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딧세이 2
한율 지음 / 문학세계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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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딧세이 1 에서는 예수의 12 제자 중 한 명이었던 도마가 인도에 와서 매우 차별적이고 비인간적인 카스트 제도를 목도하고는 시스템을 개혁하려고 시도하지만 귀족들에 의해서 실패하고 목숨을 잃게 되는 이야기와 왕의 신임을 받고 공주와 결혼하게 되지만 결국 도마의 개혁이 실패하게 됨으로써 공주가 제 3국으로 망명을 하게 되는 과거의 이야기가 등장하고,  능력은 있지만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 꼿꼿함으로 인해서 동료로부터 철저히 외면받고 배척당하여 실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건축 천재 한수혁에 대한 현대의 이야기가 교차한다.

1권은 인도 공주의 망명이 우리나라의 특정 지역과 관련이 있을 거라는 희미한 단서만을 남긴 채 끝났다. 따라서 그녀의 이야기로 오딧세이 2가 시작되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쌩뚱맞게도 오딧세이 2는 미군과 한국군이 손을 잡고 군사 작전을 펼치는 이야기들이 먼저 시작된다. 일명 “ 오퍼레이션 나이트 고스트 ” 라 불리는 작전에서 한국군은 파키스탄의 한 지역인 와지리스탄 지역의 탈레반 일당들을 소탕하기 위한 작전에 참여하고 있다. 미군이 알아서 한국군에게 특수전 요청을 한 이유는, 와지리스탄이라는 험준한 산악 지형에서도 작전을 성공시킬 수 있는 강인한 부대가 필요하였기 때문이다.

이 작전은 탈레반이 구축한 동굴 진지에 그들이 “ 옐로우 케이크 ” 라고 부르는 것을 찾아내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농축 우라늄이라고 예상되었던 이것은 사실 탈레반이 그들의 군자금을 얻기 위한 하나의 보석 종류라고 미군에 의해 추측되고 있다. 그런데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성 중사가 비밀 창고 자루 속에서 어떤 것을 찾아낸다. 그것은 손아귀에 쏙 들어갈 크기 정도의 시각적으로 푸석푸석한 표면 느낌이 있는, 솜사탕처럼 가벼운 납작한 돌덩어리였다.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이 어떤 의미이기에 합동 작전을 펼치면서까지 그것을 찾아내려한 것일까?


한편 수혁은 펠드 스파 홀딩스의 사장인 헨리 유의 리드로 제주 테마파크 건축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그는 심하게 배척을 당해서 외로움에 시달렸던 그 전 회사에서 벗어난 것에 해방감과 큰 자유를 느낀다. 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의 고용이 다소 불안한 이 회사에서도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그러던 어느날, 제주 테마파크 건축을 위해 미국에서 디자인을 할 팀들이 제주도에 들어오고 한수혁은 그들은 관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사장인 헨리 유는 가장 한국적인 디자인을 가진 테마파크를 만들라는 주문을 하고 수혁은 그런 식으로 화두같은 단어만 툭 던지고 가버린 사장 때문에 난감하다. 디자이너들을 관리하는 역할만 하면 되는줄 알았던 수혁은 이제 테마파크를 어떻게 구성할지에 대한 마스터 플랜을 짜내야 한다. 수혁은 헨리 유 사장이 납득할 만한 마스터 플랜을 기획할 수 있을까? 그리고 개인주의적이고 자유분방한 미국 디자이너들을 이끌어서 제대로 된 테마파크를 이루어낼 수 있을까?

오딧세이 2 에서는 본격적으로 제주의 테마파크를 구상하는 이야기와 함께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우선 한국군을 작전에 투입시키는 미군 대령. 그는 왜 굳이 한국 군인들, 특히나 특전사 부대들을 암벽 등반까지 시키면서 특정 지형에 익숙하게 만드는 것일까? 그리고 펠드 스파 홀딩스의 모회사의 회장인 스티글리츠 회장이 등장하는데 그는 동양에 대한 관심이 많고 자신의 건물 한 층을 동양화로 메울 정도로 동양화에 관심이 많다. 특히 한국의 건축물에 대한 전문가에 가까운 지식이 있어서, 결국 그가 이 테마파크를 이끄는 주요 인물이라는 사실을 이 책이 은근 암시한다.

