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니발 라이징
토머스 해리스 지음, 박슬라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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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양들의 침묵 > 을 통해, 꿈에 나올까봐 무서운, 섬뜩하고 잔혹한 인육 살인마 " 한니발 렉터 " 박사를 연기했던 배우 안소니 홉킨스. 날카롭게 빛나는 눈동자로 FBI 신입요원 클라리스 스탈링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던 안소니 홉킨스. 그는 한니발 렉터 박사를 연기하지 않았다. 영화 속에서 그는 완전히 렉터 박사 그 자체였다. 이 책 " 한니발 라이징 " 은 한니발 박사를 이렇게 소름끼치는 살인마로 만든 과거의 사건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미샤의 팔을 붙들고 매달린 한니발이 문 쪽으로 질질 끌려간다. 동생에게서 떨어지지 않자 ' 푸른 눈 ' 이 한니발의 팔 위로 무거운 헛간 문을 쾅 하고 닫는다. 뼈가 부러지고 다시 문이 열린다. 그가 장작개비를 가지고 돌아와 한니발의 머리를 후려갈긴다. 눈 앞이 번쩍하는 끔찍한 고통. 정신이 혼미해진다. 미샤가 소리친다.

" 아니바!"

한니발 라이징 중 90쪽

1946년 리투아니아.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독일군과 러시아군의 싸움은 민간인에 대한 폭격과 살육으로 변질된다. 한니발의 부모는 렉터 성을 버리고 숲속으로 숨어들었지만 독일군 폭격기에 의해서 한순간 잿더미로 변해버린다. 눈앞에서 까맣게 타버린 부모님과 선생님을 목격했던 어린 한니발. 그는 여동생 미샤와 함께 술 속 산장에 단둘이 남겨지는데, 어느날 들이닥친 약탈자 무리들,,,, 이후 한니발이 기억하는 거라곤 그들이 미샤를 어딘가로 데리고 가버린 것이다.

트라우마 때문이었을까? 그 사건 이후 한니발은 실어증에 걸린다. 그리고 원래 자신의 집이었던 하지만 현재는 고아들을 위한 보육원으로 변해버린 렉터성에서 다른 고아들과 함께 머무르게 된다. 밤이면 밤마다 미샤가 끌려가는 악몽을 꾸고 비명을 지르며 깨어나는 한니발. 자신의 이름을 외치며 짐승같은 자들의 손길에 끌려가던 여동생의 목소리 " 아니바! " 가 그의 귓전에 아직도 생생하다.

한편 전쟁 동안 감옥에 갇혀 있었던 한니발의 삼촌이 감옥에서 풀려나 부인인 레이디 무라사키와 함께 한니발을 데리러 보육원을 찾아온다. 레이디 무라사키는 미샤를 잃은 충격으로 말을 하지 못하는 한니발을 주의 깊게 살펴본다. 아직도 미샤가 죽음을 당한 그 무의식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한니발을 그녀는 돕고 싶어 한다. 한니발은 미샤가 죽은 그 시점과 공간이라는 꿈 속에서 헤매고 있는 듯 하다. 상담과 최면요법 등등의 치료가 아무 소용이 없다. 영혼없이 껍질만 남아 있는, 그러나 복수심으로 인한 분노만이 가득한 한니발.

한니발, 악몽의 땅은 잊어버리렴. 넌 네가 원하는 거라면 뭐든지 될 수 있어. 이제 그만 꿈의 다리를 건너 나와 함께 가자꾸나.

한니발 라이징 중 119쪽

정신병원의 환자를 죽이고 신체와 장기를 요리해 먹었던 엽기적인 살인마, 그러나 동시에 예술감각이 뛰어나고 저급한 인간들을 참지 못했던 고상한 인격의 소유자라는 그의 이중성을 만든 과거가 이 책에서 조금씩 베일을 벗기 시작한다. 어머니 같은 숙모 레이디 무라사키에게 음란한 욕설을 퍼부은 푸줏간 주인 폴의 머리를 절단한 것이 그의 나이 13세. 잔잔한 호수를 그리는 섬세한 손으로, 전광석화같은 살인을 자행한 한니발.

