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고르는 여자들 미드나잇 스릴러
레슬리 피어스 지음, 도현승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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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모든 이가 선망하는 중산층의 삶, 그리고 그 세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서진 팔다리로 뛰쳐나온 여자들

고풍스런 저택, 화려한 커튼... 겉으로 보기엔 부유하고 행복해 보이는 가정 내부에 심한 학대와 폭력이 자행되고 있었다니.. 사람들의 속사정은 그냥 겉으로 봐서는 모를 일이다. 이 [ 인생을 고르는 여자들 ] 이라는 제목의 책은, 1960년 당시 영국 사회의, 그것도 의사나 사업가 같은 중산층 가정에서 벌어진 가정 폭력과 폭력의 희생양이 되어 신음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결국엔 폭력의 소굴에서 벗어나 자립한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므로 그나마 다행이랄까?

1960년대 영국의 어느 작은 동네인 벡스힐을 배경으로 한 [ 인생을 고르는 여자들 ]. 당시 영국 사회엔 가부장제 아래 그리고 남편의 폭력 때문에 신음하는 여성들이 많았나보다. 소설 속 주요 인물인 글로리아와 에드나는 본인이 직접 폭력 가정을 탈출한 케이스이기도 하지만 그런 여성들을 찾아내 돌봐주고 그녀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했으니.

이 소설의 메인 캐릭터는 케이티란 이름의 단호하고 용감한 젊은 여성이다. 그녀는 이 작고 지루한 마을, 벡스힐에서 벗어나 런던이라는 활기찬 도시에서 새로운 인생을 꾸릴 준비를 하고 있다. 가장 친한 친구인 질리가 런던 동물원에 입사할 예정이고 자신은 법학원에 입사할 예정이다. 케이티가 집을 떠나고 싶어서 안달인 이유는 또 있다. 냉정하고 무뚝뚝하며 까다로운 그녀의 어머니 힐다 때문. 아버지 앨버트는 다정스럽고 친절한 반면, 힐다는 자식들이나 남편에게 차갑고 엄격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작은 마을에서 엄청난 사건이 발생한다. 케이티와 친하게 지냈던 이웃주민, 글로리아라는 여성과 그녀의 딸이 화재로 목숨을 잃은 것. 누군가의 방화로 발생한 사건. 그런데 케이티의 아버지인 앨버트가 평소에 글로리아와 불륜 관계였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앨버트의 집 지하실에서 발견된 등유와 천 조각들은 그가 불륜을 아내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불을 질렀다는 증거가 되어 앨버트는 경찰에 체포된다.

앨버트를 방화범으로 잡기에는 다소 증거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 과연 지하실에 등유와 천이 발견되었다고 해서 그게 그게 확실한 증거가 될 수 있을까? 정황 증거 밖에 안된다고 생각하는데... 어쨌든 ) 역시나 앨버트의 딸인 케이티도 똑같은 생각을 했는지 그녀 스스로 범인 잡기에 돌입한다. 즉, 탐정놀이를 시작한 것.

조사를 하던 중 글로리아 아줌마와 친하게 지냈던 에드나 부인을 만나게 된 케이티는 그들이 가정 폭력에 시달린 여성들을 도와서 자립 갱생할 수 있게 해주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렇다면, 방화범은 글로리아에게 원한을 가진 여성들의 폭력 남편들 중 하나가 아닐까? 라는 합리적 의심을 품게된 케이티. 에드나에게서 그동안 도와준 여성들의 주소를 얻게된 케이티.... 이제 범인을 잡는 일만 남았는데....

케이티와 함께 범인을 잡아보겠다고 룰루랄라 탐정놀이에 나섰던 나... 그런데 이게 웬일?? 예상보다 빨리 범인이 마중나와 있어서 약간 김이 빠졌다. 평소에 항상 추리와 스릴러의 묘미는 범인 잡기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럴 수가. 단지 글로리아와 친했다는 사실과 등유가 지하실에서 발견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케이티의 아버지 앨버트가 체포된 것도 좀 심심한 전개였는데 이렇게 심심한 스릴러가 있다니...