마지막으로, 디자이너들을 이끄는 총 책임자인 마크 페린이 등장한다. 그는 기존의 마스터 플랜을 엎고 6개월 만에 새로운 플랜을 짜고 설계까지 하는 일이 과연 가능한 일인지를 수혁에게 묻고 있다. 그리고 한수혁에게 테마 파크의 개념부터 처음부터 다시 잡고 들어가야 되는 것 아닌지를 묻는다. 갑자기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할 처지에 놓인 한수혁!! 그전까지는 비록 왕따를 당하고 외로움을 있었지만 안정된 직장에서 해고 위기 없이 다닐 수 있었는데 이젠 자신의 머리와 손에 모든 것이 달려있다고 생각하니 부담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모든 위기는 기회를 품고 있는 법! 이제서야 한수혁의 능력이 빛이 나는 것이 아닐까? 이제 본인과의 싸움에 돌입하게 될 한수혁... 한국적인 테마파크란 과연 무엇일까?


장장 7권에 달하는 많은 책의 일부분이기에 아직은 책 내용의 조각만 엿본 느낌이다. 오딧세이라는 큰 강을 이루고 있는 여러 물줄기 중에서 이제 두 개 정도 엿본 셈이다. 작가는 건축의 전문가이신 만큼 이 책을 통해 가장 한국적인 건축물이 무엇인지를 말하고 싶으신 것 같다. 그런데 아직은 예수의 제자였던 도마와 공주 그리고 한수혁과 헨리 유로 이어지는 접점을 찾을 수가 없어서 아쉽기만 하다. 뒤로 가면 갈수록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질 것 같다. 역사와 환타지 그리고 건축의 결합인 이 책... 매우 장엄하고 신선한 스토리가 아닐 수 없다. 앞으로 나올 작품들이 기대된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후원받아 솔직하게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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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강변
임미옥 지음 / 봄봄스토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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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해 되도록 밖에 나가질 않고 집콕하고 있는 이런 상황에

자연과 삶 그리고 사랑을 노래하는 에세이를 읽게 되어 좋았다.

너무 복잡하고 현학적인 책이 아닌, 잔잔하게 마음을 울리는 그런 에세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임미옥 저자의 책은 45가지 다양한 에피소드로 독자들의 마음을 웃고 울렸다 하는 힘이 있다.

저자는 유치원에서 꼬마들과 젊은 날을 보냈다고 하니 글의 곳곳에 동심이 언뜻언뜻 보인다.

현재는 청주시에서 운영하는 ' 1인 1책 펴내기 ' 교실에서 수필을 강의하고 있다고 하시는데,

본인의 책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신다는 뜻깊은 일을 하시는구나.

여러 에피소드들 중에서 재미있거나 감동적인 에피소드를 꼽아보자면, 우선 남편과 아들의 대결장면이었다.

모든 이들에게 사람 좋은 그가 유독 아들에게만은 절대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 바로 남편이다.

아내이자 어머니, 즉 저자는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듯 안절부절 못하며

두 남자 사이의 전쟁을 지켜보게 되는데 어느날, 아들이 폭탄선언을 한다.

세 번째 고시에 낙방하고 고향에 내려온 아들이 내뱉은 말..

그리고 눈 하나 꿈쩍하지 않을 것 같았던 남편의 의외의 반응..

드디어 그날이 왔다. “아버지 기대에 휘둘리는 삶 이제 그만하겠습니다.”가히 핵폭탄이다.

세 번째 고시에 낙방하고 내려온 아들이 선 공격을 한 거다.

정녕 가고자 하는 길이 아니었으나 아버지를 감히 거역할 수 없어 미친 짓을 했다는 거다. [중략]

그런데 그는 눈을 감은 채 그는 아무런 말이 없다.

이것야말로 비장할 때 나오는 태도다. 가슴이 후들거린다.