이 책은 말하고 있는 듯 하다. 짐승같은 놈들에게 그 누구보다 소중한 여동생 미샤를 빼앗긴 일이 한니발 속의 살인 본능을 깨운 듯 하다고. 살인자는 태어나는 것일까? 만들어지는 것일까? 이 책을 보니 둘 다 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인간의 무의식은 모든 걸 저장한다. 특히 한니발같이 넓은 머리 속 궁전을 지어놓은 사람들은 절대 잊지 않는다. 여동생을 위한 복수가 곧 시작된다. 피의 잔치 그리고 죽음의 향연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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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온 - 잔혹범죄 수사관 도도 히나코
나이토 료 지음, 현정수 옮김 / 에이치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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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스스로 자기 목을 조르고, 본인의 머리를 벽에 부딪혀 깨뜨리고, 자신의 몸에 스스로 붙을 붙이는 기괴하고 잔인한 자살 사건이 동영상으로 만들어져 인터넷에 공개된다. 사실을 알고 보니, 자신이 저지른 살인과 똑같은 방식으로 자살을 저지른 범죄자들이, 자살의 장면을 촬영해서 올렸던 것. 본인이 저지른 간악한 범죄에 대한 죗값을 지르듯 죽어간 범죄자의 심리와 행위에 의문점이 생긴 한 형사가 사건에 대한 조사에 돌입하게 된다. 그 형사는 바로 24살 초보 형사 " 도도 히나코 "이다. 시체 앞에서 정신을 못 차리는 " 도도 형사 " 가 과연 사건의 비밀을 밝혀낼 수는 있는 건지... 불안불안하다.


" 처음 본 시체 발견 현장에는 뭔가 표현할 길 없는 악의가 응어리져 있어서,

그것이 히나코를 초췌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건 대체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본 것일까. 인간이 저렇게 끔찍한 방법으로 죽다니.

히나코를 초췌하게 만든 것은 인간의 존엄 그 자체를 죽이려는 듯한, 오만하며 피도 눈물도 없는, 속이 메슥거릴 정도의 광기에 찬 냄새였다. "

미해결 사건 파일 # 002 : 사메지마 데쓰오, 엽기 연쇄살인을 저질러 사형수로 복역 중.

사건 경과 : 자신의 교도소 독방에서 머리를 벽에 찧어 자살. 기절한 채로 손이 저절로 움직여 자신의 머리를 때리는 모습이 감시 카메라에 촬영.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사건이다. 기절한 사람이 손을 마음대로 움직여 자신의 머리를 때린다? 수사관 도도 히나코는 CCTV를 보며 의문에 잠긴다. 도도 히나코와 마찬가지로 독자들도 마찬가지로 의문을 품을 수 있다. 범죄자로 하여금 응당의 대가 ( 스스로에 대한 처벌 )를 치르게 한 존재가 과연 무엇일까? 자살자들이 1인 2역을 한다고 느끼는 도도 히나코.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 즉 살인 피해자들의 유령이 복수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살인자들의 뇌가 고장을 일으킨 것일까? 현실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상상할 수 없는 엽기적인 살인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 아무리 머리가 망가지더라도 인간이란 존재는 스스로 자신을 죽일 수는 없다고.

약을 먹는다, 열차에 뛰어든다, 목을 맨다 (....) 등등 자살이라고 이야기되는 행위는,

거의 100퍼센트 기세와 흐름으로 인해 죽음이 달성되는 거야.

그런데 조금 전의 송장께서는 말 그대로 스스로 자신을 죽였어.

이건 완전히 새로운 현상이잖아. 흥미가 솟는 게 당연하지 않겠어? ."

살인범들의 피해자 유가족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여린 모습이나 가해자의 살인 장면에 공포감을 느끼는 모습에서 진한 인간 냄새를 풍기기도 하지만 " 도도 히나코 "는 뛰어난 추리력을 가진 형사이다. 날카로운 통찰력과 특히 그녀가 가진 특별한 능력 " 기억력 "으로 미궁에 빠진 사건들을 조금씩 해결해나간다. 사건을 해결하는 와중에 " 파블로프의 개 " 나 " 백열등 "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도도 히나코. 조금씩 사건의 진상 속으로 들어간다.

