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들 셋의 힘 2 : 어둠의 강 전사들 3부 셋의 힘 2
에린 헌터 지음, 서현정 옮김 / 가람어린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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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기르는 집사로써 문득문득 그들의 야생성과 공격성을 느낀다.

흥분하면 커지는 동공과 위협을 당한다 싶으면 발톱을 드러내고 공격하다가

안되겠다 싶으면 쏜살같이 어둠과 구석을 찾아 도망치는 빠르기까지...

실내에서 키우기에는 너무나 닌자 (?) 같지 않은가...

라고 생각하던 차에 이 책 [ 전사들 ] 만나게 되었다.

이 [ 셋의 힘 ] 시리즈 앞에는 예언의 시작 / 새로운 예언 시리즈가 있고

각각 6권의 책이 있었다.

내가 이 책에서 만난 그 수많은 (?) 고양이들 외에도

조상들이 우글우글 거린다는 말??!! 오마이갓...

그러나 이 책 [ 어둠의 강 ] 을 재미있게 읽은 만큼

나머지 책들도 흥미로울 것이라 예상한다.


부족을 이루고 전사가 되고 치료사가 되어 종족을 지키는 용맹한 고양이들 이야기.

이 책에서 고양이들은 4개의 부족으로 나뉜다.

천둥족, 그림자족, 바람족 그리고 강족.

각 부족의 고양이들은 나름의 강점과 약점을 가지는데 강점만 풀어보자면,

우선 강족은 헤엄을 잘 치고 바람족은 위장을 잘하고 날렵하다.

그림자 족은 비열하다 ( 이것도 강점이라면 강점!! )

천둥족은.... 가장 힘이 쎄고 전사답다!!!


이책의 중심을 차지하는 부족은 천둥족이고

주인공은 브렘클로와 스쿼럴플라이트 사이에서 태어난 라이언포,

홀리포 그리고 제이포이다.

별족 ( 조상령 ) 이 각각의 발에 재능을 부여했다는 이 고양이들은

그 예언처럼 각자 특별함을 지닌다.

라이언포는 신체적으로 강하고 에너지를 타고 났다.

홀리포는 높은 도덕성으로 전사 규약을 지켜내고

제이포는 눈이 멀었지만 다친이를 치료하고

다른 이의 꿈에 들어가거나 과거의 인물과 대화할 수 있다.

이번 [ 어둠의 강 ] 편에서는 각 부족에게 그리고 개인에게 걱정거리가 생긴다.

우선 라이언포가 전사라면 마땅히 지켜야할 규약을 어기게된다.

천둥족과 바람족을 잇는 동굴을 아지트로 삼아

그동안 좋아했던 바람족 헤더포와 밤마다 은밀한 만남을 가진다.

홀리포가 의심스럽게 생각하지만 철없는 라이언포는 그녀의 충고를 간섭으로 받아들인다.

홀리포는 삶의 터전을 잃고 각 부족이 회의장으로 삼은 섬으로까지

흘러들어온 강족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각 부족이 강족 때문에 날카로워지고 어쩌면 전투가 발생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걱정 떄문에 강족 영역까지 갔다가 오히려 포로처럼 붙들리고 마는 홀리포....

과연 그녀는 탈출할 수 있을까?

그런데 어둠의 세력이 라이언 포에게 접근한다.

이미 죽은 몸이지만 혼령의 형태로 라이언 포에게 찾아온 호크프로스트와 타이거 스타...

피에 굶주린 그들은 강한 신체와 에너지를 가진 라이언 포에게 전투 훈련을 시키는데...


한편, 제이포는 독특한 무늬가 새겨진 막대기를 줍게 되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막대기가 그에게 말을 건다?!

도대체 이건 무슨 일일까?


천둥족은 바람족과 전투 준비를 마쳤고

바람족은 강족 때문에 새끼 고양이 3마리가 실종되었다고 생각하여

강족을 공격하길 원한다.

하지만 새끼 고양이들은 천둥족과 바람족을 잇는 터널 속에서 발견되고,

그 터널 속에는 라이언포와 헤더포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인물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데...

이 책이 정말 좋았던 것은 고양이의 특성이 여실히 드러난다는 것이었다.

