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행
호시노 도모유키 외 지음 / 문학세계사 / 2020년 8월
평점 :
품절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오에 겐자부로가 극찬을 했다는 소설가 호시노 도모유키의 소설집을 읽었습니다. 여러 다양한 주제로 쓰여진 단편들은 그의 개성을 100% 반영하는 듯, 독특한 향기를 풍깁니다. 소재와 주제는 다양하긴 하나, 소설은 공통적으로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고민과 성찰을 내포하고 있는 듯 합니다.

매우 독창적인 소재와 주제를, 매우 신선한 발상으로 풀어놓았기에 이전에 접하지 못한 세계로 독자들을 이끄는 작가 호시노 도모유키. 그는 어릴 때 미국에서 살다가 3살 때 일본으로 왔고 대학 때는 멕시코로 유학을 갔었다고 하니, 여러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면서 인간의 본질이나 공동체 등등에 고민도 더 깊이 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들은 애써 못 본 척 하려는 경향이 있죠. 현대 사회는 여러 문제들을 안고 있습니다. 고령화와 인구감소, 물질주의와 자본주의 속의 빈부 격차에 대한 생각을, 그는 독자들과 나눠보려하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듯한 독특한 이야기의 바다 속에 풍덩 뛰어들어서 헤엄치다보면 어느새 우리는 나라와 지구와 우주를 뛰어넘어 유영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는 이 책을 통해서 인간으로 대표되는 동물과 식물의 한계 혹은 경계를 뛰어넘고 ( 단편 스킨 플랜트 속 이야기 )

점점 개인화되어가고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듯한 사회의 경향을 드러내고 ( 단편 무엇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속 이야기 )

자본주의 세계에서 돈처럼 소비되는 인간 존재에 대한 탄식을 보여주는 듯 하다가 ( 단편 인간 은행 )

빈부 격차 문제를 이리저리 비틀고 흔들어서 유쾌하게 결론내주기도 합니다 ( 단편 선배 전설 )

가볍게 소비되는 소설들 가운데에서 성찰과 고민을 설득하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는 이런 소설집을 내기는 쉽지 않았겠지만 그 묵직함에 비해서 의외로 이 책은 술술 잘 읽히는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철학자가 한편의 모노 드라마를 찍는 느낌이랄까? 여러 단편들 중에서 재미있었던 것을 골라보자면,

[ 단편 : 무엇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

주인공은 치매를 앓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팔십대 중반의 아버지를 모시고 삽니다. 쉰이 다 된 나이에 자신을 얻은 아버지는 어머니가 죽은 이유를 아들에게 돌리며 언어적, 신체적 학대를 일삼았습니다. 제대로 된 훈육이나 보조를 받지 못한 주인공은 가출을 일삼거나 거리를 전전하는 등 거의 백수의 처지로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희망이 있다면 사회의 불의를 저격하는 르포를 써서 대박을 터트리는 것이죠. 노년의 아버지를 모시는 일이 나날이 힘들어진다고 생각하던 그 어느날 수상한 전단지를 발견하는 주인공. 그 전단지에는 이렇게 쓰여있습니다.

“ 노인을 맡아드립니다 (... 중략 ) 간병은 가혹한 일입니다. 잠깐 쉴 수도 없습니다. (..중략 )

그런 딜레마로부터 당신을 해방시키십시오. (..중략 )

이제 한계라고 절망하시는 분, 고민하지 마시고 우선 상담부터 받아보십시오 ”

10만원이라는 초기비용만 들이면 평생 늙은 부모를 케어해준다는 수상한 센터의 전단지. 주인공은 저널리스트로서 히트작을 손에 넣고자 하는 욕심에 연락을 한다. 그리곤 몰래 그들의 뒤를 밟는데....

“ 나는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고 기억한다. 패배감에 휩싸이며 동시에 기묘한 해방감을 맛보았다.

” 죄의식이 한계에 달하더니 파열되어 흩어졌다."

“ 살아있는 생명으로서, 나는 여기에 어엿이 살아있다 ”

[ 무엇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를 읽으면서 잔인하면서도 소름끼치는 결말 때문에 몸을 부르르 떨기도 했지만

실제로 저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라고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습니다.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긴 하지만요. 혹시 우리는 외면하고 있는 사이에 터져버릴 시한폭탄을 안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라고 작가가 말하고 있는 듯 합니다. 기괴하고 어둡지만 동시에 어딘가 모르게 발랄하게도 느껴졌던 호시노 도모유키의 단편집 [ 인간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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