살인자들로 하여금 살인을 저지르게 하는 심리는 과연 무엇일까? 평상시에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들이 어떤 계기를 통해 살인 충동 스위치를 ON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걸까? 그들에게는 아마도 일반인에게 없는 뇌의 특별한 구조로 인해서, 살인 행위를 저지를 때마다 엄청난 쾌락을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책 속에서도 살인자의 뇌 속에 숨겨진 쾌락적 살인 충동의 이유를 찾기 위해 심리 치료와 퇴행 최면 등이 사용된다.

‘엄마를 용서해주지 않았어?’

‘용서해주지 않았어요∙∙∙∙, 엄마도, 나를 용서한 적이 없으니까.’

‘도망치려, 고, 해서, 더 때렸어요. 손가락이 부러진 것을 알고서, 흥분, 해서, 더 때렸어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

‘왜 그런 짓을 했어? 왜 그랬다고 생각하니?’

소년의 말 사이에 섞이던 말 더듬는 소리가, 갑자기 뚝 끊어졌다. 소년은 천천히 움직임을 멈추고, 감별관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히나코는 왠지 상상이 되어서 머리 꼭대기부터 핏기가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 기분 좋았으니까.’(p. 124~125)

연쇄 살인범의 심리나 마음을 연구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이 소설 안에서도 그것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하야사카 멘탈 클리닉이라는 곳에서 원장과 나카지마 다모쓰라는 의사는, 이제는 어른이 된 소년 살인범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소위 " 백열전구 " 요법을 이용하여.

몇몇 심리 연구자들은 지나치게 자만하는 듯 보인다. 누군가의 심리를 조종할 수 있고 심리 질환을 완치할 수 있다는 헛된 믿음을 품는다. 그들은 결과를 위해서라면 윤리에 어긋하는 연구 방법도 마구잡이로 이용한다. 그것을 거꾸로 범죄자가 이용하여 그가 더욱더 잔인한 살인마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 ON "이라는 책 제목은 책의 결말에 가서야 비로소 이해가 될 것이다. " ON " 이라는 단어 안에 모든 해답이 들어가있는, 현대 심리 치료에 대한 맹점을 고발하는 듯한 소설.... "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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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 컬러링 2 : 디즈니 레이디스 스티커 컬러링 2
일과놀이콘텐츠연구소 지음 / 북센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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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생활하는 현대인들... 대학 졸업하고 직장 가면 좀 편하게 살 수 있으려나 했더니 웬걸.. 그건 공부를 시키려는 선생님들의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중 고등학교 때보다 훨씬 더 힘들고 바쁘게 생활하는 어른들. 스트레스를 풀고 번 아웃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엔 뭐가 있을까? 친구들과 카페 가기, 운동하기, 혹은 쉽고 가벼운 내용의 책 읽기 등등이 있겠지만 손으로 할 수 있는 활동들.. 종이접기나 색칠하기 혹은 이 책처럼 스티커 붙이기도 스트레스 해소에 많은 도움이 된다.

디즈니 레이디스 중 가장 먼저 떠오른 인물은, 역시 첫 번째 이 책의 표지를 장식한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의 주인공 앨리스였었다. 회중시계를 차고 바쁘다 바빠를 외치는 토끼를 따라 모든 게 뒤틀린 환상적인 세계로 들어간 앨리스. 말하는 토끼 이외에도 미친 모자 장수 거대한 머리를 가진 여왕이 등장하고 앨리스는 그들과 함께 기이한 경험과 모험을 하게 된다.



사실 유치원을 졸업하고 난 이후로 스티커 붙이는 놀이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손으로 잡기에도 불편한 작은 스티커들을 핀셋으로 집어서 공간에 딱 들어맞게 붙이는 그 느낌!!!! 혹시나 실수할까 봐 손이 달달 떨렸지만 하나하나 완성되는 앨리스의 수줍은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기쁨으로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앨리스뿐만 아니라 디즈니 레이디스 중에서 두 번째로 생각난 여주인공이 바로 인어공주였다. 내 마음속에 슬픔의 아이콘으로 저장되어 있던 그녀. 동화 속에선 바닷속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목소리를 잃어버리면서까지 육지로 올라왔지만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왕자님 때문에 결국 거품으로 꺼져버리는 그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결말이 무엇이었는지 확실하게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목소리를 빼앗기고 다리를 얻은 그녀의 끝이 행복하기만을 바랄 뿐...

