둠이 그득하다.  실제로 어둡다기 보다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드리워진 어둠을 가리키고 있는 듯 하다.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소녀 메야의 삶과 딸의 영혼과 대화를 나누며 그녀의 흔적을 미친 듯 찾아헤매는 아버지의 마음 속 어둠을 가리킨다고 해야 할까?    


리나가 사라진 지 3년째, 리나를 닮은 17세 소녀가 또 사라지면서 소설은 본격적인 연쇄 실종을 다루고 있다.  과연 아버지는 딸을 찾을 수 있을까?  사라진 소녀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애끓는 부정이라는 드라마적 요소와 범죄 추적이라는 스릴러적인 요소를 함께 갖추고 있는 소설 [ 실버 로드 ].  연휴를 맞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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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자들
정혁용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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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조화인가? 정신없이 책을 읽다보니 어느새 이야기의 결말에 이른 상태였다. 매우 흡인력이 있는 책이라 주위 사람들에게 " 정말 재미있다 " 를 연발하면서 읽어내려갔다. 고독을 씹는 한 냉소적인 택배기사가 겪는 좌충우돌......이라고만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독특한 설정의 내용들이 이 책 [ 침입자들 ] 에 실려있다.


사실 제목이 " 침입자들 " 이고 한국형 " 하드보일드 " 라기에 한 택배기사와 관련된 살인, 방화, 강도와 같은 중범죄 (?) 를 기대했건만 ... 아무리 눈 씻고 봐도 그런 장면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읽는 내내 심장이 이렇게 쫄깃하고 손에 땀이 흥건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반드시 칼과 총이 춤을 추고 선혈이 낭자해야 스릴과 긴장감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이야기 내내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는 작품이다.


주머니에 든 돈은 9만원 가량,, 하룻밤 묵을 숙소에 투자하고 나니 전 재산이 3만원 가량 남은 주인공. 고향을 막 떠나온 듯해 보이는 주인공은 너무나 지쳐보인다. 도대체 무슨 일을 겪은 걸까? 그러나 다소 불친절한 이 소설은 주인공에 대한 정보를 독자에게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 주위 사람들이 주인공에 대한 신변이 궁금해서 질문을 할 때 그가 날리는 기상천외하고도 선문답같은 대답 속에서 단지 그의 과거 행적을 유추만 할 수 있을 뿐. ( 하드보일드 소설을 좋아하고 사람들로부터 자꾸 숨는 태도로 미루어보아 혹시 스파이?? )


굶을 수는 없기에 허름한 중고 택배사에 취직한 우리의 주인공. 묵묵히 일만 하는 그는, 행운동을 담당하고 있어서 주위 사람들에게 행운동 형님 혹은 행운동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단지 당장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작한 택배일... 그런데 이 일이 이렇게 고된 일인지 몰랐다.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 4층에 쌀 30가마니를 올려야하는 일부터 비 내리는 날 상자에 약간의 물이 묻었다고 시비를 거는 진상 고객에 대처해야 하고 계단에서 굴러도 남은 택배를 처리해야 퇴근할 수 있는 택배기사들의 삶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정글 같은 한국 사회에서 주어진 미션을 수행해야 겨우겨우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게임 캐릭터들 같았다. 이게 스릴러지,,,,, 달리 스릴러일까?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 평범한 택배 아저씨에게 ( 그가 나누는 대화를 들으면 결코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지만 )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그것도 매우 독특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만... 이쯤되니 이 주인공이 혹시 사연있는 사람들만 끌어들이는 자석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사람을 좋아하지 않고 다른 이의 삶에 간섭하기 싫어하는 이 주인공에게 역으로 침범하기 시작하는 사람들....




