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살인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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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소한 계기로도 살인,,, 까지는 아니더라도 살의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예의없는 운전자들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불끈 주먹이 쥐어진다. 그런데 요즘엔 원인과 동기를 알 수 없는 범죄도 허다하다. 한마디로 " 묻지마 범죄 " 가 늘어났다는 말씀. 이 소설 속에도 도저히 범인의 동기를 밝혀낼 수 없는 사건이 등장한다. 범죄를 저지르고 유유히 사라져버린 범인. 행적이 묘연해진 범인을 제때 검거하지 못한 이유로 사건의 동기와 범인의 정황은 안개 속에 싸여있다. 그 답답한 미해결 사건을 두고 범죄 전문가들의 추리가 시작되었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 여러 명의 범죄 전문가들과 작가들이 추리를 해내는 소설 [ 끝없는 살인 ]. 4년전 사건을 두고 세미나 혹은 회담처럼, 범죄 추리 전문가 집단이 모여서 검거되지 않은 범인의 현 상황과 범죄 동기에 대한 브레인스토밍을 펼치는 이야기이다. 범죄는 발생했으나 범인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범인과 피해자의 연결점을 찾을래야 찾을 수도 없다. 도대체 왜 범인은 죄없는 여인의 집에 침입하여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넣으려했을까?

1997년 11월 어느날, 주인공 이치로이 고즈에는 한 괴한으로부터 습격을 당한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그녀가 문을 열자마자 함께 밀고 들어온 그는 들고 있던 덤벨로 그녀를 공격하고 목을 조른다. 죽을 뻔한 상황에서도 재치를 발휘하여 역으로 괴한을 공격한 그녀. 그의 주머니에 들어있던 학생 수첩을 끄집어낸다. 놀라운 의지력으로 정신을 잃어가면서도 경찰에 신고를 하고 그대로 쓰러지고 마는 고즈에....

이야기는 그 사건 이후 4년으로 흘러간다. 사건이 발생했을시에 그녀가 범인의 수첩을 뺏는 바람에 범인이 누구인지는 밝혀진 상황. 그리고 그 범인이 살해한 나머지 사람들의 이름도 밝혀진 상황. 놀라운 점은 범인이 근처 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생이었다는 것과 고즈에 외에도 의사, 초등학생 소녀 그리고 70대 노인도 살해 대상에 포함되었다는 것. 이상한 점은 그들과 고즈에와의 연결점이 없고 고즈에 혼자만 덩그러니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 범인이 다시 나타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편하게 살 수 없었던 고즈에, 4년전 그녀를 도와주었던 신참 형사 “ 나루모토 ”의 주선으로 미해결 사건을 추리하는 모임인 “ 연미회 ” 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원로 추리 작가 “ 오츠카와 ”, 또한 추리작가인 “ 아리사 ” , 전직 경찰이자 사립탐정인 “ 요로보레 ”, 범죄 심리학자 “ 유미코 ” 그리고 미스터리 전문 작가인 “ 슈타라 ” 고 구성된 이 조직은 몇 가지 주제를 놓고 설전을 벌인다. 고등학생인 범인이 왜 고즈에를 표적으로 삼아 범죄를 벌였는지와 고즈에와 나머지 피해자들의 연관성, 즉 " 미싱 링크 " 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들.


하나의 사건을 잘게 잘게 쪼개어 매우 다양한 추리와 분석을 이루어내는 전문가 집단 " 연미회 ". 그들은 범죄 현장을 목격하지도 않았고 많은 단서가 주어지지도 않았다. 오직 범인이 현장에 떨어뜨리고 간 수첩과 몇 가지 단서만으로 추리를 해내가는 사람들. 어두운 터널 속에서 단지 몇 개의 호롱불만 들고 입구를 찾아내려는 노력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추리 작가와 경찰관 등등 평소에 많은 범죄를 다루어본 사람들이므로 단지 몇개의 단서만으로도 훌륭히 사건의 시작과 원인을 역추적하는 사람들!! 참으로 놀랍다!!


