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로드 - 사라진 소녀들
스티나 약손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음서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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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동부 해안에서 노르웨이 국경으로 이어지는 95번 국도, 일명 실버 로드라 불리는 이곳 버스 정류장에서, 3년전 리나라는 한 소녀가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새벽에 버스를 기다리던 그녀는 아무런 목격자없이, 정말 눈깜짝할 새 실종되어버렸다.  그녀의 아버지인 렐레는 밤에도 해가 지지않는 백야가 시작되면 그녀를 찾아 실버로드를 달린다.  숲과 늪지 그리고 버려진 집을 샅샅이 수색하는 렐레.  제대로 된 단서나 목격자가 없어서 미궁에 빠져버린 사건이지만 리나의 생존을 굳게 믿는 렐레는 끈질기게 그녀의 흔적을 찾아헤맨다.


한편, 어머니 실리에와 함께 스톡홀름에서 이곳, 글리메르스트레스크라는 작은 동네로 이사온 소녀 메야.  그동안 숱하게 남자와 만남과 이별을 반복해왔던 어머니는 인터넷을 통해서 토르비요른이라는 남자를 만나 정착하려한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는 생각보다 나이도 많았고 허름하기 짝이 없는 낡은 농가에서 살고 있었다.  안락한 가정을 꿈꿨던 소녀 메야는 그가 진정한 아버지가 될 수 없으리라는데 무게를 두고 집을 가출하려는 생각도 해보지만 술과 약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정신적으로 불안한 어머니를 혼자 두고 갈 순 없다.


이 책의 주인공은 단연코 사라진 리나와 그녀를 찾아헤매는 아버지 렐레이지만 카메라는 또 다른 주인공 메야를 비추고 있다. 메야는 대책없이 사는 어머니를 따라 이곳 글리메르스트레스크로 이주했지만 언젠가는 비참하고 궁색한 삶을 탈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전혀 접점이 없는 이 두 주인공의 삶, 그러나 이 소설은 그들의 동떨어진 삶이 만나게 되는 계기를 준비해놓고 있다.  실종된 딸을 찾아헤매는 아버지와 따뜻한 가정을 그리워하는 결손 가정의 소녀..... 그들은 도대체 어떠한 형태로 만나게 될까?


딸을 잃어버린 아버지 렐레의 눈에 비친 남자들은 모두 잠재적 용의자이다.  그렇기에 그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추적을 반복한다.  딸의 남자친구였던 약쟁이 다니엘 비르그의 머리통을 날릴 뻔하고 빈집처럼 보이는 곳을 뒤지다가 집주인에게 위협을 받기도 한다.  한편, 도저히 부모라 할 수 없는 어머니 실리에와 포르노 중독자로 밝혀진 남자 토르비요른을 참을 수 없었던 소녀 메야는 숲 호숫가에서 만난 듬직해 보이는 청년 칼 요한의 집에서 머물기로 한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노동을 시키는, 일종의 사회와 격리된 생활을 하는 칼 요한의 가족들은 일반인의 눈에 약간 이상해보이지만 메야에게는 안정된 가정을 제공해줄 수 있는 가족으로 보인다. 하지만 점점 이상하게 갑갑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는 이 가족,,,, 그들은 어떤 비밀을 품고 있는 걸까?


 이 책 [ 실버로드 - 사라진 소녀들 ] 은 연기처럼 사라져버린 딸을 찾아 헤매는 아버지의 추적기를 그린 스릴러이다. 북유럽 특유의 차가움과 이 작은 마을이 지닌 음산함이 혼합되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고독한 늑대형처럼, 다른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사라진 딸을 스스로 찾아헤매는 한 아버지의 소리없는 절규와 분노가 이야기 속에 가득 울려퍼진다.  소중한 딸을 한순간에 잃어버리고 생사도 알길 없는 아버지 렐레의 삶은 무너져내린지 오래지만 아내 아네테는 리나의 죽음을 기정사실화하는 듯 하다.  다른 남자의 품으로 뛰어들어버렸고 3년째 SNS로 리나의 추도식을 열고 있는데............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납치와 실종을 다룬 범죄 스릴러 [ 실버로드 ].   여름에 해가 지지 않는 북유럽인 스웨덴의 백야를 그리고 있지만 소설 내내 어둠이 그득하다.  실제로 어둡다기 보다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드리워진 어둠을 가리키고 있는 듯 하다.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소녀 메야의 삶과 딸의 영혼과 대화를 나누며 그녀의 흔적을 미친 듯 찾아헤매는 아버지의 마음 속 어둠을 가리킨다고 해야 할까?    


리나가 사라진 지 3년째, 리나를 닮은 17세 소녀가 또 사라지면서 소설은 본격적인 연쇄 실종을 다루고 있다.  과연 아버지는 딸을 찾을 수 있을까?  사라진 소녀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애끓는 부정이라는 드라마적 요소와 범죄 추적이라는 스릴러적인 요소를 함께 갖추고 있는 소설 [ 실버 로드 ].  연휴를 맞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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