( 애니메이션 버전은 끝이 해피엔딩이었다 )




인어 공주에게 다리를 주고 굳이 목소리를 빼앗은 마녀의 사연이 궁금하기도 하다.. 다른 것도 많았을 텐데 왜 굳이 목소리를 가져가야만 했을까?

인어 공주의 용기도 놀랍다. 육지를 간다고 해서 왕자를 만난다는 보장도 없고.... 어쨌든 아름다운 여인네들만 보다가 마녀를 완성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바람 부는 날, 왠지 놀고 싶은 날, 책을 펴들기 싫은 날, 핀셋 들고 앉아서 놀기 딱 좋은 책이다. 스트레스도 풀고 예전에 읽었던 동화책 속 주인공들도 다시 만나고...... 아이들만 가지고 놀라는 법이 없는 것 같다. 복잡한 머리를 식히기에 딱 좋은 책 [ 디즈니 레이디스 스티커 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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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아메리카나 1 - 개정판 아메리카나 1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 민음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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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영웅 신화에 열광하는 이유는, 촌뜨기 같거나 어설픈 주인공이 거친 세상과 충돌하고 반목하면서 서서히 내면의 힘을 깨달아 힘든 상황을 극복해하기 때문이다. 한계가 있던 영웅은, 친절하지 않은 현실에 절망하고 넘어지고 울다가, 눈물을 닦고 세상에 맞선다. 그리고는 변화시킨다.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의 삶도. 이 책의 주인공인 이페멜루도 이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이상한 나라 " 같은 미국에서 "앨리스"처럼 혼란스러워하다가 결국 인종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높인다. 블로그라는 첨단 무기를 통해서 " 언어 "라는 칼을 빼들어 미국 속 인종 차별과 혐오에 대해 맞서는 그녀. 영웅이 따로 없다.

나이지리아의 암울한 정치 상황 때문에 젊은이의 미래가 보이지 않게 되면서 미국 유학 꿈을 꿨던 이페멜루와 이페멜루의 남자 친구 오빈제. 우선 고모가 미국에 와있던 이페멜루가 오빈제보다 먼저 유학을 온다. 부푼 꿈을 안고 미국이라는 이상의 세계로 건너온 이페멜루. 그러나 실상은 너무나 달랐다. 고모의 머리칼은 푸석했고 이페멜루는 일을 구하지 못한다. 1권 뒷부분에는 이페멜루가 처음 미국에 와서 받은 문화적 충격과 미국인들의 다른 인종에 대한 무지와 차별 그리고 떠나온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이페멜루의 독백 속에서 묻어나온다.

" 갑자기 안개에 싸인 느낌, 자신이 하얀 거미줄을 뚫고

나가려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반 장님의 가을, 어리둥절함의 가을, 자신이 모르는 난해하고

다층적인 의미가 있음을 아는 상태에서

겪게 되는 경험들의 가을은 이미 시작되어 있었다. ( 222p )

" 너무 일찍 어둠이 내리고, 모두들 무거운 코트를 짊어지고 걸어 다니고

빛의 부재로 인해 평평해진 세상 속에서

그녀는 핏기 없이 홀로 괴리된 채 떠다녔다.

하루하루가 서로를 향해 흘러들어 뒤섞였고 상쾌한 공기가 들이마시기

고통스러울 정도로 쌀쌀한 공기로 바뀌었다. " ( 264p )

" 내가 돈이 얼마나 많은지는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적어도 그가 보기에 내 외모는 그 위풍당당한 저택의 주인에게 적합한 것이 아니었다.

미국의 공적 담론에서 ' 흑인 '이라는 집합 명사는' 가난한 백인 ' 과 곧잘 짝을 이룬다. ' 가난한 흑인과 가난한 백인 ' 이 아니다.

