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블린 하드캐슬의 일곱 번의 죽음
스튜어트 터튼 지음, 최필원 옮김 / 책세상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이렇게 책을 빨리 읽어버릴 줄 몰랐는데 어쨌든 단숨에 읽어버린 책 – 에블린 하드캐슬의 일곱 번의 죽음. 한번 책을 읽기 시작하니까 그냥 쉼없이 달려올 수 밖에 없었다, 왜? 결말이 너무너무 궁금했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너무나 강렬하고 신비스러운 에너지가 머리 속에 가득차는 걸 느꼈다.. 원작이 훌륭한 책들은 보통 영화로 만들어지긴 하지만 이 책이 과연 영화화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만큼 복잡한 플롯과 복선을 가진 영화이다.

책의 화자는 습기로 가득찬 숲 속에서 깨어나는데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공포스런 어둠이 깔려있는 숲이다. 그는 누군가가 계속 따라온다는 느낌을 받는데 보이지 않는 시선이 그의 등으로 계속 내리 꽂힌다. 그는 자신이 누구였는지 전혀 기억이 없고 그 숲 속에 어떻게 도달하게 되었는지도 전혀 감 잡을 수 없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끝에 머리 속에 떠오른 이름은 바로 Anna.

한참 후에 그는 자신의 이름이 Aiden Bishop 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왠 낯선 자의 몸에 붙들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 영혼이 갇혀 있는 걸까 ) 곧이어 마스크를 쓴 정체모를 인물이 다가와서는 풀려나고 싶으면 한 살인 사건의 미스터리를 풀어내야 한다고 퉁명스럽게 이야기한다. 그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그는 살인 사건이 일어난 날을 8번 되살아야하는데 매일 아침 다른 자의 몸에서 깨어난다는 것도 특징이다. 만일 그가 살인자의 이름을 밝히는 것을 실패하면 그는 첫째날로 되돌아가고 기억은 깨끗하게 지워지며 그는 이전에 수없이 했던 일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한다.

그런데 Aiden 만이 이 복잡한 시간의 흐름에 갇힌 유일한 인물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문제가 더욱 더 복잡해진다. 두 명의 다른 사람들이 이 무한대의 시간대에 또한 같이 얽혀있고 그들을 쫓는, 미지의, 칼을 휘두르는 남자가 있다. Aiden 과 Anna 그리고 익명의 경쟁자들은 게임판 위의 말들이고 모든 것들은 위태위태한 상태이다.


에블린 하드캐슬의 일곱 번의 죽음이라는 이 책은, 살인 사건이 없는, 아름답지만 혼란스러운 살인 미스터리이다. 밀실 스릴러이자 동시에 독자가 조금 이해하기 힘든 타임 워프 이론이 중심을 차지한다. 잘 균형잡힌 이 책의 플롯은, 천천히 그러나 매우 신중하게 책 속에 숨겨진 미스터리와 비밀들을 드러낸다. 작가가 매우 정교하게 설정한 문장을 매우 신중하게 살펴봐야 이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할 수가 있어서 책을 읽는 동안 몇 번이나 길을 헤매는 느낌이 들었는지 모른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작가가 설치한 덫에 갇히게 된다. 그 속에서 뺑뺑이 도는 내 모습이란.... ( 이해하지 못하고 방황함 ) 책을 읽으며 몇 번이나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거나 넘어지거나 겨우 탈출구를 찾을 수 있었다. 흩어져 있는 이 모든 단서들은 결국 어떤 결말로 이어질 것인가?

신인 작가의 작품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이디어가 풍부하고 필력도 뛰어난 소설이다. 그리고 인물들에 대한 섬세한 묘사도 놀라왔던 것 같다. 등장인물들의 미세한 변화, 그들의 선택 그리고 그로 인한 파급력이 다른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와 끊임없이 뿌려지는 떡밥 ( 복선들 ) 과 퍼즐 조각들도 놀라웠다. 매우 정교한 스토리 라인과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보고, 한 사람의 머리에서 이 책의 구성이 나왔다는 사실도 또한 놀라웠다.