전 당신을 죽이려고 했었어요


갑자기 그의 앞에 나타나 꾸준하게 담배 한 개를 빌려가던 여인. 심각한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는 그녀는 그에게 이 말을 툭 던지고 사라진다. 그리고 뒷골목에서 소변을 해결한 그에게 생수를 빌려주며 손을 깨끗이 씻으라던 동네 바보 마이클 ( 그가 지어준 이름 ). 양아치같은 동네 아이들에게 신나게 얻어맞고 있던 마이클을 우리의 주인공이 구해줬는데 그 이후로 갑자기 어떤 할아버지가 나타나서 그에게 경제학을 가르쳐주겠다고 하며 집에 들르라고 한다. 그리고 매주 토요일마다 택배를 배달하게 되는 한 게이바의 여인 " 제니 " 는 유난히 그에게 관심을 보이며 추파를 던지는데........







이 [ 침입자들 ] 속 주인공 행운동이라 불리는 남자의 정체는 안개에 싸여있다. 독자들은 책의 결말에 이르기까지 그가 어떤 사람인지 도저히 갈피를 잡을 수 없다. 그런데 그가 남들에게 인용하는 책 구절과 예의없는 사람들에게 날리는 논리적인 독설을 지켜봤을땐 결코 평범한 사람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에게 접근한 한 사설 경호원의 칼집에서 몰래 칼을 뽑아내서 위협하는 실력을 봤을 땐,,, 도대체 이 사람의 과거가 뭔지 의심스럽기만 했다.



마틴 크루즈 스미스는 [ 레드 스퀘어 ] 에서 가장 비참한 죽음에 대해 이렇게 썼다.

' 아무도 내가 죽어간다는 사실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아는 채로 죽어가는 것'

비참한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그런 그런 죽음을 맞을 것 같긴 했다. ( 39쪽 )


내가 생각하는 서비스업의 정의는 간단하다. 나는 고객에게 불친절하지 않을 의무가 있고

( 친절까지는 의무가 아니다 ) 고객은 나에게 불친절할 권리가 없다 ( 내가 먼저 불친절하지 않는 이상 ) 그뿐이다. ( 75쪽 )


인생이란 한없이 덧없는 것.

이 시간이 흐르면 아무 소용없는 것.

함께 노래해. 즐거운 이 순간 노래해. ( 110쪽 )


사회는 집념, 포기하지 않는 노력, 뭐 그런 걸 강요하지만 글쎄요.

제 생각엔 희망이란 게 사람에게 힘을 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자신을 괴롭히기만 할 뿐인 것 같아요.

그럴 땐 포기하면 편하죠. ( 189쪽 )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역시...... 많은 직업들을 전전했고 고단한 삶을 살았다고 적혀있다.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살벌하기까지한 택배기사들의 삶이 잘 묘사되어 있는 것을 보면 생활 전선에서 보고 듣고 체험한 부분이 책이 잘 녹아들어있는 듯 하다. 하지만 이 책의 묘미는 주인공이 겪는 소소하지만 살벌한 사건들 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맛깔나는 대사에 있다. 작가의 말에 나와있듯 많은 책과 영화에서 인용한 부분이 많다고 했지만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적재적소에서 사이다처럼 날리는 일종의 선문답같은 ( 사람들이 잘 알아듣지 못하니 ) 주인공의 독백 및 대화가 한 독자를 즐겁게 해주었다는 사실만은 작가님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커트 보네거트가 이런 말을 했다.


" 예술은 생계 수단이 아니다. 예술은 삶을 보다 견딜 수 있게 만드는 인간적인 방법이다. 잘하건 못하건 예술은 진짜 인간으로 성장하게 만드는 길이다. "


- 작가의 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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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블록
키스 스튜어트 지음, 권가비 옮김 / 달의시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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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생을 살다보면 삶이 게임같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삶이 던져주는 장애물을 뛰어넘다가 지치기도 하고 또 보상에 기뻐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우리는 게임 속 캐릭터처럼 괴물 ( 코로나 같은 ) 의 공격에 맞서 싸우기도 하고 레벨업을 하기 위해 장애물 ( 승진시험같은 ) 을 뛰어넘으면서 살아간다. 그런데 이 [ 소년의 블록 ] 이라는 책에는 마인 크래프트라는 진짜 " 게임 " 을 통해서 삶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한 아버지가 등장한다.


