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고르는 여자들 미드나잇 스릴러
레슬리 피어스 지음, 도현승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모든 이가 선망하는 중산층의 삶, 그리고 그 세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서진 팔다리로 뛰쳐나온 여자들

고풍스런 저택, 화려한 커튼... 겉으로 보기엔 부유하고 행복해 보이는 가정 내부에 심한 학대와 폭력이 자행되고 있었다니.. 사람들의 속사정은 그냥 겉으로 봐서는 모를 일이다. 이 [ 인생을 고르는 여자들 ] 이라는 제목의 책은, 1960년 당시 영국 사회의, 그것도 의사나 사업가 같은 중산층 가정에서 벌어진 가정 폭력과 폭력의 희생양이 되어 신음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결국엔 폭력의 소굴에서 벗어나 자립한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므로 그나마 다행이랄까?

1960년대 영국의 어느 작은 동네인 벡스힐을 배경으로 한 [ 인생을 고르는 여자들 ]. 당시 영국 사회엔 가부장제 아래 그리고 남편의 폭력 때문에 신음하는 여성들이 많았나보다. 소설 속 주요 인물인 글로리아와 에드나는 본인이 직접 폭력 가정을 탈출한 케이스이기도 하지만 그런 여성들을 찾아내 돌봐주고 그녀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했으니.

이 소설의 메인 캐릭터는 케이티란 이름의 단호하고 용감한 젊은 여성이다. 그녀는 이 작고 지루한 마을, 벡스힐에서 벗어나 런던이라는 활기찬 도시에서 새로운 인생을 꾸릴 준비를 하고 있다. 가장 친한 친구인 질리가 런던 동물원에 입사할 예정이고 자신은 법학원에 입사할 예정이다. 케이티가 집을 떠나고 싶어서 안달인 이유는 또 있다. 냉정하고 무뚝뚝하며 까다로운 그녀의 어머니 힐다 때문. 아버지 앨버트는 다정스럽고 친절한 반면, 힐다는 자식들이나 남편에게 차갑고 엄격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작은 마을에서 엄청난 사건이 발생한다. 케이티와 친하게 지냈던 이웃주민, 글로리아라는 여성과 그녀의 딸이 화재로 목숨을 잃은 것. 누군가의 방화로 발생한 사건. 그런데 케이티의 아버지인 앨버트가 평소에 글로리아와 불륜 관계였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앨버트의 집 지하실에서 발견된 등유와 천 조각들은 그가 불륜을 아내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불을 질렀다는 증거가 되어 앨버트는 경찰에 체포된다.

앨버트를 방화범으로 잡기에는 다소 증거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 과연 지하실에 등유와 천이 발견되었다고 해서 그게 그게 확실한 증거가 될 수 있을까? 정황 증거 밖에 안된다고 생각하는데... 어쨌든 ) 역시나 앨버트의 딸인 케이티도 똑같은 생각을 했는지 그녀 스스로 범인 잡기에 돌입한다. 즉, 탐정놀이를 시작한 것.

조사를 하던 중 글로리아 아줌마와 친하게 지냈던 에드나 부인을 만나게 된 케이티는 그들이 가정 폭력에 시달린 여성들을 도와서 자립 갱생할 수 있게 해주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렇다면, 방화범은 글로리아에게 원한을 가진 여성들의 폭력 남편들 중 하나가 아닐까? 라는 합리적 의심을 품게된 케이티. 에드나에게서 그동안 도와준 여성들의 주소를 얻게된 케이티.... 이제 범인을 잡는 일만 남았는데....

케이티와 함께 범인을 잡아보겠다고 룰루랄라 탐정놀이에 나섰던 나... 그런데 이게 웬일?? 예상보다 빨리 범인이 마중나와 있어서 약간 김이 빠졌다. 평소에 항상 추리와 스릴러의 묘미는 범인 잡기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럴 수가. 단지 글로리아와 친했다는 사실과 등유가 지하실에서 발견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케이티의 아버지 앨버트가 체포된 것도 좀 심심한 전개였는데 이렇게 심심한 스릴러가 있다니...

그러나 이야기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뒤에 케이티가 겪게되는 위험천만한 상황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범인과의 심리게임. 케이티가 실종된 이후 그녀를 찾아헤매는 멋있는 썸남 변호사 찰스. 범인을 향해 다가가는 위험한 조사에 기꺼이 참여하는 베스트 프렌드 질리의 진정한 우정 등이 이야기에 양념과 같은 역할을 해주었다.

너무 잔인하고 선혈이 낭자한 요즘 추리나 스릴러에 비해서는 완전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는 이야기 [ 인생을 고르는 여자들 ]. 잘 만들어진 정통 추리물이다. 단지 파괴와 죽음 만을 다루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과 사회를 통찰하는 이야기인 듯 하다. 사람을 사람답지 못하게 하고, 가정을 행복하게 이끌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는 무엇인지를 작가가 깊이 고민해 본 것 같다고나 할까?

케이티는 과연 글로리아를 죽이고 아버지에게 누명을 씌운 범인을 찾아내 응징할 수 있을까? 가녀린 여성의 힘으로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녀의 활약을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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