우선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 자신의 영역을 목숨을 걸고 지킨다는 점

( 우리집 어르신도 좋아하는 장소가 있다 )

자신의 몸단장은 무조건 깨끗하게 한다는 점

( 혓바닥으로 깨끗하게 더러움을 닦아내는 고양이들)

우리 고양이가 본능적으로 하는 일들이 책 속에서 하나하나 설명되어 있어서

그런 부분이 정말 재미있었다...


아직 시리즈 중 일부 밖에 읽지 않았지만 탄탄한 스토리와 짜임새 있는 플롯

종족 간의 살벌한 영역 다툼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우정과 사랑

어린이인줄 알았는데 어려움과 고통 끝에 어느새 전사로 성장하는 고양이들의 모험!!

영어덜트 소설로는 손색없다고 생각하고 십대들에게 반드시 읽어보라고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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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8일, 조력자살 - 나는 안락사를 선택합니다
미야시타 요이치 지음, 박제이 옮김 / 아토포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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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고 싶어서 죽기로 하였습니다 ”

“ 안락사를 고민하고 결심하고 이루어내기까지 ”

그 전에는 안락사나 조력 자살 등이라는 문구에 대해서 들어보긴 했어도 내 인생과는 거리가 멀어보여서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몇 년전 Me before you 라는 소설을 읽고 안락사, 다른 표현으로 조력자살이라는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Me before you 속의 남자 주인공은 교통사고로 전신 마비 환자가 되고 그를 24시간 도와주게된 여주인공과 삶을 나누는 연인 관계가 된다. 그러나 성공적이었던 자신의 인생이 거기서 멈춰버린 것과 매번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삶에 대해서 절망한 그는 스위스에서 안락사를 받을 것을 결정한다. 연인과 가족을 너무나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에는 이기적인 결정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남자주인공이 얼마나 많은 불면의 밤을 보냈을까?를 생각하니 가슴이 찡했다.

일본이나 우리나라처럼 개인보다는 집단이 앞서는 나라에서는 “ 죽음 ” “ 자살 ” 과 같은 용어는 터부시되기 쉽다. 그러기에 음지에 숨어있는 그 단어를 양지로 이끌어내서 토론해보기도 힘든 와중에 “ 안락사 ” 나 “ 조력 자살 ” 같은 것을 법제화하려는 노력은 더욱 더 힘든 일일 것이다.

여기서 잠깐 안락사와 존엄사를 구분하자면 “ 안락사 ” 는 “ 회복하기 어려운, 고통이 심한 불치병 환자를 편안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조기 사망으로 유도하는 것이고 그에 비해서 존엄사는 회복 불가능한 환자가 임종 상태에 들어갔을 때 더 이상 연명치료를 하지 않음으로써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하게 하는 것이 존엄사라고 한다. 존엄사 인정 정도의 단계 밖에 이루지 못한 우리에게 이러한 책은 앞으로 " 안락사 " 문제를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야할지 방향을 잡는데 좋은 가이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모든 것은 한 통의 메일에서 시작되었다 ”

이 책은 실존했던 인물의 안락사를 다룬 르포르타주 형식의 글이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꾸며낸 글이 아니라서 더 와닿았던 것 같다. 저널리스트 미야시타 요이치는 고지마 미나라는 사람으로부터 한 통의 이메일을 받는다. 그녀는 현재 다계통 위축증이라는 난치병을 앓고 있는 환자이고 안락사를 법으로 금지하는 일본을 떠나 외국인의 안락사도 허용하는 스위스에서 안락사를 받길 원한다.

저널리스트 미야시타 요이치 씨는 유럽에서 살면서 안락사를 합법화하는 나라들 (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 등등 )을 다니면서 직접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 안락사를 이루기까지 ] 라는 책을 썼고 그 책을 읽고 한 줄기 빛을 본 고지마씨는 출판사에 연락하여 미야시타씨의 연락처를 알아내어 마침내 이 둘은 만나게 된 것이다.

스페인에서 살고 있던 저자는 직접 고지마씨를 만나러 일본까지 가게 되고 거기서 그녀의 상태를 직접 보게 된다. 다계통 위축증이란, 소뇌에 병변이 생김으로써 근육이 점점 무력화되고 여러 장기에 이상이 생겨서 점점 몸을 쓸 수 없게 되는 병이다. 말기암과는 달리, 병의 진행이 느린 대신, 점점 무력화되는 스스로를 지켜봐야하는 고통이 심하다. 병실에서 그녀와 그녀의 자매들 ( 게이코, 사다코 )를 만났을 때 그는 고지마씨가 매우 밝은 미소를 가진 여성이고 건강하다는 인상을 받지만 실제로 그녀의 삶은 하루하루가 전투였던 것으로 묘사된다.

