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블록
키스 스튜어트 지음, 권가비 옮김 / 달의시간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인생을 살다보면 삶이 게임같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삶이 던져주는 장애물을 뛰어넘다가 지치기도 하고 또 보상에 기뻐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우리는 게임 속 캐릭터처럼 괴물 ( 코로나 같은 ) 의 공격에 맞서 싸우기도 하고 레벨업을 하기 위해 장애물 ( 승진시험같은 ) 을 뛰어넘으면서 살아간다. 그런데 이 [ 소년의 블록 ] 이라는 책에는 마인 크래프트라는 진짜 " 게임 " 을 통해서 삶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한 아버지가 등장한다.


영국 브리스틀에 사는 알렉스는 자극에 민감하고 사람들과 소통이 힘든 자폐아인 샘이라는 아들을 두고 있다. 샘은 사과가 1cm만 더 커도, 스파게티가 2도만 더 뜨거워도 거부하고 소리나 시각같은 자극에 매우 예민하여 자극이 점점 커지면 폭력성이 생기거나 심한 반항을 하는 등등... 다루기가 여간 어려운 아이가 아니다.

그러나 알렉스는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 양육에 적극적인 참여를 하지 않았고 그 결과 아내인 주디로부터 ( 일시적이긴 해도 ) 별거를 하자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듣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적성엔 맞지 않았어도 가족 부양을 위해서 꾸역꾸역 다니던 회사가 그만 합병이 되는 바람에 졸지에 권고 사직을 당하게 된 알렉스. 이쪽 저쪽 인생이라는 게임이 날린 강한 펀치에 맞아 기절직전에 이르게 된 주인공. 과연 그는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작가의 실제 경험담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이라서 그런지, 자폐 스펙트럼 안에 있는 샘에 대한 묘사가 매우 현실적이고 생생한 듯 하다. 아이가 한번 폭발하기 시작하면 마치 날아다니는 폭죽같아서 전혀 통제가 안되는 부분이 잘 그려져 있다. 그런데 이 책은 자폐아를 키우는 부모의 희생에 초점을 맞춘다기보다는 온 힘을 다해서 자신의 삶을 회피하고 도망다녀온 한 남자가 결국엔 삶에 당당히 대면하게 되는 성장 이야기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알렉스는 어릴 적 교통사고로 사랑하는 형 조지를 잃은 경험이 있다. 자신의 장난을 피하던 형이 달려오던 차를 미처 보지 못하고 당한 일이었기 때문에 죄책감과 미안함이 여전히 그의 마음 속에 남아서 그의 인생 전반을 지배하고 있었던 것. 그 사건 이후로 모든 것을 통제해야 한다는 생각에만 사로잡혀 살아온 알렉스는 통제가 되지 않은 아이를 이해해보려하기 보다는 회피하려고만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알렉스의 태도에 그만 지쳐버린 주디가 그에게 별거 선언을 했던 것.


아내와 별거를 하는 와중에도 샘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토요일마다 공원에서 함께 놀이를 하는 등,, 그래도 샘에 대한 노력의 끈은 놓지 않는 알렉스. 하지만 여전히 아이와의 의사소통은 요원하게만 느껴진다. 그러던 어느날 알렉스는 우연히 샘이 푹 빠져있는 마인 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알게 되고 점차적으로 아들과 게임을 통해 의사소통하는 기회를 넓혀가는데.....

이 책은 결국 " 성장과 소통 " 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듯 하다. 어른이 되었지만 아직 형이 죽은 그 지점에 머무르고 있는 알렉스. 그는 형이라는 마음 속 갈등 때문에 눈 앞에 있는 문제들 ( 자폐아들 샘, 혼자 외로이 양육을 맡은 주디 ) 를 회피해왔던 것. 그러나 생소하기 그지없는 " 마인 크래프트 " 라는 게임을 통해서 조금씩 아이와 소통하기 시작하고 아이와 아내가 그동안 겪어왔던 삶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불규칙하고 통제되지 않는 실제 세상을 떠나 규칙적이고 예측 가능한 게임 세상에서 날개단 듯 활기찬 에너지를 풍기는 샘을 보면서 알렉스는 남은 삶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되는 듯 보였다.

[ 소년의 블록 ] 은 심각하지도 않지만 결코 가볍지도 않은 그런 책이다. 특별한 아이로 인해서 삶에 조금은 지쳐있는 부모를 다루긴 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따뜻하기만 하다. 아이를 둔 부모들은 거의 100% 이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사실 자식이란 존재들을 사랑하긴 하지만 함께 하기엔 너무나 버거운 순간들이 존재하는게 사실이지 않는가? 솔직 담백하게 그리고 위트있게 이들의 삶을 그려내는 이 책 [ 소년의 블록 ]. 메세지를 담고 있지만 동시에 재미있고 감동적인 책을 찾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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