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연락에 나타난 해충 구제 업체 직원은 온몸을 하얀색으로 뒤덮은 장신의 여성이었다. 흰 유니폼을 걸치고 흰 마스크를 쓴 그녀는 머리까지 흰색이어서 광남 씨 눈에 보이는 그녀는 하나의 " 구원의 빛 " 이었다. 그런데 뒤이어 그녀가 선보이는 바퀴벌레 박멸 신공은, 가히 신기에 가까운 그것이었다. 싱크대 수챗구멍에 약품을 넣고 잠시 기다린 다음 그 구멍을 통해 빠져나오는 엄청난 수의 바퀴벌레를 진공청소기 같은 것으로 빨아들인다. 마치 무술 영화나 액션 영화의 주인공의 현란한 액션 연기를 보는 듯한 이 장면... 작가가 혹시 액션 영화 팬인가?
(주)올 킬의 직원이 떠나고 바퀴벌레의 박멸을 확신하고 안심하고 있었던 광남 씨의 눈에 발결된 또 한 마리의 바퀴벌레. 그녀가 휘둘렀던 진공봉에 의해 모든 바퀴벌레가 죽은 게 아니었던가? 한 마리의 벌레란 숨어있는 백 마리의 바퀴벌레를 의미한다. 도대체 그 바퀴벌레는 어디서 나온 걸까? 그제서야 그의 눈에 옆집에서 버리고 제대로 치우지 않은 엄청난 양의 음식물 쓰레기가 발견된다.
사실 광남씨는 한 유명 건축가가 지은 2층 집의 옆 오두막에 살고 있었다. 그 건축가는 자칭 환경 전문가라고 자부하고 있지만 그와 그의 아내는 음식물 쓰레기를 제대로 치우는 것에 도통 관심이 없다. 그뿐만 아니라 그들은 적반하장으로 쓰레기를 치워달라는 그의 요구에 졸렬한 복수를 가하기도 한다. 단지 깨끗함을 원하기만 했을 뿐인데, 바퀴벌레를 없애길 원했을 뿐인데, 부당한 취급을 당한 광남씨.. 이제 그는 무엇을 해야 할까?
거대한 바퀴벌레가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며 자신을 쳐다보거나 아내의 모습을 한 바퀴벌레가 자신을 쫓아오는 악몽을 꾸기 시작한 광남씨. 다시 연락해 만나게 된 (주)올 킬 직원 안희수는 그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브이 아이피 회원 가입을 하라는 것. 그녀는 자신 있게 선언한다. 회원 가입을 한순간, 그의 집 근처에 있는 모든 해충은 한꺼번에 박멸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그녀가 덧붙이는 말이 있다. 한번 가입하면 임의로 탈퇴하거나 절대로 취소할 수 없다는 것. 그런데 그녀의 웃음이 약간 소름 끼친다... 하. 하.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