혀 근육이 마비되어서 말을 제대로 못하는 것은 기본, 화장실까지 가지 못해서 방 안에서 볼일을 봐야하는 불편한 처지. 현재는 고형물을 먹을 수는 있으나 점점 삼키는 능력이 떨어져서 위루 ( 목으로 삼킬 수 없어서 위에 직접 관을 연결하여 영양소 주입 )를 달아야 한다거나 호흡능력이 달려서 호흡기를 달아야할 미래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고지마씨는 어릴때부터 스스로 모든 것을 결정해온 매우 독립적이고 강한 성격의 여성이었다. 그녀는 남은 생이 살아갈 의미가 크게 없다고 판단하고 스위스에 있는 조력자살 단체 " 라이프 써클 " 에서 편안한 마지막 숨을 쉬기를 바라는 것이다.


" 만약 저처럼 다계통 위축증을 선고받았다고 치자구요.

당연히 죽음을 맞을 각오는 필요없지요?

하지만 몸져누워 말도 못하게 되고, 최악의 경우 눈도 깜박일 수 없게 되고

인공 호흡기와 위루를 달 각오도 필요하죠.

그와는 달리 만약 의사에게 암 선고를 받고 말기가 되었다면 시한부라는 각오가 필요하죠.

어떤 게 더 좋으세요? "

삶이 중요한 만큼, 그래서 삶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만큼, 죽음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지점이었다. 태어난 것은 내 마음대로 태어나지 못했지만 죽음 만큼은 자기 스스로 결정하는 결정권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도 행복해질 수 있을 가능성을 점쳐봐야된다고 생각한다. 죽음이 되도록이면 천천히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사람은 언젠가는 죽기마련이니까.


결국, 고지마 미나씨는 자신이 바라던 대로 " 라이프 써클 " 이라는 곳에서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피를 나눈 언니들은, 처음에는 슬퍼했지만, 나중에는 고지마씨의 소원을 들어준 것에 대해서 기뻐한다. 복잡한 심경이 들 것이라 생각했는데 고지마씨의 마지막은 평온했나 보다.


이런 진지한 고민을 나누는 책을 읽게 되어서 너무 좋았다.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를 성찰해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 나와 같은 상태가 된 사람에게 당신은 어떤 말을 하겠습니까?

힘내서 살라고도, 죽어달라고도 말할 수 없겠지요. 할말이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까요.

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도 한번쯤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

“ 저는 제가 더 혼란스러울 줄 알았어요.

하지만 정말로 고통스러워하지 않고 고마워, 고마워 하면서 눈을 감는 동생을 보니

오히려 안심이 된다고 할까요.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떠났으니까요.

물론 슬프지만 안도감도 있었어요. 본인이 바란다면 가족도 포함해서 생각했을 때,

안락사라는 선택지가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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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할머니와 나
야베 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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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그림 에세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이 그림은 함께할 가족이 없어서 외로운 두 사람이 집주인과 임대인이라는 인연으로 만나 참 따뜻하고 보기 좋은 관계를 이어가는 내용입니다. 지은이 야베 타로씨의 원래 직업은 개그맨이지만 만화를 그리는 재주도 있었네요. 어떻게 보면 아마추어 만화가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집주인 할머니와의 에피소드나 그때 느낀 감정들을 재미있고 디테일하게 표현해내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

주인공 야베타로씨는 이사를 가기 위해 집을 알아보는 와중에, 공인 중개사로부터 신주쿠의 변두리에 있는, 아주 독특한 구조의 ( 계단이 집 바깥에 있음 ) 2층짜리 목조 주택을 소개받습니다. 그 집을 소개해준 공인중개사는 집도 독특하지만 1층에 살고 계시는 주인 할머니도 매우 기품있고 멋진 분이라고 칭찬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과연 그녀는 어떤 사람일까요?

자그마한 키에 미소를 잃지 않는 주인 할머니는 과연 독특한 구조의 집처럼 특별한 분으로 묘사됩니다. 아침에 빨래를 널어놓고 온 저자에게 전화를 걸어서 비가 온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일을 마치고 밤에 들어와서 불을 켜는 순간, 잘 다녀왔는지 문안인사를 하는 따뜻한 ( ? ) 할머니입니다. 약간 ... 소름이기는 합니다. 감시받고 있나? 이런 느낌도 들 수 있을 것 같네요.

