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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아메리카나 1 - 개정판 ㅣ 아메리카나 1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 민음사 / 2019년 7월
평점 :
우리가 영웅 신화에 열광하는 이유는, 촌뜨기 같거나 어설픈 주인공이 거친 세상과 충돌하고 반목하면서 서서히 내면의 힘을 깨달아 힘든 상황을 극복해하기 때문이다. 한계가 있던 영웅은, 친절하지 않은 현실에 절망하고 넘어지고 울다가, 눈물을 닦고 세상에 맞선다. 그리고는 변화시킨다.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의 삶도. 이 책의 주인공인 이페멜루도 이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이상한 나라 " 같은 미국에서 "앨리스"처럼 혼란스러워하다가 결국 인종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높인다. 블로그라는 첨단 무기를 통해서 " 언어 "라는 칼을 빼들어 미국 속 인종 차별과 혐오에 대해 맞서는 그녀. 영웅이 따로 없다.
나이지리아의 암울한 정치 상황 때문에 젊은이의 미래가 보이지 않게 되면서 미국 유학 꿈을 꿨던 이페멜루와 이페멜루의 남자 친구 오빈제. 우선 고모가 미국에 와있던 이페멜루가 오빈제보다 먼저 유학을 온다. 부푼 꿈을 안고 미국이라는 이상의 세계로 건너온 이페멜루. 그러나 실상은 너무나 달랐다. 고모의 머리칼은 푸석했고 이페멜루는 일을 구하지 못한다. 1권 뒷부분에는 이페멜루가 처음 미국에 와서 받은 문화적 충격과 미국인들의 다른 인종에 대한 무지와 차별 그리고 떠나온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이페멜루의 독백 속에서 묻어나온다.
" 갑자기 안개에 싸인 느낌, 자신이 하얀 거미줄을 뚫고
나가려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반 장님의 가을, 어리둥절함의 가을, 자신이 모르는 난해하고
다층적인 의미가 있음을 아는 상태에서
겪게 되는 경험들의 가을은 이미 시작되어 있었다. ( 222p )
" 너무 일찍 어둠이 내리고, 모두들 무거운 코트를 짊어지고 걸어 다니고
빛의 부재로 인해 평평해진 세상 속에서
그녀는 핏기 없이 홀로 괴리된 채 떠다녔다.
하루하루가 서로를 향해 흘러들어 뒤섞였고 상쾌한 공기가 들이마시기
고통스러울 정도로 쌀쌀한 공기로 바뀌었다. " ( 264p )
" 내가 돈이 얼마나 많은지는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적어도 그가 보기에 내 외모는 그 위풍당당한 저택의 주인에게 적합한 것이 아니었다.
미국의 공적 담론에서 ' 흑인 '이라는 집합 명사는' 가난한 백인 ' 과 곧잘 짝을 이룬다. ' 가난한 흑인과 가난한 백인 ' 이 아니다.
' 흑인과 가난한 백인 ' 인 것이다. 실로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 ( 281쪽 )
이 책은 2가지를 말하고 있다. 이페멜루라는 한 여인의 정신적인 성장과 운명적인 사랑. 아프리카에 있는 나이지리아라는 작은 나라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그녀는 미국으로 온 순간, 마치 온 세상이 거즈에 둘러싸인 듯 알 수 없는 벽을 느낀다. 한편, 그녀는 아프리카에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온 상태이다. 오빈제라는, 이페멜루 만큼 책을 좋아하고 친절하고 신사적인 그 남자는 하루빨리 그녀를 만나러 미국으로 오기를 고대하고 있다. 그들은 만난 순간 첫눈에 반했고 미래를 함께 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글쎄 인생은 우리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 네가 정말 예쁘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어.
너는 무얼 하든 네가 하고 싶어서 하지, 남들이 한다는 이유로 무조건 따라 하지는 않을 사람으로 보였거든 ." ( 107쪽 )
미국이라는 요지경 속에 들어와서 넘어지고 굴렀다가 다시 일어난 이페멜루. 그녀는 한때 내면세계와 바깥 세계의 크나큰 괴리를 이기지 못하고 우울에 빠지기도 했으나 그것을 극복했다. 그녀는 자신의 나이지리안 정신세계에 너무나 큰 혼란을 준 미국 문화에 이제 적응한 후 이제는 그것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된다. 블로그를 통해서 미국 속의 인종 문제를 한껏 비꼬고 꼬집고 신랄하게 비판하는 그녀. 포스트의 제목은 [ 인종 단상 혹은 미국에서 흑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비미국인 흑인의 별난 생각 ]이다. 그녀가 올리는 포스트는 진실의 문을 열어버린다. 어떤 사람들은 반기지만 다른 사람들은 거부하고 혐오스러워하기까지 한다. 어쨌든 영향력을 미치려는 그녀의 의도는 성공한 셈!!
" 그녀에게 블로그는 새롭고 낯선 것이었다. (.....) 그녀는 다른 독자들을 원했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침묵을 택했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이 미국에 와서 흑인이 되었을까?
얼마나 많은 이가 자신의 세상이 거즈에 싸인 것 같다고 느꼈을까? " (119쪽)
" 그녀가 마지막으로 감사한다고 말했을 때 주위 사람들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 "
" 당신 얘기는 다 헛소리고 당신은 인종주의자야. 우리가 이 나라에 받아 준 걸 감사하기나 해." (132쪽)
한때 영향력있는 블로거에 유명한 강연자였던 이페멜루, 프린스턴 대학의 연구비를 지원받기도 하는 등.. 이제 미국에서 승승장구 한다. 백인인 커트와 흑인이지만 미국인의 사고방식을 가진 블레인과의 다사다난했던 연애도 끝난 상태이다. 그런데 그녀는 이제 떠나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려한다. 그렇게 떠나오고 싶었던 나이지리아로 다시 돌아가려는 이페멜루... 그녀의 최종 목적은 무엇일까?
아메리칸 드림을 가지고 있었으나 현실의 벽 앞에 좌절하고 또 일어나는 것을 그들만의 사랑과 우정을 통해 재치있게 보여주는 작품 [ 아메리카나 ]. 이페멜루의 사이다같은 인종 단상을 읽고 싶다면 지금 이 책으로 GO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