영국 브리스틀에 사는 알렉스는 자극에 민감하고 사람들과 소통이 힘든 자폐아인 샘이라는 아들을 두고 있다. 샘은 사과가 1cm만 더 커도, 스파게티가 2도만 더 뜨거워도 거부하고 소리나 시각같은 자극에 매우 예민하여 자극이 점점 커지면 폭력성이 생기거나 심한 반항을 하는 등등... 다루기가 여간 어려운 아이가 아니다.

그러나 알렉스는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 양육에 적극적인 참여를 하지 않았고 그 결과 아내인 주디로부터 ( 일시적이긴 해도 ) 별거를 하자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듣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적성엔 맞지 않았어도 가족 부양을 위해서 꾸역꾸역 다니던 회사가 그만 합병이 되는 바람에 졸지에 권고 사직을 당하게 된 알렉스. 이쪽 저쪽 인생이라는 게임이 날린 강한 펀치에 맞아 기절직전에 이르게 된 주인공. 과연 그는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작가의 실제 경험담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이라서 그런지, 자폐 스펙트럼 안에 있는 샘에 대한 묘사가 매우 현실적이고 생생한 듯 하다. 아이가 한번 폭발하기 시작하면 마치 날아다니는 폭죽같아서 전혀 통제가 안되는 부분이 잘 그려져 있다. 그런데 이 책은 자폐아를 키우는 부모의 희생에 초점을 맞춘다기보다는 온 힘을 다해서 자신의 삶을 회피하고 도망다녀온 한 남자가 결국엔 삶에 당당히 대면하게 되는 성장 이야기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알렉스는 어릴 적 교통사고로 사랑하는 형 조지를 잃은 경험이 있다. 자신의 장난을 피하던 형이 달려오던 차를 미처 보지 못하고 당한 일이었기 때문에 죄책감과 미안함이 여전히 그의 마음 속에 남아서 그의 인생 전반을 지배하고 있었던 것. 그 사건 이후로 모든 것을 통제해야 한다는 생각에만 사로잡혀 살아온 알렉스는 통제가 되지 않은 아이를 이해해보려하기 보다는 회피하려고만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알렉스의 태도에 그만 지쳐버린 주디가 그에게 별거 선언을 했던 것.


아내와 별거를 하는 와중에도 샘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토요일마다 공원에서 함께 놀이를 하는 등,, 그래도 샘에 대한 노력의 끈은 놓지 않는 알렉스. 하지만 여전히 아이와의 의사소통은 요원하게만 느껴진다. 그러던 어느날 알렉스는 우연히 샘이 푹 빠져있는 마인 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알게 되고 점차적으로 아들과 게임을 통해 의사소통하는 기회를 넓혀가는데.....

이 책은 결국 " 성장과 소통 " 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듯 하다. 어른이 되었지만 아직 형이 죽은 그 지점에 머무르고 있는 알렉스. 그는 형이라는 마음 속 갈등 때문에 눈 앞에 있는 문제들 ( 자폐아들 샘, 혼자 외로이 양육을 맡은 주디 ) 를 회피해왔던 것. 그러나 생소하기 그지없는 " 마인 크래프트 " 라는 게임을 통해서 조금씩 아이와 소통하기 시작하고 아이와 아내가 그동안 겪어왔던 삶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불규칙하고 통제되지 않는 실제 세상을 떠나 규칙적이고 예측 가능한 게임 세상에서 날개단 듯 활기찬 에너지를 풍기는 샘을 보면서 알렉스는 남은 삶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되는 듯 보였다.

