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중 하나가 다음이다
캐런 M. 맥매너스 지음, 이영아 옮김 / 현암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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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하십시오, 베이뷰 고등학교 학생 여러분. 규칙을 이번 딱 한 번만 설명하겠습니다. 우리가 앞으로 하게 될 진실게임의 규칙을요. 내가 딱 한 사람에게 지령을 하나 보낼 거고, 받은 사람은 아무에게도 얘기해선 안 됩니다. 놀라는 재미가 있어야 하잖아요. 이걸 망치면 나는 짜증이 날 텐데, 짜증이 날 때 나는 전혀 친절하지 않답니다. 24시간 안에 여러분의 선택을 문자로 보내주십시오. 진실을 택하면, 내가 여러분의 비밀 하나를 폭로할 겁니다. 도전을 택하면, 나는 여러분에게 미션을 줄 겁니다. 어느 쪽이든 우리는 약간의 재미를 맛보고, 덜 지루한 일상을 보낼 수 있겠죠.”

이 책 [ 우리 중 하나가 다음이다 ] 는 전편 [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 의 속편이라고 한다. ( 어디서 찾아본 결과, 전편의 등장인물이 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서 속편이라기 보다는 같은 소재를 가지고 재창조한 이야기에 가깝다고 합니다 ) 전편의 내용을 약간 살펴본 결과, 아이들의 비밀을 들추는 앱을 만들어 모두를 난처한 지경에 만들고 공공의 적이 된 사이먼이라는 한 고등학생이 누군가의 교묘한 수법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 이야기였다. 사이먼은 땅콩 알레르기가 있었는데 그가 들고 있는 물컵에 누군가 몰래 땅콩 기름을 발라놓았던 것. 물론 악의적인 장난을 친 사이먼이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알레르기를 이용해서 죽이다니,,,, 참으로 사악하면서도 소름끼치게 똑똑한 덫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이 책은 사이먼이 죽은 후 약 18개월 정도 지난 후에 시작된 일에 관한 이야기이다. 여전히 그 사건으로 공황 상태에 빠져있는 베이뷰 고등학교의 아이들. 사실 전편에 나왔던 베이뷰 4인방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들이 주된 역할을 맡고 있지는 않다. 속편에는 메이브 로하스, 녹스 마이어스 그리고 피비 로턴이 중심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끌어간다. 그들은 익명의 소시오패스가 보내는 문자를 받게 되는데 그 악한은 베이뷰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실게임을 제안한다. 전편에서 맥없이 죽어버렸던 사이먼은 그냥 장난으로 앱을 깐 것일 뿐이지만 이 놈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협박까지한다. 도전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진실을 폭로하겠다고.. 과연 아이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나같으면 어떤 선택을 할까?




사실 이 책의 속도감은 그리 빠르지는 않다. 작가는 다소 천천히 이곳 저곳에 떡밥을 뿌리면서 이야기를 일정한 속도로 진행시킨다. 사실 책을 읽다보면 중간쯤에 독자들은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있을 지도 모른다. (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 그리고 각각의 아이들이 겪는 갈등 요소들은 모두 미묘하게 얽키고 설키어 있다. 누군가의 비밀 그리고 누군가의 위협을 따라가다보면 책의 마지막에 어마어마한 반전이 드러나면서 독자들은 갑작스런 흥분과 스릴을 한꺼번에 느끼게 된다. 소름이 돋을지도 모르니 미리 경고합니다.

장르소설의 특성상 내용에 대해서 많이 언급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이 소설은 플롯에 비해서 등장인물 캐릭터 조성이 매우 흥미롭다. 메이브는 똑똑하면서도 동시에 백혈병에서 살아남은 강한 여학생이고 녹스는 약간 범생이이긴 하지만 마음이 따뜻하고 전형적인 미국 고등학교 남학생 같지 않아서 좋았다. 피비는 인기있는 여학생이긴 하나 아버지의 사고 이후 가족들이 경제적인 그리고 정신적인 상실감을 겪으면서 방황을 하고 있는 중이다. 영어덜트를 다룬 소설답게 10대들의 불안감과 고민 그리고 비밀 등을 다룬 면과 가족들과의 충돌 갈등 그리고 화해 등을 다룬 면도 좋았던 것 같다.





메이브와 녹스는 정말 호감가는 캐릭터라 그들의 이야기와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해프닝들 그리고 학우 중 한명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수사능력이 뛰어나서 그들의 활약을 보는 동안 너무너무 흐뭇했다. 그리고 작가가 진실 게임을 이 책의 장치로 제시한게 신의 한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진실 게임 때문에 독자들은 긴장감과 스릴감을 내내 느낄 수 있다. 만약 도전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추악한 비밀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나의 운명은 이 비열한 고등학교의 가십 주제로 전락해버릴 수 있는 것. 피비는 도전을 받아들이지 않는데 그녀에게 과연 무슨 일이 발생할까?

책에서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다면 3명의 화자 사이에 반복되는 1인칭 시점의 독백 서술 형식 때문에 다소 정신이 없다는 것. 그리고 사실 이런 사이버 폭력이나 가상의 공격 등은 범죄의 본질이 그러하듯 주요 등장인물과 범인 사이에 직접적인 만남이나 대치가 없어서 조금 심심한 느낌도 들었다. 그 뿐 아니라 등장인물들과 그 속에서 발생하는 가족 , 친구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누가 누군지 조금 헷갈리기도 했다. 다음번에는 조금 등장인물의 수를 줄여주셨으면 한다. 어쨌든 이런 이야기가 실제로 발생할 수 있는 일인지에는 다소 의문이 가기는 하나 작가가 구성을 정교하고 촘촘하게 잘 배치했고 끝에 드러나는 엄청난 반전을 동반하는 결말 덕분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전편 [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 를 재미있게 읽은 사람이라면 이 책도 한번 읽어보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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