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들 셋의 힘 1 : 보이는 것 전사들 3부 셋의 힘 1
에린 헌터 지음, 서현정 옮김 / 가람어린이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러 작가가 모여서 Erin Hunter 라는 필명으로 쓰고 있다는 전사들 시리즈. 누가 어떤 식으로 책을 구성해나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 보이는 것 ] 은 내가 기대했던 고양이 용사들의 액션과 놀라운 활약 그리고 서사적인 반전을 그대로 담고 있다. 사실 그 전 시리즈들을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지만 이런 식으로 거꾸로 올라가서 예언 시리즈를 ( 예언의 시작 / 새로운 예언 )을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이 시리즈는 예언이 주어진 이후의 고양이 용사 세대에 ( 즉 어린이들 )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특히 스쿼럴플라이트와 브램클로의 자식들을 위주로 쓰여졌다. 앞 시리즈에 등장했던 나이 많은 고양이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어쨌건 새로운 이야기의 구도는 이들 세 마리의 고양이를 위주로 돌아가는 듯 하다.

홀리포, 제이포 그리고 라이언 포는 돌아가면서 책의 화자 역할을 담당한다. 각자 다른 관점에서 ( 다들 성격이 다르므로 )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신선했다. 이들 각각의 고양이들은 성격이 매우 다르고 그런 그들의 개성이 너무나 잘 묘사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들이 아직 아기였던, 이야기의 시작부터, 온갖 말썽을 저지르는 지점까지,, 나는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고 있었다.


라이언포는 대담하고 단호한 성격을 가진 용사이다. 그는 한배에서 난 새끼들 중에서도 마치 큰 형처럼 행동하고 그들을 지켜주려는 태도를 보인다. 제이포와 홀리포와는 달리, 그는 자신이 부족에 어떤 식으로든 기여를 해야 한다는 부분에서 흔들림이 없다. 과연 그가 어떤 리더로 성장하게 될지 매우 궁금했다.


홀리포는, 유일한 암컷인데 약간 충동적인 면이 있고 이상을 추구하는 면도 있다. 그녀는 사색을 즐기고 전사 규약이 가지고 있는 미스터리를 풀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 예를 들면 예언서에 등장하는 ) 철학적인 이야기도 이해하고 싶어한다.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이라는 결정을 쉽게 받아들이려하지 않지만 일단 헌신하려고 마음 먹으면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그녀는 의심이 많고 두려움이 많지만 도덕적인 용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성실한 캐릭터이다.

마지막으로 세 마리 고양이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용사는 바로 “ 제이포 ” 이다. 그는 약간 성격에 문제가 있긴 하다. 항상 불만에 차있고 버릇이 없기 때문에 다른 고양이들의 호감을 얻기가 힘들다. 비꼬기를 잘하고 예민한 편이라 까칠남이지만 그래도 제이포가 제일 마음에 든다. 사실 제이포는 자신의 눈이 멀었다는 부분에 대해 항상 예민해있고 그로 인해서 화를 잘 낸다.

하지만 독자인 나는 어느 정도 그의 태도가 이해가 된다. 천둥족의 모든 고양이들 – 그의 형제들 뿐 아니라 – 이 그를 동정하고 그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처럼 행동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제이포를 더욱 더 고집스럽게 만들어 스스로 모든 것을 해내려고 하는 바람에 자꾸 문제가 생기는 듯 보였다. 제이포는 자신의 운명을 거부하고 전사가 되고 싶어한다. 하지만 결국에는 받아들이는 운명. 비록 눈이 보이지는 않지만 아주 특별한 능력을 갖고 태어난 제이포이지 않은가?


이 세 마리의 용사들은 점차적으로 자신이 어떤 인물이 될 것인가를 파악해나간다. 그러면서 점점 훈련병 생활에 익숙해지고 미래를 바라보게 된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 보면 파이어스타가 수년전 이들에 대한 예언을 받은 것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 셋이 있을 것이다. 너의 혈육의 혈육이며, 그 셋의 발에 별의 힘이 깃들 것이다 ”

모든 예언이 그러하듯, 파이어스타는 이 예언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감을 잡지 못한다. 그래서 그는 그의 손자, 손녀들을 주의 깊게 지켜보게 되는데 일종의 두려움과 보호본능을 가지고 그렇게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독자들은 이 아직은 어린 훈련병들의 특별한 힘, 특히 제이포가 가진 힘을 통해서 일종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 그들은 모두 천둥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그게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지 아직 모를 뿐이다.