그런데..... 어느덧 소설은 전혀 예상치못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소설의 제목인 [ 끝없는 살인 ] 이 어울리는 거대한 반전이 숨어있다. 도대체 왜? 그리고 범인은 어디? 라고 물었던 질문은... 과연 단지 그런 이유만으로 살인을 범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으로 바뀌었다. 너무나 사소한 이유로, 너무나 잔인하고 허무하게 인간을 죽일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던 [ 끝없는 살인 ]. 문득 뒤를 돌아보게 된다.... 부지불식간에 누군가에게 원한을 살 만한 일을 저지르지는 않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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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시지 1 패시지 3부작
저스틴 크로닝 지음, 송섬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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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프로젝트 ’ 의 목표는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백신을
발견하는 거야.
만약에 세상에 암도, 심장병도, 당뇨병도, 알츠하이머도 없다면
인간의 수명은 어디까지 길어질 수 있을까?


초강대국이 되기 위한 미국의 비밀실험을 다룬 이야기 [ 패시지 ]. 어쩌면 실제로 이런 실험이 자행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넷플릭스의 미드시리즈 중에 [ 기묘한 이야기 ] 라고 있는데, 초능력을 가진 한 소녀가 미정부 비밀 실험에 참여하게 된다. 그녀는 염력을 써서 미국 내에 숨어있는 스파이의 근거지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초능력을 발휘하는 동안 이쪽세계 ( 즉, 현실 ) 과 저쪽세계 ( 괴물들이 사는 4차원 세계 ) 가 뒤섞이면서 조그만 마을이 쑥대밭이 된다. 이 [ 패시지 ] 도 다치지 않는 몸과 영원한 생명을 원했던 미국의 과한 욕심이 불러온 파국에 대한 이야기이다.

흡혈 박쥐 바이러스를 이용하여 초능력을 가진 인간 ( 혹은 괴물 ) 을 만들어내려던 미 정부의 비밀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 [ 패시지 ]. 그러나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불러온다고 했던가? 애초에 세웠던 야심만만한 미 정부의 계획은 실험체들의 반란으로 틀어지면서 인류의 멸망을 앞당기게 된다.  ( 지금도 환경 오염과 지구 온난화로 조금씩 멸망해가는데 ㅉㅉㅉ ) 바이러스에 의해서 뱀파이어로 변한 일종의 괴물들 ( 인간이었던 ) 은 죽지 않는 몸으로 사람들을 공격하는데,,,,,,

5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뱀파이어 탄생과 인류 멸종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와 스릴넘치는 사건 전개로 숨 쉴 시간 조차 없이 몰아친 소설 [ 패시지 ]. 소설은 초능력을 가진 한 소녀를 카메라가 비추면서 시작된다. ( 워낙에 영화같고 드라마 같아서.. ) 유부남을 만나 딸 에이미를 낳은 미혼모 지넷. 자신과 딸을 돌봐주셨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쓰레기같은 아이 아빠와도 헤어지게된 이후 고향을 떠나 힘든 삶을 시작한다.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가 몸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던 중, 대학생을 총으로 쏴죽이게 된다. 어쩔 수 없이 딸 에이미를 수녀원에 맡기고 사라지는 그녀.

한편 안데스 내륙에 위치한 볼리비아 정글에 파견된 조나선 애벗 리어 박사. 그는 죽음이라는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서 이 땅에 와 있다. 사랑하는 아내 리즈를 병으로 잃어버렸던 그는 인간을 영생으로 이끌 무언가를 찾기 위해서 정글을 헤매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그를 뱀파이어 박사라고 부른다. 그런데 함께 정글을 탐사 중이던 과학자들과 군인들이 박쥐 무리에게 공격을 당하고, 그들은 심한 고열과 출혈에 시달리는데.....

카메라 앵글은 이제 전혀 다른 곳을 비추고 있다. ( 이 책은 드라마를 위해 쓰여진 것이 아닐까? 흥미진진 ) 텍사스 형사사법부의 폴런스키 교도소, 일명 테럴 교도소라 불리는 그곳에 2명의 FBI 요원이 파견되었다. 그들은 사형을 선고받은 앤서니 로이드 카터를 데리러 온 것. 소위 “ 노아 프로젝트 ” 라는 미정부 비밀 프로젝트에 참여할 실험 대상을 연구단지에 데려다주는 일을 맡게 된 요원들. 둘 중 나이가 많은 울가스트는 결혼 생활에 실패한 이후 좌절감에 빠져서 FBI 요원직을 그만두고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기전 마지막 임무로 이 일을 골랐기 때문에 “ 노아 프로젝트 ” 에 대한 관심도 전혀 없었고 알고자 하는 마음도 없었다.

