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초월한 원시인들의 진화 투쟁기!

이 책은 인간이 나무에서 내려와서 직립보행을 하게 되면서 호기심과 욕망으로 가득 채워진 이 땅 위에서 살아남기 위한 진화의 시작을 보여준다.

등장인물들을 간단히 소개하면, 기술을 점점 발전시켜 부족을 일구려는 진보론자의 아버지 에드워드, 진보를 무시한 채 현재의 삶에 안주하는 보수론자의 큰 삼촌 바냐, 세계여행과 모험을 즐기며 새로운 것을 찾기를 좋아하는 자유주의자 작은 삼촌 이안. 그리고 사냥의 장인인 첫째 오스왈드, 이 소설의 화자이자 철학자인 어니스트와 그의 아내 그리젤다, 예술적 재능이 뛰어난 알렉산더, 아버지를 닮은 진보주의자인 윌버가 있다.

에볼루션 맨(THE EVOLUTION MAN)은 인류의 조상이라 불리어지는 호모사피엔스의 등장 이후 인간이 “불”을 발견하면서 무서운 맹수들로부터 가족들을 보호할 수 있게 되었고, 사냥을 하여 날것이 아닌 배탈 걱정없이 담백하고 고소한 고기를 먹게 되었으며, 이로 인하여 두뇌를 쓰며 진화하려는 인류의 생존기를 보여주고 있다.

처음 불의 발견은 아버지가 며칠 째 집에 돌아오지 않았던 날에 이루어졌다. 하필 아버지가 계시지 않았던 밤, 사나운 맹수들의 공격에 의해 가족들은 막내 여동생 페피타를 잃게 된다. 가족구성원 모두는 가족의 대장이자 중심이었던 아버지를 그리워하였지만 기다려도 오지 않는 아버지가 죽은 줄로만 안다.

“나는 정체불명의 외눈박이 짐승이 멀리서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중략) 이윽고 밀림의 온갖 맹수들이 울타리 주위에 모여든 것처럼 보였을 때 그 정체불명의 짐승은, 의외로 작고 호리호리한 갈색의 그 두발짐승은 우리 한가운데로 뛰어 들어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환하게 주위를 밝혔다. 아버지의 손에 들린 그것, 나뭇가지 위에서 맹렬하게 타오르며 저 먼 밀림까지 기세를 떨치던 그것은 바로 불이었다.”

이들이 불을 손에 넣게 되고, 불을 다룰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면서, 다른 부족들에 비해서 한 단계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불을 사용하게 된 이들은 주먹도끼나 방망이 그리고 창을 이용하여 사냥도구를 만듦으로써 작은 야생동물 뿐만 아니라 큰 맹수들까지도 근접하지 않고도 사냥을 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다만 너희와 누이들 사이에서 자손이 태어나면 문제가 되겠지. 유전병이 생길 확률이 높아지거든. 가장 중요한 문제는 그 애들과 짝을 맺기가 너무 쉽다는 거지. 그 아이들은 아무 때나 성욕을 발산할 수 있는 너무 쉬운 상대야. 우리가 문화적으로 발전하려면 어느 정도 감정적인 스트레스가 필요해. 그러니까 너희들도 집 밖으로 나가서 여자를 다른 경쟁자들과 싸워 쟁취하든 해서 그 애를 데리고 오란 말이다. 이런 게 자연의 법칙이다.”

동족혼이 아닌 족외혼을 해야한다는 아버지의 주장과 거기에 동의하는 형제들. 이 때의 아내를 구하는 미(美)의 기준은 오늘날과 달랐다.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조각상에서 보듯이 풍만한 가슴과 큰 엉덩이를 자랑한다. 진화를 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인간이 맹수들에 비해서 우월한 존재라고만 볼 수 없다. 그래서 다산을 할 수 있는 여인들을 선호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은 아닐까 한다.

“엉덩이와 허벅지가 거의 하마 수준인데! 최고야! 솔직히 이런 쓰레기장 같은 곳에 저런 애가 있을지 누구 알았겠어.”