[ 소년의 블록 ] 은 심각하지도 않지만 결코 가볍지도 않은 그런 책이다. 특별한 아이로 인해서 삶에 조금은 지쳐있는 부모를 다루긴 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따뜻하기만 하다. 아이를 둔 부모들은 거의 100% 이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사실 자식이란 존재들을 사랑하긴 하지만 함께 하기엔 너무나 버거운 순간들이 존재하는게 사실이지 않는가? 솔직 담백하게 그리고 위트있게 이들의 삶을 그려내는 이 책 [ 소년의 블록 ]. 메세지를 담고 있지만 동시에 재미있고 감동적인 책을 찾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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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피안
하오징팡 지음, 강영희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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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안이라는 것의 의미를 찾아보니까 인간의 번뇌가 모두 사라진 세상, 즉 다른 말로 하면 불교에서 말하는 " 열반 " 과도 같은 세상을 지칭하는 것 같았다. 인공지능과 같은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간이 겪을 수 밖에 없는 괴로움, 즉, 질병이나 죽음 그리고 고통이 사라진 세상을 이 책을 통해서 저자 하오징팡이 표현하려 한 것인가? 사실 인공지능이 탑재된 자율주행차는 특수한 상황의 사람들 ( 시각장애인 등 ) 이 운전대를 잡을 수 있게 해준다는 면에서 인간의 편리함을 증폭시킨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과연 인공 지능의 발달은 인간에게 좋은 면만 가져다 줄 것인가? 저자 하오징팡은 각 이야기를 통해서 마치 양날의 검처럼 인간에게 유리하게도 혹은 불리하게도 사용될 수 있는 기술의 발달에 대해 말하려고 하는 듯 하다. 편리하다는 것은 좋기는 하지만,,, 혹시 인간의 소외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닐까? 라는 화두를 제시한다는 말이다. 철학자처럼 인간이라는 것의 본질에 대해서 집요하게 묻고 있는 하오징팡의 [ 인간의 피안 ] 의 세계로 한번 들어가보자.

이 책은 6편의 단편들로 이루어진 책이다. 하나하나가 인상 깊은 내용들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두드러지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바로 [ 영생병원 ]. [ 사랑의 문제 ] 그리고 단편이라기보다는 스케일이나 구성면에서 장편이라해도 손색없을 [ 인간의 섬 ] 이었다. 각각의 단편을 간단 정리해 보자면,


[ 영생 병원 ]


평소에 별로 사이가 좋지 않았던 엄마가 위중한 병으로 인해 묘수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심한 죄책감과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첸루이. 치료비가 비싸지만 불치병도 낫게한다는 묘수병원,, 그러나 가족들의 면회를 불허하기에 엄마의 상태가 어떤지 알 수가 없어서 더욱 더 불안한 그. 어느날 불법적인 방법으로 병원에 잠입한 그는, 어머니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되고 이 사실을 아버지에게 알리기 위해 부모님 집을 찾아간다. 그런데 첸루이는 부모님 집에서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매우 건강한 낯빛의 어머니가 TV를 시청하고 있었던 것. 과연 이게 어찌된 일일까?

오소소 소름이 돋을 정도로 엄청난 반전을 동반하고 있는 [ 영생 병원 ]. 거의 시체나 다름없던 어머니였는데,,, 돌아온 그녀는 과연 누구일까?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서 묘수병원이 어머니를 살린걸까? 아니면 인간과 똑같이 만들어진 안드로이드로 바꿔치기당한걸까? 그녀의 비밀을 추적하느라 바쁜 첸루이에게 무심한 듯 던지는 어머니의 말 한마디가 의미심장하다.

“ 사실 중요한 건 네가 너라는 것을 네가 아는 게 아니야 ”



[ 사랑의 문제 ]


인공지능 업계의 토머스 에디슨 같은 존재인 린안이 자신의 집에서 칼에 찔린채 의식불명으로 발견된다. 그러나 찔린 순간을 정확하게 목격한 사람이 아무도 없기에 범인이 누구인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칼에 찔렸던 그의 곁에는 인공 지능 집사인 천다와 린안과 사사건건 부딪히던 아들 린산수이가 함께 있었기 때문. 특히 린산수이의 경우, 온 몸에 아버지의 피가 묻어있었기에 더욱 더 범인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 과연 린안을 칼로 찌른 것은 누구일까? 이성과 합리로 똘똘뭉친 인공지능 천다가 갑자기 스스로 생각할 능력을 획득했단 말인가? 아니면 평소에 사이가 좋지 않았던 아버지와 아들의 육탄전으로 인해 발생된 사건일까? 사건은 미궁에 빠질 뻔 하다가,,,,, 아버지가 의식을 되찾음에 따라 해결된다.

