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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살인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9년 10월
평점 :
아주 사소한 계기로도 살인,,, 까지는 아니더라도 살의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예의없는 운전자들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불끈 주먹이 쥐어진다. 그런데 요즘엔 원인과 동기를 알 수 없는 범죄도 허다하다. 한마디로 " 묻지마 범죄 " 가 늘어났다는 말씀. 이 소설 속에도 도저히 범인의 동기를 밝혀낼 수 없는 사건이 등장한다. 범죄를 저지르고 유유히 사라져버린 범인. 행적이 묘연해진 범인을 제때 검거하지 못한 이유로 사건의 동기와 범인의 정황은 안개 속에 싸여있다. 그 답답한 미해결 사건을 두고 범죄 전문가들의 추리가 시작되었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 여러 명의 범죄 전문가들과 작가들이 추리를 해내는 소설 [ 끝없는 살인 ]. 4년전 사건을 두고 세미나 혹은 회담처럼, 범죄 추리 전문가 집단이 모여서 검거되지 않은 범인의 현 상황과 범죄 동기에 대한 브레인스토밍을 펼치는 이야기이다. 범죄는 발생했으나 범인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범인과 피해자의 연결점을 찾을래야 찾을 수도 없다. 도대체 왜 범인은 죄없는 여인의 집에 침입하여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넣으려했을까?
1997년 11월 어느날, 주인공 이치로이 고즈에는 한 괴한으로부터 습격을 당한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그녀가 문을 열자마자 함께 밀고 들어온 그는 들고 있던 덤벨로 그녀를 공격하고 목을 조른다. 죽을 뻔한 상황에서도 재치를 발휘하여 역으로 괴한을 공격한 그녀. 그의 주머니에 들어있던 학생 수첩을 끄집어낸다. 놀라운 의지력으로 정신을 잃어가면서도 경찰에 신고를 하고 그대로 쓰러지고 마는 고즈에....
이야기는 그 사건 이후 4년으로 흘러간다. 사건이 발생했을시에 그녀가 범인의 수첩을 뺏는 바람에 범인이 누구인지는 밝혀진 상황. 그리고 그 범인이 살해한 나머지 사람들의 이름도 밝혀진 상황. 놀라운 점은 범인이 근처 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생이었다는 것과 고즈에 외에도 의사, 초등학생 소녀 그리고 70대 노인도 살해 대상에 포함되었다는 것. 이상한 점은 그들과 고즈에와의 연결점이 없고 고즈에 혼자만 덩그러니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 범인이 다시 나타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편하게 살 수 없었던 고즈에, 4년전 그녀를 도와주었던 신참 형사 “ 나루모토 ”의 주선으로 미해결 사건을 추리하는 모임인 “ 연미회 ” 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원로 추리 작가 “ 오츠카와 ”, 또한 추리작가인 “ 아리사 ” , 전직 경찰이자 사립탐정인 “ 요로보레 ”, 범죄 심리학자 “ 유미코 ” 그리고 미스터리 전문 작가인 “ 슈타라 ” 고 구성된 이 조직은 몇 가지 주제를 놓고 설전을 벌인다. 고등학생인 범인이 왜 고즈에를 표적으로 삼아 범죄를 벌였는지와 고즈에와 나머지 피해자들의 연관성, 즉 " 미싱 링크 " 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들.
하나의 사건을 잘게 잘게 쪼개어 매우 다양한 추리와 분석을 이루어내는 전문가 집단 " 연미회 ". 그들은 범죄 현장을 목격하지도 않았고 많은 단서가 주어지지도 않았다. 오직 범인이 현장에 떨어뜨리고 간 수첩과 몇 가지 단서만으로 추리를 해내가는 사람들. 어두운 터널 속에서 단지 몇 개의 호롱불만 들고 입구를 찾아내려는 노력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추리 작가와 경찰관 등등 평소에 많은 범죄를 다루어본 사람들이므로 단지 몇개의 단서만으로도 훌륭히 사건의 시작과 원인을 역추적하는 사람들!! 참으로 놀랍다!!
그런데..... 어느덧 소설은 전혀 예상치못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소설의 제목인 [ 끝없는 살인 ] 이 어울리는 거대한 반전이 숨어있다. 도대체 왜? 그리고 범인은 어디? 라고 물었던 질문은... 과연 단지 그런 이유만으로 살인을 범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으로 바뀌었다. 너무나 사소한 이유로, 너무나 잔인하고 허무하게 인간을 죽일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던 [ 끝없는 살인 ]. 문득 뒤를 돌아보게 된다.... 부지불식간에 누군가에게 원한을 살 만한 일을 저지르지는 않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