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자나무
아야세 마루 지음, 최고은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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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사랑밖에 품을 수 없는 나와

완전한 사랑이 아니면 용납하지 못하는 당신,

둘 중 어느 쪽이 더 추한 걸까.

눈이 달린 잎사귀가 그려진 단편 소설집 [ 치자나무 ] 는 표지의 느낌 만큼이나 그로테스크하고 괴기스런 아름다움을 풍기는 여러 단편들이 실린 소설집이다. 대부분 사랑 이야기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어딘지 이상하고 냉혹하고 괴기스런 내용들. 어쩌면 우리는 사랑이라는 것의 밝은 면만 보려고 했지, 그 사랑이라는 강렬한 감정이 내포하고 있는 " 비정상 " 을 애써 보지 않으려 해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뒤틀린 사랑의 감정, 질투나 소유욕 등등을 괴상한 아름다운으로 그려내고 있는 책이다.

아야세 마루 작가는, 대체로 여성의 입장에서 느낄 수 있는 사랑에 대한 여러 감정들

( 대체적으로 어둡고 음습하고 지독한 감정들 ) 을 신체 일부, 벌레 혹은 짐승 같은,

상징적이고 비유적인 소재를 이용해서 표현하고 있다. 아무리 강렬하게 느낀다 하더라도

감정은 추상적일 뿐이라 생각했는데, 애매모호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이 이렇게

구체화되어 표현될 수도 있다니 놀랍기만 하다.

어쩌면 매우 실험적인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독자들에 따라 호불호가 매우 갈릴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고, 솔직히 우리 나라에서는 불호에 가까운 내용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고귀하고 신비롭다고 생각했던 사랑의 감정이, 단지 벌레의 장난에 의한 것이라면?

전체를 다 가져야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 사랑의 일부, 예를 들자면

신체 일부와도 사랑을 나눌 수 있다면?

단편들 중 [ 치자나무 ] 속 주인공 유마는, 몇 년간 사귀던 아쓰타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는다. 이유는 , 유부남이었던 그 남자가 가정으로 돌아가길 원했던 것. 이별 선물로

무엇을 원하는지 묻는 그의 질문에 팔을 떼어주길 원하는 유마. 그때부터 유마와

팔의 동거가 시작된다. 아쓰타 못지 않게 다정하고 상냥한 팔.. 머리를 쓰다듬고

팔베개를 해주는 등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문제가 생긴건 아쓰타의 아내가

그녀에게 팔을 되돌려받기 위해서 찾아왔을 때 부터이다.

" 사랑이라는 말로 누군가를 완전하게 소유하는 것이 가능한걸까? 그렇게 소유하는

것이 과연 옳은 걸까? 언제쯤 사랑은 추악하게 변하는 걸까?

[ 단편 ] 꽃벌레에서는 서로에게서 다른 사람은 보지 못하는 운명의 꽃을 발견하는

커플에 대한 이야기이다. 훗날 남편이 되는 유진이 누드 모델을 선 날 그를 그리던

여주인공은 유진의 발목 근처에서 향기를 내는 꽃을 발견한다. 유진도 여주인공의

눈꼬리에서 꽃을 발견하고, 서로는 서로가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신비로운 사랑의

힘에 감탄한다. 하지만 과학도인 하루토의 한 마디로 인해서 커플의 일상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 천생 연분이라는 말이 있는데, 과연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 걸까?

내가 특별하기 때문에 누구랑 맺어지는 걸까? 아니면 자연이라는 본능이

서로를 향헤 이끌리도록 만드는 걸까? "

단순히 괴기스럽거나 자극적인 내용이 아니라, " 사랑 " 의 본질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이어서 좋았던 [ 치자나무 ]. 이 작은 단편집 속 글들 속에

존재에 대한 철학과 사랑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특히 여성들이 주로 느끼는 강력한 감정들, 소유욕이나 질투 등을 여러 단편집 속

비유나 상징을 통해서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았다.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그 자체로 괴물이 되어버리는 감정들... 작가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개인적으론 너무너무 재미있게 읽은 단편집 [ 치자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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