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가 - 일상의 아름다움을 찾아낸 파리의 관찰자 클래식 클라우드 24
이연식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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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가는 파리라는 현대적인 도시를 바라보는 ‘ 시선 ’을 보여준다 ”

인상주의 예술가들이 도시를 벗어나 전원이나 먼 이국으로 가서 

예술의 주제를 찾을 때,

클로드 모네와 알프레드 시슬레가 햇빛을 받은 수목과 강물을 그릴 때,

드가는 온갖 모순과 악덕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도시를 향했고

인공조명을 받으며 움직이는 발레리나와 가수를 그렸다.

그의 목표는 단순해 보였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바뀌는 세계의 모습을 붙잡는 것.

클래식 클라우드와의 만남은 박물관에 가지 않고도 미술관에 가지 않고도

여러 화가들의 명작과 그들의 일생을 탐구하고 음미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최고의 독서라고 생각한다.

문학이면 문학, 미술이면 미술 그 분야에 전문적 지식을 가진 분들의 밀도높은 

작품이라 생각하니,

한 단어 한 단어가 소중하다. 여러 화가를 두고도 이연식 작가가 

드가라는 화가라는 삶과 작품을 논하는 이유는 뭘까?

그만큼 시대와 지역을 초월해 여러 사람들의 마음에 반향을 일으켰기 때문일 것이다.

드가를 얘기함에 있어서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것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그의 친구이자 스승과도 같았던 마네, 파리의 살롱과 인상주의 학파 

그리고 유유자적하며 도시를 관찰하는 플라뇌르.

이 책을 쓰신 이연식 저자께서는 ‘ 전통 ’ 과 ‘ 혁신 ’ 이라는 이질적인 두 요소를

동시에 보여주는 예술가 드가에게 매료되어 이 책을 썼다고 하신다.

드가가 주로 활동했던 시기는 19세기이고 주요 무대는 프랑스 파리였다.

당시에는 살롱이라는 미술 전시회에서 본인의 작품을 거는 것이 그들의 주요 목표였지만

드가와 마네, 모네, 르누아르와 같은 인상주의 작가들은 비주류에 속했기 떄문에 

살롱의 혜택을 거의 입지 못했다.


당시엔 들라크루아와 같이 문학 작품을 모티브로 한 그림이 사람들의 인기를 끌었고 

주목을 받았다.

들라크루아는 셰익스피어를 좋아하여 그의 문학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을 주로 그렸고

들라크루아같은 전통주의자의 그림은 신화나 전설 문학을 바탕으로 하였기 때문에

사람들로 하여금 이야기를 하게끔 만들었다고 한다.


이야기를 하게끔 만들고 주제의식이 뚜렷했던 전통주의 작품들에 비해서

인상주의는 햇빛이 얼룩덜룩 비치고 바람이 흩날리는 자연 풍경을 묘사하여

당시 사람들로부터 조롱과 비난을 면치 못했다.

특히 마네의 [ 풀밭 위의 점심 ] 같은 작품은 당시 큰 물의를 빚은 것으로 유명하다.

루브르 박물관에 오랫동안 걸려있던 작품을 토대로 ( 누드 ) 그렸지만 그 작품은 추앙받고

유독 마네의 작품을 선정적이라 비난하였던 이유는 무엇일까?

당대에 논란거리였던 마네는, 그러나, 많은 인상주의 예술가들의 추종을 받았고 

그만큼 많은 영향을 끼쳤다.

드가도 마찬가지로 그 전에는 역사적 사건 등을 그리곤 했으나 

마네와의 만남을 계기로 일상을 담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림에 있어서는 담대했을지 모르나 살롱의 눈치를 많이 보았던 

안일한 마네에 비해서

주변부에 서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드가는 인상주의 화가들을 모아서 

전시회를 준비하고그 과정에서 마네로부터 비로소 독립했다고 한다.

드가는 다른 인상주의 예술가와는 약간 다른 화법을 구사했다.

자연과 빛을 다루었던 다른 인상파들에 비해서 드가는 인물의 순간적 동작, 

역동적인 모습을 많이 묘사하였다고 한다.

그는 “ 우아한 아름다움은 평범함 속에 있다 ” 라고 하며 발레리나, 세탁부, 마부, 철도원, 경마 기수, 카페 가수,수많은 박봉의 직업인들의 평범한 일상의 찰나를 다루었던 것이다.

다른 화가에 비해서 경제적으로 넉넉했던 드가는 자신을 당대의 “ 플라뇌르 ” 라 규정한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여 유유자적하면서 대도시를 유람하듯 관찰하며 

다닐 수 있는 시간이 있는 자. 망원경을 가지고 다니면서 사방을 관찰하는데 

호기심 때문에 그 망원경을 사람들에게 바짝 갖다대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초연한 입장을 취하는 게 “ 플라뇌르 ” 라고 한다.


" 플라뇌르 " 로써 드가는 도시의 비정함과 초라함을 다루었다.

그의 작품 중 [ 카페 테라스의 여인들 ] 은 결코 우아하게 차를 즐기며 

오후를 보내는 여성들이 아니다.

당시 정숙한 숙녀들은 카페를 드나들 수 없었기 때문에

그녀들은 손님을 잡기 위해 기다리는 창녀였으리라고 후대의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 압생트를 마시는 사람 " 이라는 작품에는 아침으로 보이는 시각에

매우 도수높은 술인 압생트를 앞에 놓고 앉아있는 두 남녀가 보인다.

공허한 눈빛으로 황폐한 감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여자와,

그 여자의 눈빛을 피한 채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 남자의 모습을 통해

카페라는 편안한 공간에서 머무는 무겁고 불편한 분위기를 담고 있는 것이다.

" 드가는 다체롭고 입체적이라는 점에서 귀스타브 카유보트보다 낫고,

더 차분하고 면밀하며 전통을 존중한다는 점에서 에두아르 마네보다 낫다.

드가의 그림은 얼핏 냉담해 보이지만 미묘한 심리적 장치가 촘촘하게 담겨 있고

유머러스하고 신랄하다. 그는 풍속화를 계승하면서도 동시에 냉담하고 고독한

현대 도시의 감성을 예리하게 포착했다 "

- 저자의 글 -

클래식 클라우드의 " 드가 X 이연식 " 편은 인상주의 학파의 중심에 있었던

드가의 작품 세계와 그의 삶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해설하고 설명해준다.

전통주의에서 사실주의로 그리고 인상주의로 넘어가는 시대 화풍의 흐름과

냉대받고 조롱받고 비난받았음에도 꿋꿋하게 인상주의를 유지했던

다른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도 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보수적이고 완벽주의였지만 동시에 개혁자이며 이단자였던

모순덩어리 " 드가 "의 면면을 볼 수 있었던 소중한 독서시간이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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