이 단편을 읽고 있자니 [ A. I. ] 나 [ 블레이드 러너 ] 같은 영화가 떠올랐다. 내용이 비슷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안드로이드를 대하는 그 영화들과 이 단편의 입장이 매우 다른 것 같아서였다. 그 영화들에서는 안드로이드가 감정도 느끼고 자신이 누구인가? 정체성을 묻는데, 오히려 이 단편에 나오는 인공지능 집사 천다는 높은 의식, 즉 데이터에 입각한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내는 컴퓨터와 같은 존재인데 주위 사람들이 바꾸 그에게 감정이입을 한다. 특히 심리적 문제를 안고 있는 ( 우울감 ) 린안이 딸 린차오무가 천다에게 애정을 느끼는 부분에서 충분히 그럴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공감이 갔다.

[ 인간의 섬 ]


우주공간에서 블랙홀을 넘나들며 인간을 위해 미지의 세계를 탐험했던 케커 선장 일행이 120년만에 지구로 귀환했다. 그런데 귀환한 지구는 뭔가 달라도 너무 달라져있었다. 지구인들은 뇌에 칩을 이식한채 살고 있었고 세계를 장악한 인공 지능 시스템인 제우스는 그 칩을 이용하여 인간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그들을 조종하고 있었다. 뇌에 칩이 있어야 활동을 할 수 있기에 ( 즉, 칩이 바로 주민등록증 같은 거임 ) 병원에서는 강제로라도 케커일행의 뇌에 칩을 심으려 하지만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그들.... 그런데 지구인들은 제우스에게 저항할 생각도 없고 죽음 따위는 두려워하지도 않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마인드로 살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어떻게 언제부터 잘못된 것일까?

[ 매트릭스 ] 를 떠올리게 만들었던 단편 [ 인간의 섬 ]. 최고의 지능을 얻기 위해서 뇌에 칩을 이식하고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 지능 시스템인 제우스를 개뱔한 것은 바로 인간 자신이었다!!!! 그러나 뇌에 심은 칩은 신경계에 혼란을 일으키고 감정을 차단하여 인간성을 잃어버리게 만들었다는 것이 문제!! 문제가 발생할때마다 자신의 의식 속으로 들어가 제우스에게 물어보는 사람들이 인상깊었다. 마치 제우스의 미니미처럼 행동하는 그들.


개념이해 등이 어렵다고 생각하면서도 SF 를 즐겨 읽는 이유가 있다. 특히 IT 강국인 한국에서 지켜봤을땐 기술이 인간을 위해서 쓰이는게 아니라 가끔은 기술이 저절로 발달하고 인간은 따라가느라 허덕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분명 기술의 발달에는 좋은 점이 더 많다.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이용했던 동네 약국 마스크 찾기 앱 같은 경우는 손가락 터치 하나로 발품을 덜 팔 수 있게 해주고 시간을 아껴준다는 점에서 너무 마음에 들었던 기술이다.

그러나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게 뭘까? 효율성... 높은 이성과 합리.... 그리고 풍부한 지식과 정보??? 이건 로봇이 할 수 있는 부분인데,,,, 인간에게는 감각이 있어서 냄새를 맡을 수 있고 마음이 있어서 애정을 느낄 수도 있다. 정당하지 못한 일에 분노를 할 수도 있고 세상에 없던 예술품을 창조할 능력도 있다. 그 무엇과도 대체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인간이라는 존재라는 말씀!!! 기술이 인간성을 이길 수 있을까? 과연......

너무나 매력적인 소설인 하오징팡 작가의 [ 인간의 피안 ]. 마치 살아숨쉬는 책과 대화를 한 기분이다. 아니, 태블릿을 손에 들고 단편 영화를 감상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녀의 작품에는 그런 힘이 있다. 눈 앞에서 생생하게 벌어지는 일을 감상하는 듯한 힘. 재미도 있지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SF 소설을 찾고 있는 분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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