불의 사용방법, 창과 활을 이용한 사냥도구의 발견 등 지식을 공유하지 않고 부족의 이익만을 위해 지식을 독점을 하려는 자와 주변 부족들과 공유를 하려는 자. 아무리 생각해봐도 원시인과 현대인들이 많이 닮았다고 생각하면 나의 지나친 생각일까? 인류의 진화과정을 한눈에 보여주는 [ 에볼루션맨 ]. 모두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재미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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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노벨 문학상 수상 후보로도 거론되는 옌렌커 작가의 작품 [ 작렬지 ] 를 읽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땅덩어리에 대한 이야기답게 그 스케일이 엄청나고 중국 특유의 과장되고 초현실적인 묘사가 곳곳에 숨어있다.


주요 스토리는 촌에서 진, 현 그리고 시까지 계속해서 번영했던 자례촌을 대표하는 쿵씨 집안 4형제의 역동적인 인생사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개인적인 스토리일 것 같지만 천만에 말씀.   집단주의 안에 개인은 녹아 없어져있고 어느새 집단의 목표만 생생하게 살아남아 꿈틀거린다.  파란만장한 그들의 이야기 속에 녹아있는 중국의 흥망성쇠, 빛과 그림자를 보여주는 책이라고나 할까.  그나저나 자그마했던 촌이 거대한 도시로 커나가기까지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쿵씨 집안의 가장 쿵둥더가 옷에 중국 지도 모양으로 번진 새똥을 묻히고 다닌 일 때문에 감옥에 끌려간다.  ( 왜 이것이 반역죄인지는 잘 이해가 안 갔다 )  누군가의 밀고에 의해서 행해진 일이긴 하나, 주동자는 바로 마을 촌장인 주친팡이다.  쿵씨 집안과 주씨 집안은 그 일을 계기로 원수가 된다.   중형을 선고받고 고된 감옥살이 끝에 돌아온 아버지 쿵둥더는 4형제에게 다짜고짜 거리로 나가 물건을 주워오라고 한다.  처음에 만난 무엇이 그들의 운명을 좌우할 거라면서.


모두 나가거라.  지금 당장 나가서 각기 동서남북으로 걸어가.  

돌아보지 말고 계속 가다가 무엇을 만나거든 허리를 굽혀 주워라.  

그 물건이 평생 너희의 운명을 좌우할 게다.   (28쪽 ) 



둘째 아들인 쿵밍량이 제일 먼저 거리에서 마주친 것은 아버지를 감옥에 가두게 한 주요인물인 촌장 주친팡의 딸 주잉이다.  둘은 서로를 재수없어하는데 어라??  주잉의 말이 매우 의미심장하다.  


너한테 시집간다고.  평생 너희 쿵가를 내 손안에서 갖고 놀 거야!   ( 31쪽 ) 


쿵밍량은 그녀의 말을 못 들은 척 떨쳐버리고 다시 길을 나서는데 이제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종이에 싸인 인장석이다. 누군가의 도장,,,,  어떤 타이틀을 상징하는 도장이 그의 어떤 운명을 말해주고 있는 것일까?


세월은 흐르고, 마을 주위를 다니는 느려터진 기차에서 물건을 훔치는 방식으로 부유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쿵밍량은 자례촌 나머지 사람들에게도 그 비법을 전수한다.  그 비법을 계기로 마을을 부유하게 만든 덕분에 새로운 촌장이 된 쿵밍량,,  아버지의 원수인 주진팡에게 침을 뱉으라고 마을 사람들에게 지시하고, 주친팡은 가래침에 익사하여 죽게 된다.  (  이와 비슷한 과장된 묘사가 책 곳곳에 등장한다 ) 


