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온 - 잔혹범죄 수사관 도도 히나코
나이토 료 지음, 현정수 옮김 / 에이치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날 스스로 자기 목을 조르고, 본인의 머리를 벽에 부딪혀 깨뜨리고, 자신의 몸에 스스로 붙을 붙이는 기괴하고 잔인한 자살 사건이 동영상으로 만들어져 인터넷에 공개된다. 사실을 알고 보니, 자신이 저지른 살인과 똑같은 방식으로 자살을 저지른 범죄자들이, 자살의 장면을 촬영해서 올렸던 것. 본인이 저지른 간악한 범죄에 대한 죗값을 지르듯 죽어간 범죄자의 심리와 행위에 의문점이 생긴 한 형사가 사건에 대한 조사에 돌입하게 된다. 그 형사는 바로 24살 초보 형사 " 도도 히나코 "이다. 시체 앞에서 정신을 못 차리는 " 도도 형사 " 가 과연 사건의 비밀을 밝혀낼 수는 있는 건지... 불안불안하다.


" 처음 본 시체 발견 현장에는 뭔가 표현할 길 없는 악의가 응어리져 있어서,

그것이 히나코를 초췌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건 대체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본 것일까. 인간이 저렇게 끔찍한 방법으로 죽다니.

히나코를 초췌하게 만든 것은 인간의 존엄 그 자체를 죽이려는 듯한, 오만하며 피도 눈물도 없는, 속이 메슥거릴 정도의 광기에 찬 냄새였다. "

미해결 사건 파일 # 002 : 사메지마 데쓰오, 엽기 연쇄살인을 저질러 사형수로 복역 중.

사건 경과 : 자신의 교도소 독방에서 머리를 벽에 찧어 자살. 기절한 채로 손이 저절로 움직여 자신의 머리를 때리는 모습이 감시 카메라에 촬영.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사건이다. 기절한 사람이 손을 마음대로 움직여 자신의 머리를 때린다? 수사관 도도 히나코는 CCTV를 보며 의문에 잠긴다. 도도 히나코와 마찬가지로 독자들도 마찬가지로 의문을 품을 수 있다. 범죄자로 하여금 응당의 대가 ( 스스로에 대한 처벌 )를 치르게 한 존재가 과연 무엇일까? 자살자들이 1인 2역을 한다고 느끼는 도도 히나코.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 즉 살인 피해자들의 유령이 복수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살인자들의 뇌가 고장을 일으킨 것일까? 현실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상상할 수 없는 엽기적인 살인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 아무리 머리가 망가지더라도 인간이란 존재는 스스로 자신을 죽일 수는 없다고.

약을 먹는다, 열차에 뛰어든다, 목을 맨다 (....) 등등 자살이라고 이야기되는 행위는,

거의 100퍼센트 기세와 흐름으로 인해 죽음이 달성되는 거야.

그런데 조금 전의 송장께서는 말 그대로 스스로 자신을 죽였어.

이건 완전히 새로운 현상이잖아. 흥미가 솟는 게 당연하지 않겠어? ."

살인범들의 피해자 유가족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여린 모습이나 가해자의 살인 장면에 공포감을 느끼는 모습에서 진한 인간 냄새를 풍기기도 하지만 " 도도 히나코 "는 뛰어난 추리력을 가진 형사이다. 날카로운 통찰력과 특히 그녀가 가진 특별한 능력 " 기억력 "으로 미궁에 빠진 사건들을 조금씩 해결해나간다. 사건을 해결하는 와중에 " 파블로프의 개 " 나 " 백열등 "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도도 히나코. 조금씩 사건의 진상 속으로 들어간다.

살인자들로 하여금 살인을 저지르게 하는 심리는 과연 무엇일까? 평상시에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들이 어떤 계기를 통해 살인 충동 스위치를 ON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걸까? 그들에게는 아마도 일반인에게 없는 뇌의 특별한 구조로 인해서, 살인 행위를 저지를 때마다 엄청난 쾌락을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책 속에서도 살인자의 뇌 속에 숨겨진 쾌락적 살인 충동의 이유를 찾기 위해 심리 치료와 퇴행 최면 등이 사용된다.

‘엄마를 용서해주지 않았어?’

‘용서해주지 않았어요∙∙∙∙, 엄마도, 나를 용서한 적이 없으니까.’

‘도망치려, 고, 해서, 더 때렸어요. 손가락이 부러진 것을 알고서, 흥분, 해서, 더 때렸어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

‘왜 그런 짓을 했어? 왜 그랬다고 생각하니?’

소년의 말 사이에 섞이던 말 더듬는 소리가, 갑자기 뚝 끊어졌다. 소년은 천천히 움직임을 멈추고, 감별관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히나코는 왠지 상상이 되어서 머리 꼭대기부터 핏기가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 기분 좋았으니까.’(p. 124~125)

연쇄 살인범의 심리나 마음을 연구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이 소설 안에서도 그것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하야사카 멘탈 클리닉이라는 곳에서 원장과 나카지마 다모쓰라는 의사는, 이제는 어른이 된 소년 살인범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소위 " 백열전구 " 요법을 이용하여.

몇몇 심리 연구자들은 지나치게 자만하는 듯 보인다. 누군가의 심리를 조종할 수 있고 심리 질환을 완치할 수 있다는 헛된 믿음을 품는다. 그들은 결과를 위해서라면 윤리에 어긋하는 연구 방법도 마구잡이로 이용한다. 그것을 거꾸로 범죄자가 이용하여 그가 더욱더 잔인한 살인마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 ON "이라는 책 제목은 책의 결말에 가서야 비로소 이해가 될 것이다. " ON " 이라는 단어 안에 모든 해답이 들어가있는, 현대 심리 치료에 대한 맹점을 고발하는 듯한 소설.... " ON".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