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킬 - 이재량 장편소설
이재량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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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일이라는 게 다 그런 거 아닙니까?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근데 바퀴벌레를 박멸하는 데 치러야 할 대가는 너무 크다 이겁니다.

과연 그런 대가를 치르면서까지 박멸을 해야 하느냐.

아니면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바퀴벌레는 인간의 친구다,

생각하면서 함께 산다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공존 공영의 길을 가느냐.

이 책은 더러움 ( 바퀴벌레) 을 증오하고 혐오했던 한 순결했던 남자에게 바치는 서사시와 같은 소설이다. 결코 평범하지만은 않았던, 평생 청결 강박증에 시달렸던, 그러나 끝내 자신의 신념 ( 자신과 자신의 주변을 깨끗하게 하겠다는 ) 을 지켰던 광남씨... 그 특별한 남자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어렵게 만난 아내 김미영 씨와 7년의 결혼 생활을 끝낸 뒤 그는 사람들을 피해 인적이 뜸한 시골로 가서 오두막을 리모델링해서 살고 있다. 그가 도시를 떠나 한적한 이곳으로 온 이유는 딱 하나! 청결함과 완벽함을 알지 못하는, 더러운 도시인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함이었다. 평생을 청소부로 일했던 아버지에게서 청결함에 대한 일종의 강박을 물려받은 그는 밖에서 화장실을 이용 못할 만큼 깨끗함에 집착한다. ( 회사 화장실을 사용 못 해서 용변을 집에서 보고 샤워를 하고 돌아감 )

그런데 깨끗함에 있어서라면 세계 최고라고도 말할 수 있을만한 그가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 발생한다. 그의 화장실에서 바퀴벌레 한 마리가 발견된 것. 얼른 잡아 죽였지만 찜찜한 마음은 그치질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올킬이라는 해충 구제 업체의 광고지를 발견하게 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연락을 취해 바퀴벌레 박멸을 의뢰한다.

해충 구제 전문 기업 (주)올 킬.

원 샷 올 킬! 한 방에 보냅니다.

지금 연락 주세요. 끝까지 책임지겠습니다.

그의 연락에 나타난 해충 구제 업체 직원은 온몸을 하얀색으로 뒤덮은 장신의 여성이었다. 흰 유니폼을 걸치고 흰 마스크를 쓴 그녀는 머리까지 흰색이어서 광남 씨 눈에 보이는 그녀는 하나의 " 구원의 빛 " 이었다. 그런데 뒤이어 그녀가 선보이는 바퀴벌레 박멸 신공은, 가히 신기에 가까운 그것이었다. 싱크대 수챗구멍에 약품을 넣고 잠시 기다린 다음 그 구멍을 통해 빠져나오는 엄청난 수의 바퀴벌레를 진공청소기 같은 것으로 빨아들인다. 마치 무술 영화나 액션 영화의 주인공의 현란한 액션 연기를 보는 듯한 이 장면... 작가가 혹시 액션 영화 팬인가?

(주)올 킬의 직원이 떠나고 바퀴벌레의 박멸을 확신하고 안심하고 있었던 광남 씨의 눈에 발결된 또 한 마리의 바퀴벌레. 그녀가 휘둘렀던 진공봉에 의해 모든 바퀴벌레가 죽은 게 아니었던가? 한 마리의 벌레란 숨어있는 백 마리의 바퀴벌레를 의미한다. 도대체 그 바퀴벌레는 어디서 나온 걸까? 그제서야 그의 눈에 옆집에서 버리고 제대로 치우지 않은 엄청난 양의 음식물 쓰레기가 발견된다.

사실 광남씨는 한 유명 건축가가 지은 2층 집의 옆 오두막에 살고 있었다. 그 건축가는 자칭 환경 전문가라고 자부하고 있지만 그와 그의 아내는 음식물 쓰레기를 제대로 치우는 것에 도통 관심이 없다. 그뿐만 아니라 그들은 적반하장으로 쓰레기를 치워달라는 그의 요구에 졸렬한 복수를 가하기도 한다. 단지 깨끗함을 원하기만 했을 뿐인데, 바퀴벌레를 없애길 원했을 뿐인데, 부당한 취급을 당한 광남씨.. 이제 그는 무엇을 해야 할까?

거대한 바퀴벌레가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며 자신을 쳐다보거나 아내의 모습을 한 바퀴벌레가 자신을 쫓아오는 악몽을 꾸기 시작한 광남씨. 다시 연락해 만나게 된 (주)올 킬 직원 안희수는 그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브이 아이피 회원 가입을 하라는 것. 그녀는 자신 있게 선언한다. 회원 가입을 한순간, 그의 집 근처에 있는 모든 해충은 한꺼번에 박멸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그녀가 덧붙이는 말이 있다. 한번 가입하면 임의로 탈퇴하거나 절대로 취소할 수 없다는 것. 그런데 그녀의 웃음이 약간 소름 끼친다... 하. 하. 하.

효과는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이건.... 말하자면 궁극의 서비습니다.

완전 박멸. 고객님 댁 기준으로 주변 해충을 말끔하게 정리한단 말입니다.

한마디로 끝장 서비스

그녀가 이야기하는 주변 해충은 과연 바퀴벌레를 이야기하는 것일까? 혹은 다른 어떤 생물까지 포함되는 것일까? 그리고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살았다는 바퀴벌레를 완전히 박멸한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 바퀴벌레와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다가 뭔가 수상한 업체와 얽히게 된 주인공 광남씨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까? 더러운 인간들과 더러운 바퀴벌레를 혐오하는 광남 씨에게 바치는 한편의 누아르 같은 소설 (주)올 킬. 너무너무 재미있지만 주의사항이 있다!!! 밤에 펴봤다간 끝까지 보게 된다.. 결과가 궁금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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