에블린 하드캐슬의 일곱 번의 죽음은 주로 Aiden Bishop 이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추지만 그가 돌리는 운명의 수레바퀴에 함께 걸려있는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수레바퀴가 천천히 돌면서 다른 누군가의 삶과 운명도 바뀐다. 이야기는 영혼이 머무르는 각 몸, 즉 숙주의 기억에 머무르는데, 그 묘사가 마치 누군가가 풀장에 잠시 몸을 담구었다가 나온 것처럼 묘사된다. Aiden 의 영혼이 머무르는 각 숙주들은 각각 비밀을 품고 있고 거짓투성이의 삶을 살고 있는데 Aiden 의 자아정체성은 그가 잠시 머무르는 이 비열한 성격의 숙주들의 영향을 안 받을 수가 없다. 성차별주의자, 이기주의자, 비열하고 남을 조종하며 학대하고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이런 캐릭터들... 도저히 호감이 가지는 않지만 그래도 독자들의 흥미를 끌고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는 면에서 작가의 필력이 빛나는 듯하다.


에블린 하드캐슬의 일곱 번의 죽음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마치 소용돌이치듯 독자들을 미스터리 속으로 밀어넣는다. 그러나 혼란스러운 현실 속에서 방향을 잃은 채 헤매던 Aiden 의 노력 덕분에 결국 이야기의 전말이 드러나고, 독자들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결론을 마주하게 된다. 이런 결말이라니..... 작가가 마지막에 터트린 반전에 놀라서 나는 열린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랐을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긴 숨을 쉬었던 것 같다. 도대체 이 괴물같은 작가는 뭘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 애거서 크리스티와 인셉션이 만났다 “ 표지의 홍보문구처럼 이 책은 읽는 독자에 따라서 호불호가 진짜 많이 갈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가 싫은 사람들은 이 책도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SF를 좋아하는 사람들, 특히 타임워프나 잠재의식에 대한 주제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추천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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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트로트 특서 청소년문학 16
박재희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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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신라의 밤이여

불국사의 종소리 들리어온다

(...)

고요한 달빛 어린 금옥산 기슭에서

노래를 불러보자 신라의 밤 노호래해르을 ."


" 어쩌다.... . 전설적인 명창 하동국의 아들이 뽕짝이라니.... 어쩌다 ."


각 민족마다 대표하는 정서가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바로 한과 흥. 여러 전쟁과 식민지라는 역사를 겪어서 그런지 슬픔과 분노가 뭉쳐서 한이 된 게 아닐까? 한오백년같은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몇 십년 묵은 한을 노래로 토해내는 것 같다. 그러나 또한 한민족은 매우 흥이 넘치는 민족이기도 하다. 군밤타령과 같은 민요를 듣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어깨춤을 들썩이게 된다. 또한 한국 민요와 판소리가 좋은 점은, 가수가 서는 무대와 관객이 머무르는 곳을 뚜렷하게 구분짓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많은 판소리에 함께 울고 흥이 나면 또 얼싸안고 함께 춤추는 민족이 바로 우리 민족이 아니던가?


이 책 [ 어쩌다, 트로트 ] 는 민족의 소리인 판소리와 트로트를 함꼐 자연스럽게 녹여낸 스토리이다. 한민족을 대표하는 판소리는 사실 그렇게 대중적이지는 못하다. 빠르게 변화하는 요즘의 음악 트렌드에도 잘 적응하지 못한 것 같다. 이대로라면 판소리나 민요가 사라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던 판소리를 전공하였거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 트로트를 부르면서 판소리까지 홍보되기 시작했다. 이 책 [ 어쩌다, 트로트 ] 에 나오는 " 필통 ( 필이 통하는 친구 ) " 처럼 판소리와 트로트는 원래 친한 친구가 아니었을지.... 주인공 하지수의 어머니 박은희는 트로트를 제대로 부르기 위해서는 판소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굳게 믿는 사람이다. 그녀는 노래대회에 출전을 앞두고 있는 지수를 위해서 " 소리공방 " 이라는 판소리 훈련소로 지수의 팔을 이끈다.


