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의 본질 - 재정 적자를 이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스테파니 켈튼 지음, 이가영 옮김 / 비즈니스맵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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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적자를 이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이 책은 현대 화폐 이론 ( MMT ) 을 통해 정부 재정 운용에 대해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다.

그 시도가 매우 혁신적이고 도전적이라고 여겨지는데, 그 이유는 이 책에 나온 이론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믿고 있던 상식을 완전히 깨부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경제를 잘 모르긴 하지만 정부가 세금을 통해서 재정을 확보하고 그런 뒤에

적절히 사용한다고 생각했는데, 저자인 스테파니 켈튼 교수는 완전히 다른 주장을 한다.

저자의 주장은, 바로 통화에 대한 주권을 가진 나라들 ( 유로를 사용하지 않고 국가적 부채가 없는 나라들 ) 의 경우, 스스로 통화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공공 부채, 다시 말해서 재정 적자가 큰 문제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공공 부채로 인해서 세금을 인상해야 하고 엄격한 긴축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거나 그동안 해왔던 공공 이익 프로젝트를 중단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게 그녀의 요지이다.

실제로, 통화 주권을 가진 국가들 ( 여기에 나오는 국가들 - 미국, 영국, 일본 등등 ) 의 경우는 통화 창출로 인해 항상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이 결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들 나라들은 전쟁이 발생한 경우 혹은 은행을 구제해야 하는 경우, 실제로 많은 돈을 창출하여 어려움을 돌파해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기업이나 월급을 받아야 하는 가계와는 달리 정부는 세금을 통해 돈을 거둬들이기 이전에 이미 돈을 발행할 수 있다는 이 쉬운 논리를, 정치인들이 무시하고 유권자들은 간과한다는 것이 그녀의 지론이다.

그렇다면, 이 현대 화폐 이론 ( MMT ) 을 이용해서 경제 회복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에 따르면 국가는 화폐에 제한을 두기 보다는, 오히려 화폐를 이용하여 토지나 사람 그리고 물적 자원과 같은 요소를 활발히 활용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정 적자를 너무나 큰 제한으로 바라보고 있고, 화폐 발행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발생 걱정에 급급한 경제적 모델 때문에, 많은 자원 ( 노동과 자본 ) 이 사용되지 못한 채 빈둥거리게 된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돈을 다소 많이 찍어내는 듯 보이더라도 인적, 물적 자원 활용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 MMT 이론의 궁극적 주장인 듯 하다.

사실 이 [ 적자의 본질 ] 은 미국의 상황을 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를 비롯 다른 나라에는 맞지 않는 이론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인들이 조금만 더 머리를 쓰고 이 책의 말미에서 언급하고 있는 " 보편적 고용 보장 " 이라는 부분을 생각해 본다면 사람들이 겪고 있는 현재의 경제 불안 상태가 조금 더 개선될 여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경제에 무지한 나 같은 독자가 읽어도 MMT 를 이해할 수 있도록 아주 쉽게 쓰여졌다. 그리고 국가와 사회 그리고 국민이 각각 돈, 세금, 노동에 대해서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아주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주었다는 점에서 매우 통찰력이 돋보인 책이었다. 사실 경제학을 잘 모르기 때문에 MMT 이론이 국가가 재정을 운영함에 있어서 최고의 방법인지는 아직 확실히는 모르겠다. 그러나 저자의 이론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고 코로나로 인해 경제 불황에 시달리는 많은 국가에서 한번 고려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확대 재정과 적자에 대한 그동안의 상식과 통념을 바로잡게 해 준 책 [ 적자의 본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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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S. K. 본 지음, 민지현 옮김 / 책세상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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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엄 녹스는 인류가 이룬 기념비적인 성취인 목성의 달인 유로파로 향하던 유인 우주선을 이끄는 지휘관이다. 그런데 힘차게 지휘하고 있어야할 그녀는 어두운 집중 치료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깨어나는데, 깨어나고 보니 자신이 몇 달 동안이나 기억을 잃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게다가 드문 드문 승무원들과 나눈 경험들에 대한 기억이 나지만, 이상하게도 그들은 현재 모두 실종된 상태다. 우주선은 엄청난 파손을 겪었고 승무원들은 실종되었다? 도대체 중간에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일까?