주변에 무기될만한 것은 없는지 살핀다. 제 자식 죽이기야 할까마는,

혈압이 급상승하며 심장이 조여 온다.

그리고 잠시 뒤 남편이 말문을 열었다.

“그간 고생했다. 우리 접자.” 예상을 뒤엎은 패배선언이다.

(18쪽 )

북유럽 여행 동안 산악도로를 지나 1500고지 달스니바 전망대에 올랐던 저자.

짙은 구름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바로 누리끼리한 바위 꽃과 바위에 붙어사는 이끼 무리였다.

그녀는 칼바람을 견디고 살아낸 이끼 무리 덕분에 삶에 대한 경외감을 느낀다.

세상에 의미없는 존재는 없는 것을, 화려한 것만 중요시하지는 아니했는지 돌아보았다.

존재의 가치는 아름다움이나 크고 작음에 있는 것이 아니거늘, 돋보이는 걸 좋아하는 내가 보였다.

고산 바위 위에 이끼는 자신을 사랑하는 단 하나의 생명체를 위하여 찬이슬 맞고 있거늘.


핏덩이인 자신을 버려두고 간 어머니, 교도소에 갇혀있는 아버지, 자신에게 매질을 가하는 삼촌을 둔 비행청소년이었던 그 아이

같은 아이들과 어울려 부탄가스를 마시고 충혈된 눈으로 교회를 찾아와 저자에게 밥을 달라고 조른다.

안타까운 마음에 인생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이야기하면서

아이를 바른 길로 이끌려고 해보지만 이미 눈빛이 공허해져버린 아이에게 그 말이 들어가긴 했을까?

훔친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다 새벽에 교통사고로 죽은 그 아이..

무엇이 그 아이로 하여금 미친 듯 달리게 했을까?

백두산 골짜기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어느 지점에 와서 이쪽 길이냐 저쪽 길이냐 택함에 따라 동해와 서해로 흘러가도,

언젠가는 한 바다에서 만나지기도 하거늘, 너는 영영 돌아오지 못할 길로 가버렸구나.

[ 꿈꾸는 강변 ] 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경험할 만한 일들, 누군가에겐 일상일 수도 있으며,

또 다른 이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을 이야기를 꾸밈없이 풀어낸다.

저자가 직접 경험하여 그 경험을 통해 깨달은 삶의 교훈들은

저자만의 재치있는 희화법과 비유적 표현들을 이용해서 적어서

책을 읽는 동안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가기도 하고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다.

결국 삶은 무엇인가? 살아가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가진 것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아끼며 살아가는 것이란 사실을

여러 이야기로 통해 들려주는 저자. 참으로 여러 가지 색깔과 맛을 내는 [ 꿈꾸는 강변 ] 이다.

산다는 건 결국 꿈을 꾸는 일이다.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선물 중 가장 좋은 것이 있다면

꿈을 꿀 수 있다는 것일 게다.

강물이 저 혼자라면 어찌 빛을 내겠는가. 햇빛에 반영되어 더욱 아름다운 것을….

글 쓰는 일도 마찬가지, 저 혼자 뱉어내고 버리면 무슨 의미가 있으랴.



* 출판사에서 책을 후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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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가 - 일상의 아름다움을 찾아낸 파리의 관찰자 클래식 클라우드 24
이연식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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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가는 파리라는 현대적인 도시를 바라보는 ‘ 시선 ’을 보여준다 ”

인상주의 예술가들이 도시를 벗어나 전원이나 먼 이국으로 가서 

예술의 주제를 찾을 때,

클로드 모네와 알프레드 시슬레가 햇빛을 받은 수목과 강물을 그릴 때,

드가는 온갖 모순과 악덕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도시를 향했고

인공조명을 받으며 움직이는 발레리나와 가수를 그렸다.

그의 목표는 단순해 보였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바뀌는 세계의 모습을 붙잡는 것.

클래식 클라우드와의 만남은 박물관에 가지 않고도 미술관에 가지 않고도

여러 화가들의 명작과 그들의 일생을 탐구하고 음미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최고의 독서라고 생각한다.