한편 각 부족들 간의 정치적 역학 관계가 마구 뒤틀리기 시작하고 그동안 부족들 간에 쌓여있던 분노와 적개심이 폭발하면서 본격적으로 부족간에 갈등과 실질적 전투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과연 부족들의 갈등은 어떤 식으로 해결될 수 있을까? 이야기의 구도는 매우 잘 짜여져있고 속도도 빨라서 끝날때까지 책을 덮을 수가 없었다.

이 책은 실제 고양이의 입장에서 스토리를 실감나게 이끌어간다. 아마도 고양이들을 여럿 길러본 집사의 입장에서 오랜 시간 동안의 긴밀한 관찰을 통해 이루어낸 일일 것이다. 캐릭터들이 너무나 마음에 들고 이 시리즈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매우 궁금하다. 별의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세 마리의 매력적인 고양이들의 이야기!!! 앞으로도 그들의 운명과 함께 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모킹 오레오 새소설 7
김홍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총기 소지가 금지된 대한민국. 서울에서 총기 사건이 일어난다면?

어느 날 게임 참여를 독려하는 메일이 청계천 공구 상가로 날아든다. 완벽한 M4A1의 도면과 함께 충분한 자금, 적절한 자원, 당신의 능력, 합쳐진다면 당신도 만들 수 있다. 총을. 그러니깐 실제로 총을 만들어 쏘는 게임이다. 가장 먼저 M4A1을 만드는데 성공한 한국의 제작자에게 절대 추적 불가능한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1000개를 준다고 한다. 솔직히 솔깃할 수 밖에 없다. 십수명의 기술자들이 게임에 참여하여 총을 만들어내기 시작하는데... 그러나 시내 곳곳에서 총이 발사되기 전에 터져버리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기 시작한다.

등장인물을 살펴보자.

윤정아: 불안과 우울에 시달리며 매일 새로운 걱정을 만들어내는 여자. 정신과 의사를 만나 1시간의 상담료 30만원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여자. 아들을 만나 브런치를 먹기로 한 날 본인이 매일 걱정하던 그런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오수안: 머리에 총알이 박혔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난 남자. 회복한 후 후유증으로 미각을 상실하였지만, 오레오의 효능을 알고 심취해 버린 남자. 오레오를 끓여 먹고, 펙을 만들고, 오레오 담배를 피우고, 코로 들이마시는 행위까지... 새로운 느낌을 얻기 위해 오레오에 목숨을 건 남자.

ATC 컴퍼니 사장(사자): 윤정아의 남편. 알 수 없는 돈을 알 수 없는 곳으로 보내 알 수 없는 방식으로 굴리는 사람. 그냥 돈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이상한 돈을 좋아 하는 남자.

이정: 윤정아 집안에서 일하는 집사. 특유의 침착한 성격을 바탕으로 집안 대소사의 우선순위를 정하는데 능숙한 남자.

그리고 절도팀 ‘반드시’의 멤버 넷.(동물농장)

박창식(판다): 반드시의 리더. 사회부로 옮긴 후 부장에게 매일 욕을 먹는 것이 일인 기자. 4차 산업의 시대, 투잡하기 좋은 시기이다. 그래서 결심한다. 새로운 직업으로 밤에는 도둑질을 하기로 한다. 땀 흘려 일하고, 스스로 생각하고, 동료를 신뢰하며, 성실성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총자본을 교란시킬 수 있는 그런 직업 …… 고민 끝에 생각한 건 도둑! 박창식이 가끔 허접한 기사라도 회사에 가져갈 수 있는 건 전적으로 고민지가 흘려주는 잡스러운 정보 덕분이었다.

고민지(고양이): 국정원 직원. ‘반드시’의 주요 창립 멤버. 간지나는 임무를 맡아본 적은 없지만 정보기관의 요원이라는 것 자체가 간지났다. “나라에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도둑놈이 많은 것입니다.”라는 허경영의 말에 감명 받은 뒤 박창식의 도둑질에 동참하게 된다.

