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옳다 (들꽃 에디션)
정혜신 지음 / 해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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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마음이 어떠세요?

나와 당신의 마음을 만나는 일은

꽃 본 든 반겨야 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일입니다.

나무 하나를 떠올려보자. 튼튼한 몸통과 줄기를 가져서 기댈 수 있고 이파리가 무수히 달려서 여름엔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고 비가 오는 날엔 우산이 되어줄 수 있는 그런 나무. 나에게 그런 나무가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혹은 내가 다른 사람에게 그런 나무가 되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는 못 살겠다고, 죽겠다고 외치는 이유가 경제 때문이라고 하지만, 글쎄?? 과연 그럴까?? 돈이 없어서 우울한 건가? 아니면 나의 그런 처지를 함께 나눌 좋은 사람이 없어서 우울한 건가? 저자이신 정신과 의사 정혜신 박사님은 " 공감 "이라는 것이 이 혼란한 시대를 살아감에 있어서 큰 나무가가 되어줄 수 있다는 것을, 여러 사례를 들어서 설명하신다.





현대인들이 공통적으로 앓고 있는 병이 있는 것 같다. 누군가는 무기력증이라고도 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우울증이라고 하기도 한다.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에서 점점 " 나 "라는 존재가 희미해지는 것을 느끼는 사람들. 희미해진 존재만큼 무기력증이나 우울증은 더 커진 것 같다. 예전에 비해서 풍족해진 삶,,,, 우리는 더 행복해야 하는데 왜 이리 불행할까? 저자 정혜신 박사님은 " 나 "를 인정해 주지 않는 사회를 첫 번째 이유로 돌린다.

책 속엔 하나의 사례로써, 한 성공한 CEO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주위에 있는 많은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고 당연히 인정을 받으며 살고 있다. 그러나 그런 그가 존재에 대한 굶주림에 시달린다면 그 이유는 뭘까?



그것은 바로 그에 대한 주목이 그의 존재 자체에 대한 주목이 아니라 그가 가지고 있는 외모, 권력, 재능 그리고 학벌에 대한 주목이기 때문이다. 나의 돈, 권력, 학위 등은 진정한 내가 아니므로 그런 사람들도 자기 존재 자체가 주목을 받지 못하면 심한 결핍에 시달린다. 오히려 더 굶주릴 수도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전화 한 통이면 언제든 달려와줄 지인이 무수한 그런 사람이,, 모임에 가면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에 사람들이 집중하는 그런 사람이 외로움에 시달린다니...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이해가 잘 안 가는 대목이기도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주목을 받으면 받을수록 진짜 내 모습이 아닌 가식적인 모습을 보여야 할 수 있기 때문에.. 정신적 에너지가 얼마나 많이 빠져나갈까 싶다.


정혜신 박사님은 모임에서 만났던 30대 한 여성분에 대한 이야기를 예로 든다. 박사님의 눈에 그녀는 너무나 활달하고 밝아 보인다. 근심 걱정이라곤 눈곱만치도 없어 보였던 그녀, 그러나 조금 친해졌다고 싶은 순간, 박사님이 누구인지도 몰랐던 밝았던 그녀는 얼마 전에 자살기도를 했었다고 박사님에게 털어놓는다. 평소에도 " 공감 " 을 통한 " 치유 "를 강조해온 만큼 그 자리에서 그녀의 이야기를 온몸으로 들어준 박사님. 박사님은 이야기하신다. 특별한 위로나 조언을 할 필요가 없었다고,, 그냥 그녀를 위해 집중하고 들어주고 공감해준 걸로 충분했다고.

그럼 " 공감 " 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막무가내로 들어주면 되는 것일까? 책에서 박사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그저 들어주는 것, 인내심을 가지고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듣는 일이라고. 정확하게라는 말은 대화의 과녁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뜻이다. 과녁에서 멀어지는 대화는 지리멸렬해진다고 그녀는 말한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림자나 유령처럼 도시의 변두리를 떠돌고 있는 건 아닐까? 구멍 난 가슴에 바람이 휘몰아치는 소리를 들으면서 말이다. 그리고 아무도 공감하지 못하는 처지에 비해서 비관하면서.... 우리는 달라져야 할 것이다. 인간 존재, 마음과 같은 가치들이 물질적 가치보다 우선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계속 늘어나는, 정신적 장애에 시달리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혜신 박사님이 이름 붙인 심리적 CPR ( 주목받지 못한 존재에게 시급한 공감과 주목을 해주는 것 ) 을 사회 곳곳에서 시급히 도입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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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 - DC BLACK LABEL 시공그래픽노블
브라이언 아자렐로 지음, 리 베르메호 그림, 전인표 옮김 / 시공사(만화)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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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은 자네 피를 손에 잔뜩 묻힌 채

자네 시체 위에 서서 웃을 거야.