전설적인 명창 3대를 배출한 집안의 며느리였던 어머니 박은희. 전설적인 명창이었던 아버지 하동국이 객석에 사람하나 없는 판소리의 현실에 절망하고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진 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소중한 아들 지수를 데리고 악착같이 살아왔다. 튀김장사, 복지관 노래 강사 등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던 어머니를 따라 이 무대 저 무대를 다니다가 어린 나이게 마이크를 잡고 트로트를 불렀던 지수. 어린 아이의 구성진 트로트 실력에 놀란 사람들에게 등떠밀려 노래부르기 시작한 지수는 이제 어엿한 중2 청소년이 되었고, 현재는 이곳저곳에서 불리는 어엿한 트로트 가수가 되었다. 비록 무명이고 사람들의 비난과 조롱에 움츠러들기도 하지만 마냥 트로트가 좋은 지수.


“ 어린애가 동요나 부르지 무슨 뽕짝이냐 ”

“ 쪼그만게 뭘 안다고 트로트야 ”

“ 슬픈 노래 부르지마라, 애 늙은이같다 ”

“ 앞길이 뻔하다. 밤무대 가수나 되겠지 .”

“ 박수치고 돈을 주면서도 사람들은 흉을 보았다. 상관 없었다.

노래를 부르는 동안만큼은 행복했다 ”


하지만 역시 판소리 가문의 며느리였기 때문인걸까? 지수를 또랑광대 ( 판소리를 잘 못하는 사람 ) 로 만들기 싫었던 어머니 박은희는 다시는 만날 일이 없을 줄 알았던 남편의 친구인 " 조은필 명창 " 이 소리를 가르치는 소리공방으로 지수를 데리고 간다. 조은필은 그곳에서 자신의 딸 조아라, 북의 고수인 빛나, 그리고 미소년 선재 등등 다음 판소리 세대를 이끌 주역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들은 공방에서 감성 짙게 트로트를 뽑아내는 지수의 목소리에 흠뻑 반하고, 지수는 엄청난 성량을 가진 선재 무리들에게서 큰 감명을 받게 된다. 그리고 선재는 엄마를 끔찍히 위하고 강하지만 순수한 눈빛을 가진, 곰돌이 같은 지수를 좋아하게 되어서 그들은 " 필통 " 사이가 된다.


아이들이 서로 반목하지 않고 아껴주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운 소설이다. 선재는 지수의 아버지였던 하동국이 세상을 뜬 후, 고수였던 자신의 아버지가 북을 더 이상 만지지 않는 이유를 알고 있다. 그리고 하동국과 함께 흥부가를 불렀던 스승 조은필 명창이 왜 더 이상 흥부가를 부르지 않는가도 알고 있다. 나중에 내막을 잘 모르는 지수에게 설명해주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찡했다. 이렇게 어린 아이가 이렇게 속이 깊을 수 있다니....


그 뿐 아니라 안빛나라는 대학생을 통해서 판소리가 새로운 형태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엿보았다. 그녀는 심청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창극을 선보인다. 무대 의상도 파격적으로 - 정장바지를 빨강 핫팬츠로, 회색 폭탄 가발을 쓰고 전통적인 한복을 현대적인 스타일로 재해석함 - 바꾸었고 판소리에 건반, 베이스, 드럼, 색소폰 반주가 친근하게 따라붙는다. 판소리가 더 이상 구시대적인 음악이 아닐 수 있다는, 새로운 음악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목이어서 너무 좋았다.


소리공방에서 하드트레이닝을 받은 지수는 과연 노래대회에서 대상을 받을 수 있을까? 아니면 요절한 천재 명창 아버지 하동국의 뒤를 이은 판소리 명창이 될것인가? 어머니를 향한 따뜻한 마음과 트로트에 대한 열정을 보여준 지수 그리고 청소년들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정정당당한 대결을 보여준 소설 [ 어쩌다, 트로트 ]. 그들이 두드리는 북소리와 그들의 노래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울리는 듯 하다.


" 우리 딸 심청이가 황후마마 되었구나

심봉사 심학규가 딸 덕에 눈 떴구나

뺑덕어멈 잘 가거라 너 잡을 나 아니다

미인들이 몰려온다 귀인들이 줄을 선다

천년만년 부귀영화 얼씨구나 좋을 시고 "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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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우주선의 시간 - 제1회 카카오페이지×창비 영어덜트 장르문학상 수상작
이지아 지음 / 스윙테일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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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25년 7일 14시간

훈이 나를 떠난 후 지나가 버린 시간들.