임다인(뱀): 기계공학과 학부생. 총 빼고는 뭐든지 만들 수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총도 만들 수 있지만, 어릴 적 종교에 미쳐 미국으로 건너간 아버지가 총기자살을 했기 때문에 만들려고 마음만 먹으면 총도 만들 수 있지만 총은 절대 만들지 않겠다고 결심을 한다. ‘청계천 공구 상가에 총 만들기 대회가 열렸다.’는 정보를 제공한 인물.

양은아(백곰): 사회 복지사. 오수안의 담당자이다. 6/45 동행 로또에 관한 음모론을 강하게 신봉하는 해커로, 틈나는 대로 농협 서버에 들어가는 게 취미이다.


박창식과 고민지는 대학 동기이다. 양은아와 임다인은 어느 바에서 멀찍이 떨어진 자리에 앉아 있다가 우연히 합석하게 되면서 친구가 됐다. 반드시는 원칙도 있지만 규칙도 있는 팀이었다. 규칙은 단 하나였다.

“반드시는 반드시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

총을 만들어서 쏘는 게임의 피해자 남편과 자신의 집을 털기 위해 온 절도팀 ‘반드시’ 멤버들과 서재에서 맞닥뜨리게 된다.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영화에서나 일어날 일이지만,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에서 진짜로 총기 사건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총이 사라진다면 좀 더 안전한 세상에서 우리는 살아갈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고 재미있는 상상을 하게끔 해주는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별의 수법 -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전에 [ 조용한 무더위 ] 라는 코지 미스터리를 읽은 적이 있었는데 이 책이 바로 그 책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부분이라고 한다. [ 조용한 무더위 ] 속에서는 주인공 하무라 탐정이 서점 안에 탐정 사무소를 만들어놓은 상태였는데 이

예전에 [ 조용한 무더위 ] 라는 코지 미스터리를 읽은 적이 있었는데 이 책이 바로 그 책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부분이라고 한다. [ 조용한 무더위 ] 속에서는 주인공 하무라 탐정이 서점 안에 탐정 사무소를 만들어놓은 상태였는데 이[ 이별의 수법 - 살인곰 서점의 사건 파일 ] 에서는 아직 탐정 사무소가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하세가와 탐정 사무소에서 일하다가 불황으로 사무소가 문을 닫은 탓에 미스터리를 주로 담당하는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하무라. 탐정으로 일할 적에 돈을 제법 벌어놓은 상태라 그럭저럭 아르바이트로 먹고 살 수 있는 현재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 그녀.


그러나 역시 운명이나 팔자라는 것이 있는 것일까? 그녀를 다시 탐정으로 복귀시키려는 사건이 발생한다. 서점에서 가끔씩 벌이는 고시 미스터리 판매 이벤트를 위해서 찾아간 집 철거 장소에 찾아간 하무라. 벽장에 들어있는 책들을 꺼내다가 바닥이 무너지는 바람에 넘어진 벽장에 온 몸이 깔리는 사고를 당하는 그녀. 하지만 무너진 바닥에 무엇이 있었을까? 흥건한 물 속에 들어있던 것은 바로 백골로 변한 사체였던 것!! 그 덕분에 묻힐 뻔한 사건해결의 열쇠를 제공한 그녀.


하지만 골절상과 뇌진탕 그리고 폐렴 등등으로 병원에 입원해야만 했던 다무라. 불운의 아이콘이 아닐 수 없다. 다인실에 입원해있던 그는 그녀를 찾아온 경찰에게 시체를 발견했던 정황을 설명해주고 그뿐 아니라 경찰에게 시체가 누군지 알아낼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도 제공한다. 그런 그녀를 유심히 지켜봤던 것일까? 같은 병실에 있던 후부키라는 할머니가 하무라에게 사건 의뢰를 하게 된다. 후부키 할머니는 말기암 환자였고 앞으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운명인데 죽기 전 한가지 소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20년전 갑작스레 실종이 된 딸을 찾는 것.