' 흑인과 가난한 백인 ' 인 것이다. 실로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 ( 281쪽 )


이 책은 2가지를 말하고 있다. 이페멜루라는 한 여인의 정신적인 성장과 운명적인 사랑. 아프리카에 있는 나이지리아라는 작은 나라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그녀는 미국으로 온 순간, 마치 온 세상이 거즈에 둘러싸인 듯 알 수 없는 벽을 느낀다. 한편, 그녀는 아프리카에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온 상태이다. 오빈제라는, 이페멜루 만큼 책을 좋아하고 친절하고 신사적인 그 남자는 하루빨리 그녀를 만나러 미국으로 오기를 고대하고 있다. 그들은 만난 순간 첫눈에 반했고 미래를 함께 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글쎄 인생은 우리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 네가 정말 예쁘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어.

너는 무얼 하든 네가 하고 싶어서 하지, 남들이 한다는 이유로 무조건 따라 하지는 않을 사람으로 보였거든 ." ( 107쪽 )

미국이라는 요지경 속에 들어와서 넘어지고 굴렀다가 다시 일어난 이페멜루. 그녀는 한때 내면세계와 바깥 세계의 크나큰 괴리를 이기지 못하고 우울에 빠지기도 했으나 그것을 극복했다. 그녀는 자신의 나이지리안 정신세계에 너무나 큰 혼란을 준 미국 문화에 이제 적응한 후 이제는 그것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된다. 블로그를 통해서 미국 속의 인종 문제를 한껏 비꼬고 꼬집고 신랄하게 비판하는 그녀. 포스트의 제목은 [ 인종 단상 혹은 미국에서 흑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비미국인 흑인의 별난 생각 ]이다. 그녀가 올리는 포스트는 진실의 문을 열어버린다. 어떤 사람들은 반기지만 다른 사람들은 거부하고 혐오스러워하기까지 한다. 어쨌든 영향력을 미치려는 그녀의 의도는 성공한 셈!!

" 그녀에게 블로그는 새롭고 낯선 것이었다. (.....) 그녀는 다른 독자들을 원했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침묵을 택했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이 미국에 와서 흑인이 되었을까?

얼마나 많은 이가 자신의 세상이 거즈에 싸인 것 같다고 느꼈을까? " (119쪽)

" 그녀가 마지막으로 감사한다고 말했을 때 주위 사람들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 "

" 당신 얘기는 다 헛소리고 당신은 인종주의자야. 우리가 이 나라에 받아 준 걸 감사하기나 해." (132쪽)

한때 영향력있는 블로거에 유명한 강연자였던 이페멜루, 프린스턴 대학의 연구비를 지원받기도 하는 등.. 이제 미국에서 승승장구 한다. 백인인 커트와 흑인이지만 미국인의 사고방식을 가진 블레인과의 다사다난했던 연애도 끝난 상태이다. 그런데 그녀는 이제 떠나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려한다. 그렇게 떠나오고 싶었던 나이지리아로 다시 돌아가려는 이페멜루... 그녀의 최종 목적은 무엇일까?

아메리칸 드림을 가지고 있었으나 현실의 벽 앞에 좌절하고 또 일어나는 것을 그들만의 사랑과 우정을 통해 재치있게 보여주는 작품 [ 아메리카나 ]. 이페멜루의 사이다같은 인종 단상을 읽고 싶다면 지금 이 책으로 GO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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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비치
제니퍼 이건 지음, 최세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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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세 사람의 역동적인 삶의 이야기 `[ 맨해튼 비치 ].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이 몰고 온 거센 돌풍으로 인해 혼란스러웠던 미국의 1930년대와 194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다. 범죄 조직들 간의 패권 다툼과 거친 남성 세계에서 성장하는 한 강한 여성의 모습이 줄곧 묘사되어 있어서 누아르와 페미니즘 소설이 겹쳐진 느낌이 들기도 한다. 거기에 각 개인이 경험한 삶의 사건을 통해서,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의 역사의 줄기를 볼 수 있어서 역사 장편 소설이라는 느낌도 드는,,, 그야말로 다채로운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위에서 이야기했듯, [ 맨해튼 비치 ]의 두 가지 키포인트는 뉴욕의 뒷골목을 접수했던 갱스터들 이야기와 2차 세계대전 때문에 나라를 떠나있던 남자들 대신에 팔을 걷어붙이고 무기와 부품을 제조했던 강인한 여성들이다. [ 그중에서도 주인공 에너 켈리건 이야기가 주이긴 하지만 ] 뉴욕 갱스터 이야기는 영화를 통해서 여러 번 다루어졌던 것으로 기억난다. 1920년대부터 시작된 금주법으로 인해서 술 제조와 판매 자체가 금지되었으나 오히려 나이트클럽 등을 통해서 불법적인 술의 판매가 이루어졌고 조직의 세력 확대도 이루어졌던. 그들의 이야기에는 도박, 술, 여자가 빠질 수 없으니... 한마디로 꿀잼!!