나는, 우리는 그 시간들을 회복할 수 있을까. ”

내가 SF를 좋아하는 이유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여러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는 것이다. 비극적으로 변해버린 지구에서 생존을 위해 악전고투하는 인간들을 그린 디스토피아물도 좋고 새로운 터전을 향해 나아간 새로운 인류를 상상한 부분도 흥미롭기 때문이다. 이번에 읽게된 이 [ 버려진 우주선의 시간 ] 은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 즉 안드로이드가 인간성을 갖출 수 있느냐? 라는 부분을 화두로 제시한 면이 너무나 흥미로웠다. 점점 A.I. 기술은 발전되어가고 있고 사회의 많은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 이제는 인간보다 더 인간같은 휴머노이드의 탄생을 기대해볼만도 하지 않을까?

한때는 유능한 우주 경찰 다비드 훈을 싣고 다니면서 해적과 범죄자를 소탕하던 정찰선 티스테. 점점 낡아가는 정찰선 티스테를 포기하라는 주위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고장난 부분을 꼼꼼하게 수리를 해가며 돌봐준 훈에게 인간의 애정 비슷한 것을 느끼고 있던 티스테. 그러나 훈은 하나밖에 없는 딸이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 지구에 돌아가게 된다.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갔지만 25년째 돌아오지 않은 훈. 토성의 한 구석에 버려진 채 모래에 파묻혀서 부스러져가던 정찰선 티스테를 구해준 건 바로 어레스 박사님. 안드로이드 분야를 연구하던 어레스 박사는 티스테를 구한뒤 그를 안드로이드로 탈바꿈시켜준다.... 안드로이드가 되면서 티스테가 맨 먼저 한 일은 엄청난 눈물을 쏟아낸 것이다.



한편, 지구에서는 훈의 손녀인 룻이 버거버거라는 직장에서 쥐꼬리만큼의 돈을 벌며 살아가고 있다. 그녀는 낮에는 알바를 뛰고 저녁에는 해킹으로 약간의 돈을 벌고 있긴 하나, 지구의 대기오염으로 인해서 폐병을 앓고 있는 엄마를 위해서 큰 돈을 벌어야 하는 룻은 어느 날, 정찰선을 제조하는 우주로직사에서 할아버지 훈이 몰던 정찰선인 ‘ 티에스티 원 ( TST 1 ) ’에 매우 큰 액수의 배상금을 걸어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엄청난 액수의 배당금!! 그 돈이 있으면 어머니에게 맑은 공기도 줄 수 있고 에메랄드 존이라는 좋은 환경으로 이주할 수도 있다. 룻은 지체없이 티스테를 찾아 토성행 우주선에 몸을 싣는데........

책을 읽다보니 문득 얼마 전 친구와 들렀던 식당 생각이 났다. 식당 외부와 내부가 한옥의 느낌이 나서 참 예스럽고 고풍스럽다고 생각하면서 둘러보고 있었는데 주문한 음식을 들고 온 건 바로 서빙 로봇이었다! 완전 전통과 현대의 만남이랄까? 서빙을 해준 로봇의 화면에 뜬 완료 버튼을 눌렀더니 순간 화면에 미소가 떠올랐다. 갑자기 애정이 생긴 나는 그 로봇이 기계라는 사실도 잊고 작은 소리로 고마워~ 라고 속삭였다. 수십년 전만해도 감히 상상할 수 조차 없었던 인공지능 로봇이라니.... 그런데 이 소설은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눈물을 흘리고 애정을 느끼며 인간이 먹는 음식을 나눠 먹는 안드로이드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 버려진 우주선의 시간 “ 은 기계에 몸에 인간의 마음이 깃들 수 있을까? 라는 고민과 그런 안드로이드와 인간이 진정한 우정을 쌓아갈 수 있을까? 라는 저자의 자문에서 시작된 소설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단순 기계인 정찰선 티스테가 낡아서 점점 삐걱거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애정의 끈을 놓지않고 티스테를 돌아준 훈과 그런 훈에게 엄청난 애착을 가진 채 25년간 소식도 없는 그를 기다리다가 마침내는 절망과 배신감을 느껴 이제는 훈 대신에 돌아온 손녀 룻에게 못다한 복수를 하려는 인간보다도 더 인간같은 안드로이드 티스테를 그리고 있다. 예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 ( 비대면 수업, 교통정보 앱, 스마트 tv, 자율주행 차 등등등 ) 이제는 실생활에서 이용이 되는 만큼 인간만큼 높은 지능과 섬세한 감수성을 가진 안드로이드가 개발되지 말란 법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일종의 기계와의 소통을 상상화한 이 작품이 아주 흥미롭다고 볼 수 있다.

