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살인법
저우둥 지음, 이연희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그냥 아무나 몇 명 죽이려던 거예요. 그게 누구든, 몇 살이든 간에요. ”

“ 감옥에 갇히고 싶었어요. 평생. 공짜 콩밥을 먹으려고요, 평생 .”

( 57쪽 )

“ 그 사람들의 진짜 범죄 동기가 뭔지 정확히 알고 싶지 않으세요?.”

(97쪽)



대만의 번화가 가오슝의 한 오락실에서 소위 묻지마 살인이 발생한다. 피해자는 초등학생으로써 목이 난자당하여 사망한 채 화장실에서 발견되었고. 살인 용의자는 PC 방에 숨어있다가 출동한 경찰에 의해 체포되었다. 아무 죄없는 초등학생을 죽인 범인은 천원칭이라는 사람으로, 아버지 천빙후이는 착하고 순한 아들이 그런 짓을 저질렀을리가 없다고 주장한다.


류다이화 형사는 그를 체포하고 심문하지만 명확한 살해 동기를 알 수 없다. 행동도 굼뜨고 정신적으로도 불안해 보이는 천원칭. 아이를 죽인 동기 ( 아이 가족에 대한 원한 등등 )을 캐내보려고 여러 가지 질문을 던져보지만 천원칭의 입에서 나오는 대답은 하나같이 살인의 동기와는 전혀 무관한 답변들 뿐이다. 일관되게 나오는 말은, 아이를 그냘 처음 만났고 그냥 사람을 죽여서 교도소에 평생 갇히고 싶었다는 답변뿐. ( 참으로 고구마였습니다 ㅜㅜㅜ )


한편, 위윈즈라는 이름의 변호사는 사무실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비서 야란을 내보내고 사무실을 정리할 생각이다. 그러나 은근히 위윈즈를 짝사랑하고 있던 야란은 끝까지 그와 함께 하겠다며 나갈 생각이 없음을 단호하게 밝힌다. 야란의 대답에 내심 흐뭇했지만 앞으로 사무실을 어떻게 꾸릴지 고민하던 위윈즈 변호사. 마침 중완칭이라는 이름의 임상 심리상담가에게서 전화가 오고 뒤이어 카페에서 만난 위윈즈를 만난 그녀는 얼마전 발생한 오락실 사건의 범인인 천원칭의 변호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하는데........


흉악 범죄가 발생하게 되면 우리들은 흔히 분노의 감정에 먼저 휩싸이게 된다. 같은 인간으로써 동족에게 못할 짓을 저지른 범인에게 당연히 일어나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비슷한 범죄가 다시 발생하지 않으려면 특정 범죄가 일어난 이유 - 개인적 문제, 사회적 배경 - 등등을 다차원적으로 분석하는 일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다행히 이 소설 속에서는 뜨거운 분노의 감정을 차가운 이성으로 식힌, 한 변호사에 의해서 묻지마 살인, 즉 무차별 살인이 왜 발생하는지가 다각도로 추적되고 분석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중완칭 상담가의 이 부탁은 너무나 잔인하게 느껴졌다. 그 이유는 위윈즈 변호사가 이 사건이 발생하기 오래전, 묻지마 살인으로 약혼자였던 리팡과 뱃속의 태아를 한꺼번에 잃었었기 때문. 그 당시 살인범이었던 주젠쭝이라는 사람은 자신의 살인 동기를 이렇게 표현한다.


“ 검사 질문 ” 왜 사람을 죽이고 싶었습니까?“

” 피고인 답변 : 그동안 살면서 좋은 일이 한 번도 없었어요. 사람들에게 불만이 많았고 화가 났어요.

그래서 한두 사람을 죽여서 화풀이하고 싶었어요 .


” 만약 사건의 인과 관계가 강처럼 흐르는 거라면 하류에는 리팡의 죽음이 있다. 그렇다면 중류와 상류에는 도대체 어떤 상황이 있을까? 그는 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 사건의 이면을 보게 된다면 강의 하류에 있는 리팡을 잊게 될까 봐 걱정되었다 .“


결국 주젠쭝이라는 살인범은 감옥에서 목을 매 자살을 했고 위윈즈는 영영 범인의 진짜 살해 동기를 모른 채 약혼자를 떠나보내야했던 것. 어쩌면 중완칭이라는 심리상담가의 부탁으로 인해 윈즈 변호사는 2번째기회를 가지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살인범들이 묻지마 살인을 저질러야만 했던 진짜 이유를 알아낼 기회를....


이 책 [ 무차별 살인법 ] 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분명 피해자와 가해자가 있지만 왜 내 눈엔 다들 피해자로 보이는 것일까? 물론 사회가 불공평하거나 자신의 환경이 좋지 않다고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옳지 않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굴하지 않고 잘 자라나 공동체내에서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 무차별 살인법 ] 속 가해자들은 대부분 밑바닥 삶을 전전하고 있었고 여러가지 이유로 가파른 절벽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 몸을 다쳐서 일을 못 한다거나, 어린 시절 학대나 방임을 당하여 정신적 문제를 겪음 )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는 삶 속에서 자포자기 식으로 범죄를 저질러 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의 지나친 비약일까?


대만의 신예작가 저우둥..... 이 작가가 쓴 소설은 처음 읽어보는데 엄청난 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원래 내가 사회파 미스터리물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속도감 있고 플롯 탄탄하고 마지막에 터지는 엄청난 반전까지.... 모든 것을 다 갖춘 소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뿐 아니라 재미에만 치우치지 않고 독자들에게 우리가 살고 있는 공동체의 역할에 대해서 한번쯤 고민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무게감도 있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갖춘 추리 스릴러 장르물을 읽고 싶다면.... 200% 추천하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