문학이면 문학, 미술이면 미술 그 분야에 전문적 지식을 가진 분들의 밀도높은 

작품이라 생각하니,

한 단어 한 단어가 소중하다. 여러 화가를 두고도 이연식 작가가 

드가라는 화가라는 삶과 작품을 논하는 이유는 뭘까?

그만큼 시대와 지역을 초월해 여러 사람들의 마음에 반향을 일으켰기 때문일 것이다.

드가를 얘기함에 있어서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것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그의 친구이자 스승과도 같았던 마네, 파리의 살롱과 인상주의 학파 

그리고 유유자적하며 도시를 관찰하는 플라뇌르.

이 책을 쓰신 이연식 저자께서는 ‘ 전통 ’ 과 ‘ 혁신 ’ 이라는 이질적인 두 요소를

동시에 보여주는 예술가 드가에게 매료되어 이 책을 썼다고 하신다.

드가가 주로 활동했던 시기는 19세기이고 주요 무대는 프랑스 파리였다.

당시에는 살롱이라는 미술 전시회에서 본인의 작품을 거는 것이 그들의 주요 목표였지만

드가와 마네, 모네, 르누아르와 같은 인상주의 작가들은 비주류에 속했기 떄문에 

살롱의 혜택을 거의 입지 못했다.


당시엔 들라크루아와 같이 문학 작품을 모티브로 한 그림이 사람들의 인기를 끌었고 

주목을 받았다.

들라크루아는 셰익스피어를 좋아하여 그의 문학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을 주로 그렸고

들라크루아같은 전통주의자의 그림은 신화나 전설 문학을 바탕으로 하였기 때문에

사람들로 하여금 이야기를 하게끔 만들었다고 한다.


이야기를 하게끔 만들고 주제의식이 뚜렷했던 전통주의 작품들에 비해서

인상주의는 햇빛이 얼룩덜룩 비치고 바람이 흩날리는 자연 풍경을 묘사하여

당시 사람들로부터 조롱과 비난을 면치 못했다.

특히 마네의 [ 풀밭 위의 점심 ] 같은 작품은 당시 큰 물의를 빚은 것으로 유명하다.

루브르 박물관에 오랫동안 걸려있던 작품을 토대로 ( 누드 ) 그렸지만 그 작품은 추앙받고

유독 마네의 작품을 선정적이라 비난하였던 이유는 무엇일까?

당대에 논란거리였던 마네는, 그러나, 많은 인상주의 예술가들의 추종을 받았고 

그만큼 많은 영향을 끼쳤다.

드가도 마찬가지로 그 전에는 역사적 사건 등을 그리곤 했으나 

마네와의 만남을 계기로 일상을 담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림에 있어서는 담대했을지 모르나 살롱의 눈치를 많이 보았던 

안일한 마네에 비해서

주변부에 서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드가는 인상주의 화가들을 모아서 

전시회를 준비하고그 과정에서 마네로부터 비로소 독립했다고 한다.

드가는 다른 인상주의 예술가와는 약간 다른 화법을 구사했다.

자연과 빛을 다루었던 다른 인상파들에 비해서 드가는 인물의 순간적 동작, 

역동적인 모습을 많이 묘사하였다고 한다.

그는 “ 우아한 아름다움은 평범함 속에 있다 ” 라고 하며 발레리나, 세탁부, 마부, 철도원, 경마 기수, 카페 가수,수많은 박봉의 직업인들의 평범한 일상의 찰나를 다루었던 것이다.

다른 화가에 비해서 경제적으로 넉넉했던 드가는 자신을 당대의 “ 플라뇌르 ” 라 규정한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여 유유자적하면서 대도시를 유람하듯 관찰하며 

다닐 수 있는 시간이 있는 자. 망원경을 가지고 다니면서 사방을 관찰하는데 

호기심 때문에 그 망원경을 사람들에게 바짝 갖다대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초연한 입장을 취하는 게 “ 플라뇌르 ” 라고 한다.


" 플라뇌르 " 로써 드가는 도시의 비정함과 초라함을 다루었다.