약간 아쉬웠던 부분은 토성에서 지구로 돌아가던 중에 들른 여러 행성들과 장소들 ( 타이탄 운터데르테 시장, 달의 이면 F 구역 등등 ) 에 대한 배경 설명이 조금 부족했다는 것이다. ( 시장에 대한 장소적인 혹은 역사적인 묘사 등등이 약간 부족하다고 느낌 ) 그리고 우주에서 고아가 된 채 떠돌다가 해적이 되거나 범죄자가 되어버린 외계인에 대한 묘사도 조금 더 개성있게 넣었다면 조금 더 SF 적인 색채가 물씬 풍기지 않았을까 해서 아쉽긴 하다. [ 버려진 우주선의 시간 ] 에서 구축한 세계관이 어떻게 형성되어 갔는지도 묘사가 되어 있었다면 보는 재미가 아마 더 쏠쏠하지 않았을까 싶다.

룻은 자신의 목적대로 티스테를 우주로직사에 넘겨주고 많은 돈을 얻을 수 있을까? 티스테는 그렇게도 보고 싶어했던 파트너이자 자신의 대장이었던 다비드 훈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처음엔 각자의 이익과 각자의 동기로 시작된 여행이었으니 결국은 인공지능과 인간 사이에도 진정한 우정이 오고갈 수 있음을 보여준 작품 [ 버려진 우주선의 시간 ]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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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릿 글쓰기 - 어떤 글쓰기도 만만해지는
야마구치 다쿠로 지음, 한은미 옮김, 송숙희 감수 / 토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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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읽는 사람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기쁨을 줄 수 없다 ”

글을 잘 쓰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어떤 글이 잘 쓴 글일까요? 저는 주입식 교육의 피해자라서 그런지 제대로 된 글이 무엇인지 한번도 고민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주어진 글을 읽고 정답을 골라내는데에만 열중했기 때문이죠. 지금까지 살면서 다른 누군가의 글을 읽고 좋아하거나 비판하기만 했지 정작 나의 글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참으로 게으르게 살아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학교를 졸업하고 ( 물론 학교에서도 글을 쓸 이유는 많았지만 )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 다양한 종류의 글을 쓸 필요가 생겼어요. 직장에 들어가기 위한 소개서부터 사업을 시작하기위한 홍보글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낼 편지까지 말입니다. 우리는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부분의 몇 %까지 전달하고 있을까요? 그리고 독자가 완벽하게 이해를 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있는 것일까요?

“ 좋은 글을 쓰는 비결이란, 독자의 지식수준에 눈높이를 맞춘다”

평소에 이런 고민을 하고 있던 중에 마침 좋은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은 [ 어떤 글쓰기도 만만해지는 템플릿 글쓰기 ] 인데요. 유투브, SNS, 보고서, 스토리텔링까지 글의 품격을 높여주는 마법의 템플릿이라고 소개되어 있어요. 요즘처럼 온라인 상으로 글을 써야할 기회가 많을 때에 반드시 갖춰야할 책으로 여겨지는 군요.

우리는 보통 여행을 할 때 가이드북이나 구글지도 같은 GPS 를 구비합니다. 즐겁고 알찬 여행을 하기 위한 하기 위해서 반드시 갖춰야할 조건인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나의 글이라는 여행을 하는 독자들이 쉽고 재미있는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쉽고 알찬 가이드라인을 갖춰주면 좋겠죠? 아무래도 여행 가이드가 관광명소를 정확하게 짚어주고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까지 해준다면 금상첨화힐 것 같습니다.






“ 이야기의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한다는 것은

이야기의 지도를 전달하는 것으로 바꾸어 말할 수 있다.