이런 장면들을 보니, 우주라는 텅 빈 공간에서 고독하게 생존하기 위해 혈투를 벌였던 주인공들, 영화 [ 마션 ] 과 [ 그래비티 ] 의 주인공들이 생각나면서, 과연 이 지휘관이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나갈지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최근 화성으로의 우주 탐사가 곧 현실화될 것이라는 소문도 도는 만큼, 목성의 달로 향하는 인류의 여행에 대한 주제는, 나 뿐만 아니라 우주 여행에 열광 하는 여러 사람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 공간에서 나 자신 외에는 모든 것과 단절되어 있는 한 여성의 모험 이야기로 들어가본다.

메이는 유도된 혼수 상태에서 깨어났고, 이로 인해 사건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다.

승무원들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되지만 다행스럽게도 기내 A.I. 인 이브는 작동 중이다.

안타깝게도 이브 또한 일어난 사건에 대한 기억이 없긴 하지만. 메이가 찾아낸 여러 문서를 통해서 그녀는 자신과 승무원들이 수행했던 임무가 목성의 위성 중 하나인 유로파로 가는 여행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메이의 어머니 이름을 따서 이브라고 이름 붙여진 이 A.I 는 메이 녹스가 우주선의 손상된 많은 중요한 시스템들을 고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만약 실패한다면 죽음 밖에 다른 선택이 없기 때문에 이브의 도움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던 중, 메이는 지구에 돌아갈 수 있도록, 그리고 자신의 우주선에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알기 위해서 흩어진 기억의 조각들을 모아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남편 스티븐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메이와 스티븐은 그녀가 지구를 떠나기 직전에 이혼을 신청했고 기억 상실증에 걸린 메이는 그 이유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것은 더욱 복잡해져 버렸다. 마치 지독하게 꼬여버린 실타래처럼 잔뜩 꼬여버린 사건들... 메이는 과연 해결해내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 책은 재난 스릴러 처럼 시작했다가 드라마로 혹은 음모이론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인 듯 하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너무 딱딱하지 않은, 인물 중심의 이야기라서 좋았던 것 같다. 메이 혼자만의 이야기에서 스티븐이 등장하면서 그 둘 간의 이야기가, 현재와 과거의 교차 장면을 통해서 드러나는데, 메이의 성격이 매우 재치있고 냉소적인 편이라 더욱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플래시백이 다소 많이 등장하긴 하지만 메이의 현재 상황에 발생하는 여러 사건들은 자칫 지루함에 빠질 수 있는 독자들에게 팽팽한 긴장감을 가져다주는 듯 하다.

[ 마션 ] 속의 주인공이 물자 부족에 시달리면서 감자를 키우던 장면과 [ 그래비티 ]의

주인공이 완전한 고독 속에서 좌절감에 빠지지 않고 살아돌아왔던 감격이 떠오른다.

메이가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그녀의 우주선이 겪었던 사건이 무엇일지

읽는 내내 매우 궁금했던 책 [ 갤력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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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자나무
아야세 마루 지음, 최고은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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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사랑밖에 품을 수 없는 나와

완전한 사랑이 아니면 용납하지 못하는 당신,

둘 중 어느 쪽이 더 추한 걸까.

눈이 달린 잎사귀가 그려진 단편 소설집 [ 치자나무 ] 는 표지의 느낌 만큼이나 그로테스크하고 괴기스런 아름다움을 풍기는 여러 단편들이 실린 소설집이다. 대부분 사랑 이야기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어딘지 이상하고 냉혹하고 괴기스런 내용들. 어쩌면 우리는 사랑이라는 것의 밝은 면만 보려고 했지, 그 사랑이라는 강렬한 감정이 내포하고 있는 " 비정상 " 을 애써 보지 않으려 해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뒤틀린 사랑의 감정, 질투나 소유욕 등등을 괴상한 아름다운으로 그려내고 있는 책이다.

아야세 마루 작가는, 대체로 여성의 입장에서 느낄 수 있는 사랑에 대한 여러 감정들

( 대체적으로 어둡고 음습하고 지독한 감정들 ) 을 신체 일부, 벌레 혹은 짐승 같은,

상징적이고 비유적인 소재를 이용해서 표현하고 있다. 아무리 강렬하게 느낀다 하더라도

감정은 추상적일 뿐이라 생각했는데, 애매모호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이 이렇게

구체화되어 표현될 수도 있다니 놀랍기만 하다.

어쩌면 매우 실험적인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독자들에 따라 호불호가 매우 갈릴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고, 솔직히 우리 나라에서는 불호에 가까운 내용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고귀하고 신비롭다고 생각했던 사랑의 감정이, 단지 벌레의 장난에 의한 것이라면?