자네의 목숨이 놈에게 의미가 없어서가 아니야.

놈에게는 죽음이야말로 펀치라인이기 때문이아야.

배트맨 시리즈에서 사람들이 열광한 대상은 당연히 배트맨이다. 다른 시리즈에선 사악한 무리를 처단하는 정의로운 배트맨의 눈으로 세상을 봤다고 하면 이 그래픽 노블에서는 그 사악한 무리 중 한 명인 조커가 주인공이다. 외모부터 의상 그리고 태도까지,,, 이 구역의 제일 미친놈은 나야 나!!! 라고 외치는 듯한 사악하지만 복잡한 심리를 가진 JOKER의 세계로 들어가 본다.

이것이 바로 그래픽 노블의 힘이런가?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실사판 못지않은 생생한 묘사로 인해서 전달력이 한층 높아졌다. 왜 그렇게 된 건지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소름 끼치는 조커의 째진 입술. 온 세상을 비웃는 것 마냥 냉소를 가득 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상하게 슬픔을 띄고 있는 조커의 눈동자. 그리고 조커의 총에 맞아 죽은 누군가의 머리에서 흘러내린 뇌수까지..... 자세하게 묘사된 장면들로 인해서, 이 책은 만화라기보다는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안겨준다.



배경은 역시 고담시이다. 고담시는 예전 1930년대 뉴욕시처럼 여러 갱단이 도시를 점령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풍긴다. 그러니까 상류층부터가 썩어있다는 말. 그놈이 그놈이라고 설명하면 적절할까? 나쁜 놈과 좋은 놈의 경계를 명확하게 그을 수 없는 도시이다. 아니,, 이 책을 기준으로 봤을 땐 좋은 놈이 등장하는 것 같지 않다. 모든 사람들이 조금씩 썩어있는, 그야말로 건달들이 모인 도시가 바로 고담시이다.

스토리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수용소에서 살다 나온 조커가 고담시를 떠나있는 동안 자신의 재산을 몰수해서 나눠가진 자들을 처단한다는 내용이다. 이 와중에, 펭귄맨, 리들러, 킬러 크록 그리고 하비 덴트 검사 ( 투페이스 ) 등등과 맞붙게 된다. 만약에 저승사자의 서양판을 그림으로 그려보라고 하면 조커이지 않을까 싶을 만큼, 그는 신들린 죽음의 향연을 펼쳐나간다. 일반인이라면 다른 사람의 죽음 앞에 일말의 주저함을 보이겠지만 조커는????? 전혀 그렇지 않다. 악마와 손을 잡은 그는 죽음에 더 가까이 서 있다. 또라이 같은 인간... 바퀴벌레 잡아 죽이듯 사람들을 죽여나간다. 돈 때문에? 권력 때문에? 천만의 말씀... 그는 죽이는 일이 재미있는 것이다. 누군가를 죽임으로써 환희에 젖고 흥분하는 조커. 무엇이 그를 이토록 광기 어린 존재로 만든 것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책을 내내 이끌어가는 인물은 조커라기보다는 조커에게 붙어있는 애송이 조니 프로스트라는 인물인데 그는 미친놈 같은 조커를 두려워하지만 동시에 동경하기도 한다. 수용소에서 튀어나오자마자 은행을 아주 쉽게 털어버리는 조커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두렵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조커와 같은 인물이 되고 싶었을 것이다. 남들이 두려워하는 인물.... 돌아버린 것 같지만 그 광기가 마치 카리스마로 보이는 인물....