그러나 이야기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뒤에 케이티가 겪게되는 위험천만한 상황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범인과의 심리게임. 케이티가 실종된 이후 그녀를 찾아헤매는 멋있는 썸남 변호사 찰스. 범인을 향해 다가가는 위험한 조사에 기꺼이 참여하는 베스트 프렌드 질리의 진정한 우정 등이 이야기에 양념과 같은 역할을 해주었다.

너무 잔인하고 선혈이 낭자한 요즘 추리나 스릴러에 비해서는 완전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는 이야기 [ 인생을 고르는 여자들 ]. 잘 만들어진 정통 추리물이다. 단지 파괴와 죽음 만을 다루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과 사회를 통찰하는 이야기인 듯 하다. 사람을 사람답지 못하게 하고, 가정을 행복하게 이끌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는 무엇인지를 작가가 깊이 고민해 본 것 같다고나 할까?

케이티는 과연 글로리아를 죽이고 아버지에게 누명을 씌운 범인을 찾아내 응징할 수 있을까? 가녀린 여성의 힘으로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녀의 활약을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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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처방전 - 내 마음이 가장 어려운 당신을 위한 1:1 그림 치유
김선현 지음 / 블랙피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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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눈길이 머물렀나요?

그곳에 당신의 아픔이 있습니다.

가끔은 가만히 바라보는 것이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예술의 힘이 그런 것이 아닐까? 그림 속에 담겨진 에너지가 상상 이상으로 우리의 상처입은 마음을 치유하곤 한다. 시간이 없어 미술관을 자주 갈 수 없는 현대인들을 위한 책 [ 그림 처방전 ]. 부제목으로 [ 내 마음이 가장 어려운 당신을 위한 1:1 그림 치유 ] 라고 쓰여져있다. 즉, 다시 말하자면 이 책은 모든 사람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지만 또한 개개인을 위한 맞춤형 책이기도 하다. 각기 다른 이유로 슬픔, 분노, 절망 그리고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해 그림을 통한 처방을 제시하는 저자 김선현.

저자는 20년 넘게 미술치료를 해오면서 ' 관계 ' 문제로 힘들어하는 것을 봐왔다고 한다. 특히 사람에 상처를 받고 사랑에 아파하는 사람들을 지켜봐온 저자. 그는 말한다. 특정 그림에 눈길이 머무는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정답이 없는 그림을 보면서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 어떤 생각들이 떠오르는지 바라봄으로써 다친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인생에 사랑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겠지만 저자는 주로 " 사랑 ", " 연인 관계 " 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상담을 하면서 만났던 환자들이 겪었던 트라우마가 주로 이 몹쓸 놈의 사랑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나이가 들어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 이 몹쓸 놈의 사랑,,,, 사랑을 시작할 때, 사랑을 지속할 때, 그리고 사랑을 끝낼 때... 우리가 겪어야하는 괴로움과 힘듬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는 저자의 마음이 엿보인다.

그림 중에서 끌렸던 것들 몇 점을 짚어보자면 우선 아내를 깊이 사랑했던 샤갈의 그림이다.



그러니 잊지 않기로 해요. 지금 옆에 있는 그 사람 덕분에

당신의 하루가 반짝반짝 빛난다는 것을.

늘 변함없이 당신 곁에 있다는 것을 말이에요.

혼자 있었을 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고독을 즐기는 여인이나 한가로이 풀밭을 거니는 연인들의 그림에 눈길이 머물렀을 수도 있겠지만 인생의 반려자를 만난 지금, 소중한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이런 그림에 더 끌린다. 샤갈은 아내에 대한 감정을 종종 화폭에 담았다고 한다. 그림 속 케이크와 꽃다발을 들고 있는 벨라, 그녀에게 입맞춤을 하고 있는 샤갈. 이 작품을 그린 이후 30년 가까이 서로에게 소울메이트가 되어주었다고하니... 그들의 애틋하고 깊은 사랑이 여기까지 전달되는 것 같다.

멀리있는 사람을 사랑하기란 쉽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바꿔 이야기하자면, 가까이 있는 사람을 사랑하기란 늘 쉬운 일은 아니라는 뜻이겠죠.




