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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단칸방 - 오늘도 외로웠던 당신을 안아줄 이야기
BORAme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2017년 '인디게임의 열정을 플레이하라 ' 선정, 80만 플레이어가 공감한 게임을 책으로 만나다. 게임 속의 캐릭터가 주인공이 되어 책으로 엮이다니.. 과연 어떤 내용이 적혀있을지 책에서 보여주는 인물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지 매우 궁금하고 호기심이 생겨서 선택하게 된 책 [ 비 내리는 단칸방 ].
작은 방 한칸의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주인공. 특징없는 얼굴.. 무표정한 그 얼굴을 보니 머리속에 우울한 생각만 가득한 것 같다. 자진해서 방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는 것 같은 주인공.. 그리고 아무도 만나지 않을 것 같은 그 모습을 보니 마쉬멜로우가 생각났다. 너무나 무기력해서 마치 불에 녹은 마쉬멜로우처럼 녹아들어갈 것 같은, 마쉬멜로우 인간.
창문 밖으로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그려져 있다. 책에는 우울한 내용의 글 뿐만 아니라 어둡고 우울하게 내리는 날씨와 쪼그리고 앉아 무릎을 모으고 있는 주인공의 모습이 그려져 있어서 한층 우울함이 돋보인다. 그런데 이게 잘못된 걸까? 인간이기에 지나가듯이 혹은 매우 자주 우울한 감정을 우리는 느끼곤 한다.
2년전, 나름 큰 병을 앓으면서 내가 느꼈던 감정도 우울함이었다. 그 당시 읽었던 책들을 떠올려보니 죄다 우울한 책들이었다. 죽음에 관한 이야기, 우울함을 토로하는 에세이 등등등.. 그런 책들을 읽었다고 더 우울해졌냐면, 그건 아니었다. 오히려 나와 똑같은 감정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어보며 공감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우울 속에 몸을 푹 담갔다가 조금씩 빠져나올 수 있었다.
책을 읽다보니 궁금증이 생겼다. 그렇다면 캐릭터를 우울하게 만든 건 뭘까? 책에 나온 것처럼 뭔가 맛있는 것을 사먹고 싶어도 나아지지 않는 형편? 아니면 그칠 생각이 없이 주구장창 내리는 비? 혹은 어린 시절을 우울하게 보냈기에 성장 과정에서 얻게 된 우울함? 내 생각엔 이 모든게 다 합쳐져서 캐릭터의 우울함을 이끌어낸 것 처럼 보였고 희한하게 전부 다 너무나 큰 공감이 되었다. 나도 모르게 슬픈 것이다. 그냥 모든 것이...
맞벌이로 저녁때가 되어야만 돌아오는 부모님.
부모님의 빈자리가 커서였을까.
저녁까지 쏟아지는 폭우 속 천둥소리는
폭탄이 터지는 소리처럼 들렷어.
부모님이 언제 돌아오실까
숨을 죽이며 이불 속에서 잠든
어린 날의 내 모습을 달래주고 싶어.
현대인들은 누구나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털어놓지 못할 마음 속 상처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마치 다 크지 못한채 웅크리고 있는 어린 아이처럼, 그리고 슬픔을 제때 털어놓지 못해 계속 슬퍼하고 있는 어린 아이처럼, 그 상처가 뭉치고 뭉치고 뭉쳐서 우울한 감정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 이 [ 비 내리는 단칸방 ] 속에 나오는 캐릭터도 그런 사람들 중 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희한하게도 공감이 많이 갔던 책.... 그냥 슬픈데 왜 이렇게 우울한지 모르겠을 때, 귀여운 삽화와 함께 조곤조곤 우울한 감정을 토로하면서 우리를 달래주는 듯한 이 책을 한번 읽어보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