하지만 골절상과 뇌진탕 그리고 폐렴 등등으로 병원에 입원해야만 했던 다무라. 불운의 아이콘이 아닐 수 없다. 다인실에 입원해있던 그는 그녀를 찾아온 경찰에게 시체를 발견했던 정황을 설명해주고 그뿐 아니라 경찰에게 시체가 누군지 알아낼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도 제공한다. 그런 그녀를 유심히 지켜봤던 것일까? 같은 병실에 있던 후부키라는 할머니가 하무라에게 사건 의뢰를 하게 된다. 후부키 할머니는 말기암 환자였고 앞으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운명인데 죽기 전 한가지 소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20년전 갑작스레 실종이 된 딸을 찾는 것.



예전에도 경찰 출신의 노련한 탐정에게 딸을 찾는 일을 맡겼었지만 그는 돈만 챙긴채 아무런 소식이 없다고 했다.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오늘 내일 하고 있던 후부키 할머니는 촉과 감이 뛰어난 하무라 탐정을 보고 이때다! 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하무라의 경우도 갑작스레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돈이 조금 필요하게 된 상황이긴 하다... 그것도 그렇지만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할머니의 실종된 딸을 찾아주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하다. 그녀는 과연 후부키 할머니의 실종된 딸을 찾아드릴 수 있을까? 딸은 아직까지 살아있기나 한 걸까?


이 글의 저자인 와키타케 나나미는 일상 생활 속에 감춰진 인간의 악의를 잘 드러내고, 유능하지만 불운한 탐정이 활약하는 [ 하무라 아키라 ] 시리즈로 유명하다고 한다. 직관력이 강하고 ( 한마디로 촉이 잘 발달되어 있고 ) 오랜 탐정 경력으로 수사가 몸에 베어있는 하무라..... 그러나 자꾸만 여기서 넘어지고 저기서 넘어지고 .. 다치고 부러지고 몸이 성할 날이 없다. 그래도 그럴 때마다 사건의 해결책이 하나씩 튀어나오니... 하무라가 아픈 것도 운명인 것일까?


이 글의 저자인 와키타케 나나미는 일상 생활 속에 감춰진 인간의 악의를 잘 드러내고, 유능하지만 불운한 탐정이 활약하는 [ 하무라 아키라 ] 시리즈로 유명하다고 한다. 직관력이 강하고 ( 한마디로 촉이 잘 발달되어 있고 ) 오랜 탐정 경력으로 수사가 몸에 베어있는 하무라..... 그러나 자꾸만 여기서 넘어지고 저기서 넘어지고 .. 다치고 부러지고 몸이 성할 날이 없다. 그래도 그럴 때마다 사건의 해결책이 하나씩 튀어나오니... 하무라가 아픈 것도 운명인 것일까?



그러던 어느날, 하무라는 후부키 할머니 딸의 실종을 조사하는 동안 그녀 뿐만 아니라 동시에 다른 사람들도 실종된 상태라는 사실을 파악하게 된다. 우선 후부키 할머니 댁에서 일해주시던 가정부 아주머니와 도우미 할머니가 실종되었고 처음에 후부키 할머니의 의뢰로 딸을 찾았던 이와고 탐정도 실종된 상태였다. 그 뿐만 아니라 후부키 할머니의 친척뻘 되는 사람의 딸은 누군가에게 살해된 채 발견되기까지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후부키 할머니는 왕년에 유명한 여배우였기 때문에 가진 재산이 매우 많았다. 아무리 그렇다고해도 이런 비열한 방식으로 그녀의 재산을 노리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누구이길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실종되고 목숨을 잃는 비극을 겪는 것일까?


[ 이별의 수법 ] 은 여성 탐정이 등장하는 하드보일드 소설이다. 하지만 코지 미스터리라는 장르에 속해서 그런지 그렇게 끔찍하고 잔인한 장면이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평화롭기까지 한 서점이라는 배경과 탐정이라기엔 왠지 불쌍한 캐릭터 ( 자꾸 다치니까 ) 하무라 덕분에 편안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그 뿐 아니라 작가가 캐릭터 설정을 아주 잘했고 ( 살인곰 서점의 얄미운 사장 도야마--- 얄밉지만 어쩐지 고마운사람 ) 재치있는 표현들이 많아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 이외에도 [ 하무라 탐정 ] 이 활약하는 다른 시리즈도 한번 찾아보고 읽어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나긴 이별 열린책들 세계문학 252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김진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40년대 할리우드의 한 나이트 클럽 바깥에 주차되어 있던 롤스 로이스 차에서 한 주정뱅이가 바닥으로 굴러떨어지고 그의 여자친구는 그를 도로에 남겨둔채 떠나고 만다. 마치 버려진 강아지와 같은 신세가 된 그를, 냉소적인 사립탐정 필립 말로가 일으켜 세워 자신의 집으로 태우고 가서 재워주고 아침도 챙겨준다. ( 처음 만난 사람에게 그런 친절을 베풀기가 쉽지 않았지 싶은데,,이 낯선 자에게서 자신과 비슷한 부분을 발견이라도 한 걸까? )

