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피안
하오징팡 지음, 강영희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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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안이라는 것의 의미를 찾아보니까 인간의 번뇌가 모두 사라진 세상, 즉 다른 말로 하면 불교에서 말하는 " 열반 " 과도 같은 세상을 지칭하는 것 같았다. 인공지능과 같은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간이 겪을 수 밖에 없는 괴로움, 즉, 질병이나 죽음 그리고 고통이 사라진 세상을 이 책을 통해서 저자 하오징팡이 표현하려 한 것인가? 사실 인공지능이 탑재된 자율주행차는 특수한 상황의 사람들 ( 시각장애인 등 ) 이 운전대를 잡을 수 있게 해준다는 면에서 인간의 편리함을 증폭시킨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과연 인공 지능의 발달은 인간에게 좋은 면만 가져다 줄 것인가? 저자 하오징팡은 각 이야기를 통해서 마치 양날의 검처럼 인간에게 유리하게도 혹은 불리하게도 사용될 수 있는 기술의 발달에 대해 말하려고 하는 듯 하다. 편리하다는 것은 좋기는 하지만,,, 혹시 인간의 소외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닐까? 라는 화두를 제시한다는 말이다. 철학자처럼 인간이라는 것의 본질에 대해서 집요하게 묻고 있는 하오징팡의 [ 인간의 피안 ] 의 세계로 한번 들어가보자.

이 책은 6편의 단편들로 이루어진 책이다. 하나하나가 인상 깊은 내용들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두드러지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바로 [ 영생병원 ]. [ 사랑의 문제 ] 그리고 단편이라기보다는 스케일이나 구성면에서 장편이라해도 손색없을 [ 인간의 섬 ] 이었다. 각각의 단편을 간단 정리해 보자면,


[ 영생 병원 ]


평소에 별로 사이가 좋지 않았던 엄마가 위중한 병으로 인해 묘수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심한 죄책감과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첸루이. 치료비가 비싸지만 불치병도 낫게한다는 묘수병원,, 그러나 가족들의 면회를 불허하기에 엄마의 상태가 어떤지 알 수가 없어서 더욱 더 불안한 그. 어느날 불법적인 방법으로 병원에 잠입한 그는, 어머니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되고 이 사실을 아버지에게 알리기 위해 부모님 집을 찾아간다. 그런데 첸루이는 부모님 집에서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매우 건강한 낯빛의 어머니가 TV를 시청하고 있었던 것. 과연 이게 어찌된 일일까?

오소소 소름이 돋을 정도로 엄청난 반전을 동반하고 있는 [ 영생 병원 ]. 거의 시체나 다름없던 어머니였는데,,, 돌아온 그녀는 과연 누구일까?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서 묘수병원이 어머니를 살린걸까? 아니면 인간과 똑같이 만들어진 안드로이드로 바꿔치기당한걸까? 그녀의 비밀을 추적하느라 바쁜 첸루이에게 무심한 듯 던지는 어머니의 말 한마디가 의미심장하다.

“ 사실 중요한 건 네가 너라는 것을 네가 아는 게 아니야 ”



[ 사랑의 문제 ]


인공지능 업계의 토머스 에디슨 같은 존재인 린안이 자신의 집에서 칼에 찔린채 의식불명으로 발견된다. 그러나 찔린 순간을 정확하게 목격한 사람이 아무도 없기에 범인이 누구인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칼에 찔렸던 그의 곁에는 인공 지능 집사인 천다와 린안과 사사건건 부딪히던 아들 린산수이가 함께 있었기 때문. 특히 린산수이의 경우, 온 몸에 아버지의 피가 묻어있었기에 더욱 더 범인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 과연 린안을 칼로 찌른 것은 누구일까? 이성과 합리로 똘똘뭉친 인공지능 천다가 갑자기 스스로 생각할 능력을 획득했단 말인가? 아니면 평소에 사이가 좋지 않았던 아버지와 아들의 육탄전으로 인해 발생된 사건일까? 사건은 미궁에 빠질 뻔 하다가,,,,, 아버지가 의식을 되찾음에 따라 해결된다.