책 한권에 인생, 사람, 관계에 대한 통찰력이 오롯이 녹아있다. 저자는 말한다. 가끔은 백 마디 말보다 한 점의 그림이 우리의 마음에 더욱 위로가 된다고. 나쁜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부터, 자신의 몸에 자신없는 여자의 이야기까지... 그림 하나에 우리의 현실이 그대로 반영되어있다. 아름다운 그림과 거기에 더해진 작가의 친절한 해설을 듣다보면 오래 묵은 마음의 상처가 금방 치유되는 듯 하다.

그림으로 상처를 치료하는 그림 처방사, 김선현. 55점의 그림으로 당신의 마음을 읽고 치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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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속 남자 속삭이는 자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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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돌아온 그 아이들의 영혼은 여전히 어둠 속에 있다

어린 시절에 어둠과 악을 경험하고 그 미로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들이 종종 범죄자가 된다. 학대와 방임 그리고 폭력으로 얼룩진 과거는 범죄자의 마음 속에 단단히 뿌리내린채 어른이 된 그를 강하게 통제한다. 이 책 [ 미로 속 남자 ] 의 여주인공 사만타를 납치했던 토끼가면을 쓴 사내 [ 버니 ] 도 짧은 순간이었지만 어린 시절 경험한 어둠과 악을 극복하지 못한 채 괴물이 되어버렸다.

사람과 사람을 통해 전달되면서 영원하게 이어지는 악을 표현한 듯한 소설 [ 미로 속 남자 ]. 이 소설은 납치되었다가 돌아온 아이들의 정신적 상처와 트라우마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 사만타는 그녀가 13살이었을 때 등교를 하다가 납치가 되었고 15년만에 기억을 잃은 채 사회의 품으로 돌아온다. 도로가에서 알몸으로 발견된 그녀. 경찰에 신고를 했던 목격자는 사만타 외에 토끼 가면을 쓴 한 남자가 주위를 어슬렁거렸다고 증언한다. 하트 눈을 가진 토끼 가면을 쓴 신원 미상의 남자.... 그가 과연 범인일까?

한편, 사만타가 실종되었을 당시 그녀의 부모에게서 거액의 선금을 받고 사건 의뢰를 받았던 사립 탐정 브루노 젠코. 그는 어린 딸을 잃어버리고 종종걸음을 치던 부모에게 돈만 받아챙기고 결국 범인을 잡지는 못했다. 사만타의 어머니는 큰 병을 얻어 몇 년전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는 새로운 인생을 찾아 떠난 상태이다. 심장병을 얻어 얼마 살지 못하게 된 브루노는 속죄하는 심정으로 사만타를 납치했던 범인을 추적한다. 사건은 반복되는 법,,,경찰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하여 사만타와 같은 실종 사례를 찾아낸 그는 R.S. 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의 실종 사례를 발견한다.

3일동안 실종되었던 R.S. 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뭔가 끔찍한 경험을 했는지 360도로 변한채 돌아왔다. 이식증 ( 흙이나 석고 등의 음식이 아닌 것을 섭취하는 현상 ), 유뇨증 ( 괄약근 조절 능력 상실 ) 을 보였고 성적 억제력 결핍이라는 상태를 보이기까지 한 것이다. 다른 사람과의 신체적 접촉에서 이상한 모습을 보였던 것. 결국 R.S. 의 부모는 친권을 포기하고 그는 위탁가정에 맡겨지게 된다. 그런데 브루노는 R.S. 가 심리 치료 당시 그렸다는 그림을 보고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사람들로 붐비는 동네, 즉 평범한 배경을 그렸지만 사람들의 얼굴은 평범하지 않았던 것. 그들은 모두 토끼 머리를 뒤집어썼고 눈은 하트 모양이었던 것이다.

한편, 실종 당시의 충격 등으로 인해 기억을 완전히 상실한 사만다는 병원에서 그린 박사라는 프로파일러에게 여러 다양한 질문을 받게 된다. 마치 미로 같았던 납치 장소와 상황을 떠올려보도록 요구받는 사만다. 범인을 잡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말에, 그녀는 마지막 한 방울의 기억까지 쥐어짜면서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려 애쓴다. 조금씩 기억을 떠올리는 사만타의 증언은 처절했던 납치 당시의 상황을 그대로 담고 있어서 독자들의 심장까지 벌렁거리게 만든다. 특히 죽이지 않으면 죽임을 당할 수 밖에 없었던 벼랑 끝의 상황은 그녀가 왜 기억을 잃을 수 밖에 없었는지를 설명해준다. 잊을 수 밖에 없을 만큼 고통스러운 기억이었던 것이다!!