고담시에 피비린내가 돌기 시작했다. 아니,, 돌게 된 지 오래이다. 사설탐정을 고용해서까지 조커를 막아보려 했던 투페이스, 즉 하비 덴트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이 구역의 미친놈을 잡으려면 더 미친놈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 일.. 자 이제 그분이 납실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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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냥반 이토리 - 개정판
마르스 지음 / 라떼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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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기 넘치는 얼굴에 몸은 통통한 고양이 한 마리가 집사를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군요. 원래 낚싯대를 휘둘러야 할 집사가, 낚싯대를 휘두르는 냥이의 손길에 몸을 내맡기고 있습니다. 이 똥꼬발랄한 냥이의 이름은 이토리. 그리고 이토리에게 넙죽넙죽 속아주시는 집사는.. 아하!! 이 책의 작가이자 토리의 영원한 반려 닝겐 마르스님이군요.. 오늘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아 가을 나들이 겸, 나와의 데이트 겸, 겸사겸사 카페에 오면서 이 카툰 [ 귀한 냥반 이토리 ]를 들고 나왔어요. 알록달록 다양한 색깔의 사탕으로 가득 찬 단지 같은 이 책엔 주인공 이토리가 다양한 모습으로 분장해서 독자들에게 큰 즐거움과 재미를 선사하고 있어요.





고양이가 과연 춤을 좋아할까요? 글쎄... 한 번도 냥이와 춤을 춰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 그러나 고양이들과 춤을 춘다니 상상만으로도 너무 즐겁네요. 뼈가 없는 것처럼, 혹은 액체처럼 유연한 냥이들이 비보이 그룹을 결성한다면 아마도 세계 1위의 크루가 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명절날 집사들과 냥이들이 함께 손잡고 강강 술래를 추는 거죠.. 강강 술래를 추다가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냥이를 본다면?? 얼마나 즐거울까요?





이 책이 좋았던 여러 이유들 중 하나가 바로 이 명화 속에 등장하는 이토리 덕분이었어요!! 원래 이 그림은 드가의 The Star인데 이토리님이 대신 출연해주였군요. 생소한 발레라는 영역에 첫발을 내디딘 이토리님.. 그런데 어쩌면 이렇게 자연스럽고 우아할 수가 있나요? 차분히 내리깔고 있는 두 눈과 앙다문 입술이, 이 냥님이 진지하게 발레에 임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요. 역시 냥님은 이 세상 동물이 아닌 것 같습니다. 고매하고 우아하신 이토리님.




요즘 자고 나도 몸이 개운하지 않다고요? 아니면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요? 그럼 이 그림을 벽에 걸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이토리 달마대사 납시겠습니다. 귀신을 물리치고 집에 복을 안겨준다는 달마대사... 그런데 이번에 이토리냥님이 달마대사로 변신하셨네요?! 신묘한 힘이 있다는 이 이토리 달마대사님의 그림을 벽에 걸고 나서 재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M 모 씨의 제보가 있었다고 하네요!! 믿거나 말거나.....


아니!!! 언제 이토리님이 LA 로 날아갔단 말입니까? 달마대사로 변장하여 사람들에게 복을 안겨다 줄 마음을 먹은 줄 알았더니 이번엔 할리우드로 가서 액션 영화의 주인공 자리를 꿰찼군요! 거미줄 몇 가닥으로 빌딩 사이를 날아다니며 악당들을 물리치고 착한 사람들을 위기에서 구해주는 우리의 Spider Cat !! 이토리님은 언제 또 연기 공부를 하셨답니까?? 우리 집사들은 언제나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냥님들이 주인공인 영화를 보러 극장으로 달려갈 준비를....

우리 집사들이 냥님들을 사랑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맛있는 간식 캔 따주기, 함께 오랜 시간 동안 놀아주기, 좋은 음악 틀어주기 그리고 함께 달콤한 낮잠을 즐기기 등등등.. 하지만 특별한 집사 마르스님의 냥이 사랑법이 오늘따라 더 특별하게 느껴지네요. 이 책 [ 귀한 냥반 이토리 ] 안에서 평범했던 냥님 이토리는 명화 속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잡귀를 물리친다는 고승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대중 영화의 멋진 주인공이 되기도 하네요. 그만큼 마르스 집사님이 이토리 냥님을 사랑한다는 증거겠죠?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여운 책 [ 귀한 냥반 이토리 ]. 냥님을 모시고 있는 한국의 모든 집사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Hot 아이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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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단칸방 - 오늘도 외로웠던 당신을 안아줄 이야기
BORAme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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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인디게임의 열정을 플레이하라 ' 선정, 80만 플레이어가 공감한 게임을 책으로 만나다. 게임 속의 캐릭터가 주인공이 되어 책으로 엮이다니.. 과연 어떤 내용이 적혀있을지 책에서 보여주는 인물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지 매우 궁금하고 호기심이 생겨서 선택하게 된 책 [ 비 내리는 단칸방 ].