사실 이 [ 작렬지 ] 에서 주요 인물을 꼽자면 단연코 쿵씨 집안의 둘째 아들 쿵밍량과 그의 영원한 반쪽 주잉이다.    아버지 주친팡이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한 후 마을을 떠났던 주잉은 어느새 세련된 복장을 한 채 돌아와 마을에 엄청난 부를 안긴다.   반면에 기차에서 물건을 내리는 ( 훔친다는 말을 바꿔서 씀 ) 방식으로 마을에 부를 안겼던 쿵밍량은, 기차가 빨라지는 바람에 물건을 훔치던 사람들이 자꾸만 죽어나가서 입장이 곤란해진다.  이때 나서서 그를 도와주는 인물이 있었으니.....   그녀가 바로 주잉이었다!!  화류계에서 일하면서 엄청난 부를 만들어 마을에 안겼던 그녀가 이미 쿵밍량보다 앞서서 사람들의 선망을 얻고 있었던 것, 이제 그녀와 함께 손을 잡는 일이 쿵밍량이 살 길이 되어버렸다.  예전에 쿵밍량과 함께할 운명을 점쳤던 주잉의 예언이 이루어지는 것일까?


이 책 [ 작렬지 ] 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책을 읽으며 곰곰이 생각해봤다.  개인의 감정 ( 사랑, 행복, 분노 - 이것은 가끔 보였다 -, 좌절, 희망 - 이것도 가끔 보임 - 등등 ) 이 잘 보이지 않고 오직 더 큰 어딘가로 나아가려는 목표, 목표, 또 목표만 보이는 이야기.   자례촌을 진으로, 현으로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시로 만들고자 불철주야 노력하는 쿵밍량의 눈에는 아버지의 죽음도, 어머니의 절망도, 더 나아가서는 부인과 그녀가 낳은 아들도 보이지 않는 듯 했다.  눈을 가린 경주마처럼 앞으로만 전진하는 쿵밍량이 혹시,,,, 과거와 현재의 중국을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  라고 추측해보았다.



 오늘날 중국인과 중국이 보여주고 있는 국가의 상황은 지나친 허망함으로 인해 사람들의 영혼이 날아가고 있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구체적이고 사랑스러운 사람이 아니라 현대의 땅과 미래의 도로 위를 날아다니는 껍데기가 되어 있는 것이지요. 오늘날의 중국에서는 국가에서 개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몽유의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  옌렌커 작가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 중 - 


 

그랬구나.....  왜 자꾸 우리나라의 새마을 운동이 떠오르나... 그랬다.   잘 살고자 하는 욕망,, 이해할 수는 있는데,,, 그게 왜 모두의 욕망이 되어야만 하는 것일까?  집단이라는게 이렇게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단의 욕망은 어느새 개인의 것으로 탈바꿈되어 개인의 삶을 박탈해갔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더이상 " 나 " 가 존재하지 않는 기이한 세상 속으로 걸어들어온 것 같다는 느낌??   


동생의 군대를 빌려서라도 일주일안에 멋드러진 공항을 지어 자례현을 시로 만들고야말겠다는 쿵밍량의 욕망과 자신이 거느리는 화류계 여성들의 미인계를 이용하여 남편의 정치적 입지를 쥐고 흔드는 주잉의 모습에서 뒤틀리고 왜곡된 욕망만 보였다.  그들이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만큼.



이 책에서 독특한 면은 작가가 " 신실주의 " 라고 표현한 일종의 " 마법적 사실주의 (? 정확한지 잘 모름 ) " 인 것 같다.  실제로는 일어날 수 없지만 정신적 혹은 영적 차원에서는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작가님께서 설명하신 부분이다.   국화줄기에서 모란꽃이 자라고 앵두나무 화분에서 작은 고추가 주렁주렁 열린다.   감나무에 붉은 귤과 오렌지가 열리고,  화장품 파우치에서 굴러나온 화장품 케이스에 장미꽃이 피어나고 썩어있는 장면이 묘사된다.    현실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비현실적이고 부조리하고 모순적이라는 것을 설명하고 싶으셨던 것일까?   고 김광석 씨의 [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 라는 노래가 떠오르는 대목이었다.


