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가와 새로운 이야기를 발굴하는 공모전의 수상작품집답게 독특한 주제와 신선한 발상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작품들을 읽었다. 바로 <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 단편수상작품집 2020 > 이 바로 그것인데, 이 책에 단편들이 내가 좋아하는 장르물 ( SF, 추리, 스릴러 등등 ) 인데다가 재미와 완성도, 두 마리 토끼를 잘 잡은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었다.

이 책에는 모두 5편의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져서 흡연이 아예 법으로 금지된 근미래를 다룬 이야기 < 롸이 롸이 >, 생물학적인 인간이 하층계급으로 전락해버린 우울한 미래를 그린 SF < 휴먼 콤플렉스 임상 사례 >, 찾기만 하면 대박을 터트릴 한 권의 책을 찾아 헤매는 주인공을 그린, 마치 한편의 무협소설 같은 단편 < 용옹기이 >, SNS 가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다분한 몰카 사건을 다루는 < 구독하시겠습니까 > 그리고 마지막으로 손님들이 욕을 시원하게 할 수 있도록 떼창을 하는 한 가족의 이야기 < 페이스트리 > 까지, 이 단편들은 새로운 이야기를 품은 채 독자들이 읽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중에서 특히 재미있었다고 느낀 단편이 3개 있었는데 < 롸이 롸이 >, < 휴먼 콤플렉스 임상 사례 > 그리고 < 구독하시겠습니까 > 였다.

< 롸이 롸이 >

미세먼지가 극도로 심해져버린 대한민국. 이런 세상에서 담배는 극약으로 취급되었고 정부는 아예 담배 사업을 접어버렸다. 서민이 넘나볼 수 없는 비싼 기호품이 되어버린 담배를 구하기 위해서 주인공 대학생 성식은 연지가 속해있는 동아리에 가입했다. 어떤 경로로 구해오는지 모르겠지만, 연지는 쉽게 담배를 구해서 동아리 식구들에게 공급해준다. 그러던 어느날, 연지가 자신의 고향으로 동아리 식구들을 초대한다. 1년에 한번 있는 행사에 그들을 초대했는데, 머무르는 기간 동안 마을을 위해서 담배만 피워주면 되는게 조건,, 담배 연기가 그들을 정화하는 의식이라나? 돈도 주고 담배도 원없이 피울 수 있는 행사에 룰루랄라 따라나선 동아리 회원들.... 그러나 아뿔싸!! 그들이 몰랐던 비밀이 있었으니.....

이 작품은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생생한 묘사와 속도감있는 전개 덕분에 재미있었던 것 같다. 도대체 < 롸이 롸이 > 가 뭔가 궁금했었는데 결말에 등장하는 < 롸이 롸이 > 의 정체를 깨닫고는 한꺼번에 소름이 밀려왔던 것 같다. 본인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타인은 아무렇지 않게 희생시킬 수 있는 인간의 그릇된 욕심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작품.

< 휴먼 콤플렉스 임상 사례 >

마치 정신과 의사가 환자와의 사례를 보고서로 정리해 놓은 듯한 작품. 지금으로부터 먼 미래의 일을 다루고 있다. 생물학적 존재로서의 인간은 거의 없고 있어도 제 7식민지 지구에 남아있는 상황. 사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다른 행성에서는 보다 나은 존재로 취급받는 네오테리언, 합성 유전자인, 케미컬 클론, 그리고 방사능 돌연변이들이 계급 사다리의 위층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주인공 심리 치료사가 생물학적 존재로서의 인간인 K를 만나게 되고 인간이기에 느껴야 하는 그의 지독한 열등감을 치료해주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인간이기에 겪을 수 밖에 없는 생리적인 문제 ( 배설 등등 ), 질병의 문제 ( 나노봇을 심을 수 없어 병에 시달림 ) 그리고 성욕의 문제 등으로 인해서 평생 ' 휴먼 컴플렉스 ' 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K의 얄궂은 운명이라니..... 그러나 강한 열등감은 곧 강한 야망을 대변하는 것인가? 깜짝 놀랄만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단편이다.

이 단편은 좀 더 확장시켜서 장편으로 써주셨으면 하는 소원이 생겼다. 네오테리언, 합성 유전자인, 케미컬 클론 등등 인간 이외의 존재들의 기원과 그들의 역사, 활약 그리고 인간과의 전쟁 등등이 상세히 묘사된 이야기를 읽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나 할까?

< 구독하시겠습니까 >

사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단편이 바로 반치음 작가의 [ 구독하시겠습니까 ] 였다. 유투브와 같은 개인 방송이 늘어나고 SNS 사용이 활발해지면서 가장 문제시되는 부분이 개인의 사생활 침해 여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 작품이 현대인들에게 가장 큰 메세지를 전달할 작품이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나의 은밀한 사생활이 타인에게 드러나는 걸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과연?

주인공 미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생활을 찍은 동영상이 SNS에 떠돌고 사람들이 그것을 구독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영상은 조작되고 비밀스러운 부분까지 찍혀져서 어처구니 없는 제목을 단채 인터넷 상을 떠돌고 있다. 사람들은 그녀의 실체를 제대로 모르면서 그녀가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관심 종자라고 생각하며 비난아닌 비난을 쏟아붓는데....

과연 인터넷의 사용이 인간에게 득이 될까? 실이 될까? 를 계속 고민하게 만드는 단편이었다. 주인공 미이의 불안감이 절실하게 느껴졌고 미이의 영상을 함부로 올린 정신병자의 집요한 추적에 손 발을 다 들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마지막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다. 우리는 이제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벗어날 수 없는걸까?

사실 공모전 수상작품에 대해서 물음표가 그려진 건 사실이었다. 과연 재미가 있을까? 완성도는 높을까? 그런데 이번 단편들은 재미나 완성도 면에서 높은 별점을 주고 싶을 만큼 우수한 작품들이 모여있는 것 같았다. 이런 작품들이라면 앞으로도 꾸준하게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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