​할머니도 할머니이지만 주인공 야베 타로도 참 무던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자칫하면 간섭처럼 보일 수 있는 주인 할머니의 관심을 매우 고맙게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나이가 드셔서 거동하기 힘든 할머니를 모시고 백화점 쇼핑을 함께 간다거나 함께 차를 마시러 가기도 하고 .. 하여간 좋은 길동무, 말동무가 되어 드립니다.

1인 가구가 점점 늘어나는 이 시점에서는 가족의 개념도 바뀌어야하지 않을까요? 반드시 유전자를 나누어야만 가족이라고 주장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가까운 곳에 살면서 식사를 챙겨주고 건강을 염려해주는 사람이 가족의 카테고리에 들어가는게 맞을 것 같아요.

여러 재미있던 에피소드를 골라보자면, 저자에게 장어 덮밥을 꼬박꼬박 챙겨주시는 일화였습니다. 할머니가 좋아하셔서 덤으로 주인공 밥까지 주문해주신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돌아가신 오라버니에게 올리는 공양이었습니다. 이런 깨알같은 유머가 책 중간 중간에 자주 나타납니다.

​아직 싱글인 ( 77년생 ) 인 저자를 걱정하면서 동네 처자를 추천해주시기도 합니다. 근데 86세이신 할머니 보다 2번 띠동갑 아래라고 합니다. ( 86세 – 24세 = ? ) ㅋㅋㅋ 참 웃프다는 생각이 듭니다. 뭐 사실 나이는 숫자일뿐... 마음이 진짜 아닐까요? ㅋㅋㅋ 하지만 난감해하는 야베씨입니다.

할머니는 용감했다! 야베씨가 토크쇼에서 특이한 집주인 할머니 이야기를 하여 히트를 치는 바람에 할머니와 함께 토크쇼에 출연하게 된 야베씨. 그는 할머니가 떨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웬걸... 야베씨보다 훨씬 말주변이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녀는 새로 생긴 세입자 친구에 대한 얘기를 매우 재치있게 버무려서 방송국 사람들과 시청자들로부터 갈채를 받습니다.

세입자를 단지 돈을 주는 존재로 생각하지 않고 알뜰 살뜰 챙겨주는 진짜 할머니 같은 집주인 할머니와, 고령이라 거동이 힘든 집주인 할머니가 부탁하는 일들을 ( 쇼핑하기, 차 마시러 가기 ) 귀찮아 하지 않고 해주는 착한 세입자와의 슬기로운 소통이야기라고나 할까요?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오는 만화였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집주인할머니와 주인공의 아름다운 인간 관계를 지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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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 살인법
저우둥 지음, 이연희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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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아무나 몇 명 죽이려던 거예요. 그게 누구든, 몇 살이든 간에요. ”

“ 감옥에 갇히고 싶었어요. 평생. 공짜 콩밥을 먹으려고요, 평생 .”

( 57쪽 )

“ 그 사람들의 진짜 범죄 동기가 뭔지 정확히 알고 싶지 않으세요?.”

(97쪽)



대만의 번화가 가오슝의 한 오락실에서 소위 묻지마 살인이 발생한다. 피해자는 초등학생으로써 목이 난자당하여 사망한 채 화장실에서 발견되었고. 살인 용의자는 PC 방에 숨어있다가 출동한 경찰에 의해 체포되었다. 아무 죄없는 초등학생을 죽인 범인은 천원칭이라는 사람으로, 아버지 천빙후이는 착하고 순한 아들이 그런 짓을 저질렀을리가 없다고 주장한다.