전체를 다 가져야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 사랑의 일부, 예를 들자면

신체 일부와도 사랑을 나눌 수 있다면?

단편들 중 [ 치자나무 ] 속 주인공 유마는, 몇 년간 사귀던 아쓰타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는다. 이유는 , 유부남이었던 그 남자가 가정으로 돌아가길 원했던 것. 이별 선물로

무엇을 원하는지 묻는 그의 질문에 팔을 떼어주길 원하는 유마. 그때부터 유마와

팔의 동거가 시작된다. 아쓰타 못지 않게 다정하고 상냥한 팔.. 머리를 쓰다듬고

팔베개를 해주는 등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문제가 생긴건 아쓰타의 아내가

그녀에게 팔을 되돌려받기 위해서 찾아왔을 때 부터이다.

" 사랑이라는 말로 누군가를 완전하게 소유하는 것이 가능한걸까? 그렇게 소유하는

것이 과연 옳은 걸까? 언제쯤 사랑은 추악하게 변하는 걸까?

[ 단편 ] 꽃벌레에서는 서로에게서 다른 사람은 보지 못하는 운명의 꽃을 발견하는

커플에 대한 이야기이다. 훗날 남편이 되는 유진이 누드 모델을 선 날 그를 그리던

여주인공은 유진의 발목 근처에서 향기를 내는 꽃을 발견한다. 유진도 여주인공의

눈꼬리에서 꽃을 발견하고, 서로는 서로가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신비로운 사랑의

힘에 감탄한다. 하지만 과학도인 하루토의 한 마디로 인해서 커플의 일상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 천생 연분이라는 말이 있는데, 과연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 걸까?

내가 특별하기 때문에 누구랑 맺어지는 걸까? 아니면 자연이라는 본능이

서로를 향헤 이끌리도록 만드는 걸까? "

단순히 괴기스럽거나 자극적인 내용이 아니라, " 사랑 " 의 본질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이어서 좋았던 [ 치자나무 ]. 이 작은 단편집 속 글들 속에

존재에 대한 철학과 사랑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특히 여성들이 주로 느끼는 강력한 감정들, 소유욕이나 질투 등을 여러 단편집 속

비유나 상징을 통해서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았다.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그 자체로 괴물이 되어버리는 감정들... 작가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개인적으론 너무너무 재미있게 읽은 단편집 [ 치자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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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계에서도
이현석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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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다른 세계에서도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은

분명 굳건할 것임을, 당신이 이해하는 날이 오기를 ”

개인의 세계 보다는 사회성이 더 짙은 작품들의 경우, 선과 악의 구분이 분명하고

작가의 메세지가 명확한 편이어서 등장인물들의 외침과 몸짓이 잘 보이는 편이다.

이 책 속 같은 제목을 가진 [ 다른 세계에서도 ] 라는 단편에서도

낙태와 낙태죄를 두고, 공동체에게 정치적 올바름을 요구하는 여성들의 

외침이 등장하는데 그들의 요구가 명확한 만큼, 처음에는 작가의 메세지가 명확해 보였다.

그러나 소설을 읽어나가는 동안, 주인공 지수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이

서로 삐그덕대거나 날선 눈빛을 보내기도 하고

자신의 의견을 다소 유보하거나 혼란과 의심이라는 안개 속에

둘러싸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나라는 독자만의 착각일까?

단편 [ 다른 세계에서도 ] 에서는 낙태죄 위헌 결정을 위해 싸우는

주인공 지수와 그녀의 멘토인 유진 그리고 삶을 개혁하고 바꾸고 싶어하는 지수에 비해서

삶을 경험하고 느끼고 싶어하는 여동생 해수가 등장한다.

산부인과 전문의가 되고 난 후, 전문가의 입장에서, 여성을 위해

낙태에 대해서 좀 더 단순하고 기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지수와

도덕적 우위를 놓쳐서 적으로부터 역공을 당하고 싶어하지 않는 유진

그리고 그냥 행복하고 싶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평범하지만 충실한 삶을

살아가고 싶어하는 해수 사이에서 미묘하게 오가는 서늘한 눈빛들은

이 문제가 필연적으로 서로의 충돌과 갈등, 그리고 혼란을 불러올 수 밖에 없는

미묘하면서도 복잡다단한 문제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 옮다고 여기는 거랑 말해져야 하는 게 늘 같을 수는 없더라고 ”


저자 이현석씨는 낙태죄라는 매우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카드를 꺼내어보인다.