[ 작렬지 ] 는 이야기의 구도는 단순한 편이었다.  하지만 그 속에 담겨있는 주제는 의미심장한 것 같았다.  쿵씨 가족의 둘째 쿵밍량의 출세와 운명적인 사랑 ( 집단의 욕망을 추구하느라 개인의 행복은 사라짐 ) ,,  경제 성장을 도모하는 쿵밍량와 대립하는 군인인 셋째 쿵밍야오,, (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와의 갈등과 마찰 ) 책 속에서 가족들의 운명을 읽는 넷째 쿵밍후이의 모습에서는 빠르게 발전하는 중국이라는 나라 속 전통과 과거를 중시하는 모습도 보이는 듯 했다.   빠르게 성장했지만 몰락과 분열로 치닫는 쿵씨 일가의 가족의 모습에서 오늘날의 중국을 보여주는 듯한 책 [ 작렬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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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작가와 새로운 이야기를 발굴하는 공모전의 수상작품집답게 독특한 주제와 신선한 발상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작품들을 읽었다. 바로 <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 단편수상작품집 2020 > 이 바로 그것인데, 이 책에 단편들이 내가 좋아하는 장르물 ( SF, 추리, 스릴러 등등 ) 인데다가 재미와 완성도, 두 마리 토끼를 잘 잡은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었다.

이 책에는 모두 5편의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져서 흡연이 아예 법으로 금지된 근미래를 다룬 이야기 < 롸이 롸이 >, 생물학적인 인간이 하층계급으로 전락해버린 우울한 미래를 그린 SF < 휴먼 콤플렉스 임상 사례 >, 찾기만 하면 대박을 터트릴 한 권의 책을 찾아 헤매는 주인공을 그린, 마치 한편의 무협소설 같은 단편 < 용옹기이 >, SNS 가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다분한 몰카 사건을 다루는 < 구독하시겠습니까 > 그리고 마지막으로 손님들이 욕을 시원하게 할 수 있도록 떼창을 하는 한 가족의 이야기 < 페이스트리 > 까지, 이 단편들은 새로운 이야기를 품은 채 독자들이 읽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중에서 특히 재미있었다고 느낀 단편이 3개 있었는데 < 롸이 롸이 >, < 휴먼 콤플렉스 임상 사례 > 그리고 < 구독하시겠습니까 > 였다.

< 롸이 롸이 >

미세먼지가 극도로 심해져버린 대한민국. 이런 세상에서 담배는 극약으로 취급되었고 정부는 아예 담배 사업을 접어버렸다. 서민이 넘나볼 수 없는 비싼 기호품이 되어버린 담배를 구하기 위해서 주인공 대학생 성식은 연지가 속해있는 동아리에 가입했다. 어떤 경로로 구해오는지 모르겠지만, 연지는 쉽게 담배를 구해서 동아리 식구들에게 공급해준다. 그러던 어느날, 연지가 자신의 고향으로 동아리 식구들을 초대한다. 1년에 한번 있는 행사에 그들을 초대했는데, 머무르는 기간 동안 마을을 위해서 담배만 피워주면 되는게 조건,, 담배 연기가 그들을 정화하는 의식이라나? 돈도 주고 담배도 원없이 피울 수 있는 행사에 룰루랄라 따라나선 동아리 회원들.... 그러나 아뿔싸!! 그들이 몰랐던 비밀이 있었으니.....

이 작품은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생생한 묘사와 속도감있는 전개 덕분에 재미있었던 것 같다. 도대체 < 롸이 롸이 > 가 뭔가 궁금했었는데 결말에 등장하는 < 롸이 롸이 > 의 정체를 깨닫고는 한꺼번에 소름이 밀려왔던 것 같다. 본인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타인은 아무렇지 않게 희생시킬 수 있는 인간의 그릇된 욕심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작품.