그의 작품 중 [ 카페 테라스의 여인들 ] 은 결코 우아하게 차를 즐기며 

오후를 보내는 여성들이 아니다.

당시 정숙한 숙녀들은 카페를 드나들 수 없었기 때문에

그녀들은 손님을 잡기 위해 기다리는 창녀였으리라고 후대의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 압생트를 마시는 사람 " 이라는 작품에는 아침으로 보이는 시각에

매우 도수높은 술인 압생트를 앞에 놓고 앉아있는 두 남녀가 보인다.

공허한 눈빛으로 황폐한 감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여자와,

그 여자의 눈빛을 피한 채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 남자의 모습을 통해

카페라는 편안한 공간에서 머무는 무겁고 불편한 분위기를 담고 있는 것이다.

" 드가는 다체롭고 입체적이라는 점에서 귀스타브 카유보트보다 낫고,

더 차분하고 면밀하며 전통을 존중한다는 점에서 에두아르 마네보다 낫다.

드가의 그림은 얼핏 냉담해 보이지만 미묘한 심리적 장치가 촘촘하게 담겨 있고

유머러스하고 신랄하다. 그는 풍속화를 계승하면서도 동시에 냉담하고 고독한

현대 도시의 감성을 예리하게 포착했다 "

- 저자의 글 -

클래식 클라우드의 " 드가 X 이연식 " 편은 인상주의 학파의 중심에 있었던

드가의 작품 세계와 그의 삶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해설하고 설명해준다.

전통주의에서 사실주의로 그리고 인상주의로 넘어가는 시대 화풍의 흐름과

냉대받고 조롱받고 비난받았음에도 꿋꿋하게 인상주의를 유지했던

다른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도 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보수적이고 완벽주의였지만 동시에 개혁자이며 이단자였던

모순덩어리 " 드가 "의 면면을 볼 수 있었던 소중한 독서시간이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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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중 하나가 다음이다
캐런 M. 맥매너스 지음, 이영아 옮김 / 현암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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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하십시오, 베이뷰 고등학교 학생 여러분. 규칙을 이번 딱 한 번만 설명하겠습니다. 우리가 앞으로 하게 될 진실게임의 규칙을요. 내가 딱 한 사람에게 지령을 하나 보낼 거고, 받은 사람은 아무에게도 얘기해선 안 됩니다. 놀라는 재미가 있어야 하잖아요. 이걸 망치면 나는 짜증이 날 텐데, 짜증이 날 때 나는 전혀 친절하지 않답니다. 24시간 안에 여러분의 선택을 문자로 보내주십시오. 진실을 택하면, 내가 여러분의 비밀 하나를 폭로할 겁니다. 도전을 택하면, 나는 여러분에게 미션을 줄 겁니다. 어느 쪽이든 우리는 약간의 재미를 맛보고, 덜 지루한 일상을 보낼 수 있겠죠.”

이 책 [ 우리 중 하나가 다음이다 ] 는 전편 [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 의 속편이라고 한다. ( 어디서 찾아본 결과, 전편의 등장인물이 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서 속편이라기 보다는 같은 소재를 가지고 재창조한 이야기에 가깝다고 합니다 ) 전편의 내용을 약간 살펴본 결과, 아이들의 비밀을 들추는 앱을 만들어 모두를 난처한 지경에 만들고 공공의 적이 된 사이먼이라는 한 고등학생이 누군가의 교묘한 수법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 이야기였다. 사이먼은 땅콩 알레르기가 있었는데 그가 들고 있는 물컵에 누군가 몰래 땅콩 기름을 발라놓았던 것. 물론 악의적인 장난을 친 사이먼이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알레르기를 이용해서 죽이다니,,,, 참으로 사악하면서도 소름끼치게 똑똑한 덫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이 책은 사이먼이 죽은 후 약 18개월 정도 지난 후에 시작된 일에 관한 이야기이다. 여전히 그 사건으로 공황 상태에 빠져있는 베이뷰 고등학교의 아이들. 사실 전편에 나왔던 베이뷰 4인방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들이 주된 역할을 맡고 있지는 않다. 속편에는 메이브 로하스, 녹스 마이어스 그리고 피비 로턴이 중심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끌어간다. 그들은 익명의 소시오패스가 보내는 문자를 받게 되는데 그 악한은 베이뷰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실게임을 제안한다. 전편에서 맥없이 죽어버렸던 사이먼은 그냥 장난으로 앱을 깐 것일 뿐이지만 이 놈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협박까지한다. 도전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진실을 폭로하겠다고.. 과연 아이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나같으면 어떤 선택을 할까?