지도를 전달받은 독자나 청중은 이야기가 진행되는 방향을 파악하여

이어지는 이야기에 집중하게 된다 ”

이 책은 독자가 이해하기 쉽고 논지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글쓰기 방법을 정리해놓았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템플릿이 뭘까요? 이 책 제목에 등장하는 템플릿이란 " 글의 흐름을 나타내는 구성 패턴의 프레임 " 을 말한다고 합니다. . 문장을 어떤 식으로 배치해야 효율적이고 가독성높은 글이 되는지 소개하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책에서는 이 " 템플릿 " 대로 문장을 쓰고 거기에 조금씩 살을 붙이는 식으로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하니... 마치 전문 카피라이터나 논술 선생님이 쓴 것과 같은 논리적이고 탄탄한 글쓰기를 쓸 수 있도록 체험판을 제공해주는 듯 합니다.

이 책에서는 글쓰기 방법을 크게 3가지로 압축해놓고 있습니다.

1. 스트레스 없이 읽을 수 있는 열거형

2. 설득력이 높아지는 결론 우선형

2. 공감대가 생기는 공감형

과연 이 3가지 방법으로 ( 너무 단순하게 보이는 ) 글이 써지기는 하는 걸까요? 저자는 위와 같은 논리적인 뼈대를 갖추지 못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쓴 좋지 않은 글과 위의 3가지 방법으로 쓴 글을 비교 분석하며 어떻게 하면 단순하고 쉽고 이해 잘되는 글을 쓸 수 있는지를 시종일관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1번 열거형으로 쓰는 글은 다음과 같습니다. 만약에 한 의사가 현대인들에게 건강을 지키는 법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고 칩시다. 그는 자신의 글이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기를 바랄 것입니다. 그러나 항상 바쁜 현대인들은 글이 산만하기 보다는 요점만을 확실히 짚어주길 바라겠죠. 이 책에서 제시하는 글의 뼈대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해줍니다. 그리곤 덧붙일 주요 의견들을 열거식으로 배치하는 것이죠. 이렇게 말입니다.

내용을 한 줄로 요약 : 의사인 K 씨가 경종을 울리는 것은 다음 3가지다.

첫째 : 만성적인 수면 부족

둘째 : 과도한 스트레스

셋째 : 편식

결론 : 이 3가지를 개선하면 몸 상태가 좋아진다고 한다










저자는 주장합니다. 논리적인 뼈대를 잘 만들어놓고 살만 잘 갖다붙이면 훌륭한 글이 만들어진다고요. 잘 닦은 주춧돌 위에 멋진 집이 세워진다는 말이겠죠? 이 부분에서 100% 공감했습니다. 요리를 만들 때도 그렇잖아요. 재료를 일일이 정확하게 개량해서 준비하고 레시피 순서대로 꼼꼼히 요리를 해야 훌륭한 요리가 만들어지듯이 글 쓰는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의 경우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머리 속에 뒤죽박죽 쌓여있는 정보나 지식을 틀에 맞게 잘 배열하고 정리해서 글을 만들어내면 독자들이 보다 읽기 쉽고 이해가 가는 글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쓰는 글이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지 않도록, 즉 남들이 읽기 싫은 글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겠죠? 이 책은 거기에 힘을 보태주는 책인 것 같습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함과 동시에 안 좋은 글에 대한 주의를 덧붙이고 있기 때문이죠. 한눈에 들어오고 잘 정리가 된 글을 향한 책 [ 어떤 글쓰기도 만만해지는 템플린 글쓰기 ]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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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조금 지쳤다 - 번아웃 심리학
박종석 지음 / 포르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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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꼰대 상사와 고객의 갑질, 직장 내 억울한 뒷담화, 과도한 업무와 야근,

쥐꼬리만한 월급 등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도망치지 않은 내가 있다.

그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존중받아 마땅하다 ”

사실 우리는 조금 지친 게 아니라 이미 많이 지쳐있는지도 모른다.

번아웃이라는 제목을 단 책들이 한때 우후죽순 출판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단지 각 책마다 번아웃에 어떻게 접근해야하는지 방법론이 다를 뿐인 듯 하다.