도망치거나, 맞서 싸우거나, 죽거나. 사만타는 첫 번째 대안을 택하려다 생각을 바꿨다.

그래서 복도로 뛰어나가는 대신 여자애에게 달려들었다. 여자애 역시 똑같이 달려들었다.

상대의 의도를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대치하는 자세로 거의 동시에 문으로 향했다.

철문은 생과 사의 갈림길이었다

한때는 탐정으로 명성이 드높았지만 이제는 심장병을 얻어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사립탐정 브루노 젠코. 목숨 걸고 범인을 추적하는 그의 모습이 짠하기도 하면서 감동적이기도 하다. 비협조적인 경찰들과 갈등하고 부딪히면서 묵묵히 자신의 빚을 갚아나간다. 기억을 잃어버린 주인공 사만타가 프로파일러 그린 박사의 도움을 받아서 과거를 떠올리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중간에 자신의 아이를 출산했지만 곧바로 아이를 잃어버린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교묘하고 악랄한 범인이 사만타와 여러 실종 아동들을 가지고 논 정황이 드러나 분노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런데,, 이 작품의 묘미는 어마어마한 반전에 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부분에서 인물과 관점 그리고 배경까지 모두 뒤집어버리는 작가 도나토 카리시. 책에 대한 소개글에서 나온 것처럼 갑자기 강한 펀치를 맞은 듯 정신이 하나도 없다. 분명히 범인을 찾았는데 그가 범인이 아니다??? 사건의 피해자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범인이다??? 전문가의 포스와 냄새를 풍기면서 등장한 사람에게서 의심스러운 정황이 발견된다???

이 [ 미로 속 남자 ] 는 이야기 자체가 하나의 미로 처럼 독자의 추리력을 가지고 노는 듯 하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감과 긴장감은 당연한 요소이고 그 뒤에 따라오는 엄청난 반전에 넋을 놓게 된다. 피해자를 가지고 놀았던 범인처럼, 독자들을 가지고 오는 듯한 작가 도나토 카리시의 희대의 문제작 [ 미로 속 남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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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완벽한 가족
애덤 크로프트 지음, 서윤정 옮김 / 마카롱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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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와 스릴러 소설의 묘미는 예상치 못한 반전에 있지 않을까? 독자들의 기대를 한꺼번에 뒤집는 충격적인 반전을 제시하면서 놀라운 결말을 이끌어내는 소설 [ 나의 완벽한 가족 ]. 저자 애덤 크로프트는 매우 치밀하게 계산된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범인에 대해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편견과 선입견을 한껏 이용한다고나 할까?

분명 꿈 속이었는데.... 꿈 속에서 저지른 사건인데... 현실이 되어버렸다. 망연자실한 채 자신의 손에 묻은 피를 쳐다보고 있는 누군가의 뒷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고 절망과 공포 그리고 두려움이 범인의 뒷통수에 생생히 묻어나는 범죄영화와 같은 소설... 그 속으로 들어가본다.

인간관계와 결혼생활의 허술함 그리고 그 안에 숨어있는 불안을 폭로하고 있는 듯한 소설 [ 나의 완벽한 가족 ]. 열심히 쌓아올리면 올릴수록 빠르게 무너져내리는 모래성과 같은 인간 관계의 허무함을 묘사한다고 해도 될 것 같다. 기본적으로는 범죄소설이나 본질적으로는 범죄보다는 아슬아슬한 주인공 부부의 결혼생활과 불안하고 초조한 그들의 심리 묘사를 훌륭하게 표현한, 완성도 높은 심리 스릴러라고 볼 수 있겠다.