< 휴먼 콤플렉스 임상 사례 >

마치 정신과 의사가 환자와의 사례를 보고서로 정리해 놓은 듯한 작품. 지금으로부터 먼 미래의 일을 다루고 있다. 생물학적 존재로서의 인간은 거의 없고 있어도 제 7식민지 지구에 남아있는 상황. 사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다른 행성에서는 보다 나은 존재로 취급받는 네오테리언, 합성 유전자인, 케미컬 클론, 그리고 방사능 돌연변이들이 계급 사다리의 위층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주인공 심리 치료사가 생물학적 존재로서의 인간인 K를 만나게 되고 인간이기에 느껴야 하는 그의 지독한 열등감을 치료해주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인간이기에 겪을 수 밖에 없는 생리적인 문제 ( 배설 등등 ), 질병의 문제 ( 나노봇을 심을 수 없어 병에 시달림 ) 그리고 성욕의 문제 등으로 인해서 평생 ' 휴먼 컴플렉스 ' 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K의 얄궂은 운명이라니..... 그러나 강한 열등감은 곧 강한 야망을 대변하는 것인가? 깜짝 놀랄만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단편이다.

이 단편은 좀 더 확장시켜서 장편으로 써주셨으면 하는 소원이 생겼다. 네오테리언, 합성 유전자인, 케미컬 클론 등등 인간 이외의 존재들의 기원과 그들의 역사, 활약 그리고 인간과의 전쟁 등등이 상세히 묘사된 이야기를 읽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나 할까?

< 구독하시겠습니까 >

사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단편이 바로 반치음 작가의 [ 구독하시겠습니까 ] 였다. 유투브와 같은 개인 방송이 늘어나고 SNS 사용이 활발해지면서 가장 문제시되는 부분이 개인의 사생활 침해 여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 작품이 현대인들에게 가장 큰 메세지를 전달할 작품이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나의 은밀한 사생활이 타인에게 드러나는 걸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과연?

주인공 미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생활을 찍은 동영상이 SNS에 떠돌고 사람들이 그것을 구독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영상은 조작되고 비밀스러운 부분까지 찍혀져서 어처구니 없는 제목을 단채 인터넷 상을 떠돌고 있다. 사람들은 그녀의 실체를 제대로 모르면서 그녀가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관심 종자라고 생각하며 비난아닌 비난을 쏟아붓는데....

과연 인터넷의 사용이 인간에게 득이 될까? 실이 될까? 를 계속 고민하게 만드는 단편이었다. 주인공 미이의 불안감이 절실하게 느껴졌고 미이의 영상을 함부로 올린 정신병자의 집요한 추적에 손 발을 다 들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마지막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다. 우리는 이제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벗어날 수 없는걸까?

사실 공모전 수상작품에 대해서 물음표가 그려진 건 사실이었다. 과연 재미가 있을까? 완성도는 높을까? 그런데 이번 단편들은 재미나 완성도 면에서 높은 별점을 주고 싶을 만큼 우수한 작품들이 모여있는 것 같았다. 이런 작품들이라면 앞으로도 꾸준하게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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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여자들 스토리콜렉터 82
아나 그루에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너의 이름이 뭔지 기억해줄 사람이나 있을까?

그래서 내가 너를 자유롭게 해줄 거야.

이제 다시는 힘든 일을 할 필요가 없도록....


복지가 잘 갖춰져있어서 안정된 사회그리고 행복한 국민을 표방하고 있는 북유럽 국가 덴마크그러나 그런 완벽해보이는 겉모습 아래 어두운 이면을 폭로하는 스릴러 이름없는 여자들 ]. 마냥 걱정없고 평화로워보이는 이 덴마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이란게 과연 뭘까?


책의 시작은 어느 회사의 청소를 담당하는 릴리아나와 벤야민이라는 직원의 모습을 숨어서 지켜보는 누군가의 모습이다부엌에 있는 수납장에 몰래 숨어서 그들을 관찰하며 소름끼치는 독백을 늘어놓는 이름모를 그 누군가는청소부인 릴리아나를 죽일 계획을 짜고 있다왜 그 누군가는 그녀를 죽이려는 걸까?