그 주정뱅이의 이름은 테리 레녹스이고 그 여자는 테리의 전부인이자 출판업계의 거물인 할런 포터의 딸인 실비아 포터이다. 테리는 아직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머리가 백발이고 얼굴의 반은 화상과 같은 상처로 뒤덮혀있다.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 말로는 라스베가스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보겠다는 테리를 위해서 라스베가스로 가는 경비를 쥐어준다. 그런데 얼마 있지 않아서 그는 테리가 전부인과 재혼했다는 소식을 듣게된다.

​그러나 테리는 불행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의 아내에게는 여러 명의 남자 친구가 있었고 테리는 단지 그녀의 난잡한 사교 생활을 언론이 캐내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역할, 즉 껍데기만 남편이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새벽, 어두운 얼굴로 모자를 쓴 채 나타난 테리는, 총을 든 채, 아직 잠도 덜 깬 말로의 집에 나타나 멕시코 접경 지역인 티후아나까지 차를 태워주길 요청한다. 거기서 멕시코의 외진 지역으로 비행기를 타고 떠나려 한다.


테리는 손에 총을 들고 왔지만 자신은 아내를 총으로 죽이진 않았다고 한다. ( 말장난? 실제로 아내는 청동상에 얼굴이 짓이겨져서 죽은 채로 발견되기 때문 ) 탐정 말로는 자신의 친구 테리가 그런 짓을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라 확신하고 그를 티후아나까지 태워준다. 돌아와보니 그를 기다리는 것은 두 명의 경관들. 말로는 살인 용의자를 도와줬다는 혐의로 구금당하게 되고 경찰들에 의해 반복적으로 폭력과 심문을 당한다. 그럼에도 아무말도 하지 않았던 말로는 결국 멕시코에서 테리가 살인을 했다는 자백의 편지를 남긴 후 자살했다는 소식이 들린 후 겨우 풀려난다.

테리가 멕시코에 묻힌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말로는 경찰, 가족 변호사, 그리고 지역 검찰 게다가 전쟁 전우였지만 현재는 갱스터인 테리의 친구로부터 테리 사건에 대해 더이상 조사하지 말 것을 요구받는다. 테리가 아마도 죽기 전 보냈을 것으로 보이는 편지에 우정의 표시로 5000달러의 돈을 받았지만 말로가 더 이상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테리는 죽었고 그 사건은 이제 종결되었다.

말로가 이제 친구의 죽음에 대해서 관심을 덜 가지려할 무렵, 한 베스트셀러 작가의 출판인으로부터 의뢰가 들어온다. 그는 말로에게 작가가 과거에 저지른 일로 인해서 누군가로부터 공갈 협박을 받고 있는지는 않은지 밝혀달라고 요청한다. 현재 그 작가는 폭음으로 인해 제 정신이 아니고 최근 쓰고 있다는 범죄 소설도 마무리 못 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 출판업자는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 이 사건을 의뢰한 것이다. 이 사건을 맡을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말로 앞에 그 작가의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고 섹시한 아내가 나타나 자신의 남편이 폭력적인 알콜 중독자일 뿐만 아니라 3일째 실종중이라는 사실도 알리면서 말로에게 사건을 맡아주길 청한다.