작은 방 한칸의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주인공. 특징없는 얼굴.. 무표정한 그 얼굴을 보니 머리속에 우울한 생각만 가득한 것 같다. 자진해서 방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는 것 같은 주인공.. 그리고 아무도 만나지 않을 것 같은 그 모습을 보니 마쉬멜로우가 생각났다. 너무나 무기력해서 마치 불에 녹은 마쉬멜로우처럼 녹아들어갈 것 같은, 마쉬멜로우 인간.

창문 밖으로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그려져 있다. 책에는 우울한 내용의 글 뿐만 아니라 어둡고 우울하게 내리는 날씨와 쪼그리고 앉아 무릎을 모으고 있는 주인공의 모습이 그려져 있어서 한층 우울함이 돋보인다. 그런데 이게 잘못된 걸까? 인간이기에 지나가듯이 혹은 매우 자주 우울한 감정을 우리는 느끼곤 한다.

2년전, 나름 큰 병을 앓으면서 내가 느꼈던 감정도 우울함이었다. 그 당시 읽었던 책들을 떠올려보니 죄다 우울한 책들이었다. 죽음에 관한 이야기, 우울함을 토로하는 에세이 등등등.. 그런 책들을 읽었다고 더 우울해졌냐면, 그건 아니었다. 오히려 나와 똑같은 감정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어보며 공감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우울 속에 몸을 푹 담갔다가 조금씩 빠져나올 수 있었다.

책을 읽다보니 궁금증이 생겼다. 그렇다면 캐릭터를 우울하게 만든 건 뭘까? 책에 나온 것처럼 뭔가 맛있는 것을 사먹고 싶어도 나아지지 않는 형편? 아니면 그칠 생각이 없이 주구장창 내리는 비? 혹은 어린 시절을 우울하게 보냈기에 성장 과정에서 얻게 된 우울함? 내 생각엔 이 모든게 다 합쳐져서 캐릭터의 우울함을 이끌어낸 것 처럼 보였고 희한하게 전부 다 너무나 큰 공감이 되었다. 나도 모르게 슬픈 것이다. 그냥 모든 것이...

맞벌이로 저녁때가 되어야만 돌아오는 부모님.

부모님의 빈자리가 커서였을까.

저녁까지 쏟아지는 폭우 속 천둥소리는

폭탄이 터지는 소리처럼 들렷어.

부모님이 언제 돌아오실까

숨을 죽이며 이불 속에서 잠든

어린 날의 내 모습을 달래주고 싶어.

현대인들은 누구나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털어놓지 못할 마음 속 상처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마치 다 크지 못한채 웅크리고 있는 어린 아이처럼, 그리고 슬픔을 제때 털어놓지 못해 계속 슬퍼하고 있는 어린 아이처럼, 그 상처가 뭉치고 뭉치고 뭉쳐서 우울한 감정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 이 [ 비 내리는 단칸방 ] 속에 나오는 캐릭터도 그런 사람들 중 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희한하게도 공감이 많이 갔던 책.... 그냥 슬픈데 왜 이렇게 우울한지 모르겠을 때, 귀여운 삽화와 함께 조곤조곤 우울한 감정을 토로하면서 우리를 달래주는 듯한 이 책을 한번 읽어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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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킬 - 이재량 장편소설
이재량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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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일이라는 게 다 그런 거 아닙니까?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근데 바퀴벌레를 박멸하는 데 치러야 할 대가는 너무 크다 이겁니다.

과연 그런 대가를 치르면서까지 박멸을 해야 하느냐.

아니면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바퀴벌레는 인간의 친구다,

생각하면서 함께 산다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공존 공영의 길을 가느냐.

이 책은 더러움 ( 바퀴벌레) 을 증오하고 혐오했던 한 순결했던 남자에게 바치는 서사시와 같은 소설이다. 결코 평범하지만은 않았던, 평생 청결 강박증에 시달렸던, 그러나 끝내 자신의 신념 ( 자신과 자신의 주변을 깨끗하게 하겠다는 ) 을 지켰던 광남씨... 그 특별한 남자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어렵게 만난 아내 김미영 씨와 7년의 결혼 생활을 끝낸 뒤 그는 사람들을 피해 인적이 뜸한 시골로 가서 오두막을 리모델링해서 살고 있다. 그가 도시를 떠나 한적한 이곳으로 온 이유는 딱 하나! 청결함과 완벽함을 알지 못하는, 더러운 도시인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함이었다. 평생을 청소부로 일했던 아버지에게서 청결함에 대한 일종의 강박을 물려받은 그는 밖에서 화장실을 이용 못할 만큼 깨끗함에 집착한다. ( 회사 화장실을 사용 못 해서 용변을 집에서 보고 샤워를 하고 돌아감 )

그런데 깨끗함에 있어서라면 세계 최고라고도 말할 수 있을만한 그가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 발생한다. 그의 화장실에서 바퀴벌레 한 마리가 발견된 것. 얼른 잡아 죽였지만 찜찜한 마음은 그치질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올킬이라는 해충 구제 업체의 광고지를 발견하게 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연락을 취해 바퀴벌레 박멸을 의뢰한다.