북유럽 코지 미스터리를 대표하는 덴마크 국민 작가 아나 그루에의 대표작인 이름없는 여자들 이라는 소설을 읽게 되었다.   다른 스릴러에 비해서 유혈사태나 성적인 장면이 그다지 노골적이지 않은 코지 미스터리라서 마음이 불편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소설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범죄율이 거의 제로라서 경찰이나 군인이 필요없는 것 같은 덴마크라는 나라에 여성을그것도 외국인 여성을 상대로한 범죄와 착취가 범람하다니....... 어쩌면 외국인 여성의 권리가 완벽히 무시되는 사각지대인 것인가?


청소업체에서 파견된 직원 릴리아나가 한 광고회사에서 목이 졸린 채 사체로 발견된다이를 조사하기 위해 나선 플레밍 토르프 형사는 이 광고회사에서 관리자로 일하고 있는 단 소르메달과 절친이다살인범을 찾기 위한 일환으로플레밍은 단에게 회사 직원들에 대한 정보를 조사해줄 것을 요청한다.  리더가 된 이후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증세로 회사를 잠시 쉬고 있던 단은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범죄 수사에 참여하게 된다.


그런데 어째 광고회사 중역이 경찰보다 더 능력을 발휘한다사실 관리자 자리가 적성에 맞지 않아서 우울증에 걸렸던 단 소르메달은 자신이 탐정으로서의 소질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조사를 해가면서 하루하루 에너지가 차오르는 것을 느끼는 단본격적으로 수사에 돌입한다.


우선릴리아나가 죽은날 밤 함께 청소를 했던 벤야민은 당연히 유력한 용의자진하게 화장을 한 얼굴에 온 몸에 문신을 한 젊은 청년인 그는 누가 봐도 전형적인 연쇄살인범 타입이다그러나 그는 한사코 자신이 범인이라는 사실을 부인한다자신이 쓰레기를 버리러 간 사이에 죽어있던 릴리아나.  목에 끔찍한 보라색 흉터를 가진 채 죽어있던 그녀를 보고는 공포에 휩싸인 나머지 집으로 도망갔던 벤야민어머니는 절대로 경찰에 신고하지 말라고 했다그들에 대한 기사가 신문에 날거라면서.... 그들이 숨기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한편단 소메르달의 아내이자 의사인 마리아네는 크리스티안순 클리닉센터를 운영하고 있다알고보니 벤야민과 그의 어머니 앨리스 반테르가 그녀 병원의 환자였고 그들의 정체가 드러나는 것을 꺼리는 사실을 마리아네는 알고 있다무언가를 피해서 쫓겨다니는 듯한 비밀을 간직한 그들.


단은 플레밍과 함께 릴리아나가 아프리카에서 온 친구 샐리와 함께 살던 집을 조사차 방문한다세면대도 없는 작디 작은 화장실좁은 간이 침대와 플라스틱 책상 그리고 어디에선가 주워온 것처럼 보이는 낡고 수선된 옷들은 그들의 살림살이가 그다지 녹록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그런데 이상한 점은 그들의 집에서 편지도 없고은행 자료와 임대료 영수증 등등 서류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릴리아나는 청소업체에서 일했고 실종된 상태인 샐리는 커피숍에서 일하고 있던 중이었다.  마땅히 삶을 영위하는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  그러던 중 릴리아나의 집에서 광고회사인 쿠르트 앤 코의 약자가 찍힌 샴페인 병이 발견되고 이제 릴리아나가 분명히 광고회사 쿠르트 앤 코에 다니는 누군가와 관련이 있을 거라는 합리적 의심을 품게 되는 단 ...


코지 미스터리의 정의를 한번 찾아보았는데, 코지 미스터리란???   범죄물·추리물·미스터리물의 하위 장르.. 가볍고 편안한 범죄물·추리물·미스터리물로범죄와 추리가 작은 소도시나 마을에서 이루어지며전문 형사나 탐정이 아닌 아마추어 주인공이 사건을 추리하고 해결한다주인공이 여성인 경우가 많다성과 폭력이 중심이 되는 하드보일드 범죄물의 대척점에 있는 장르로소프트보일드(영어: softboiled) 범죄물로 부르기도 한다코지 미스터리 작품에서는 성이나 폭력이 큰 비중을 지니지 않으며가볍거나 익살스럽게 다루어진다.