과연 말로가 기꺼이 그를 찾아나설까? 추리를 많이 읽어 봐서 나름 감각이 있는 독자들은 이 새로운 사건 의뢰와 얼굴이 짓이겨진채 비참한 죽음을 맞이해야했던 테리 레녹스의 아내 살인 사건과 어느 정도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진짜 살인범이 도대체 누굴까? 알쏭달쏭한 죽음을 맞이한 ( 여전히 말로가 믿지 않는 테리의 살인과 죽음 ) 테리일까? 아니면 술만 마시면 폭력적으로 변하는 베스트셀러 작가일까? 하지만 쉽게 살인범을 찾으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책 내용 자체를 즐기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 책 은 1940년대 할리우드를 가로지르는 다소 어둡지만 활력넘치는 범죄 세계를 매우 역동적으로 선보이고 있고 레이먼드 챈들러라는 유명 작가의 필력은, 이 책이 추리소설이 아니라 고전 문학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갖게 만든다.

이 소설의 주인공 필립 말로는 이후로 쓰여진 거의 모든 하드 보일드 시리즈 소설의 모델이 될 정도로 하나의 교본과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러니 말로가 등장하는 소설이 너무 낯설다거나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가 툭툭 던지는 냉소섞인 농담과 독백은 매우 재미있고 한번씩 배꼽을 잡기만들 정도로 웃기기까지 한다. 이 책은당시 사회분위기를 많이 반영하는 사회 서사물 (?) 같기도 하다. 부유하고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 가장 비참하지만 그것을 숨기려 행복한 척하고 오히려 자신의 비참한 현실을 직시 하는 사람들이 권력을 쥐고 있는 듯이 그려지기도 한다.

말년의 레이먼드 챈들러는 거의 알콜 중독에 가까울 정도로 음주를 즐겼다고 하니,,, 어쩌면 이 기나긴 이별의 두 메인 캐릭터이자 살인 용의자 테리 레녹스와 로저 웨이드의 주정뱅이와 같은 모습은 자신의 한 부분을 그려낸 모습이 아닐런지.... 두껍고 페이지가 빠르게 넘어가는 소설은 아니었지만 1940년대 헐리우드의 비정한 현실을 잘 묘사해보여준 듯한 레이먼드 챈들러의 [ 기나긴 이별 ]

사설탐정의 하루가 그렇게 지나갔다. 딱히 평범한 날은 아니었지만 아주 특별한 날도 아니었다. 사람이 이런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부자가 될 수도 없는 데다 재미도 별로 없다. 때로는 두들겨 맞거나 총질을 당하거나 유치장에 처박히기 일쑤다. 드문 일이지만 죽기도 한다. 두 달에 한 번씩은 이 일을 그만두고 그럴싸한 직업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한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머리가 제멋대로 흔들거리기 전에. 그런데 그때마다 초인종이 울리고, 내실 문을 열고 대기실로 나가면 새로운 얼굴이 새로운 골칫거리와 새로운 슬픔을 한 아름 안고 나타나서 약간의 돈을 내민다. P. 238~239

우리는 작별 인사를 했다. 나는 택시가 안 보일 때까지 지켜보았다. 다시 계단을 올라갔고 침실에 들어가 침구를 걷어 내고 새것으로 갈았다. 베개 밑에 긴 갈색 머리카락 한 올이 남아 있었다. 가슴속에 납덩이가 쿵 떨어지는 듯했다. 프랑스인들이 그런 느낌을 잘 표현했다. 젠장, 그 인간들은 모든 상황을 절묘하게 표현하고 언제나 정곡을 찌른다. 이별을 할 때마다 조금씩 죽어 가네. P. 55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니모나 에프 그래픽 컬렉션
노엘 스티븐슨 지음, 원지인 옮김 / F(에프)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마치 중세 시대로 거슬러 온 듯한 착각을 풍기는 미래 사회 이야기 [ 니모나 ]. 한쪽 팔이 금속으로 만들어진 악당 발리스터 블랙하트라는 기사는 호시탐탐 왕국의 전복을 노리고 있고 그 반대편에 왕국을 지키는 정의로운 기사 암브로시오 골든로인이 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작스럽게 악당 발리스터 앞에 니모나 라는 이름의 소녀가 찾아온다. 그녀는 자신이 변신을 할 수 있고 ( 실제로 상어로 변함 ) 그 힘으로 왕국을 쓰러뜨리고 발리스터를 왕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다고 한다. ( 거참 맹랑한 꼬마일세 )

