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미 에브리싱
캐서린 아이작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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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별을 준비하는 동안 사랑이 다시 찾아왔다 


이 힘든 세상에 사랑은 사치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 삶에 사랑이 빠지면 무슨 의미가 있으리?    더군다나 물 흐르듯 순조로운 사랑 보다는 눈물 쏙 빼는 안타까운 사연이 담긴 이야기에 우리는 열광하곤 한다.   말로만 외치는, 그러나 외치고나면 허공에 흩어져버리는 가벼운 사랑이 아니라, 힘들고 아플 때에도 옆에 있어주는 사랑 이야기가 마음에 와서 콱 박히는 진실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내가 소설 < 미 비포어 유 > 를 읽고 눈물 콧물 줄줄 흘렸던 이유도 그런 것이었다.  열렬히 사랑하는 연인을 두고 스스로 세상을 떠나려하는 한 남자의 안타까운 사연을 읽고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던 기억이 난다.  자유와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 그런 선택을 하는 남자의 마음도 이해가 갔고, 어떤 모습으로든 옆에 머물러 주길 바라는 연인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가서, 따라주지 않는 상황 때문에 어찌나 원통하던지...   그런데 여기 이 책 < 유 미 에브리싱 > 에도 결코 가볍지 않은 한 사연을 가진 여성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영국에 사는 제스는 10살 된 아들 윌리엄을 데리고 프랑스 도르도튜라는 곳으로 떠난다거기서 그들은 샤토 드 로시뇰이라는고성을 개조한 아름다운 호텔에 머무르게 되는데그 호텔은 10년전 제스의 남자친구였고 동시에 윌리엄의 아버지인 애덤이 운영하는 호텔이다.   제스와 애덤은 한때는 뜨겁게 사랑하던 사이였으나제스가 윌리엄을 낳았던 10년전 애덤은 병원에 오기는커녕 다른 여성과 바람을 피웠다. ( 라고 제스가 확신하고 있다 )    아이에 대한 책임을 지기 싫어 자신을 버렸고, 10년간 아이의 양육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은 양아치 같은 남자에게 제스가 무슨 볼일이 있어 온 걸까?


그 이유는 불치병을 앓고 있는 제스 엄마의 마지막 소원 때문헌팅턴 병이라는신경퇴행성 질환을 앓고 있는 엄마는 하루가 다르게 병세가 악화되어 가고 있다어머니의 마지막 소원이 윌리엄과 애덤의 관계가 돈독해지는 것이라서제스는 하루라도 빨리 아들과 아빠가 친해지도록 하는게 목표이다하지만 지난 10년간 거의 남남처럼 살아온 이들 부자의 관계가 짧은 휴가 기간 동안 친밀해질 수 있을까?   이기적으로 살아온양육에 책임을 지고 싶어하지 않던 애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역시 유 미 에브리싱도 전형적인 영국식 소설이라는게 느껴진다.     비교적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따뜻함과 익살을 군데군데 숨겨놓은 이야기.     아기를 가진 이유로 해서 한순간에 배신을 당한 여주인공이 처절한 복수심이나 분노를 내비치지 않아서 좋았고, 곧 세상을 떠날 어머니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서,  그리고 아버지가 필요한 아들을 위해서 껄끄러운 전 남자친구에게 찾아왔다는 설정 자체가, 가족애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좋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랑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역시 외부에 있는게 아니라 내부에 있는 거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남자들에 비해서 여자들은 사랑을 할 때 불안감이 높고 머리 속으로 오만가지 상상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랑의 깊이가 깊으면 깊을 수록 그러한 경향이 더 심한 듯 보인다.  제스도 애덤과의 관계를 그런 불안감 때문에 망쳐버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애덤의 이야기에 주의를 기울였다고 얼마나 좋았을까?.....


고급스럽지만 호젓한 고성에 두 사람이 서 있다.  각자의 비밀 이야기를 마음에 품은 채로.  책을 읽다보니 그들의 사랑은 끝나고 나서 다시 시작되고 뭐 이런 게 아니었다.  한순간의 오해와 비밀 때문에 서로를 향한 마음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을 뿐.  과연 그들의 사랑이 어떤 식으로 이어질지 기대가 되었다.  이들 커플 뿐 아니라 책 속엔 제스의 친구인 베키와 나타샤 이야기도 양념처럼 재미를 더해준다.  30대 후반 나타샤가 자신에게 돌진하는 20대 초반 벤과의 사랑 때문에 혼란스러워하는 부분 충분히 이해가 가고 ( 그런 경험은 없지만 ㅋㅋ )  결혼 이후 육아에 시달리는 바람에 점점 사랑아닌 전우애로 버티는 베키와 셉의 이야기는 마치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이야기인 듯 했다 ( 이게 좀 더 현실적이지 )   눈물과 감동,,   가족애와 우정,, 그리고 사랑이 찬란히 빛나는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이 책을 선택하길!!!!



 당신이 건강하게 장수하든힘들게 살다가 단명하든 난 당신을 사랑할 거야

당신은 여전히 몇 년 전에 내가 사랑에 빠졌던 바로 그 여자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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