이 책 [ 우린, 조금 지쳤다 ] 의 저자는 정신과 의사로써의 경험

뿐 아니라 본인이 직접 겪은 번아웃증후군을 솔직담백하게 고백함으로써

독자들에게 보다 진정성있게 다가가고 있다.

한때 히키코모리처럼 집에 틀어박혀서 게임폐인으로 지냈다는

우울했던 지난 날을 들려주는 저자.

심리학을 다루는 책이긴 하지만 좀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저자의 번아웃에 대한 정의와 원인을 조금 살펴보자면, 번아웃은

“ 어떤 일에 과도하게 몰두하다가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무기력증이나 불안감, 우울감, 분노, 의욕 상실 등의 증상이 생기는 것을 뜻한다 ”

라고 적혀있다.

한마디로 쉬어도 재충전이 잘 되지 않고 우울감과 무기력증이 만성화된 상태를

번 아웃 증후군이라고 뜻하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증상을 겪고 있지 않을까? 의심이 되는 대목이다.

OECD 국가 중 유독 자살자가 많은 우리나라,,, 번아웃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되면

나의 지나친 의심일까?


그렇다면 현대인이 유독 번아웃이 많이 되는 이유는 뭘까?

글쓴이는 원인을 여러 가지로 들고 있는데

첫 번째는 지친 뇌가 더 이상 도파민을 생성하지 못하면서

몸에 기능장애가 나타난다는 것 ( 소화불량 변비 등등 )

그리고 스마트폰 등 IT 의 발달로 일과 휴식의 경계선이 희미해진 면도

그 원인으로 들고 있다 ( 가정에 돌아가서도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고 한다 )

마지막으로는 과도한 부담감,

즉 치열한 경쟁을 부추기는 현대사회에서 완벽함을 강요받다보니

뒤처지지 않으려고 애쓰다가 결국 번아웃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대형병원에서 경쟁과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생활을 한 끝에

번아웃을 얻었던 경험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다.

30대 후반에 갑작스레 찾아온 번아웃으로 인해서 직장도 제대로 못다니고

너무 우울한 나머지 집에만 틀어박혀 주식에만 올인하다가

무려 2억이나 되는 돈을 잃었다는 고백을 하는 저자.

그러나 저자는 끝도 없이 추락할 것만 같았던

자신의 상태를 끌어올려준 것이 친구들이라고 말한다.

가끔은 아프게도 하지만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것도 역시 사람의 따뜻함인가보다.

그렇다면 저자가 제시하는 번아웃의 해결책은 무엇일까?

우선 그는 우리의 신체와 정신이 동떨어져있지 않은 점을 짚는다.

기본적으로 다들 하는 말 같기도 하지만 운동을 함으로써

본인이 번아웃을 극복했던 점을 예로 들면서

운동이 어떻게 번 아웃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는지 말하고 있다.

“ 운동은 우울증약만큼 효과가 있다.

운동하면 세로토닌 분비가 촉진되고 도파민 생성이 증가한다.

이렇게 호르몬이 증가하면 뇌는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에 대항할 면역력을 얻게 된다.

이것은 항우울제의 원리와 비슷하다. ”


그는 이외에도 자기를 들여다보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명상을 제안하고

스트레칭을 통해서 근육을 이완하고 깊은 호흡을 할 수 있는 요가를 추천한다.

번아웃을 피할 수 없을 만큼 바쁘고 힘든 일상을 겪고 있는 현대인이라면

이렇게 번아웃을 이겨낼 수 있는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저자는 제안한다.

이러한 정보 뿐 아니라 이 책이 흥미로운 또 하나의 포인트는,

저자가 정신과 전문의인 만큼

다양한 유형의 이상 심리를 가진사람들에 대한 부분도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 때문이 아니라 인간 관계 때문에 번아웃을 겪고 있는 사람들,

즉 잘난 척하는 직장 상사나 끊임없이 자신을 뒷담화하고 깎아내리는

직장 동료 때문에 괴로운 분들이 읽어보면

어떻게 잘 대처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있을 책이다.

정신과 전문의이기에 앞서 한 명의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인간임을 고백하는 저자

마치 번아웃도 잘 극복해낼 수 있다며 손을 잡아주는 동네 오빠같은 느낌이다.

심리학이라고 하지만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

[ 우린, 조금 지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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