사형수들을 실험단지로 데려다준 일까지는 그럭저럭 해나갔지만, 초능력 소녀 ( 에이미 ) 까지 이 비밀스런 프로젝트의 희생양이 된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FBI 요원 울가스트는 여러 다른 선택지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어린딸 에바를 잃고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어야 했던 울가스트 요원. 그는 어린 아이가 희생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필사적으로 그녀를 구출하려 노력하지만,,,글쎄 그는 미국 정부의 손바닥에서 놀아난 벼룩 한마리 였을까? 결국 같은 FBI 요원 도일과 함께 체포되고 마는데....

3부까지 이어지는 대장정의 프로젝트인 [ 패시지 ]. 매혹적인 비극과 강렬한 불행을 예고하는, [ 인간 멸종 ] 을 실은 고속열차 같은 책이다. 강력한 힘을 가진 초능력 괴물들의 등장과 그들과 아마도 대결하게 될 (? - 이 부분은 알쏭달쏭 ) 초능력 소녀 에이미의 등장에 벌써부터 2편이 기대된다. 디스토피아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과연 무엇일까? 어둠과 파괴, 종말과 죽음 등등 비극에 끌리는 것도 있지만 비극 속에서 꽃피는 인간의 끈질긴 생명력을 보고 싶어하는 것이 아닐지. [ 패시지 ] 는 그런 면에서 디스토피아 소설에 열광하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엄청난 몰입감에 저절로 독서에 속도가 붙게 된다. 초초대형 기획 시리즈물 같은 소설 [ 패시지 ] .. 꼭 읽어보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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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고르는 여자들 미드나잇 스릴러
레슬리 피어스 지음, 도현승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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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가 선망하는 중산층의 삶, 그리고 그 세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서진 팔다리로 뛰쳐나온 여자들

고풍스런 저택, 화려한 커튼... 겉으로 보기엔 부유하고 행복해 보이는 가정 내부에 심한 학대와 폭력이 자행되고 있었다니.. 사람들의 속사정은 그냥 겉으로 봐서는 모를 일이다. 이 [ 인생을 고르는 여자들 ] 이라는 제목의 책은, 1960년 당시 영국 사회의, 그것도 의사나 사업가 같은 중산층 가정에서 벌어진 가정 폭력과 폭력의 희생양이 되어 신음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결국엔 폭력의 소굴에서 벗어나 자립한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므로 그나마 다행이랄까?

1960년대 영국의 어느 작은 동네인 벡스힐을 배경으로 한 [ 인생을 고르는 여자들 ]. 당시 영국 사회엔 가부장제 아래 그리고 남편의 폭력 때문에 신음하는 여성들이 많았나보다. 소설 속 주요 인물인 글로리아와 에드나는 본인이 직접 폭력 가정을 탈출한 케이스이기도 하지만 그런 여성들을 찾아내 돌봐주고 그녀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했으니.

이 소설의 메인 캐릭터는 케이티란 이름의 단호하고 용감한 젊은 여성이다. 그녀는 이 작고 지루한 마을, 벡스힐에서 벗어나 런던이라는 활기찬 도시에서 새로운 인생을 꾸릴 준비를 하고 있다. 가장 친한 친구인 질리가 런던 동물원에 입사할 예정이고 자신은 법학원에 입사할 예정이다. 케이티가 집을 떠나고 싶어서 안달인 이유는 또 있다. 냉정하고 무뚝뚝하며 까다로운 그녀의 어머니 힐다 때문. 아버지 앨버트는 다정스럽고 친절한 반면, 힐다는 자식들이나 남편에게 차갑고 엄격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작은 마을에서 엄청난 사건이 발생한다. 케이티와 친하게 지냈던 이웃주민, 글로리아라는 여성과 그녀의 딸이 화재로 목숨을 잃은 것. 누군가의 방화로 발생한 사건. 그런데 케이티의 아버지인 앨버트가 평소에 글로리아와 불륜 관계였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앨버트의 집 지하실에서 발견된 등유와 천 조각들은 그가 불륜을 아내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불을 질렀다는 증거가 되어 앨버트는 경찰에 체포된다.