내가 만약에 발리스터라면 두 손 번쩍 들고 니모나의 계획을 반겼겠지만 왠걸....... 발리스터는 악당이라기엔 조금 섬세하고 철학적이며 진지하기까지하다. 그는 함부로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는 자신만의 규칙을 가지고 있어서 힘만 쎄고 철부지 같은 변신 능력자 니모나에게도 마구잡이로 살인을 하지 말 것을 지시한다. ( 고집스런 니모나는 듣지 않지만) 기존에 가지고 있던 소녀에 대한 선입견을 무참히 깨어버리는 니모나 ( 헐크처럼 변하고 용이 되어 불을 뿜는 ) 와 악당에 대한 편견을 짓밟아버리는 발리스터 블랙하트 ( 진지하고 기준이 있음 ) 덕분에 이 책의 첫 시작부터 매우 신선함을 느꼈다.


이 만화 속에서, 작가는 한 사람이 가진 다양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캐릭터들을 매우 입체적으로 그려내었다. 우선 니모나의 경우, 발리스터와 함께 좀비 영화를 보며 무서워하는 소녀같은 면이 있지만, 자신의 목적에 방해가 되는 인물들을 무참히 처치하는 무서운 면모도 보인다 ( 용이 되어 병사들을 태워버림 ) 그리고 악당으로 등장하는 ( 여전히 악당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 발리스터 블랙하트는 니모나의 힘을 이용하여 은행을 털고 금을 훔쳐가는 악당이지만 좀비 영화를 보다가 잠든 니모나에게 자신의 망토를 덮어주는 삼촌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어쨌든 이 이야기는 진지하고 철학적인 악당 발리스터와 사악하게 보이지만 발랄한 소녀 니모나와의 가벼운 에피소드가 돋보이는 코믹 만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군데 군데 슬픈 과거가 보이기는 한다. 마녀를 구해주고 ( 미래 사회인데 마녀라니? ... 이 만화는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 것 같지만 온갖 첨단 기술이 등장한다 ) 변신술을 얻었지만 마을로 돌아가보니 모두들 적의 공격을 받아서 죽어있었다는 니모나의 이야기에서부터 젊었을 적엔 정의의 사도 골든 로인과 친했지만 그가 창술 시합 중 비겁한 방법으로 발리스터의 한쪽 팔을 잘라버려 발리스터가 쫓겨났다는 이야기 등등은 이들이 ( 천성은 착해보이는 ) 왜 악한으로 전락해버렸는지를 보여주는 안타까운 사연들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전반적인 분위기는 농담 위주의 재치넘치는 코믹 그래픽 노블로 보였는데.. 그런데...


스토리가 중반을 넘어서고 협회라는 단체가 가진 무시무시한 비밀과 음모들이 조금씩 고개를 들기 시작하면서 니모나는 단순 에피소드가 모인 만화책이 아니라 좀 더 어두운 부분, 좀 더 비밀스런 부분을 건드리고 있는 만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악당이었다고 생각했던 발리스터는 사실 알고 보면 보다 큰 위험으로부터 왕국의 백성들을 지키고자 하는 위인이었고 왕국 협회 ( 지금으로보면 정부나 관계당국 ) 의 편에 서서 자신의 이익만 채우려고 하는 줄 알았던 골든 로인이 의외로 인간적인 인물이었다는 사실도 드러난다. 매우 복합적이고 진지하고 입체적인 스토리텔링 구도를 가진 만화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의 ( 아마도 저자 노엘 스티븐슨 이겠지만 ) 재기 발랄한 상상력 ( 영리하고 파워풀한 힘을 가진데다가 대장의 말은 죽어라고 듣지 않는 당당하고 무시무시한 살인 병기 소녀가 첨단 기술을 보유한, 그러나 백성의 힘이 약한 중세 시대 같은 미래로 떨어지면 어떨까? ) 으로 시작한 만화는 끝으로 가면서부터는 목적을 위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기적이고 사악한 집단이 벌인 일에 희생당하는 개인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독자의 마음을 움직인다. 하지만 정의는 승리하는 법!!! 악당 같지 않은 악당 발리스터와 조수 같지 않은 조수 니모나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것은 운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