류다이화 형사는 그를 체포하고 심문하지만 명확한 살해 동기를 알 수 없다. 행동도 굼뜨고 정신적으로도 불안해 보이는 천원칭. 아이를 죽인 동기 ( 아이 가족에 대한 원한 등등 )을 캐내보려고 여러 가지 질문을 던져보지만 천원칭의 입에서 나오는 대답은 하나같이 살인의 동기와는 전혀 무관한 답변들 뿐이다. 일관되게 나오는 말은, 아이를 그냘 처음 만났고 그냥 사람을 죽여서 교도소에 평생 갇히고 싶었다는 답변뿐. ( 참으로 고구마였습니다 ㅜㅜㅜ )


한편, 위윈즈라는 이름의 변호사는 사무실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비서 야란을 내보내고 사무실을 정리할 생각이다. 그러나 은근히 위윈즈를 짝사랑하고 있던 야란은 끝까지 그와 함께 하겠다며 나갈 생각이 없음을 단호하게 밝힌다. 야란의 대답에 내심 흐뭇했지만 앞으로 사무실을 어떻게 꾸릴지 고민하던 위윈즈 변호사. 마침 중완칭이라는 이름의 임상 심리상담가에게서 전화가 오고 뒤이어 카페에서 만난 위윈즈를 만난 그녀는 얼마전 발생한 오락실 사건의 범인인 천원칭의 변호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하는데........


흉악 범죄가 발생하게 되면 우리들은 흔히 분노의 감정에 먼저 휩싸이게 된다. 같은 인간으로써 동족에게 못할 짓을 저지른 범인에게 당연히 일어나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비슷한 범죄가 다시 발생하지 않으려면 특정 범죄가 일어난 이유 - 개인적 문제, 사회적 배경 - 등등을 다차원적으로 분석하는 일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다행히 이 소설 속에서는 뜨거운 분노의 감정을 차가운 이성으로 식힌, 한 변호사에 의해서 묻지마 살인, 즉 무차별 살인이 왜 발생하는지가 다각도로 추적되고 분석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중완칭 상담가의 이 부탁은 너무나 잔인하게 느껴졌다. 그 이유는 위윈즈 변호사가 이 사건이 발생하기 오래전, 묻지마 살인으로 약혼자였던 리팡과 뱃속의 태아를 한꺼번에 잃었었기 때문. 그 당시 살인범이었던 주젠쭝이라는 사람은 자신의 살인 동기를 이렇게 표현한다.


“ 검사 질문 ” 왜 사람을 죽이고 싶었습니까?“

” 피고인 답변 : 그동안 살면서 좋은 일이 한 번도 없었어요. 사람들에게 불만이 많았고 화가 났어요.

그래서 한두 사람을 죽여서 화풀이하고 싶었어요 .


” 만약 사건의 인과 관계가 강처럼 흐르는 거라면 하류에는 리팡의 죽음이 있다. 그렇다면 중류와 상류에는 도대체 어떤 상황이 있을까? 그는 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 사건의 이면을 보게 된다면 강의 하류에 있는 리팡을 잊게 될까 봐 걱정되었다 .“


결국 주젠쭝이라는 살인범은 감옥에서 목을 매 자살을 했고 위윈즈는 영영 범인의 진짜 살해 동기를 모른 채 약혼자를 떠나보내야했던 것. 어쩌면 중완칭이라는 심리상담가의 부탁으로 인해 윈즈 변호사는 2번째기회를 가지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살인범들이 묻지마 살인을 저질러야만 했던 진짜 이유를 알아낼 기회를....


이 책 [ 무차별 살인법 ] 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분명 피해자와 가해자가 있지만 왜 내 눈엔 다들 피해자로 보이는 것일까? 물론 사회가 불공평하거나 자신의 환경이 좋지 않다고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옳지 않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굴하지 않고 잘 자라나 공동체내에서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 무차별 살인법 ] 속 가해자들은 대부분 밑바닥 삶을 전전하고 있었고 여러가지 이유로 가파른 절벽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 몸을 다쳐서 일을 못 한다거나, 어린 시절 학대나 방임을 당하여 정신적 문제를 겪음 )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는 삶 속에서 자포자기 식으로 범죄를 저질러 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의 지나친 비약일까?


대만의 신예작가 저우둥..... 이 작가가 쓴 소설은 처음 읽어보는데 엄청난 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원래 내가 사회파 미스터리물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속도감 있고 플롯 탄탄하고 마지막에 터지는 엄청난 반전까지.... 모든 것을 다 갖춘 소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뿐 아니라 재미에만 치우치지 않고 독자들에게 우리가 살고 있는 공동체의 역할에 대해서 한번쯤 고민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무게감도 있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갖춘 추리 스릴러 장르물을 읽고 싶다면.... 200%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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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행
호시노 도모유키 외 지음 / 문학세계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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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오에 겐자부로가 극찬을 했다는 소설가 호시노 도모유키의 소설집을 읽었습니다. 여러 다양한 주제로 쓰여진 단편들은 그의 개성을 100% 반영하는 듯, 독특한 향기를 풍깁니다. 소재와 주제는 다양하긴 하나, 소설은 공통적으로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고민과 성찰을 내포하고 있는 듯 합니다.