그러나 어쨌든 이 책을 이끌어가는 중심인물은 남성들만이 독점했던 다이버 세계에 뛰어들어서 당당히 그 자리를 꿰첸 강한 여성 에너 케리건일 것이다. 그녀는 처음에는 해군 공창에서 일하면서 부품의 크기를 재는 역할을 맡지만 곧 그 일이 지루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다이버라는 직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드넓고 비밀스러운 해저를 탐험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그 일에 지원하는 그녀. 물론 처음에는 남자들의 여성에 대한 텃세가 있었으나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힘으로 결국 다이버가 되는 케리건.



그녀가 다이버가 된 데는 다른 이유도 있을 것이다. 5년 전 홀연히 사라져버린 아버지 에디 케리건. 아버지는 돈이 가득 든 봉투 하나와 통자를 하나 남기고 에너와 장애를 가진 리디아 그리고 어머니를 떠나버린다. 천사처럼 아름답지만 온몸이 뒤틀린 채 한 마디도 하지 못하는 리디아의 존재가 부담스러웠던 것일까? 아니면 그의 신변에 어떤 안 좋은 일이 발생한 것일까? 그녀는 친구 넬과 록시라는 나이트클럽에 갔다가 사장인 덱스터 스타일스를 만나게 된다. 이탈리아 갱의 수장이었던 그에게 내내 뭔가를 물어보고 싶었던 에너.

“ 덱스터 스타일스. 그 나이트클럽 사장과 우연히 마주친 이후로 이주 동안

그녀의 상상은 살금살금 발끝으로 움직여 모골이 송연해지도록

무서운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다.

아버지가 집을 떠난 게 아니라면, 암흑가의 총알 세계를 받고 제거된 거라면,

그래서 죽어가는 입술로 < 시민 케인 >의 로즈버드처럼 애너의 이름을 읊조렸다면 ”

이 `맨해튼 비치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려면, 혼란과 격변의 시대였던 1930년대와 1940년대 미국 역사적 배경을 좀 알아야 할 것 같다. 대공황으로 인해 사람들의 삶은 팍팍했지만 항구와 부두를 중심으로 결집되어 있었던 범죄 조직들은 ( 아일랜드 파와 이탈리아 파 ) 나이트클럽 운영 등을 통해 나름 세력을 넓혀가고 있었고 풍족한 삶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 충돌하고 꿈틀대면서 호시탐탐 서로를 없애버릴 계획을 세우는데 ... 조직 내에서는 배신이 판을 치고 언제 사람들이 한순간에 사라질지 몰랐다.

그리고 여성들은 더 이상 집에서 바느질이나 하는 주부가 아니었다. 전쟁 시 사용할 무기를 제조하고 폭탄을 만들고 배나 비행기에 쓸 부품을 점검했던 그녀들. 그런 그녀들의 강한 이미지는 위의 포스터에서도 드러난다. 전쟁 이후 남자들이 돌아도면서 결국 그녀들은 가정으로 돌아가게 되지만 이때 이후로 아마 미국 사회 속에서 여성의 발언권과 인권의 지각 변동이 이루어졌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러나 어쨌든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영민하고 강한 의지를 가진 여성 에너 케리건이다. 운명이라는 밧줄은 5년전 갑자기 실종된 아버지를 찾아보려는 그녀의 행방을 다이버라는 직업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나이트 클럽에서 우연히 만난 덱스터 스타일스는 에너의 아버지인 에디 케리건에 대한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를 구심점으로 모인 이 세 사람의 드라마틱하고도 운명적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독자들은 크나큰 감동과 재미를 느낄 것이라고 본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짜임새로 인해서 책의 끝부분까지 이야기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궁금하게 만든 소설. [ 맨해튼 비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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