여주인공 메건은 어렵게 얻은 소중한 딸아이 에비와 조용하지만 성실한 교사 남편 크리스와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아니, 스스로에게 행복하다고 끊임없이 설득하고 있는 걸까? 월급쟁이 교사 남편과 함께 찌들리듯 살고 있는 자신에 비해서 사업가 남편을 둔 덕분에 부유하게 생활하고 있는 여동생 로런, 그리고 그런 자신과 로런을 끊임없이 비교하고 저울질하는 어머니때문에 괴로운 그녀. 정말 지긋지긋한 가족들 때문에라도 남편에게 집착하게 된 메건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남편 크리스가 집을 비우기 시작한다. 한적한 낚시터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다가 돌아오는 남편을 보고 있기가 괴로운 메건. 그는 도대체 왜 갓 태어난 아이를 놔두고 밖으로 저렇게 나돌아다니는 걸까?

그러던 어느날, 이 작고 조용한 마을에서 엄청난 사건이 발생한다. 마일리 마컴이라는 남자아이가 강가에서 목이 졸린채 죽은 상태로 발견이 된다. 우연의 일치인 걸까? 아니면 필연인 걸까? 남편 크리스는 마일리의 담임을 맡은 적이 있고, 청소를 하던 매건은 장롱 속에서 마일리가 그린 남편의 그림을 발견한다. 그리고 쓰레기통에서 시커멓게 말라붙은 피투성이의 낯선 모자를 발견하는 메건. 섬뜩함을 느낀 매건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그 모자가 마일리의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도대체 죽은 아이의 모자가 왜 자신의 집 쓰레기통에 있는 걸까?

그날부터 메건의 머리 속은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언젠가부터 행동이 이상하게 변하기 시작한 남편 크리스. 단순한 성격에 따뜻한 마음을 가진 남자와 사랑에 빠졌었는데 결혼하고 보니 그는 그때의 그 남자가 아니었다. 완전 딴판으로 변해버린 그는, 갈수록 눈빛은 공허해지고 비밀스럽게 외출했다가 조심스럽게 집으로 돌아온다. 메건은 소름이 끼치는 동시에 불안감을 느낀다. 남편이 범인이라면 그가 범인이 맞다면!!!!,,, 그렇다면 매건 본인과 딸 에비도 언제 당할지 모르는 상황!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일상 속으로 스며든 불안과 공포를 훌륭하게 그려낸 저자 애덤 크로프트. 굳이 살인 사건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일상 생활 속에서 우리는 충분히 삶을 져버릴 수도 있는 공포를 경험한다. 행복할 줄 알았던, 그래서 웃는 얼굴로 출발했던 결혼 생활이 막장 드라마가 되어버리는 것을 우리는 주위에서 종종 경험한다. 좌절과 실망감으로 인해 비이성적인 마음을 먹게 되는 경우도 있다. 괴물이 따로 있는게 아니다. 살다보면 인간을 괴물로 만들어버리는 계기가 찾아오는 법. 콘크리트 같은 줄 알았던 삶과 현실이 회반죽처럼 흘러내릴때..... 우리는 과연 이성을 갖추고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을까?

행복한 미소를 띤 가면을 쓴 채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 [ 나의 완벽한 가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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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검사 1
서아람(초연) 지음 / 연담L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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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전 오늘, 넌 뭘 봤지?”

대한민국의 현실 속 리얼한 모습 그대로의 사법기관과 검사들을 보여주면서 그들에 대한 우리의 편견과 선입견을 단번에 깨어버리는 소설, 암흑검사. 제목이 독특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 암흑검사 ] 가 앞을 볼 수 없는 검사를 의미한다고는 상상도 못 했다. 과연 볼 수 없는 사람이 검사와 같은 힘든 직업을 가질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의 해답을 명쾌하게 제시하는 듯한 소설이다. 법과 검사의 이야기라고 해서 마냥 어려울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천만에 말씀!! 책을 읽는다기 보다는 동명의 제목을 가진 TV 시리즈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생생하게 전달되는 현장감 덕분에 앞을 못 보는 강한 검사의 입장에서 내내 스토리를 따라갈 수 있었다.