앨버트를 방화범으로 잡기에는 다소 증거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 과연 지하실에 등유와 천이 발견되었다고 해서 그게 그게 확실한 증거가 될 수 있을까? 정황 증거 밖에 안된다고 생각하는데... 어쨌든 ) 역시나 앨버트의 딸인 케이티도 똑같은 생각을 했는지 그녀 스스로 범인 잡기에 돌입한다. 즉, 탐정놀이를 시작한 것.

조사를 하던 중 글로리아 아줌마와 친하게 지냈던 에드나 부인을 만나게 된 케이티는 그들이 가정 폭력에 시달린 여성들을 도와서 자립 갱생할 수 있게 해주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렇다면, 방화범은 글로리아에게 원한을 가진 여성들의 폭력 남편들 중 하나가 아닐까? 라는 합리적 의심을 품게된 케이티. 에드나에게서 그동안 도와준 여성들의 주소를 얻게된 케이티.... 이제 범인을 잡는 일만 남았는데....

케이티와 함께 범인을 잡아보겠다고 룰루랄라 탐정놀이에 나섰던 나... 그런데 이게 웬일?? 예상보다 빨리 범인이 마중나와 있어서 약간 김이 빠졌다. 평소에 항상 추리와 스릴러의 묘미는 범인 잡기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럴 수가. 단지 글로리아와 친했다는 사실과 등유가 지하실에서 발견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케이티의 아버지 앨버트가 체포된 것도 좀 심심한 전개였는데 이렇게 심심한 스릴러가 있다니...

그러나 이야기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뒤에 케이티가 겪게되는 위험천만한 상황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범인과의 심리게임. 케이티가 실종된 이후 그녀를 찾아헤매는 멋있는 썸남 변호사 찰스. 범인을 향해 다가가는 위험한 조사에 기꺼이 참여하는 베스트 프렌드 질리의 진정한 우정 등이 이야기에 양념과 같은 역할을 해주었다.

너무 잔인하고 선혈이 낭자한 요즘 추리나 스릴러에 비해서는 완전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는 이야기 [ 인생을 고르는 여자들 ]. 잘 만들어진 정통 추리물이다. 단지 파괴와 죽음 만을 다루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과 사회를 통찰하는 이야기인 듯 하다. 사람을 사람답지 못하게 하고, 가정을 행복하게 이끌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는 무엇인지를 작가가 깊이 고민해 본 것 같다고나 할까?

케이티는 과연 글로리아를 죽이고 아버지에게 누명을 씌운 범인을 찾아내 응징할 수 있을까? 가녀린 여성의 힘으로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녀의 활약을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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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처방전 - 내 마음이 가장 어려운 당신을 위한 1:1 그림 치유
김선현 지음 / 블랙피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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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눈길이 머물렀나요?

그곳에 당신의 아픔이 있습니다.

가끔은 가만히 바라보는 것이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예술의 힘이 그런 것이 아닐까? 그림 속에 담겨진 에너지가 상상 이상으로 우리의 상처입은 마음을 치유하곤 한다. 시간이 없어 미술관을 자주 갈 수 없는 현대인들을 위한 책 [ 그림 처방전 ]. 부제목으로 [ 내 마음이 가장 어려운 당신을 위한 1:1 그림 치유 ] 라고 쓰여져있다. 즉, 다시 말하자면 이 책은 모든 사람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지만 또한 개개인을 위한 맞춤형 책이기도 하다. 각기 다른 이유로 슬픔, 분노, 절망 그리고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해 그림을 통한 처방을 제시하는 저자 김선현.