해충 구제 전문 기업 (주)올 킬.

원 샷 올 킬! 한 방에 보냅니다.

지금 연락 주세요. 끝까지 책임지겠습니다.

그의 연락에 나타난 해충 구제 업체 직원은 온몸을 하얀색으로 뒤덮은 장신의 여성이었다. 흰 유니폼을 걸치고 흰 마스크를 쓴 그녀는 머리까지 흰색이어서 광남 씨 눈에 보이는 그녀는 하나의 " 구원의 빛 " 이었다. 그런데 뒤이어 그녀가 선보이는 바퀴벌레 박멸 신공은, 가히 신기에 가까운 그것이었다. 싱크대 수챗구멍에 약품을 넣고 잠시 기다린 다음 그 구멍을 통해 빠져나오는 엄청난 수의 바퀴벌레를 진공청소기 같은 것으로 빨아들인다. 마치 무술 영화나 액션 영화의 주인공의 현란한 액션 연기를 보는 듯한 이 장면... 작가가 혹시 액션 영화 팬인가?

(주)올 킬의 직원이 떠나고 바퀴벌레의 박멸을 확신하고 안심하고 있었던 광남 씨의 눈에 발결된 또 한 마리의 바퀴벌레. 그녀가 휘둘렀던 진공봉에 의해 모든 바퀴벌레가 죽은 게 아니었던가? 한 마리의 벌레란 숨어있는 백 마리의 바퀴벌레를 의미한다. 도대체 그 바퀴벌레는 어디서 나온 걸까? 그제서야 그의 눈에 옆집에서 버리고 제대로 치우지 않은 엄청난 양의 음식물 쓰레기가 발견된다.

사실 광남씨는 한 유명 건축가가 지은 2층 집의 옆 오두막에 살고 있었다. 그 건축가는 자칭 환경 전문가라고 자부하고 있지만 그와 그의 아내는 음식물 쓰레기를 제대로 치우는 것에 도통 관심이 없다. 그뿐만 아니라 그들은 적반하장으로 쓰레기를 치워달라는 그의 요구에 졸렬한 복수를 가하기도 한다. 단지 깨끗함을 원하기만 했을 뿐인데, 바퀴벌레를 없애길 원했을 뿐인데, 부당한 취급을 당한 광남씨.. 이제 그는 무엇을 해야 할까?

거대한 바퀴벌레가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며 자신을 쳐다보거나 아내의 모습을 한 바퀴벌레가 자신을 쫓아오는 악몽을 꾸기 시작한 광남씨. 다시 연락해 만나게 된 (주)올 킬 직원 안희수는 그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브이 아이피 회원 가입을 하라는 것. 그녀는 자신 있게 선언한다. 회원 가입을 한순간, 그의 집 근처에 있는 모든 해충은 한꺼번에 박멸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그녀가 덧붙이는 말이 있다. 한번 가입하면 임의로 탈퇴하거나 절대로 취소할 수 없다는 것. 그런데 그녀의 웃음이 약간 소름 끼친다... 하. 하. 하.

효과는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이건.... 말하자면 궁극의 서비습니다.

완전 박멸. 고객님 댁 기준으로 주변 해충을 말끔하게 정리한단 말입니다.

한마디로 끝장 서비스

그녀가 이야기하는 주변 해충은 과연 바퀴벌레를 이야기하는 것일까? 혹은 다른 어떤 생물까지 포함되는 것일까? 그리고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살았다는 바퀴벌레를 완전히 박멸한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 바퀴벌레와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다가 뭔가 수상한 업체와 얽히게 된 주인공 광남씨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까? 더러운 인간들과 더러운 바퀴벌레를 혐오하는 광남 씨에게 바치는 한편의 누아르 같은 소설 (주)올 킬. 너무너무 재미있지만 주의사항이 있다!!! 밤에 펴봤다간 끝까지 보게 된다.. 결과가 궁금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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