주인공 강 한 검사는 찬란한 성공의 길을 걷고 있었다. 불우한 환경을 딛고 오직 자신의 노력으로 검사의 자리까지 올라간 강 한 검사. 홀어머니와 함께 살았고 학교를 겨우겨우 마칠 수 있을 정도의 어려운 환경 속에서 성장했으나 자신의 의지로 그 모든 것을 극복한 주인공. 그러나 천재적인 인물이라고 해서 완벽하지는 않은 법. 불우한 환경을 벗어나기 위해 앞으로만 전진한 결과, 주인공은 거만하고 몰인정하며 재수없는 인간이 되어버렸다. 그는 9년간 사귀었던 후배 정유미 검사를 매몰차게 차버리고 재벌딸과 정략 결혼을 준비 중이었다. 냉정하고 고집스러운 주인공 강한 검사.

재벌딸인 조유진과의 결혼은 출세가도를 달리기 위한 정략 결혼, 즉 사랑없는 결혼이었지만 그는 그러한 껍데기뿐인 결혼을 불사할 정도로 야심만만했다. 오직 성공만을 위해 살았던 한때. 그러나 그 누구가 미래를 알 수 있단 말인가? 창창하기만 했던 그의 미래는, 불의의 사고를 당하게되면서, 마치 테이블에서 바닥으로 떨어진 유리병처럼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사실 그것은 사고가 아니었다. 그가 담당했던 한 사건 때문에 발생한 일종의 테러였다. 한 소녀의 죽음을 둘러싼 사건. 1년전 발생했던 13살 소녀의 죽음과 관련된 사건의 판결에 불만을 품은 누군가가, 마침 약혼식을 마치고 나오던 강 한 검사에게 테러를 가했던 것이다. 약혼식을 일찍 빠져나왔던 그가 교통이 막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 채 핸들만 잡고 있었을 때 차로 다가와 창문을 두드린 정체 불명의 범인. 테러범은 아무런 의심없이 창문을 내려주었던 강한 검사의 눈에 염산을 들이붓고 도망친다. 극심한 고통에 정신을 잃었던 주인공 강한 검사는 병원에서 깨어나고, 그때 그는 알게 된다. 수정체가 완전히 파괴되어 그의 두 눈은 회복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상상도 못한 구성과 장치로 흥미를 끄는 소설이다. 앞을 볼 수 없는, 따라서 무력한 상태에 놓인 검사가 과연 실력 발휘를 할 수 있을까? 라고 의심을 품게 된다. 나도 처음에는 그랬지만, 엄청난 노력과 강한 의지 그리고 번뜩이는 머리를 가진 주인공의 활약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어깨춤이 춰진다. 그 뿐 아니라 강한 검사의 주위에 포진하고 있는 캐릭터들도 개성이 넘치고 극에 현실성을 부여한다. 강한 검사의 주위를 맴돌며 그를 괴롭히다가 졸지에 24시간 장애인 보조역할을 맡게 된 류소원이라는 캐릭터. 그는 젊은이답게 혈기왕성하고 호기심도 강하며 유머감각도 뛰어나 이 소설 속에서 훌륭히 감초 역할을 해낸다.

이 책은 시작부터 끝까지 하나의 사건을 파헤치고 있다. 13세 소녀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었던 19세 소년 지온유. 그러나 지온유라는 소년은 약간의 정신 지체가 있었고 별이라는 그 소녀를 정말로 아끼고 좋아했다는 정황이 있었다. 지온유의 친구였던 류소원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사법체계와 그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역시 한계가 있었다. 법과 논리를 통해서만 모든 것을 파악하려 하였으니..... 이제 강한 검사는 그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그 사건의 실제 범인은 누구일까? 그리고 그 사건과 관계된 인물들 하나하나를 찾아가면서 테러를 자행하는 인물은 또 누구란 말인가?

법과 논리로만 살았던 주인공 강한 검사, 그는 엄청난 불행 ( 시력 상실 ) 을 만나게 되면서 서서히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게 된다. 법, 윤리, 논리, 도덕 만으로는 인간답게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강한 검사는 더 겸손해지고 더 인간 중심의 사고를 하게 된다. 인생을 끝낼 수 있을 만큼의 비극이었다. 그러나 그 비극으로 인해서 주인공은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성장을 겪게된다. "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 라는 속담을 떠올리게 만드는 소설이다. 너무너무 재미있고 감동적인 소설 [ 암흑검사 ]. 언젠가 반드시 드라마도 제작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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