이 작품 이름없는 여자들 도 어느 정도 코지 미스터리에 부합되는 부분이 있다덴마크의 작은 소도시 크리스티안순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경찰들이 활약하고 있긴 하나 정작 수사에 날개를 단 듯한 인물은 광고회사에서 일하는 일반인 단 소르메달이라는 것.   그리고 단과 플레밍 형사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지만  동시에 둘도 없는 연적이라는 것 단과 결혼한 마리아네는 원래 플레밍 형사의 여자친구였다 ).  플레밍은 학창 시절부터 인기 많고 뛰어난 감각의 소유자인 단에게 다소 열등감을 품고 있었다.  범죄사건과는 별개로 그들의 신경전과 감정싸움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책 [ 이름없는 여자들 ] 은 청소부 릴리아나 사건이 발생한 이후 7일 사이에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인지 급박하게 사건이 전개된다.  릴리아나가 죽은 채 발견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실종되었던 그녀의 친구 샐리가 해변가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그녀는 심하게 구타당하여 치아가 빠지고 두개골이 함몰되었을 뿐 아니라 성폭행까지 당한 상태였다.  과연 누가 이렇게 끔찍하게 그녀를 살해했고 샐리를 살해한 자는 릴리아나의 죽음과도 연관이 있을까? 


어느 사회나 loophole ( 허술한 법망 ) 은 있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소설이었다.   그리고 이 소설은 어느 사회나 그러한 허술한 법망을 이용하여,  힘없고 무력한 자들의 등골을 빼먹는 인간들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대놓고 불법체류중인 무력한 외국인 여성들을 착취하고 억압하는 범죄자들도 나쁜 놈들이지만 교묘하게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범죄에 노출된 채 하루하루 살얼음을 걷는 생활을 하던 여성들을 이용해먹은 소위 상류층들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소설이었다고 하겠다.


번아웃된채 우울해있던 광고회사 부장 단 소르메달은 특유의 매력으로 사람들을 무장해제하여 그들로부터 정보를 얻어낸다.   그의 수사능력은 신문에까지 대서특필되어 그는 경찰로부터 다소 조롱이 섞인 대머리탐정 ( 벗겨진 머리를 밀어버림 ) 이라는 별명도 얻게 된다.   청소부 벤야민과 그의 어머니 앨리스의 비밀,,,, 릴리아나를 불법적으로 고용했던 청소용역업체 수세미컴퍼니와 광고회사와의 관계...  그리고 끔찍하게 살해를 당한 샐리와 마지막으로 함께 있었던 남자.....  우리의 대머리 탐정은 이 모든 단서를 한꺼번에 찾아내어 범죄사건 속으로 걸어들어간다.   과연 그는 범죄를 해결하고 정의를 구현할 수 있을까?   책을 드는 순간, 독자들은 이 대머리 탐정의 끝없는 매력속으로 빠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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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미 에브리싱
캐서린 아이작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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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별을 준비하는 동안 사랑이 다시 찾아왔다 