그는 그 카드를 이리저리 뒤집어보이고 다양한 다른 카드를 독자들에게 

내밀어보이기도 하지만 정작 그 카드에 대한 자신의 명백한 소신을 밝히지는 

않는 듯 하다 자신이 만약 그 입장이라면 어떻게 느낄 지를 고민해보고 

성찰해보라고 하는 것 같다.

내가 지수라면... 유진이라면,, 혹은 해수라면.. 나는 어떤 입장일까?

여러 단편 소설들이 함께 하고 있긴 하나, 이 단편 하나만으로도

장편 소설만큼 묵직했던 단편 소설집 [ 다른 세계에서도 ]

저자 이현석씨는 소설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시대를 관통하는 가장 민감한 주제에 대해

독자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하시는 듯 하다, 본인의 의견을 유보한 채.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만큼, 다양한 색깔의 의견과 생각들이 아마도

오고 가지 않을까? 라고 느껴지는 책 [ 다른 세계에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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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스파이 2
존 르 카레 지음, 김승욱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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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완벽한 스파이인 매그너스 핌. 그는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이미 범죄자였고 왜곡된 삶을 걸었던 아버지 릭에게서 완벽한 스파이가 될 수 있는 훈련을 받았다. 거짓말했고 다른 사람인 척 했으며, 남을 배신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렇게 사는 동안 진정으로 자신이 누구인지를 깨닫지 못했던 매그너스 핌. 그는 여러 다른 세계에 다리를 걸친 채 살았고 자신이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각기 다른 가면을 보여주면서 살아왔다. 그래서인지, 직장 상사와 친구들 그리고 아내와 아들 마저도 그를 각각 다른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다.

[ 완벽한 스파이 ] 2권에서는 삶으로부터, 그리고 자기 자신으로부터 도망치는 매그너스 핌과 그를 지옥까지도 쫓아가서 본 모습을 밝혀내려는 듯한 여러 관계자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또한 그가 타고난 사기꾼이었던 아버지를 추억하며 회고하는 글을 내용이 드러나며, 비밀스럽던 그의 삶이 조금씩 베일을 벗기 시작한다. 비밀 아지트에 숨어서 회고록과 아들에게 보낼 편지를 쓰는 현재의 모습과 아버지와 주위 사람들에게 영향 받던 과거의 모습이 표차되면서 독특한 형식의 소설이 탄생했다.

그 결과, 이 소설은 스파이 스릴러이자 ( 그의 이중생활이 드러나면서 매그너스를 사냥하려는 사람들의 추적이 이어진다는 점 ) 도망자로서의 여정이 막다른 골목에 와 있음을 직감한 매그너스 핌이 회고록이 잘 섞인 책이다. 즉 다시 말하자면, 현재는 지금까지 자신의 여러 다른 모습을 감추고 살았던 매그너스가 과거를 회상하며 조금씩 퍼즐을 맞추어가는 장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가 과거를 회상하는 부분은 어떻게 보면 의식의 흐름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시간 순서대로도 아니고 논리적이지도 않고, 한마디로 뒤죽박죽이다.

따라서 독자들은, 시간 순서나 논리적인 흐름을 기대하기 보다는, 이제 편하게 삶을 마무리하려는 한 스파이의 삶이라는 직소 퍼즐이 조금씩 조각을 되찾아가는 모습을 읽어나가면 되는 것이다. 다소 집중을 많이 해야 하고 시간이 드는 작업일 수도 있겠지만 한 남자의 일생이 담겨있고 흥미진진한 비밀의 장이 열린다면,,, 어느 정도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다소 의식의 흐름에 가까운 이야기 스타일과 페이지 수 때문에 읽기 힘들 수도 있겠지만 참을성을 가지고 읽다보면 이 [ 완벽한 스파이 ] 가 정말 훌륭한 책이고 존 르 카레의 최고의 소설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인 매그너스 핌과 그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친 아버지 릭 핌에 이르기까지, 이 소설은 스파이 소설이라고 하기엔 인간냄새가 물씬 나는 장면들과 에피소드로 가득하다. 그리고 냉전이라는 아픔과 그 속에서 스파이로써 거짓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야했던 한 남자, 퍼즐같이 복잡한 삶을 살았던 한 남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생존을 위해 거짓말을 하고 배신을 하고 남들 뿐 아니라 자기 자신조차 기만해야 했지만 그런 모습마저 인간적으로 보이는, 소설, 위대한 스파이 스릴러이자 휴먼 드라마인 [ 완벽한 스파이 ] 를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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