저자는 20년 넘게 미술치료를 해오면서 ' 관계 ' 문제로 힘들어하는 것을 봐왔다고 한다. 특히 사람에 상처를 받고 사랑에 아파하는 사람들을 지켜봐온 저자. 그는 말한다. 특정 그림에 눈길이 머무는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정답이 없는 그림을 보면서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 어떤 생각들이 떠오르는지 바라봄으로써 다친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인생에 사랑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겠지만 저자는 주로 " 사랑 ", " 연인 관계 " 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상담을 하면서 만났던 환자들이 겪었던 트라우마가 주로 이 몹쓸 놈의 사랑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나이가 들어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 이 몹쓸 놈의 사랑,,,, 사랑을 시작할 때, 사랑을 지속할 때, 그리고 사랑을 끝낼 때... 우리가 겪어야하는 괴로움과 힘듬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는 저자의 마음이 엿보인다.

그림 중에서 끌렸던 것들 몇 점을 짚어보자면 우선 아내를 깊이 사랑했던 샤갈의 그림이다.



그러니 잊지 않기로 해요. 지금 옆에 있는 그 사람 덕분에

당신의 하루가 반짝반짝 빛난다는 것을.

늘 변함없이 당신 곁에 있다는 것을 말이에요.

혼자 있었을 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고독을 즐기는 여인이나 한가로이 풀밭을 거니는 연인들의 그림에 눈길이 머물렀을 수도 있겠지만 인생의 반려자를 만난 지금, 소중한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이런 그림에 더 끌린다. 샤갈은 아내에 대한 감정을 종종 화폭에 담았다고 한다. 그림 속 케이크와 꽃다발을 들고 있는 벨라, 그녀에게 입맞춤을 하고 있는 샤갈. 이 작품을 그린 이후 30년 가까이 서로에게 소울메이트가 되어주었다고하니... 그들의 애틋하고 깊은 사랑이 여기까지 전달되는 것 같다.

멀리있는 사람을 사랑하기란 쉽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바꿔 이야기하자면, 가까이 있는 사람을 사랑하기란 늘 쉬운 일은 아니라는 뜻이겠죠.




책 한권에 인생, 사람, 관계에 대한 통찰력이 오롯이 녹아있다. 저자는 말한다. 가끔은 백 마디 말보다 한 점의 그림이 우리의 마음에 더욱 위로가 된다고. 나쁜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부터, 자신의 몸에 자신없는 여자의 이야기까지... 그림 하나에 우리의 현실이 그대로 반영되어있다. 아름다운 그림과 거기에 더해진 작가의 친절한 해설을 듣다보면 오래 묵은 마음의 상처가 금방 치유되는 듯 하다.

그림으로 상처를 치료하는 그림 처방사, 김선현. 55점의 그림으로 당신의 마음을 읽고 치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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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속 남자 속삭이는 자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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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돌아온 그 아이들의 영혼은 여전히 어둠 속에 있다

어린 시절에 어둠과 악을 경험하고 그 미로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들이 종종 범죄자가 된다. 학대와 방임 그리고 폭력으로 얼룩진 과거는 범죄자의 마음 속에 단단히 뿌리내린채 어른이 된 그를 강하게 통제한다. 이 책 [ 미로 속 남자 ] 의 여주인공 사만타를 납치했던 토끼가면을 쓴 사내 [ 버니 ] 도 짧은 순간이었지만 어린 시절 경험한 어둠과 악을 극복하지 못한 채 괴물이 되어버렸다.

사람과 사람을 통해 전달되면서 영원하게 이어지는 악을 표현한 듯한 소설 [ 미로 속 남자 ]. 이 소설은 납치되었다가 돌아온 아이들의 정신적 상처와 트라우마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 사만타는 그녀가 13살이었을 때 등교를 하다가 납치가 되었고 15년만에 기억을 잃은 채 사회의 품으로 돌아온다. 도로가에서 알몸으로 발견된 그녀. 경찰에 신고를 했던 목격자는 사만타 외에 토끼 가면을 쓴 한 남자가 주위를 어슬렁거렸다고 증언한다. 하트 눈을 가진 토끼 가면을 쓴 신원 미상의 남자.... 그가 과연 범인일까?

한편, 사만타가 실종되었을 당시 그녀의 부모에게서 거액의 선금을 받고 사건 의뢰를 받았던 사립 탐정 브루노 젠코. 그는 어린 딸을 잃어버리고 종종걸음을 치던 부모에게 돈만 받아챙기고 결국 범인을 잡지는 못했다. 사만타의 어머니는 큰 병을 얻어 몇 년전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는 새로운 인생을 찾아 떠난 상태이다. 심장병을 얻어 얼마 살지 못하게 된 브루노는 속죄하는 심정으로 사만타를 납치했던 범인을 추적한다. 사건은 반복되는 법,,,경찰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하여 사만타와 같은 실종 사례를 찾아낸 그는 R.S. 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의 실종 사례를 발견한다.