매우 독창적인 소재와 주제를, 매우 신선한 발상으로 풀어놓았기에 이전에 접하지 못한 세계로 독자들을 이끄는 작가 호시노 도모유키. 그는 어릴 때 미국에서 살다가 3살 때 일본으로 왔고 대학 때는 멕시코로 유학을 갔었다고 하니, 여러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면서 인간의 본질이나 공동체 등등에 고민도 더 깊이 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들은 애써 못 본 척 하려는 경향이 있죠. 현대 사회는 여러 문제들을 안고 있습니다. 고령화와 인구감소, 물질주의와 자본주의 속의 빈부 격차에 대한 생각을, 그는 독자들과 나눠보려하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듯한 독특한 이야기의 바다 속에 풍덩 뛰어들어서 헤엄치다보면 어느새 우리는 나라와 지구와 우주를 뛰어넘어 유영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는 이 책을 통해서 인간으로 대표되는 동물과 식물의 한계 혹은 경계를 뛰어넘고 ( 단편 스킨 플랜트 속 이야기 )

점점 개인화되어가고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듯한 사회의 경향을 드러내고 ( 단편 무엇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속 이야기 )

자본주의 세계에서 돈처럼 소비되는 인간 존재에 대한 탄식을 보여주는 듯 하다가 ( 단편 인간 은행 )

빈부 격차 문제를 이리저리 비틀고 흔들어서 유쾌하게 결론내주기도 합니다 ( 단편 선배 전설 )

가볍게 소비되는 소설들 가운데에서 성찰과 고민을 설득하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는 이런 소설집을 내기는 쉽지 않았겠지만 그 묵직함에 비해서 의외로 이 책은 술술 잘 읽히는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철학자가 한편의 모노 드라마를 찍는 느낌이랄까? 여러 단편들 중에서 재미있었던 것을 골라보자면,

[ 단편 : 무엇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

주인공은 치매를 앓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팔십대 중반의 아버지를 모시고 삽니다. 쉰이 다 된 나이에 자신을 얻은 아버지는 어머니가 죽은 이유를 아들에게 돌리며 언어적, 신체적 학대를 일삼았습니다. 제대로 된 훈육이나 보조를 받지 못한 주인공은 가출을 일삼거나 거리를 전전하는 등 거의 백수의 처지로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희망이 있다면 사회의 불의를 저격하는 르포를 써서 대박을 터트리는 것이죠. 노년의 아버지를 모시는 일이 나날이 힘들어진다고 생각하던 그 어느날 수상한 전단지를 발견하는 주인공. 그 전단지에는 이렇게 쓰여있습니다.

“ 노인을 맡아드립니다 (... 중략 ) 간병은 가혹한 일입니다. 잠깐 쉴 수도 없습니다. (..중략 )

그런 딜레마로부터 당신을 해방시키십시오. (..중략 )

이제 한계라고 절망하시는 분, 고민하지 마시고 우선 상담부터 받아보십시오 ”

10만원이라는 초기비용만 들이면 평생 늙은 부모를 케어해준다는 수상한 센터의 전단지. 주인공은 저널리스트로서 히트작을 손에 넣고자 하는 욕심에 연락을 한다. 그리곤 몰래 그들의 뒤를 밟는데....

“ 나는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고 기억한다. 패배감에 휩싸이며 동시에 기묘한 해방감을 맛보았다.

” 죄의식이 한계에 달하더니 파열되어 흩어졌다."

“ 살아있는 생명으로서, 나는 여기에 어엿이 살아있다 ”

[ 무엇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를 읽으면서 잔인하면서도 소름끼치는 결말 때문에 몸을 부르르 떨기도 했지만

실제로 저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라고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습니다.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긴 하지만요. 혹시 우리는 외면하고 있는 사이에 터져버릴 시한폭탄을 안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라고 작가가 말하고 있는 듯 합니다. 기괴하고 어둡지만 동시에 어딘가 모르게 발랄하게도 느껴졌던 호시노 도모유키의 단편집 [ 인간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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