이 힘든 세상에 사랑은 사치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 삶에 사랑이 빠지면 무슨 의미가 있으리?    더군다나 물 흐르듯 순조로운 사랑 보다는 눈물 쏙 빼는 안타까운 사연이 담긴 이야기에 우리는 열광하곤 한다.   말로만 외치는, 그러나 외치고나면 허공에 흩어져버리는 가벼운 사랑이 아니라, 힘들고 아플 때에도 옆에 있어주는 사랑 이야기가 마음에 와서 콱 박히는 진실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내가 소설 < 미 비포어 유 > 를 읽고 눈물 콧물 줄줄 흘렸던 이유도 그런 것이었다.  열렬히 사랑하는 연인을 두고 스스로 세상을 떠나려하는 한 남자의 안타까운 사연을 읽고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던 기억이 난다.  자유와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 그런 선택을 하는 남자의 마음도 이해가 갔고, 어떤 모습으로든 옆에 머물러 주길 바라는 연인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가서, 따라주지 않는 상황 때문에 어찌나 원통하던지...   그런데 여기 이 책 < 유 미 에브리싱 > 에도 결코 가볍지 않은 한 사연을 가진 여성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영국에 사는 제스는 10살 된 아들 윌리엄을 데리고 프랑스 도르도튜라는 곳으로 떠난다거기서 그들은 샤토 드 로시뇰이라는고성을 개조한 아름다운 호텔에 머무르게 되는데그 호텔은 10년전 제스의 남자친구였고 동시에 윌리엄의 아버지인 애덤이 운영하는 호텔이다.   제스와 애덤은 한때는 뜨겁게 사랑하던 사이였으나제스가 윌리엄을 낳았던 10년전 애덤은 병원에 오기는커녕 다른 여성과 바람을 피웠다. ( 라고 제스가 확신하고 있다 )    아이에 대한 책임을 지기 싫어 자신을 버렸고, 10년간 아이의 양육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은 양아치 같은 남자에게 제스가 무슨 볼일이 있어 온 걸까?


그 이유는 불치병을 앓고 있는 제스 엄마의 마지막 소원 때문헌팅턴 병이라는신경퇴행성 질환을 앓고 있는 엄마는 하루가 다르게 병세가 악화되어 가고 있다어머니의 마지막 소원이 윌리엄과 애덤의 관계가 돈독해지는 것이라서제스는 하루라도 빨리 아들과 아빠가 친해지도록 하는게 목표이다하지만 지난 10년간 거의 남남처럼 살아온 이들 부자의 관계가 짧은 휴가 기간 동안 친밀해질 수 있을까?   이기적으로 살아온양육에 책임을 지고 싶어하지 않던 애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역시 유 미 에브리싱도 전형적인 영국식 소설이라는게 느껴진다.     비교적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따뜻함과 익살을 군데군데 숨겨놓은 이야기.     아기를 가진 이유로 해서 한순간에 배신을 당한 여주인공이 처절한 복수심이나 분노를 내비치지 않아서 좋았고, 곧 세상을 떠날 어머니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서,  그리고 아버지가 필요한 아들을 위해서 껄끄러운 전 남자친구에게 찾아왔다는 설정 자체가, 가족애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좋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랑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역시 외부에 있는게 아니라 내부에 있는 거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남자들에 비해서 여자들은 사랑을 할 때 불안감이 높고 머리 속으로 오만가지 상상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랑의 깊이가 깊으면 깊을 수록 그러한 경향이 더 심한 듯 보인다.  제스도 애덤과의 관계를 그런 불안감 때문에 망쳐버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애덤의 이야기에 주의를 기울였다고 얼마나 좋았을까?.....


고급스럽지만 호젓한 고성에 두 사람이 서 있다.  각자의 비밀 이야기를 마음에 품은 채로.  책을 읽다보니 그들의 사랑은 끝나고 나서 다시 시작되고 뭐 이런 게 아니었다.  한순간의 오해와 비밀 때문에 서로를 향한 마음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을 뿐.  과연 그들의 사랑이 어떤 식으로 이어질지 기대가 되었다.  이들 커플 뿐 아니라 책 속엔 제스의 친구인 베키와 나타샤 이야기도 양념처럼 재미를 더해준다.  30대 후반 나타샤가 자신에게 돌진하는 20대 초반 벤과의 사랑 때문에 혼란스러워하는 부분 충분히 이해가 가고 ( 그런 경험은 없지만 ㅋㅋ )  결혼 이후 육아에 시달리는 바람에 점점 사랑아닌 전우애로 버티는 베키와 셉의 이야기는 마치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이야기인 듯 했다 ( 이게 좀 더 현실적이지 )   눈물과 감동,,   가족애와 우정,, 그리고 사랑이 찬란히 빛나는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이 책을 선택하길!!!!



 당신이 건강하게 장수하든힘들게 살다가 단명하든 난 당신을 사랑할 거야

당신은 여전히 몇 년 전에 내가 사랑에 빠졌던 바로 그 여자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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