3일동안 실종되었던 R.S. 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뭔가 끔찍한 경험을 했는지 360도로 변한채 돌아왔다. 이식증 ( 흙이나 석고 등의 음식이 아닌 것을 섭취하는 현상 ), 유뇨증 ( 괄약근 조절 능력 상실 ) 을 보였고 성적 억제력 결핍이라는 상태를 보이기까지 한 것이다. 다른 사람과의 신체적 접촉에서 이상한 모습을 보였던 것. 결국 R.S. 의 부모는 친권을 포기하고 그는 위탁가정에 맡겨지게 된다. 그런데 브루노는 R.S. 가 심리 치료 당시 그렸다는 그림을 보고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사람들로 붐비는 동네, 즉 평범한 배경을 그렸지만 사람들의 얼굴은 평범하지 않았던 것. 그들은 모두 토끼 머리를 뒤집어썼고 눈은 하트 모양이었던 것이다.

한편, 실종 당시의 충격 등으로 인해 기억을 완전히 상실한 사만다는 병원에서 그린 박사라는 프로파일러에게 여러 다양한 질문을 받게 된다. 마치 미로 같았던 납치 장소와 상황을 떠올려보도록 요구받는 사만다. 범인을 잡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말에, 그녀는 마지막 한 방울의 기억까지 쥐어짜면서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려 애쓴다. 조금씩 기억을 떠올리는 사만타의 증언은 처절했던 납치 당시의 상황을 그대로 담고 있어서 독자들의 심장까지 벌렁거리게 만든다. 특히 죽이지 않으면 죽임을 당할 수 밖에 없었던 벼랑 끝의 상황은 그녀가 왜 기억을 잃을 수 밖에 없었는지를 설명해준다. 잊을 수 밖에 없을 만큼 고통스러운 기억이었던 것이다!!

도망치거나, 맞서 싸우거나, 죽거나. 사만타는 첫 번째 대안을 택하려다 생각을 바꿨다.

그래서 복도로 뛰어나가는 대신 여자애에게 달려들었다. 여자애 역시 똑같이 달려들었다.

상대의 의도를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대치하는 자세로 거의 동시에 문으로 향했다.

철문은 생과 사의 갈림길이었다

한때는 탐정으로 명성이 드높았지만 이제는 심장병을 얻어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사립탐정 브루노 젠코. 목숨 걸고 범인을 추적하는 그의 모습이 짠하기도 하면서 감동적이기도 하다. 비협조적인 경찰들과 갈등하고 부딪히면서 묵묵히 자신의 빚을 갚아나간다. 기억을 잃어버린 주인공 사만타가 프로파일러 그린 박사의 도움을 받아서 과거를 떠올리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중간에 자신의 아이를 출산했지만 곧바로 아이를 잃어버린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교묘하고 악랄한 범인이 사만타와 여러 실종 아동들을 가지고 논 정황이 드러나 분노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런데,, 이 작품의 묘미는 어마어마한 반전에 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부분에서 인물과 관점 그리고 배경까지 모두 뒤집어버리는 작가 도나토 카리시. 책에 대한 소개글에서 나온 것처럼 갑자기 강한 펀치를 맞은 듯 정신이 하나도 없다. 분명히 범인을 찾았는데 그가 범인이 아니다??? 사건의 피해자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범인이다??? 전문가의 포스와 냄새를 풍기면서 등장한 사람에게서 의심스러운 정황이 발견된다???

이 [ 미로 속 남자 ] 는 이야기 자체가 하나의 미로 처럼 독자의 추리력을 가지고 노는 듯 하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감과 긴장감은 당연한 요소이고 그 뒤에 따라오는 엄청난 반전에 넋을 놓게 된다. 피해자를 가지고 놀았던 범인처럼, 독자들을 가지고 오는 듯한 작가 도나토 카리시의 희대의 문제작 [ 미로 속 남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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