이 단편을 읽고 있자니 [ A. I. ] 나 [ 블레이드 러너 ] 같은 영화가 떠올랐다. 내용이 비슷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안드로이드를 대하는 그 영화들과 이 단편의 입장이 매우 다른 것 같아서였다. 그 영화들에서는 안드로이드가 감정도 느끼고 자신이 누구인가? 정체성을 묻는데, 오히려 이 단편에 나오는 인공지능 집사 천다는 높은 의식, 즉 데이터에 입각한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내는 컴퓨터와 같은 존재인데 주위 사람들이 바꾸 그에게 감정이입을 한다. 특히 심리적 문제를 안고 있는 ( 우울감 ) 린안이 딸 린차오무가 천다에게 애정을 느끼는 부분에서 충분히 그럴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공감이 갔다.

[ 인간의 섬 ]


우주공간에서 블랙홀을 넘나들며 인간을 위해 미지의 세계를 탐험했던 케커 선장 일행이 120년만에 지구로 귀환했다. 그런데 귀환한 지구는 뭔가 달라도 너무 달라져있었다. 지구인들은 뇌에 칩을 이식한채 살고 있었고 세계를 장악한 인공 지능 시스템인 제우스는 그 칩을 이용하여 인간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그들을 조종하고 있었다. 뇌에 칩이 있어야 활동을 할 수 있기에 ( 즉, 칩이 바로 주민등록증 같은 거임 ) 병원에서는 강제로라도 케커일행의 뇌에 칩을 심으려 하지만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그들.... 그런데 지구인들은 제우스에게 저항할 생각도 없고 죽음 따위는 두려워하지도 않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마인드로 살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어떻게 언제부터 잘못된 것일까?

[ 매트릭스 ] 를 떠올리게 만들었던 단편 [ 인간의 섬 ]. 최고의 지능을 얻기 위해서 뇌에 칩을 이식하고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 지능 시스템인 제우스를 개뱔한 것은 바로 인간 자신이었다!!!! 그러나 뇌에 심은 칩은 신경계에 혼란을 일으키고 감정을 차단하여 인간성을 잃어버리게 만들었다는 것이 문제!! 문제가 발생할때마다 자신의 의식 속으로 들어가 제우스에게 물어보는 사람들이 인상깊었다. 마치 제우스의 미니미처럼 행동하는 그들.


개념이해 등이 어렵다고 생각하면서도 SF 를 즐겨 읽는 이유가 있다. 특히 IT 강국인 한국에서 지켜봤을땐 기술이 인간을 위해서 쓰이는게 아니라 가끔은 기술이 저절로 발달하고 인간은 따라가느라 허덕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분명 기술의 발달에는 좋은 점이 더 많다.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이용했던 동네 약국 마스크 찾기 앱 같은 경우는 손가락 터치 하나로 발품을 덜 팔 수 있게 해주고 시간을 아껴준다는 점에서 너무 마음에 들었던 기술이다.

그러나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게 뭘까? 효율성... 높은 이성과 합리.... 그리고 풍부한 지식과 정보??? 이건 로봇이 할 수 있는 부분인데,,,, 인간에게는 감각이 있어서 냄새를 맡을 수 있고 마음이 있어서 애정을 느낄 수도 있다. 정당하지 못한 일에 분노를 할 수도 있고 세상에 없던 예술품을 창조할 능력도 있다. 그 무엇과도 대체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인간이라는 존재라는 말씀!!! 기술이 인간성을 이길 수 있을까? 과연......

너무나 매력적인 소설인 하오징팡 작가의 [ 인간의 피안 ]. 마치 살아숨쉬는 책과 대화를 한 기분이다. 아니, 태블릿을 손에 들고 단편 영화를 감상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녀의 작품에는 그런 힘이 있다. 눈 앞에서 생생하게 벌어지는 일을 감상하는 듯한 힘. 재미도 있지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SF 소설을 찾고 있는 분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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