사실 이 책의 속도감은 그리 빠르지는 않다. 작가는 다소 천천히 이곳 저곳에 떡밥을 뿌리면서 이야기를 일정한 속도로 진행시킨다. 사실 책을 읽다보면 중간쯤에 독자들은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있을 지도 모른다. (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 그리고 각각의 아이들이 겪는 갈등 요소들은 모두 미묘하게 얽키고 설키어 있다. 누군가의 비밀 그리고 누군가의 위협을 따라가다보면 책의 마지막에 어마어마한 반전이 드러나면서 독자들은 갑작스런 흥분과 스릴을 한꺼번에 느끼게 된다. 소름이 돋을지도 모르니 미리 경고합니다.

장르소설의 특성상 내용에 대해서 많이 언급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이 소설은 플롯에 비해서 등장인물 캐릭터 조성이 매우 흥미롭다. 메이브는 똑똑하면서도 동시에 백혈병에서 살아남은 강한 여학생이고 녹스는 약간 범생이이긴 하지만 마음이 따뜻하고 전형적인 미국 고등학교 남학생 같지 않아서 좋았다. 피비는 인기있는 여학생이긴 하나 아버지의 사고 이후 가족들이 경제적인 그리고 정신적인 상실감을 겪으면서 방황을 하고 있는 중이다. 영어덜트를 다룬 소설답게 10대들의 불안감과 고민 그리고 비밀 등을 다룬 면과 가족들과의 충돌 갈등 그리고 화해 등을 다룬 면도 좋았던 것 같다.





메이브와 녹스는 정말 호감가는 캐릭터라 그들의 이야기와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해프닝들 그리고 학우 중 한명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수사능력이 뛰어나서 그들의 활약을 보는 동안 너무너무 흐뭇했다. 그리고 작가가 진실 게임을 이 책의 장치로 제시한게 신의 한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진실 게임 때문에 독자들은 긴장감과 스릴감을 내내 느낄 수 있다. 만약 도전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추악한 비밀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나의 운명은 이 비열한 고등학교의 가십 주제로 전락해버릴 수 있는 것. 피비는 도전을 받아들이지 않는데 그녀에게 과연 무슨 일이 발생할까?

책에서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다면 3명의 화자 사이에 반복되는 1인칭 시점의 독백 서술 형식 때문에 다소 정신이 없다는 것. 그리고 사실 이런 사이버 폭력이나 가상의 공격 등은 범죄의 본질이 그러하듯 주요 등장인물과 범인 사이에 직접적인 만남이나 대치가 없어서 조금 심심한 느낌도 들었다. 그 뿐 아니라 등장인물들과 그 속에서 발생하는 가족 , 친구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누가 누군지 조금 헷갈리기도 했다. 다음번에는 조금 등장인물의 수를 줄여주셨으면 한다. 어쨌든 이런 이야기가 실제로 발생할 수 있는 일인지에는 다소 의문이 가기는 하나 작가가 구성을 정교하고 촘촘하게 잘 배치했고 끝에 드러나는 엄청난 반전을 동반하는 결말 덕분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전편 [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 를 재미있게 읽은 사람이라면 이 책도 한번 읽어보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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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배틀 케이스릴러
주영하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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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싸운 건 결코 이길 수 없는

SNS 라는 괴물



SNS 가 범람하는 현대사회. 사람들은 손바닥 크기 밖에 되지않는 스마트폰 속 가상의 공간 속을 들여다보면서 나와 다른 이들을 비교하며 우리의 현주소를 파악한다. 현실이 온라인을 지배하는게 아니라 온라인이 현실을 지배하는 모순 가득한 세상이 되어버렸다고 할까?



