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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계에서도
이현석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2월
평점 :
“ 그 다른 세계에서도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은
분명 굳건할 것임을, 당신이 이해하는 날이 오기를 ”
개인의 세계 보다는 사회성이 더 짙은 작품들의 경우, 선과 악의 구분이 분명하고
작가의 메세지가 명확한 편이어서 등장인물들의 외침과 몸짓이 잘 보이는 편이다.
이 책 속 같은 제목을 가진 [ 다른 세계에서도 ] 라는 단편에서도
낙태와 낙태죄를 두고, 공동체에게 정치적 올바름을 요구하는 여성들의
외침이 등장하는데 그들의 요구가 명확한 만큼, 처음에는 작가의 메세지가 명확해 보였다.
그러나 소설을 읽어나가는 동안, 주인공 지수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이
서로 삐그덕대거나 날선 눈빛을 보내기도 하고
자신의 의견을 다소 유보하거나 혼란과 의심이라는 안개 속에
둘러싸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나라는 독자만의 착각일까?
단편 [ 다른 세계에서도 ] 에서는 낙태죄 위헌 결정을 위해 싸우는
주인공 지수와 그녀의 멘토인 유진 그리고 삶을 개혁하고 바꾸고 싶어하는 지수에 비해서
삶을 경험하고 느끼고 싶어하는 여동생 해수가 등장한다.
산부인과 전문의가 되고 난 후, 전문가의 입장에서, 여성을 위해
낙태에 대해서 좀 더 단순하고 기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지수와
도덕적 우위를 놓쳐서 적으로부터 역공을 당하고 싶어하지 않는 유진
그리고 그냥 행복하고 싶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평범하지만 충실한 삶을
살아가고 싶어하는 해수 사이에서 미묘하게 오가는 서늘한 눈빛들은
이 문제가 필연적으로 서로의 충돌과 갈등, 그리고 혼란을 불러올 수 밖에 없는
미묘하면서도 복잡다단한 문제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 옮다고 여기는 거랑 말해져야 하는 게 늘 같을 수는 없더라고 ”
저자 이현석씨는 낙태죄라는 매우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카드를 꺼내어보인다.
그는 그 카드를 이리저리 뒤집어보이고 다양한 다른 카드를 독자들에게
내밀어보이기도 하지만 정작 그 카드에 대한 자신의 명백한 소신을 밝히지는
않는 듯 하다 자신이 만약 그 입장이라면 어떻게 느낄 지를 고민해보고
성찰해보라고 하는 것 같다.
내가 지수라면... 유진이라면,, 혹은 해수라면.. 나는 어떤 입장일까?
여러 단편 소설들이 함께 하고 있긴 하나, 이 단편 하나만으로도
장편 소설만큼 묵직했던 단편 소설집 [ 다른 세계에서도 ]
저자 이현석씨는 소설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시대를 관통하는 가장 민감한 주제에 대해
독자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하시는 듯 하다, 본인의 의견을 유보한 채.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만큼, 다양한 색깔의 의견과 생각들이 아마도
오고 가지 않을까? 라고 느껴지는 책 [ 다른 세계에서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