다른 이의 SNS 속 행복에 질투하고 감탄하고 선망하는 우리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SNS 속 사진들과 글에서 비춰보이는 부와 행복이 과연 진실일까? 속으론 울고 있으면서 남에게 보이기위한 행복을 우리가 만들어내는 건 아닐까? 유독 행복하다고 자부하는 몇몇 나라들의 국민들이 높은 비율로 우울증을 호소한다는 사실도 있듯이,진정 행복한 사람들은 행복을 자랑하지 않는다. 현실이라는 더러운 세탁물을 덮어둔 채 방금 구매한 고급 장식장의 사진을 sns 에 올리는 여성의 눈동자에 기만과 거짓이 그리고 슬픔이 보인다면 그것이 나의 착각일까?



겉으로 보이는 부와 행복 속 온갖 추악한 비밀과 위선, 기만 그리고 거짓말로 가득 찬 sns 를 고발하는 이야기

[ 행복배틀 ] 속으로 들어가본다.



마케팅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미호는 홍보물로 쓰일 사진에서 한 익숙한 얼굴을 발견한다. 그녀는 아주 오래전 친했던 그러나 이제는 기억속에 없는 고등학교 친구 유진이었다. 두 딸과 배에 품은 아이 그리고 남편의 손을 잡은채 마냥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 고급 아파트와 훈훈한 남편 그리고 아름답고 우아한 유진의 모습에 잠시 과거의 쓰라린 기억을 떠올린 미호. 그녀와의 씁쓸한 기억을 뒤로 한채 휴가에 들어간 미호는 뉴스에서 충격적인 보도를 접하게 된다. 바로 홍보물에 등장했던 동창 유진의 죽음. 그녀는 아파트 난간에 걸쳐진채 잔뜩 피를 흘리며 죽은 상태로 발견되었고 그녀의 남편도 큰 부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간 상태이다.



비극적이고 충격적인 소식에 그녀의 죽음을 외면할 수 없었던 미호는 한달음에 장례식으로 달려가고 거기서 미묘한 분위기를 감지하게된다. 강남 부유층의 고급 아파트 하이프레스티지 입주민들, 즉, 유진과 함께 어울렸던 엄마들 무리 사이에서 유독 섞이지 않은 두 여인과 다른 무리들끼리 미묘하게 부딪히는 분위기를 발견하게 되고 거기에 유진의 죽음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 미호. 그녀는 왠지 겉도는 듯한 정아와 나영메게 접근한다. 그러나 이상하리만치 미호에게 경계심을 드러내보이던 그들, 그들이 경계심을 보였던 이유는 뭘까?



고즈넉이엔티에서 출간되었던 다른 K 스릴러처럼 이 [ 행복배틀 ] 도 책을 드는 순간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또 이야기의 주제가 최근 한국 사회의 논란 거리 ( SNS 과도한 사용, 부유층의 부의 과시, 특정집단의 집단 이기주의 등등 ) 라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이야기 속에는 온라인 왕따나 악성댓글과 같은 사람들을 죽음으로까지 몰아넣을 수 있는 사악한 행위가 펼쳐진다. 남을 무너뜨리면서까지 행복을 과시하는 그들을 보고 있노라니, 과연 행복이란게 뭘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른 이에게 행복하다고 알려야하고 남의 행복을 짓밟아야할 정도가 된다면 그는 이미 지옥에 발을 들인게 아닐까?



유진의 끔찍한 죽음으로 시작된 미호의 사건 추적은 결국 17년전 그 사건에 대한 추적으로 이끈다. 그냥 덮어두고 살았던 비극은 줄줄이 엮인 굴비처럼 유진의 죽음과 긴밀한 관계가 있었다. 그리고 그 사건의 중심에는 바로 미호 자신과 어머니가 있었다. 유진은 죽었으나 그녀에게는 해결할 과제가 남았다. 추악한 비밀과 거짓말을 먹고 살아남은 그 사건.... 그녀는 과연 해결할 수 있을까? 영화로 만들어져도 정말로 재밌을 것 같은 소설 [ 행복배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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